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다시 자신의 검의를 바라보았다. '내껀 이제 겨우 초기 단계에 들어섰는데...'염구준은 지도를 꺼내 다음 목적지를 꺼냈는데, 그가 다음으로 갈 곳은 더러운 못이라는 곳이었다.'얼마나 좋은 이름이야, 어? 딱 봐도 어딘지 알 수 있잖아.'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가 생각하던 것과 다른 모습에 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더러운 못이라는 곳은 마치 감방과도 같았기 때문이다.악취가 나는 못의 중앙에는 무언가 돌출되어 있었고 위에는 조금 손상된 건물들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쓰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안으로 통하는 건 파손된 구름다리 하나뿐이었다.그러나 이런 허름한 곳에 주변에 숨어있는 병사들과 앞에서 지키고 있는 병사들까지 합쳐서 무려 수백 명이 있었다.'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네.'“그럼.. 여기겠군."염구준은 중얼 거리며 못 중간에 있는 게 고대영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상황을 좌우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렇게 중시를 받을 수 있으니까.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는 가운데서 쥐도 새도 모르게 다리를 지나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다른 방법이 있어.'못이 더럽기 때문에 물 안에 있은 것이 잘 보이지 않으므로 헤엄쳐 갈 수 있었다.그러나 악취가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 그는 곧바로 이 생각을 버렸다.이렇게 되면 역용술로 얼굴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오셨습니까!"앞을 지키고 있던 간수가 고우혁을 보자마자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음."고우혁으로 변장한 염구준은 고개만 끄덕이고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으나 그가 구름다리 앞에 도착하자마자 병사 두 명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구령을 말해주십시오. 되세요."'그 늙은 여우가 이렇게 단순하게 보초를 세워둘 리가 없지.'손가을이 역용술로 시선을 돌렸는데도 빠르게 대처한 걸 보면 고우혁은 반응이 느린 사람이 아니었다."내가 직접 왔는데도 구령 따위를 말해야겠나?"염구준은 말하면서 구름다리를 지나가려고
그들은 재빨리 줄을 끊어 다리가 못에 떨어지게 만들었다."하하. 이제 네가 어떻게 가는지 보자고.”그러자 총책임자가 큰 소리로 웃었다. 다리를 끊으면 염구준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구름다리는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수면에 뜰 수 있어 염구준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씨발, 더럽게!"염구준은 욕설을 퍼붓고는 다리 위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해결하고 재빨리 맞은편 기슭으로 달려갔다.최대한 속도를 냈지만 그래도 신발은 다리 위를 넘친 더러운 물에 조금 젖어 악취를 풍겼다.맞은편의 염구준을 보면서 책임자는 조금 멍해졌다.'뭔가 놓친 게 있는데...'"가서 고대영을 죽여!"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는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비록 같은 고씨 가문의 사람이지만 그는 고우혁의 파벌에 속하기 때문에 동족의 정 따위를 신경 쓰지 않았다. 못에 남은 몇 사람은 명령을 받고 버려진 건물을 향해 달려갔다.'정말 여기 있었네!'고대영을 본 염구준은 금세 얼굴이 밝아졌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장소들을 다 한 번씩 둘러보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그의 뒤에 쫓아온 사람들은 얼마 쫓지 못하고 염구준한테 맞아서 기절하거나 죽었다.그는 곧바로 건물로 뛰어들어가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이제 모든 수수께끼를 전부 풀어야지.'"보스, 그냥 다같이 가서 죽이죠."맞은편에서 고씨 가문의 사람 중 한 명이 못을 가리키며 아이디어를 냈다.책임자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아이디어를 부정했다."안 돼. 상대방의 실력으로는 우리가 가도 막을 수 없을 것이야. 그리고 기관을 열고 그 물건을 풀어놓은 뒤 전원 철수해."그러자 누군가 안색이 굳어지며 다급하게 말했다."그걸 풀어놓는다면 일이 매우 번거로워질 겁니다.""말 말고 그대로 해."책임자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고대영, 내 목소리가 들려?"건물 안에서 염구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고대영을 찾아다녔다.이곳은 비록 크지 않았지만 파손된 곳이 적지 않고 환경도 매우 복잡하여 사람을
펑.염구준은 만들어낸 불꽃으로 소독을 해준 뒤 피가 너무 많이 흐르지 않도록 벌어진 곳을 꿰매 주었다.검 몇 번만 휘두르면 되어 콘크리트를 처리한느 것은 간단했다. "고마워, 정말로!"고대영은 콘크리트에서 나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감사인사를 했다."인사는 필요 없으니까 고씨 가문에 온 후에 벌어진 일들이나 말해봐."염구준은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알고싶었다."후. 가문에 큰 불행이 닥쳤어."고대영은 한숨을 쉬며 생각을 정리한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그날 청해시에서 떠나 고씨 가문에 돌아온 후 몰래 폐관수련 중이신 가주님을 뵈었었어.""하지만 고대강이 흑풍과 결탁했다고, 이젠 멈춰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가주님께서 날 기습해 중상 입히셨다.""가주님과 흑풍은 한패야. 그들은 고씨 가문과 손씨 그룹이 싸우는 틈을 타서 고씨 가문을 합쳐서 네 손에 있는 옥패를 빼앗으려 하는 거다.""가문의 보물을 되찾겠다는 건 다 허울일 뿐이야!""쿨럭쿨럭. 날 개조 로봇으로 만들 생각이 아니었다면 난 이미 죽었을 거다."동족의 배신에 그는 말할 수록 더욱 흥분해서 심하게 기침했다.'고우혁이 부가주와 엇나가고 시비를 건 것은 가주의 뜻이었겠군.'여기까지 생각한 염구준은 이제야 모든 것들이 전부 이해가 되었다."개조 로봇은 고씨 가문에서 만들어낸 거야?"염구준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아니. 청목 존주라는 사람이 만든 건데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어."고대영은 고개를 저으며 아는 것을 전부 말했다.'또 다른 세력이 개입한 것 같네.'염구준은 잠시 생각을 한 다음 입을 열었다."이제 그쪽을 데리고 나갈 건데, 계속 쓰러진 척 하고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움직이면 안 돼.""왜지?"고대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낚을 놈들이 있어서."염구준이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그에게는 이미 계획이 다 있었다."고수네."말을 마친 후 고대영은 몸을 꼿꼿이 펴고 땅에 쓰러져 기절한 척 했다.이제부
염구준은 눈 앞의 생물을 보고 놀라서 입을 떡하니 벌렸다.모양은 두꺼비지만 발이 세개에 크기가 성인 코끼리 두 마리를 합쳐 놓은 것만큼 크고 비늘이 나있는 것도 모자라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있으며 검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희귀종임이 틀림없었다!"좀 불쌍하네."염구준은 고대영을 눕혀놓고 구자검을 뽑은 뒤 눈앞의 이 두꺼비 괴물과 대치했다.못에 쌓인 쓰레기들을 보며 그는 이 괴물이 어떻게 생긴 건지 조금 짐작이 갔다."꽥!"두꺼비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염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두꺼비의 무거운 무게에 충격까지 더하면 전속력으로 달리는 고속철도와 맞먹기 때문에 맞으면 온몸의 뼈가 부서질 게 뻔했다.하지만 염구준은 정면으로 맞붙을 생각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검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검신을 지탱한 뒤 검으로 앞을 막았다.그리고는 검기로 온몸을 둘러싼 뒤 내력을 최대까지 끌어올렸다. 기운이 올라감에 따라 불꽃도 더욱 크게 타올랐다.이 두꺼비 괴물은 반보천인의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쾅!두꺼비 괴물이 머리로 검을 세게 부딪치자 구자검이 약간 휘었고 검을 쥐고 있던 염구준도 피가 목까지 차올랐다. 충격이 너무나도 강했다. 그가 서 있는 곳에도 충격이 전해져 큰 구덩이가 하나 생겼다.이 일격에 두꺼비 괴물은 힘을 전부 다 썼기 때문에 염구준은 검을 돌려 그것을 손쉽게 뒤로 몰아넣고 검을 가로로 쥔 뒤 죽이려고 달려갔다.싸움에서 전세는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이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았다."꽥꽥!"그러나 두꺼비 괴물은 몸을 번지더니 뱃가죽과 세 다리를 위로 들고는 고통스러운 듯 땅에서 뒹굴었다.'찌르지도 않았는데 아픈 척부터 하는군.'이 모습에 염구준은 서서히 발걸음을 멈췄다. 갑자기 두꺼비 괴물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먼저 공격한 건 자기면서!'"야, 안 싸울 거면 나 먼저 간다."상대방이 알아듣든 말든 염구준은 그냥 고대영을
반천인 경지에 달한 괴물을 고씨 가문의 수많은 강자들이 모여서 제압했는데 한 사람한테 죽임을 당하다니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그럼 바로 죽일까요?”상황 파악을 못하는 한 사람이 물었다.“미쳤어? 우리는 종사 3명밖에 없는데 덤벼도 바로 죽어.”현장 담당자가 꾸짖으며 발로 세게 걷어찼다.상대방의 실력이 이렇게 공포스럽다는 걸 알았다면 절대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그냥 눈을 감아주면 끝날 일이니까..담당자는 휴대폰을 꺼내 고우혁에게 연락했다.상황을 통제하기에 이미 그의 능력 범위를 벗어났다.고배율 망원경으로 봤더니 염구준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다가 결국 숲으로 사라졌다.저 숲을 지나면 바로 고씨 가문이다.탁!이때 염구준은 주변이 수상한 것을 감지하고 발걸음을 멈추고 경계했다.방금 고대영을 구하자마자 누군가 추격한 모양이다.“나와. 쥐새끼처럼 숨어만 있지 말고.”스스슥!숲에서 열 개가 넘는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염구준을 포위했다.모두가 복면 고수들이었다. 실력이 가장 약한 고수마저도 전신 경지에 이르렀다.“그자를 남겨. 아니면 공격하겠다.”우두머리가 경고했다.“고우혁!”염구준은 익숙한 기운이 느껴져 상대방이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아무리 천으로 얼굴을 가려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하!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사람을 내놓든지 아니면 죽어.”복면을 쓴 고우혁이 싸늘하게 말했다.“진짜 죽일 것처럼 말하네?”하지만 염구준은 절대로 협박이 먹히는 사람이 아니다.그는 고대영을 바닥에 내려놓고 주변 고수들을 둘러봤다.일대 몇 싸움은 적지 않게 경험했었다.“쳐라! 사정을 봐주지 말고 전력으로 공격한다!”고우혁이 명령을 내리자 모두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그들의 위치는 오묘해서 움직이자마자 모든 출구를 차단해 버렸다.염구준은 3미터짜리 청봉을 들고 달려드는 고수들을 관찰하면서 단번에 약점을 하나씩 찾아냈다.다들 어찌나 호흡이 잘 맞는지 전혀 공격할 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곧 눈앞으로 공격해 오자, 그는 망설이지 않고
이름 모를 본원검의를 융합하자 구자검의 위력이 또 세졌다.“죽여라!”고함 소리가 울려 퍼지자 몇몇 고수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고우혁이 이미 패배한 이상 그 누구도 염구준을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염구준이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몸을 돌려 놈들을 공격했는데, 단 세 번 베어서 모두를 죽여버렸다.그가 사용한 힘은 고우혁을 상대할 때보다 훨씬 약했다.그 장면을 본 고우혁은 이러다 다 죽임을 당할 것 같다고 생각해 냅다 소리쳤다. “저놈을 상관하지 말고 고대영을 죽여!”목표 제거가 성사되지 않으면 다른 목표로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고수들은 명령을 듣고 갑자기 방향을 고대영 쪽으로 틀었다.“습격이라니 정말 죽고 싶은 거냐?”염구준은 재빨리 후퇴하여 고대영 앞에 서서 여러 차례 공격을 막아냈다.같은 가문이지만 고수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무참하게 공격했다.수 차례 검을 휘두른 후 또 고수 한 명을 제거했다.염구준은 여러 사람들의 공격을 전부 막아내면서 반격할 기회를 노렸다.그러다 또 두 명을 죽였다.격전이 계속되면서 바닥에 쓰러진 시체가 점점 늘어났다.한순간에 염구준은 네 명을 더 죽였다 .촤아악!이때 검광이 번쩍이며 또 한 명이 쓰러졌다.고우혁도 공격에 합류했지만 부하를 보호할 수도 고대영을 감히 죽일 수도 없었다.마음은 몹시 초조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놈들이 죽어 나가자 그의 압력은 다시 줄어들었지만 염구준의 검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기세가 거세졌다.살아남은 사람들은 더는 견딜 수 없었다.“철수한다!”고우혁은 상황이 심상치 않아지자 이를 꽉 물고 결국 철수 명령을 내렸다.싸움을 계속하다가는 여기서 다 죽어버릴 것 같았다.부하들은 명령을 받고 염구준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한 후 신속하게 후퇴했다.‘어딜 튀어?’염구준은 마지막 기회도 놓치지 않고 일검으로 한 사람의 목을 베었다.또 하나의 머리가 굴러 떨어졌다.고우혁 무리가 고씨 가문 쪽으로 도망가자 염구준은 검을 들고 뒤쫓았다.전부 살해할 작정이었다.자신을 가
”쯧쯧, 누가 저런 괴물을 만들어 낸거야?!”염구준이 혀를 차며 계속 공격을 이어 나갔다.“철수한다.”그때 멀리서 고우혁이 소리를 치자 개조 로봇이 일어서서 돌아갔다.염구준은 그 모습을 보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검기를 휘둘렀지만 철이 부딪치는 소리만 날 뿐 로봇은 끄떡없었다.고대영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그도 염구준이 유인 작전에 말려들까 걱정되어 추격을 멈추었다.“저기 봐, 염구준이야!”“업고 있는 사람이 고대영 장로야!”“염구준이 왔어. 빨리 도망쳐!”가면 유효 기간이 다 되어 염구준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난 것이다.그렇게 고씨 가문 저택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에휴.”염구준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바로 호텔로 향했다.바로 그때, 앞에 4, 5살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앞을 가로막았다.두 손에 막대기 사탕을 들고 혀로 핥으며 맛있게 먹었다.순진한 남자아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염구준을 빤히 쳐다봤다.“와우!”염구준은 괴물 표정을 지으며 놀렸다.그런데 남자아이는 무서워하기는커녕 막대기사탕을 입에 넣고 두 손으로 볼을 만지며 똑같이 괴물 표정을 지어 보였다.어린 것이 화를 내는 모습도 아주 귀여웠다.“재미있네.”다 큰 어른들은 자신을 보고 놀라서 도망치는데 어린아이는 두려워하지 않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리 와. 아저씨가 사탕 줄게.”그는 자신의 딸이 자주 먹는 사탕을 건넸다.남자아이는 그것을 받고 해맑게 웃었다.“고마워요. 아저씨.”“착하지.”염구준은 남자아이를 지나치고 계속 앞으로 갔다.“할아버지.. 아파요?”남자아이가 고대영을 가리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고대영의 손자구나.’염구준은 돌아서서 다정하게 말했다.“할아버지는 괜찮아. 잠시 잠들었을 뿐 곧 깨어나실 거야.”“네! 그럼 아빠 불러올게요.”남자아이는 안심하고 깡충깡충 뛰어갔다.염구준의 등에 업힌 고대영은 손자의 목소리를 듣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웅덩이에 있을
염구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한 사람을 업고 온 것을 보면 분명 계획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고씨 가문의 가주가 출관하면 모든게 해결될 거야.”염구준은 구체적인 절차는 말하지 않았다.옆에서 사과를 먹던 용필이는 궁금해져 고대영을 물끄러미 쳐다봤지만 이유를 알아내지는 못했다.그는 머리를 굴리기 딱 귀찮았다.그냥 염구준이 무엇을 지시하면 따라하면 되니 생각이 없는 것도 나름 장점이기도 했다. 다다닥!룸 밖의 복도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룸으로 들어왔다.방이 커서 다행이지 아니면 이 많은 사람들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아버지.”그 무리에 고대영의 아들 세 명도 있었고, 그들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 곁에 다가와 고대영을 불렀다.하지만 아무리 흔들고 불러도 고대영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아직 숨이 붙어 있어. 죽지 않았어.”큰아들이 손가락을 고대영의 코에 가져가서 확인하더니 기뻐하며 소리쳤다.“어서. 병원으로 가자!”둘째 아들이 고대영을 부축하려고 했다.아버지가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으셨다니 정말 기뻤다.“여기 두는 게 좋을 거야.”염구준이 세 사람을 힐끗 쳐다보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왜? 우리를 막는 거야?”고대영의 큰아들이 염구준을 노려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러자 나머지 두 아들도 언제든지 공격할 태세로 노려 보았다.“한 명은 단진 무성이고 두 명은 정진 왕자이고 정말 훌륭한 자식들을 뒀구나.”염구준은 탄복했다.무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가족은 참 드물었다.“계속 막고 있을 거야”큰아들이 또박또박 말했다.“아버지가 죽기를 원하면 지금 병원에 모셔가도 돼.”염구준은 문을 가리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강경한 태도로 나오면 가끔은 역효과를 낳을 때가 있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행동해야 예상치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그게 무슨 말이야?”큰아들은 무서운 효자라 그 말을 듣고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고대영을 노리는 자들이 있어. 반
볼라르 백작이 죽었는데 일행은 한가하게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그렇다면 한 편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다.“바트 대장, 그냥 배달시켜. 나가면 사람들 눈에 띄잖아.”누군가 일깨워주었다.“뭐가 무서워? 가장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하다는 말 못 들었어? 볼라르는 죗값을 치렀지만 죽을 때까지 자신을 조종하는 배후가 집에 있다는 것을 몰랐을 거야.”바트는 본인의 작전이 너무 완벽해서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그건 볼라르 저택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도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바로 그때, 어둠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애타게 찾아도 없다 했더니 쥐 새끼처럼 여기 숨어 있었구나. 너희들 모든 사실을 말하면 야식은 내가 사 줄게.”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염구준이었다.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무술인들의 앞에 나타나더니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이 사람들과 일면식도 없는데 왜 에드로를 죽이고 자기에게 뒤집어씌웠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불청객 등장에 일행은 어리둥절했다.한참 지나서야 대장인 바트가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질렀다.“저놈을 죽여! 우리 정체를 들키면 안 돼!”쿵!그런데 공격하기 전에 염구준의 주먹을 맞고 전부 쓰러졌다.“죽고 싶지 않으면 움직이지 마.”살기가 깃든 염구준의 말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일행은 일어날 엄두를 내지 못했다.방금 주먹이 너무 매서워서 감히 저항하지도 못했다.“선배님, 물어만 보십시오. 저희가 알고 있는 것은 전부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바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너희들 볼라르와 무슨 관계야? 에드로 친왕을 암살한 것도 너희들과 관련 있어? 잘 생각해 보고 대답해. 난 급하지 않으니까.”질문을 다한 염구준은 계단에 앉아 검으로 벽을 긁으며 이명소리를 냈다.일행은 그제야 자신을 노리고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네가 염구준이야?”“푸악!”누군가가 이름을 말하는 즉시 날카로운 검에 잘려 죽어버렸다.나머지 다섯 사람들은 다음 차례로 자신이 죽을까 봐 무서워서 뒷걸음
벨은 염구준의 앞에서 감히 수작을 부리지 못했다.아무리 많은 병사를 거느려도 상대방의 일격이면 자신을 충분히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볼라르 백작은 누구 사람이야?”염구준이 계속 추궁했다.“보수파 안드리 친왕의 사람이야. 근데 왕숙의 짓은 아닐 거야.”벨은 매우 확신하며 안드리를 용의자에서 배제했다.그렇게 되면 모든 단서는 또 무용지물이 된다.“왜 아니라고 생각해?”염구준은 아주 작은 의심이 가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휴, 염 선생은 몰라서 그래. 두 사람 관계가 조금 오묘해서 그럴 리가 없어.”벨은 한숨만 쉬고 그 관계에 숨은 비밀은 말하지 않았다.“그럼 이렇게 하자. 네 부하들을 철수시키면 날 속인 걸 따지지 않을게.”염구준은 더는 묻지 않고 명령식으로 말했다.그런데 벨은 염구준과 양청화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염 선생, 우리 오스크국에서 국왕이 죽으면 왕후는 재혼할 수 있어.”“꺼져!”염구준이 갑자기 꽥 소리지르는 바람에 벨은 머리가 울려서 그만 비틀거리고 말았다. 두 사람 관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괜히 똑똑한 척하고 있었다.“알았어. 당장 갈게. 앞으로 왕후가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맞서지 않을 거야.”벨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부하들과 함께 철수했다.염구준은 벨의 군사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어둠 속에서 조용히 사라졌다.이제부터 혼자 힘으로 조사할 생각이었다.방금 일을 통해 염구준과 벨은 더는 서로를 믿지 않게 되었다.반대로 양청화는 염구준의 말을 믿었지만 더는 엮이지 않으려고 했다.“왕후, 벨이 철수했습니다. 따라가서 죽일까요?”검정색 제복을 입은 시위장이 청을 올렸다.“관둬. 구… 염 선생이 나서서 해결했으니 오늘 저녁에 건드리지 않을 거야. 참, 염 선생은 어디 가셨어?”양청화는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마음이 복잡해서 더는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밖에 없는 걸 보니 떠난 것 같습니다.”시위장이 대답
그렇게 따져 보면 벨과 에드로 사이에 원한은 없는 것 같았다.“구준 오빠,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어?”간신히 진정한 양청화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워낙 여러 사건에 얽혀 있어서 의심할 만도 한데, 한마디로 자신을 믿어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지금 오스크국에 어떤 세력들이 있는지 말해봐.”염구준은 세력 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아채고 처음부터 다시 알아보려 했다.“나, 벨 왕자, 안드리 친왕이 있는데 여기서 내 세력이 제일 강해. 그리고 벨, 안드리는 들러리나 마찬가지야.”양청화는 혹시나 염구준에게 도움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숨기지 않고 모든 정보를 말했다.그녀는 평소 저택에 움츠러들고 있었지만 벨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고마워. 날도 어두워졌는데 일찍 쉬워. 밖에 군사들은 내가 처리할게.”염구준은 누구도 해치지 않고 돌아서 나왔다.‘나를 도와주는 거야?’양청화는 또 이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그보다 확실한 건 염구준은 자신을 여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그녀가 가장 바라지 않은 것이었다.한 켠에서 네카일은 질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염구준의 뒷모습을 노려봤다. 싸워도 이길 수 없으니 애써 분노만 삭였다.끼익!왕후 저택의 문이 다시 열렸다.밖에서 기다리던 군사들은 잔뜩 긴장하며 이쪽을 쳐다봤다.“철수해!”염구준이 철수하라는 말에 벨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미 군사를 동원했고 왕후가 코앞에 있는데 이렇게 계획을 망치기 싫었다.“안 돼. 오늘 반드시 저 여자를 죽여서 아버지 복수를 할 거야.”탁!그러자 염구준이 갑자기 앞에 나타나 그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제법인데? 메이슨과 둘이 짜고 내 앞에서 연기하니까 재미있어? 나를 이용해서 왕후를 죽이고 넌 국왕의 자리에 앉으려고 했어?”지금 얻은 정보로 벨이 정말 에드로를 죽였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자신을 끌어들인 것은 확실했다.양청화가 말한 세 세력들은 각자의 수단을 동원하여 상대방을 제거하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염구준이 갑작스럽게 공격하자 황실 호위대
그런데 모든 일이 수상하게 흘러서, 어쩔 수 없이 벨의 뒤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밖에 나왔더니 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그새를 참지 못하고 왕후 저택으로 간 모양이었다.벨의 권력으로 짧은 시간에 군사를 모으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하지만 그가 아무리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해도 국왕이 죽은 후에 양청화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녀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쌍방이 싸우게 된다면 누가 이길지 아직 장담하지 못한다.염구준이 왕후 저택에 도착했을 때, 벌써 벨의 부하들이 개미떼처럼 입구에 모여들었다.그들 앞에 시체들이 누워 있는 것을 보니 이미 격전을 벌인 것 같았다.염구준은 벨의 부하들 사이를 지나 왕후 저택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직접 만나서 대체 무슨 일인이 물어볼 생각이었다.“염 선생, 그 영상은 나도 봤어. 둘이 아는 사이라는 걸 잘 알겠지만 이 일에 끼어들지 마.”벨 왕자는 그에게 충고했다.“나를 모함하려는 놈들과 관련 있는 일이라 무조건 끼어들어야겠어. 당신은 나서지 않는 게 좋아.”염구준은 오히려 벨에게 경고하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양청화를 죽이고 아버지 복수를 하자!”하지만 벨의 입장에서 생각이 달랐다.혹시나 염구준이 양청화와 함께 도망치지 않을까 걱정되어 손을 번쩍 들어 명을 내렸다.오늘 대부대를 끌고 여기까지 온 이상, 반드시 왕후를 살해하고 대권을 빼앗을 작정이었다.쿵!그때 염구준이 검을 휘두르면서 바닥에 경계선을 그어버렸다.깜짝 놀란 군사들은 무서워서 감히 나서지 못했다.“만약 왕후가 범인이라면 당신한테 처리할 기회를 줄게. 심사숙고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염구준은 그의 속셈을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벨은 대규모적으로 귀족을 공격하여 당파 싸움으로 자신의 기반을 다지려고 했다.“알았어. 염 선생의 말을 따를게.”벨은 마른침을 삼키며 부하들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방금 염구준의 검에 맞았다면 저항도 못하고 현장은 피바다가 되었을 것이다.타닥타닥!염구준은 왕
“아직도 매를 벌어? 이간질을 하는 거야, 아니면 잠이 덜 깬 거야?”벨은 단번에 메이슨의 의도를 파악했다.그가 친왕의 전부 세력을 계승할 수 있었던 것은 머리가 비상한 덕분이었다.이런 수법은 그에게 있어 아주 저급하고 뻔하고 보잘것없었다.“콜록콜록!”명치를 맞은 메이슨은 기침을 심하게 하더니 결국 피를 토하면서 경련을 일으켰다.벨이 단번에 간파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반나절이나 고문을 참으면서 겨우 버텼는데 모두 헛수고가 되었다.“누가 사주했어? 네 입으로 말하면 목숨은 살려줄게.”염구준이 그에게 유혹적인 제안을 했다.지금 사건을 계속 파헤치려면 돌파구가 필요했다.“정말이야?”그 말에 메이슨은 정신이 번쩍 드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그래. 난 말을 번복하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 말고 말해.”염구준이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면서 약속했다.장기말을 죽이든 살리든 사건 파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배후를 캐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겼다.벨은 더는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메이슨을 심문하는 일을 염구준에게 맡겼다.“알았어. 말할게. 실은 에드로 친왕을 죽인 사람은 나야. 아무도 지시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를 풀어줘! 하하하.”메이슨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지 염구준을 엿먹이는 말만 했다.‘또 헛걸음을 했나?’유용한 단서를 찾지 못했지만 메이슨은 에드로 암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했다.촤아악!참다 못한 벨이 미간을 찌푸리며 일련의 공격을 퍼부었다.“메이슨, 좋게 말할 때 자백해. 대학에 다니는 당신 손녀가 지금 기숙사에 있지? 내가 얼마든지 찾으러 갈 수 있어.”예전에 벨은 이 늙은 집사를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런데 상대방이 주제를 모르고 날뛰니 악랄한 수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안 돼. 엘시아는 어릴 때부터 너와 함께 자랐어. 절대 해치면 안 돼!”평소 손녀를 가장 아끼던 메이슨은 그제야 조바심이 났다.“하,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해칠 수 있어? 당신은
“저 자식 데리고 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염구준은 꼴도 보기 싫어서 손을 내저었다.이쪽 일은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네카일이 수작을 부리기 전에 청해에 돌아가고 싶었다.양청화와 네카일이 떠난 뒤, 염구준은 볼라르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들고 듣고 있을 누군가에게 말했다.“당신이 누군지 몰라도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퍽!그는 상대방에게 경고하고 손에 힘을 주어 휴대폰을 단번에 아작냈다.일개 백작이 왕후를 공격하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게 틀림없다.휴대폰 너머로 영상으로 그 장면을 본 누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염병! 저 자식이 진짜 나섰어. 이런 빌어먹을 연놈들!”염구준의 실력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해서 정면으로 맞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시체를 분리해서 각자 집으로 보내. 저들이 나를 습격해서 내가 살해했다고 설명하면 돼.”염구준은 성 내의 군사들에게 지시했다.어차피 잡것들이 달려들어도 자신을 죽이지 못하니, 혼자 감당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그러면 밖에서 그가 아직도 오스크국의 고위층 2 명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염 선생님.”남은 군사들은 대부분 벨의 측근이라 이유를 묻지 않고 지시에 따라 처리했다.염구준은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가서 쉬려고 했다.그런데 다급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염 선생님, 범인을 심문하다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벨 왕자께서 그쪽으로 오시랍니다.”정말 쉴 틈을 주지 않고 사람을 굴려 먹는 그들 때문에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무슨 상황인지 가서 보죠.”그래도 속으로 유용한 단서가 나오길 바랬다.오스크 황실 감옥.이 감옥은 평소 귀족이나 황실의 죄인을 가두는 곳이라 항상 조용했었다.하지만 오늘따라 군사들이 북적거렸다.벨 왕자가 사건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친왕의 시종과 작위가 낮은 귀족들을 체포해, 감옥 내에 온갖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가 울렸다
“나의 친애하는 왕후여, 평소에 청렴하고 고상하던 분이 뒤에서 이런 남사스러운 짓을 하고 있었네요.”앞장선 남자의 이름은 볼라르, 작위가 낮은 백작이었다.오스크국에서 귀족들은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등 작위로 나뉘어 있었다.볼라르처럼 낮은 신분을 가진 귀족은 평소 왕후와 말을 건넬 자격도 없었다.“무례합니다. 본인의 신분을 알고 예를 갖추세요. 아니면 바로 벌을 내릴 것입니다.”양청화는 순식간에 기품이 흐르는 왕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염구준은 볼라르 뒤에 따라온 일행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들도 장기말일 뿐, 정작 배후는 나타나지 않았다.“왕후, 창녀처럼 천박하게 굴었으면서 나를 벌한다고요? 웃기지 마세요.”볼라르 백작은 오만하게 말하면서 한 켠으로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왕후를 완전히 보내려는 수작이었다.그와 함께 온 일행은 양청화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수근거리기 시작했다.“아는 사이었군요. 두 사람이 결탁하여 에드로 친왕을 죽인 게 확실합니다.”“애당초에 저도 그런 말을 했어요. 왕후는 우리 종족이 아니니 배척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왕이 아예 듣지 않았어요.”“이건 재앙입니다. 외적은 피하기 쉬워도 집안 도둑은 막기 어려운 법이죠.”볼라르가 데리고 온 사람들은 왕후 앞에서 대놓고 거침없이 말했다.오스크국에서는 양청화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종족’이라 불렀다.심지어 그녀가 왕후 자리에 오른 후에도 일부 보수파들은 계속 불만을 품고 항상 끌어내릴 기회를 노렸다.“여군단!”스스슥!양청화의 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그림자 무리가 그녀의 주변에 나타났다.만약 그녀에게 아무런 수단과 세력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볼라르 백작, 휴대폰을 남기고 가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양청화가 마지막 통보를 보냈다.“왜요, 바람피운 것이 들통나니 죽여서 소문을 막으려고요?”볼라르 백작은 그녀가 자신을 죽일 수 없다 단정하고 휴대폰을 흔들거리며 조롱했다.“이미 영상을 보냈습니다. 휴대폰을
염구준은 여러 갈래의 검기를 발사하여 네카일을 쓰러트렸지만 목숨을 거두지 않았다.“하하하, 쓸모없는 녀석. 이것도 막지 못해?”“내가 졌어. 그냥 죽여!”네카일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노을에 붉게 물든 하늘을 쳐다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어엿한 반보천인 고수가 이 정도로 슬퍼하다니 충격이 꽤 큰 모양이었다.하지만 왜 우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이제 말할 수 있어?”한참 뒤, 염구준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흥, 그녀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너였어. 그런데 넌 오히려 쌀쌀맞게 대하면서 상처를 주었지. 내가 대신 복수할 거야!”네카일은 그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그제야 자초지종을 알게 된 염구준은 쓴웃음을 지었다.“나와 양청화의 일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 그렇다고 네가 상관할 일도 아니지. 이만 돌아가.”상대방이 이런 일로 찾아왔다면 더는 난감하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네카일의 말을 들어 보면 양청화 때문에 오스크국에 남은 것 같았다.그에게 치정적인 면이 있었다니 참 의외였다.“염구준, 너 당장 이혼하고 그녀 곁으로 가. 아니면 내가 용하에 가서 네 아내를 죽여버릴 거야!”네카일은 바닥에 누워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그 말은 염구준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 자신을 협박하는 것은 괜찮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가족을 언급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황천길로 보내 줄게.”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검으로 네카일을 베려고 했다.그 순간, 한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두 팔을 벌여 네카일을 보호했다.“구준 오빠, 안 돼.”그 사람은 양청화였다.“청… 왕후, 이건 내 일이니 참견하지 마세요!”당황한 네카일은 창백한 얼굴로 다급하게 말렸다.그는 양청화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오스크국에 남았지만 지금도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양청화가 그를 받아주지 않는 이유는 부귀영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그 사람’때문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그리고 오늘에서야 그녀
염구준은 검을 뽑아들고 빠르게 나갔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네카일이 이 난동을 부리는 것인지 제대로 묻기 위해서였다. 한편, 고성 밖에서는 벨이 배치한 경비병들이 황급히 네카일을 막아서서 그를 말리고 있었다.“총사령관님, 제발 돌아가 주십시오! 염 선생님께서는 지금 벨 왕자님의 귀빈이십니다. 건드리면 큰 일 나요!”“두 분 사이 좋으셨잖아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총사령관님, 벨 왕자님께서 얼른 돌아가시랍니다.”그들 역시 자신이 상대방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벨의 충복으로서 명령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꺼져!”그러나 네카일은 그 누구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고 포효하며 진기만으로 그들을 밀어냈다.그의 손에 들린 것은, 오래전 염구준이 섬멸한 조직에서 남긴 신병으로, 겉으로 보면 오래된 평범한 도에 불과했는데,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쓰지 않는 것이었다.슈욱.이때, 염구준이 나와 네카일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그저 상대방을 진정시키기 위해 날린 것이라 이 검기에는 많은 힘이 담겨있지 않았다.쾅!네카일은 쌍도를 교차시켜 제자리에 우뚝 서서 그 검기를 막아냈다. 다만 그의 눈에는 분노가 어려있었다.“왜, 전의 조직의 복수라도 하려는 거야? 갑자기 미쳤어?”염구준은 상대방이 이러는 의도를 몰라 떠물었다.“그 녀석들은 악행을 많이 저질렀으니 죽어도 싸. 내가 오늘 이곳에 온 건 오스타국을 위해서가 아닌 개인적으로 너와 한 번 붙기 위해서다.”“어디 한 번 붙어볼래?”네카일은 현재 매우 분노한 상태라 그가 내뿜는 기운도 이상하리만치 광포했다. 도의 손잡이를 잡은 그의 두 팔의 핏줄은 이미 불거졌다.지금 그의 눈에 염구준은 부모님을 죽인 원수와도 같았다.“난 이유 모르는 싸움은 안 해. 그러니까 이유 좀 알려주지 그래?”염구준은 이 모든 게 너무 당황스러워 상대방이 이러는 이유를 알고자 질문했다.“싸움의 이유를 알고 싶다면, 나를 이겨라!”네카일은 말을 마치고는 한 도로 방어를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