이곳은 한눈에 봐도 사람이 있을 수 없는 곳이었다.“헛수고 했네, 재수가 없었어."염구준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뒤 다른 곳을 가려고 몸을 돌렸다.우웅.바로 그때, 바로 앞에 있는 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고 검명이라면 익숙한 염구준이기 때문에 이 안에 검이 들어있음을 단번에 눈치챘다."설마 벽 안에 보검이 있는 건가?"그는 혼잣말을 하면서 손바닥으로 벽을 쳤다.이 공격에 흙먼지도 떨어지고 동굴 전체도 흔들렸지만 벽은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내가 못 부수는 벽이 있을 리가 없지. 뭐가 들어있나 어디 한 번 보자.'염구준은 승부욕이 올라와 구자검을 꺼낸 후 검기로 몸을 감쌌다. 그의 검의도 순식간에 그를 둘러싸 버렸다."하압!"어마무시한 검기에 단단하던 벽은 큰 소리를 내며 부서졌고 벽이 무너져 내림에 따라 먼지가 뿌옇게 일면서 작은 돌멩이들이 사방에 튀었다.먼지가 걷히고 염구준은 벽 뒤에서 떨고 있는 검집이 없는 검을 발견했는데, 검의 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집 주방에 있는 칼이랑 비슷해 보였다. '그냥 고철이네.'챙!맑은 소리와 함께 눈 앞의 검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안에서 검의가 튀어나왔다. '밖이 아니라 안에 무언가가 있었던 거였구나.'녹 쓴 검이 검명을 낼 수 있었던 건 그 검의 덕분이었다.슉!검의는 공포스러울 정도의 위압감을 내뿜으며 재빠르게 염구준을 공격했다. '그래, 잘 왔다!'압력을 느낀 염구준은 검을 들어 전보다 더 강력한 검의와 검기로 이 검의의 공격을 맞이했다. 검을 쓰는 사람은 공격만 해야지 절대 도망쳐서는 안됐다. 설령 상대가 자기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더라도 말이다.쾅!눈 깜짝할 사이에 눈 앞까지 다가온 검의가 염구준의 검과 힘을 겨루기 시작했다.이 강력한 힘에 염구준은 팔까지 떨렸다. 너무 힘을 쓴 탓에 핏줄까지 튀어나왔지만 그럼에도 검을 제대로 잡고 있기가 힘들었다.'검의 따위가 이렇게 무섭다니.'찌이익.신발이 지면과 마찰하는 소리가 울렸다. 염구준이 이 검의와의 힘 겨루기에서
그는 다시 자신의 검의를 바라보았다. '내껀 이제 겨우 초기 단계에 들어섰는데...'염구준은 지도를 꺼내 다음 목적지를 꺼냈는데, 그가 다음으로 갈 곳은 더러운 못이라는 곳이었다.'얼마나 좋은 이름이야, 어? 딱 봐도 어딘지 알 수 있잖아.'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가 생각하던 것과 다른 모습에 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더러운 못이라는 곳은 마치 감방과도 같았기 때문이다.악취가 나는 못의 중앙에는 무언가 돌출되어 있었고 위에는 조금 손상된 건물들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쓰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안으로 통하는 건 파손된 구름다리 하나뿐이었다.그러나 이런 허름한 곳에 주변에 숨어있는 병사들과 앞에서 지키고 있는 병사들까지 합쳐서 무려 수백 명이 있었다.'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네.'“그럼.. 여기겠군."염구준은 중얼 거리며 못 중간에 있는 게 고대영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상황을 좌우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렇게 중시를 받을 수 있으니까.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는 가운데서 쥐도 새도 모르게 다리를 지나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다른 방법이 있어.'못이 더럽기 때문에 물 안에 있은 것이 잘 보이지 않으므로 헤엄쳐 갈 수 있었다.그러나 악취가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 그는 곧바로 이 생각을 버렸다.이렇게 되면 역용술로 얼굴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오셨습니까!"앞을 지키고 있던 간수가 고우혁을 보자마자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음."고우혁으로 변장한 염구준은 고개만 끄덕이고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으나 그가 구름다리 앞에 도착하자마자 병사 두 명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구령을 말해주십시오. 되세요."'그 늙은 여우가 이렇게 단순하게 보초를 세워둘 리가 없지.'손가을이 역용술로 시선을 돌렸는데도 빠르게 대처한 걸 보면 고우혁은 반응이 느린 사람이 아니었다."내가 직접 왔는데도 구령 따위를 말해야겠나?"염구준은 말하면서 구름다리를 지나가려고
그들은 재빨리 줄을 끊어 다리가 못에 떨어지게 만들었다."하하. 이제 네가 어떻게 가는지 보자고.”그러자 총책임자가 큰 소리로 웃었다. 다리를 끊으면 염구준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구름다리는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수면에 뜰 수 있어 염구준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씨발, 더럽게!"염구준은 욕설을 퍼붓고는 다리 위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해결하고 재빨리 맞은편 기슭으로 달려갔다.최대한 속도를 냈지만 그래도 신발은 다리 위를 넘친 더러운 물에 조금 젖어 악취를 풍겼다.맞은편의 염구준을 보면서 책임자는 조금 멍해졌다.'뭔가 놓친 게 있는데...'"가서 고대영을 죽여!"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는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비록 같은 고씨 가문의 사람이지만 그는 고우혁의 파벌에 속하기 때문에 동족의 정 따위를 신경 쓰지 않았다. 못에 남은 몇 사람은 명령을 받고 버려진 건물을 향해 달려갔다.'정말 여기 있었네!'고대영을 본 염구준은 금세 얼굴이 밝아졌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장소들을 다 한 번씩 둘러보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그의 뒤에 쫓아온 사람들은 얼마 쫓지 못하고 염구준한테 맞아서 기절하거나 죽었다.그는 곧바로 건물로 뛰어들어가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이제 모든 수수께끼를 전부 풀어야지.'"보스, 그냥 다같이 가서 죽이죠."맞은편에서 고씨 가문의 사람 중 한 명이 못을 가리키며 아이디어를 냈다.책임자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아이디어를 부정했다."안 돼. 상대방의 실력으로는 우리가 가도 막을 수 없을 것이야. 그리고 기관을 열고 그 물건을 풀어놓은 뒤 전원 철수해."그러자 누군가 안색이 굳어지며 다급하게 말했다."그걸 풀어놓는다면 일이 매우 번거로워질 겁니다.""말 말고 그대로 해."책임자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고대영, 내 목소리가 들려?"건물 안에서 염구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고대영을 찾아다녔다.이곳은 비록 크지 않았지만 파손된 곳이 적지 않고 환경도 매우 복잡하여 사람을
“아빠야? 나 너무 배고파. 우리한테 밥도 안 주고... 무서운 개랑 같은 데 가둬두고... 개한테 여러 군데 물리기까지 했어. 나 너무 아프고 무서워. 흑...”극북빙양, 거대한 전장에서 수많은 함선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그중 붉은색 드래곤이 코팅된 함선의 지휘실 수화기에서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하지만 아이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염구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잘못 거셨습니다.”“아니야! 우리 엄마가 날 속였을 리가 없어. 내 이름은 염희주야. 염구준의 딸 염희주라고! 엄마가 그렇게 말해 줬단 말이야.”쿠궁!행여라도 전화를 끊을가 싶어 다급하게 내뱉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염구준의 눈동자가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다.염희주?“정... 정말 내 딸이라고?”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 대신 들려오는 건 찢어질 듯한 따귀 소리와 여자아이의 처참한 비명소리였다.“이 계집애가, 발칙하게 몰래 전화를 걸어?”“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때리지만 말아주세요!”여자아이의 애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겨버리고 다시 걸어봐도 묵묵부답.딸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한 염구준은 다급한 마음에 붉은 피를 왈칵 쏟아냈다.“주군!”깔끔한 군복차림의 여자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하지만 거칠게 그 손을 뿌리친 염구준이 포효했다.“어서 전세기 준비해. 지금 당장 청해로 돌아간다!”“알겠습니다!”잠시 후, 거대한 전세기가 하늘을 뚫고 사라지고... 수많은 병사들이 수십 척의 함선갑판을 가득 메운 채 무릎을 꿇었다.“안녕히 가십시오, 주군!”다음 날, 청해 교외, 손씨 가문 저택.저택 밖에 선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5년 전, 가문에서 쫓겨나고 킬러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까지 당했던 순간, 우연히 길을 지나던 소녀 한 명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헤치고 중상을 입은 그를 구해냈었다.그녀의 정체는 바로 손씨 가문의 딸,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염구준은 기꺼이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
이에 다시 딸을 꼭 끌어안은 염구준이 아이의 뒤통수를 어루만졌다.“아니야. 엄마가 착각한 거야. 아빠 살아있어. 지금 바로 네 앞에 있잖아.”눈물의 부녀상봉을 마친 염구준이 물었다.“그런데 여기 말이야... 혹시 엄마가 보낸 거야?”염구준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던 염희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니야! 엄마가 날 이딴 곳에 보낼 리가 없잖아! 우리 엄마가 얼마나 착한데! 이모, 나쁜 이모가 날 여기 보낸 거야. 이모가 엄마랑 날 집에서 내쫓은 거라고...”‘이모?!’생각지 못한 단어에 염구준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손혜린 그 여자를 이모라고 부른다고? 그럼... 이 아이 엄마는 도대체 누구지? 나랑... 손혜린이 낳은 딸... 아니었나?’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염구준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빠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이모 이름이 뭐야?”“이모 이름은 손혜린. 우리 엄마 사촌언니랬어. 그런데... 나쁜 이모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래. 이모가 내 엄마래!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그러니까 아저씨도 우리 아빠 아니지?”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던 염희주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반짝였다.“엄마가 그랬어. 아빠를 구하려다 성대를 다친 거라고. 그래서 말을 못 하는 거라고. 그래도 이건 가르쳐줬다?”염희주은 작은 손가락으로 염구준의 큰 손바닥에 삐뚤삐뚤하게 “염구준” 세 글 자를 적어보였다.“엄마가 가르쳐 준 거야. 아빠 이름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나 제대로 쓴 거 맞지?”한편, 염희주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염구준은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날 구하려다 성대를 다쳤다고? 그날 날 구한 게 손혜린 그 여자가 아니었단 말이야? 손혜린 그 여자는 분명 말을 할 줄 알았었지... 그럼 그날 밤, 나랑 첫날밤을 보냈던 그 여잔 도대체 누구야?’“희주야.”전장에서 온갖 못 볼 꼴을 다 보며 살아남은 염구준이었지만 이 순간,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차마 숨길 수 없었다.“엄마 이름이 뭐야?”그러
혼인신고를 하고 맹세의 키스를 하고 서로의 부모님께 큰절로 인사를 올렸다.5년 동안 전장을 구르면서도 매일 밤 그리워했던 여자가 이 여자였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그리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손혜린은 그녀의 사촌언니이자 희대의 사기꾼이었다!결혼식마저 모두를 속이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다!그는 이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신전 군주 염구준이다!그런 그가 이 하찮은 여자에게 5년을 속았다니!“지금… 뭐 하자는 거야?”잠시 당황한 손혜린은 옆에 있는 서재원의 팔을 꽉 잡고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네 신분을 망각하지 마. 넌 우리 가문 데릴사위야! 어디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내?”염구준은 낮게 으르렁거렸다.“말해! 왜 나를 속였어?”“5년 전 나와 결혼한 사람이 너 맞아? 손가을은 누구야? 빨리 해명해!”손혜린은 흠칫 어깨를 떨더니 떨떠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설마… 다 알고 왔어?”알고 왔다니?염구준은 뿌드득 소리 나게 이를 갈았다.역시 그런 거였어!희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 결혼식은 가짜였다.손가을, 손씨 가문… 저들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걸까?“혜린아.”여태 말이 없던 서재원이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두려워할 것 없어. 저 자식이 진실을 알게 된들 뭘 할 수 있는데? 너 이제 곧 나랑 결혼할 거라고 솔직하게 말해! 저놈은 그냥 벌레야. 남한테 놀아난 줄도 모르는 가련한 버러지일 뿐이라고!”손혜린은 깔깔 웃더니 가면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그녀는 서재원의 품에 안기더니 염구준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너랑은 이혼할 생각이었으니까 거짓말할 필요도 없지! 넌 내가 널 살려준 은인인 줄 알았어? 내가 왜? 난 손가을처럼 멍청하지 않아!”과거, 손씨 가문은 데릴사위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다!4대째 내려온 가문은 이번 대에서 대가 끊길 위기에 직면했다. 손가을은 이 가문의 유일한 손녀였다. 결국 어르신은 친척인 손혜린을 호적에 입적시켰다. 손혜
“예전에 잘나갈 때 나도 잘해준다고 선물도 종종 가져다 주고 그랬는데 저 여자 나한테 시선 한번 안 주더라?”서석호는 두툼한 손으로 턱을 만지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전에는 도도하게 굴어도 어쩔 방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지.”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에게 손짓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거기, 여기 와서 앉아! 오늘은 오빠가 예뻐해 줄게!”피아노 박자가 다소 빨라지더니 손가을은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휴게실에 있는 손님들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서석호를 향해 억지 미소를 짓고는 손가락으로 의사를 표현했다.5년 전 사고현장을 목격한 그녀는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하다가 뜨거운 일산화탄소에 성대가 손상되면서 다시는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다.그 뒤로 그녀는 수화를 몸에 익혔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퇴근해야 해서요. 재밌게 놀다 가세요.]수화로 의사를 전달한 그녀는 다급히 자리를 뜨려 했다.그녀가 서석호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그가 그녀의 옷자락을 우악스럽게 잡았다.“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애 보러 가는 거야?”그는 야비한 미소를 짓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아, 넌 아직 모르겠구나? 네 딸 희주 있잖아? 손혜린이 걔를 우리 조카한테 보내주기로 했어!”“우리 조카 알지? 우리 누나가 애지중지하는 왕자님이잖아. 애가 좀 멍청하기는 해도 예쁜 여자애들이랑 노는 걸 좋아하더라고! 지난번에 걔랑 같이 놀라고 데려온 여자애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즉사했다지?”손가을은 움찔하며 충격 어린 표정으로 서석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소리 없이 흐느꼈다.서석호가 거짓말한 것 같지는 않았다. 손혜린은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애였다.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딸 희주는 그녀에게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왜? 마음 아파?”서석호가 입술을 감빨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딸 살리고 싶어? 간단해! 내가 평소에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 거야! 여기 사람
“내가 잘못했어.”염구준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손혜린한테 속아서 5년이란 시간을 허비했어. 내가 속지만 않았어도….”“이것들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옆에서 듣고 있던 서석호가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염구준의 말을 잘랐다. 그는 염구준의 얼굴에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개 같은 자식, 누군가 했더니 너였구나? 손가네 데릴사위, 염구준?”“감히 내 일을 방해하려 하다니! 죽고 싶어? 내 이놈을 당장!”고래고래 떠들던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아귀를 뻗어 서석호의 턱을 잡고 비틀었다.우드득!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상하 치아가 순식간에 맞물리며 서석호의 혀를 잘랐다!그 뒤에 이어진 발차기에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던 서석호가 끈 떨어진 연처럼 공중을 날아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뒤에 있던 호화 안마의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서석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손가을을 포함해 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염구준의 품에 안긴 염희주마저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190cm를 자랑하는 장신 서석호가 가볍게 나가 떨어져서 피를 토하는 모습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으… 윽….”놀란 손가을도 다급한 마음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염구준의 팔을 밀쳤다.‘도망가. 빨리 도망가. 여긴 서가네 아지트야. 온통 서가네 사람들 뿐이라고!’“두려워하지 마.”염구준은 시선을 돌려 담담한 표정으로 손가을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만 원한다면 저놈들을 싹 다 죽여 버릴 수 있어. 내 딸과 처를 괴롭힌 놈들은 죽어도 싸!”그냥 겁주기 위한 멘트가 아닌, 전신전 전주의 선전포고였다.어차피 사회의 암 같은 존재들뿐인데 좀 죽이면 어때서?"………" 손가을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흘렸다.죽이면 안 돼, 죽이면 안 돼!당신이 군인이었다 하더라도, 무공이 뛰어나고, 서석호를 죽일 수 있고, 이곳의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