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유촌은 강자들의 싸움 때문에 엉망이 된 것이기에 손씨 그룹은 간유촌의 주민들에게 책임지고 다시 원래 모양대로 돌려놓겠다고 약속했다.고씨 가문은 큰 타격을 입고 거의 자취를 감췄고 손씨 그룹은 파티를 크게 벌여 모든 직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아침에 염구준이 딸을 학교에 보내자마자 손가을이 전화를 걸어왔다."구준 씨, 어떤 할머님이 구준 씨 친척이라며 회사에 찾아왔어.""친척이라고? 알겠어. 바로 갈게."'고씨 가문 사람인가?'하긴, 이번 싸움에서 졌으니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계속 싸울지, 아니면 평화적으로 지낼지 담판하러 올 거라는 거다.손님 접대실로 간 염구준은 소파에 앉아있는 노파를 보았다. 외관으로 보아서는 적어도 70살은 되어보였다.'몸에 기운의 파동이 없는 걸 보면 일반인인 것 같은데.'"고씨 가문에서 온 사람인가?"이미 싸운 사이니 염구준은 딱히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닮았네. 정말 닮았어."노파는 염구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의 얼굴을 보며 넋을 잃었다. 그를 통해 다른 누군가를 그리는 것처럼.'정말로 처음 보는 얼굴인데.'염구준은 그녀가 왜 그러는지 궁금했다.한참 후, 노파가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바로 유란이의 아들이지?"'유란이?'그녀가 말한 유란이는 고유란을 가리켰다. 이렇게 다정하게 이름을 부른다는 건 고유란 쪽 집안 어른임을 뜻했다."누구세요?" 염구준은 말을 다시 높였다."내 이름은 강희주야. 네 어머니의 유모지. 당시에 함께 주인집에서 외갓집으로 왔단다."염구준은 그녀의 순수한 눈을 보며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음을 눈치 채고 더 조심스럽게 대했다. "여기 물 드세요.""하하. 그렇게 어려워 할 필요 없단다. 그냥 희주라고 부르렴."강희주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에는 신분의 차이가 있는 법이다. 비록 지금은 아무도 그녀를 아랫사람으로 여기지 않았지만, 그녀는 줄곧 자신의 신분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염구준은 그럴 생각이 없었기에 잠시 생각한 후 물었
"가을아, 방금 한 말 다 들었어?"어머니의 유골이 고씨 가문에 있다는 말을 듣고 생각이 복잡했던 탓에 염구준은 주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응, 내가 엿들었다고 탓하는 건 아니지?" 손가을은 고개를 숙이고 붉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사람마다 사생활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아무리 부부라도 엿듣는 것은 좋지 않았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바보야, 집안 일인데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겠어."이 말을 듣고 손가을은 기대에 부풀어 고개를 들었다."그럼 같이 고씨 가문에 가도 돼?""후.""그건 위험해."염구준은 길게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고씨 가문에는 강자가 많아 외갓집이라고 해도 만만치 않았기에 그조차도 무조건 안전하게 돌아올 거라는 자신이 없었다."괜찮아. 두렵지 않아."손가을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기세를 보아하니 마음을 이미 먹은 것 같았다.그녀가 이번에 가려는 이유는 아주 단순했는데, 하나는 뵙지 못한 시어머니에게 효도 하기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염진이 술로 자신을 마비시키는 걸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였다.염구준은 그녀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보며 잠시 곰곰히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알겠어. 같이 가자."그는 이미 속으로 어떻게 그녀를 보호해야 할지 전부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였다."이번만 내 멋대로 할게."손가을은 염구준의 품에 안겨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 와이프는 언제든지 마음 가는대로 해도 돼. 뒤에 항상 내가 있는 걸."염구준도 손을 뻗어 손가을을 끌어안았다.이 말을 들은 손가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눈 앞에 있는 이 남자는 자신이 언제든지 숨을 수 있는 대피소 같은 존재니까.아침에 일선천협곡에서 지프차 한 대가 멈추더니 곧 세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앞으로의 길은 차가 들어갈 수 없어 반드시 걸어가야 했기 때문이다.일선천협곡을 통과하기만 하면 고씨 가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이 세 사람은 바로 염구준과 손가을, 그리고 용필이었다. 다른
"원수를 갚아야 하긴 하지만 더러운 방법으로 할 생각은 없다."우두머리가 단호하게 말하고 뒤를 돌아보자 나머지 아홉 명은 찍소리도 하지 않고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염구준, 우리는 고씨 가문의 십검시다.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올라와 주기를 바란다."'계속 따라오더니 끝내 꼬리를 드러내는구나.'약하지 않은 기운의 파동을 느낀 염구준은 고개를 들어 위쪽을 바라보았다. "가을이 잘 지키고 있으세요. 금방 만나고 올게요."그는 옆에 있던 용필에게 당부하며 가방들을 내려놓은 뒤 그 안에서 칼집을 꺼내 등에 멨다."알겠어."용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합금으로 된 막대기 두 개를 꺼내고는 경계태세에 진입했다."조심해." 손가을이 관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응. 갔다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염구준은 말을 마친 후 두 발에 힘을 모아 'Z' 자를 그리며 양쪽의 절벽을 오가면서 위로 올라갔다.기술만 있다면 아무리 높은 절벽이라도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처음 왔는데도 절벽을 잘 타는군. 지형을 파악하는 능력이 좋아."이 모습을 본 우두머리는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은 위에 도착했고 제자리에 서 있는 열 명을 보며 물었다."무슨 일로 부른 거지?"대부분이 자신을 보는 눈빛이 좋지 않았기에 그도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고씨 가문과 그 사이에는 원한도 있으니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야 했기 때문도 있고."당연히 죽은 조카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지." 한 사람이 화를 내며 검을 빼들었다."을아, 검을 거두어라!"그러자 선두에 선 우두머리가 큰소리 쳤다. 그는 부하가 자신의 말을 듣지도 않고 단독 행동을 하는 게 불만스러웠다.'을?'이 호칭을 듣자마자 염구준은 매화검보 중의 한 검진을 떠올렸다."천간검진인가?"상대방의 신분을 추측해낸 그는 바로 물었다.천간검진은 열 명의 사람이 한 사람처럼 움직여야 하는 검진으로, 공격과 수비 능력을 모두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폭발해낼 수 있는 힘이 열 사람이 따로 낸 힘을
"공격하라!"갑의 명령에 맨 앞줄의 세 사람이 검을 들고 돌진했는데 검명까지 섞여있어 위력이 엄청났다.그러나 이 정도의 실력으로는 염구준한테 상처조차 입힐 수 없었다. 그는 두 손을 동그랗게 모아 보호막을 만든 뒤 앞에 기력을 불어넣어 벽을 만들어 상대방의 공격을 막았다."힘은 괜찮지만 아직 부족해."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제 막 시작인데 급해하기는."을은 씩하고 웃었다. 그는 천간검진에 대해 자신감이 컸다. '오늘 여기서 염구준은 반드시 죽을 거다.'이때 두 번째 줄의 세 사람이 갑자기 땅을 밟고 뛰어오르더니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염구준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세 사람이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염구준은 손을 들어 조금 전보다 더 큰 방패를 만들어 공격을 막았다. 여섯 명의 전신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러나 천간검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가 공격을 막아내자마자 곧바로 나머지 네명도 양측으로 갈라져 동시에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하하. 재주가 있으면 팔 두개를 더 만들어내든가." 을이 큰소리로 비웃었다."방심하지 말고 전력을 다해!"갑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방에 있던 여섯명이 전보다 더 강한 힘으로 다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그들은 염구준이 손이 모자라게 만들면 무조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누가 너보고 허세 부리라고 했어? 누가 너보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피하지 말라했냐고! 넌 죽어도 할 말 없어."을이 계속 비웃었다."흡!"염구준은 짧게 공기를 들이마신 후 체내에서부터 강대한 힘을 내보내 뭇사람들을 누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깔끔한 기운이라니.'갑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지만 계속 뒤로 밀려나 제자리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견뎌라. 나머지 애들이 공격에 성공하면 우리가 이기는 거다!"그의 격려하에 여섯 사람은 다시 힘을 내서 염구준을 막았다."좋은 계획이었지만 이미 늦었어."염구준은 말하면서 다시 강한 기운을 내보내 앞에 있는 여섯 명을 뒤로 물리친
여러 합을 겨룬 후 염구준의 주먹이 끝내 을의 얼굴에 닿았다. 정면으로 맞은 탓에 그의 코와 입에서는 피가 잔뜩 났고 이빨도 몇개 떨어졌다.순식간에 을은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다행히도 나머지 사람들이 동시에 염구준을 공격한 덕분에 을은 잠시 위기에서 벗어났으나 열 명이 힘을 합쳐도 염구준을 무찌를 수 없었기에 유효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고 염구준이 공격하는 것을 그저 두고볼 수밖에 없었다."물러서!"갑이 고함을 지르자 열 명이 빠르게 후퇴해 염구준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 곧바로 진형을 다시 바꿨다."십검합일!"그의 명령에 따라 나머지 아홉 명은 검을 거두고 한 줄로 서서 앞사람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댔다.엄청난 진기가 손을 통해 그들의 앞사람에게 전달 되었고 곧 모두 갑의 체내에 흘러 들어갔다.천간검진 덕분에 갑은 대량의 강한 힘을 견딜 수 있었으며 기운도 계속 모을 수 있었다.'이게 최후의 수단이겠네.'그러자 염구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구자검을 꺼내 칼끝이 전방의 열 명을 향하게 한 다음 검기를 모았다.하지만 검기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주변의 돌멩이들마저 금세 부스러기가 되어버렸다. 모두 매화검보에서 비롯된 검법과 검진이기에 누가 이길 지는 누구의 실력이 더 강한지에만 달려있었다.'됐다!'기운을 다 모은 갑은 공격을 개시했고 나머지 아홉 명도 그의 뒤를 따라 앞으로 나가서 부단히 진기를 전달했다.지금 이 열 명은 마치 한 사람처럼, 아니, 어쩌면 한 검처럼 염구준을 공격했다.놀라울 만큼의 검기 외에도 조금씩의 검의가 느껴졌다.갑은 십검시의 우두머리로서 검도에 대한 깨우침이 깊었다."매화검법, 쇄산!"염구준 역시 강한 술식으로 상대방을 공격했고 검명도 따라서 은은하게 울렸다. 그의 검의는 오연했다.공격을 할 때 상대방에게 유아독존의 느낌을 줄 정도로.쌍방의 거리가 끊임없이 가까워지면서 검끝이 곧 닿을 때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염구준은 힘을 3할 정도 거두었다. 상대방이 기세가 강하기는 했지만 힘에 대한 통
그러고는 곧바로 뒤로 돌면서 주먹을 날렸다. 비록 조금 더 늦게 공격을 하기는 했으나 그의 주먹 끝에 모인 기운은 일정한 거리 밖에서도 먼저 상대방에게 닿았다. "끄악!"염구준을 기습한 사람은 다름아닌 을이었다. 그는 가슴을 얻어맞고 난 후 연속으로 뒷걸음질 쳤다.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오른손 주먹을 펴서 검지와 중지를 내밀고 앞으로 돌진한 후 엄청난 검의를 담아 을의 이마를 내리찍어 버렸다."안 돼!"갑이 막으려는 찰나 을이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 모든 게 단지 한순간에 다 발생한 일이었다.'이게 염구준의 진짜 실력인가?'나머지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등이 흠뻑 젖을 때까지 식은땀을 흘렸다. 이렇게까지 강한 검의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왜, 이 자식을 위해 복수라도 하려고?" 을의 기습 때문에 염구준은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염구준은 처음에 고씨 가문에 가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실력을 숨기려고 했었다. '그런데 자꾸 내 심기를 건드리는 놈이 있는 걸 어쩌겠어.'“치사하게 뒤에서 기습한 건 을의 잘못이니 죽어도 마땅해."갑이 단호하게 말했다. 전투가 끝난 상태에서 굳이 사상자를 더 만들 필요가 없기도 했고 을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해서였다.갑의 대답에 만족한 염구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바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갑이 투덜거렸다."유란이의 아이가 벌써 이렇게 큰 것도 놀라운데 반보 천인까지 되었을 줄이야. 정말 대단하군."갑은 고인의 자식을 만난 탓에 수십 년 전 일이 떠올라 눈가가 촉촉해졌다.쿵!염구준은 먼지 한 톨 묻히지 않고 큰소리와 함께 출발했었던 곳에 도착했다. "구준 씨, 괜찮아?" 이에 손가을은 앞으로 걸어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방금 전의 전투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느꼈던 기운의 파동만 봐도 대전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괜찮아. 그냥 대충 겨루어 본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염구준은 웃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염구준은 자신을 에워싼 고씨 가문 사람들을 둘러보며 속으로 생각했다."당신을 적으로 돌리기 싫어 이미 일부 사업들까지 접었는데, 그럼에도 계속 싸우실 생각입니까?" 그 중의 한 반보 천인이 입을 열었다.그의 이름은 고영준으로, 고씨 가문의 부가주중 한 명이었다.'왜 들었던 것과 다른 거지?'염구준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강희주는 분명 고씨 가문의 가주가 자신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눈 앞의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중간에서 누군가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야, 벙어리야? 대답 빨리 안 해?" 또 다른 반보천인의 말투에도 짜증이 섞여있었다. 그의 이름은 고우혁이고 수호사의 보스로서 수호자를 맡고 있으며 밑의 수하들은 전부 앨리트들이었다. "고대영은? 잠깐 만나봐야겠어."염구준은 고우혁의 태도를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구체적인 상황을 알기 위해 고대영을 찾았다. 어떤 일들은 확실히 알지 못하면 다른 사람한테 쉽게 속을 수 있으니 말이다. "흥! 고대영? 고대영은 이미 네 손에 죽었잖아?" 고우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화를 냈다.얼마 전에 적지 않은 고씨 가문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그들은 그걸 전부 염구준의 탓으로 돌렸었다.'고대영이 실종된 것 같군.'염구준은 더 이상 이 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단지 어머니의 유골을 돌려받으려고 온 거야. 받자마자 갈 거고."고씨 가문은 좋은 곳이 아니기에 그는 별로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고씨 가문 사람의 유골은 반드시 조사에 두어야 합니다. 누구도 가져갈 수 없어요. 하물며 고유란은 가주였었는 걸요. 그러니 이만 돌아가세요."고영준은 상대방이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훨씬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 고씨 가문 내부에서 그는 평화주의자였기 때문에 더욱 더 불필요한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영준아, 그렇게 많이 설명해줄 필요 없다. 그냥 죽이면 되니까. 우리 가문의 적이 한 명이 줄어든 셈이니 더욱 좋은
몇번 싸우지도 않았지만 고우혁은 이미 열세에 처해있었다.모든 고씨 가문 사람들이 겁 먹을 정도로 위엄을 떨치기 위해 염구준이 모든 실력을 드러낸 것이다.'강하다. 가주님만이 저 녀석을 누를 수 있겠어..!'고우혁 또한 강력하지만 실력 차이가 나니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을 포위해. 함께 공격하자."고우혁은 합공하기 위해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염구준은 수십배에 달하는 적들 앞에서도 떨지 않고 다가오는 사람을 전부 죽일 기세로 3척이나 되는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자신의 와이프인 손가을이 바로 뒤에 있으니 조금이라도 봐주면 안 되었다."공격해!"이때, 누군가가 소리 지르자 나머지 사람들도 포위망을 점점 좁혀갔지만 아무도 먼저 나서서 공격하지는 않았다.방금 전의 전투를 그들도 이미 모두 보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그와 싸운다면 반보천인의 공격을 몇 합도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그들 중에는 전신경지에 오른 고수들도 적지 않았지만 공격을 해도 허무하게 죽을 것이 뻔하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눈치만 봤다. '저런 괴물을 내가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이냐?'"공격하라니까 대체 뭘 꾸물거리고 있어?"고우혁은 화를 내며 소리 쳤지만 그도 제자리에서 차마 움직이지 못했다.방금 전의 결투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멈춰. 다 흩어져라."이때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고영준이 입을 열었다. 방금 전의 결투를 통해서 그는 자신과 고우혁이 함께 싸워도 상대방을 이길 보장이 없다는 걸 알게됐다.실력이 강한 반보 천인이 예리한 검의를 가진 구자검까지 갖추었으니까. 같은 경지의 사람들도 염구준을 이기지는 못하리라."고영준, 너..."고우혁은 싸움을 이어가려고 하지 않는 고영준에게 너무 화가 나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가주가 없는 지금 고씨 가문 사람들은 부가주인 나의 말을 들어야 해."지금이야말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고영준은 고유혁의 체면 따위는 봐주지 않았다."휴."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볼라르 백작이 죽었는데 일행은 한가하게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그렇다면 한 편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다.“바트 대장, 그냥 배달시켜. 나가면 사람들 눈에 띄잖아.”누군가 일깨워주었다.“뭐가 무서워? 가장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하다는 말 못 들었어? 볼라르는 죗값을 치렀지만 죽을 때까지 자신을 조종하는 배후가 집에 있다는 것을 몰랐을 거야.”바트는 본인의 작전이 너무 완벽해서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그건 볼라르 저택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도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바로 그때, 어둠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애타게 찾아도 없다 했더니 쥐 새끼처럼 여기 숨어 있었구나. 너희들 모든 사실을 말하면 야식은 내가 사 줄게.”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염구준이었다.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무술인들의 앞에 나타나더니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이 사람들과 일면식도 없는데 왜 에드로를 죽이고 자기에게 뒤집어씌웠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불청객 등장에 일행은 어리둥절했다.한참 지나서야 대장인 바트가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질렀다.“저놈을 죽여! 우리 정체를 들키면 안 돼!”쿵!그런데 공격하기 전에 염구준의 주먹을 맞고 전부 쓰러졌다.“죽고 싶지 않으면 움직이지 마.”살기가 깃든 염구준의 말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일행은 일어날 엄두를 내지 못했다.방금 주먹이 너무 매서워서 감히 저항하지도 못했다.“선배님, 물어만 보십시오. 저희가 알고 있는 것은 전부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바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너희들 볼라르와 무슨 관계야? 에드로 친왕을 암살한 것도 너희들과 관련 있어? 잘 생각해 보고 대답해. 난 급하지 않으니까.”질문을 다한 염구준은 계단에 앉아 검으로 벽을 긁으며 이명소리를 냈다.일행은 그제야 자신을 노리고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네가 염구준이야?”“푸악!”누군가가 이름을 말하는 즉시 날카로운 검에 잘려 죽어버렸다.나머지 다섯 사람들은 다음 차례로 자신이 죽을까 봐 무서워서 뒷걸음
벨은 염구준의 앞에서 감히 수작을 부리지 못했다.아무리 많은 병사를 거느려도 상대방의 일격이면 자신을 충분히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볼라르 백작은 누구 사람이야?”염구준이 계속 추궁했다.“보수파 안드리 친왕의 사람이야. 근데 왕숙의 짓은 아닐 거야.”벨은 매우 확신하며 안드리를 용의자에서 배제했다.그렇게 되면 모든 단서는 또 무용지물이 된다.“왜 아니라고 생각해?”염구준은 아주 작은 의심이 가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휴, 염 선생은 몰라서 그래. 두 사람 관계가 조금 오묘해서 그럴 리가 없어.”벨은 한숨만 쉬고 그 관계에 숨은 비밀은 말하지 않았다.“그럼 이렇게 하자. 네 부하들을 철수시키면 날 속인 걸 따지지 않을게.”염구준은 더는 묻지 않고 명령식으로 말했다.그런데 벨은 염구준과 양청화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염 선생, 우리 오스크국에서 국왕이 죽으면 왕후는 재혼할 수 있어.”“꺼져!”염구준이 갑자기 꽥 소리지르는 바람에 벨은 머리가 울려서 그만 비틀거리고 말았다. 두 사람 관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괜히 똑똑한 척하고 있었다.“알았어. 당장 갈게. 앞으로 왕후가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맞서지 않을 거야.”벨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부하들과 함께 철수했다.염구준은 벨의 군사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어둠 속에서 조용히 사라졌다.이제부터 혼자 힘으로 조사할 생각이었다.방금 일을 통해 염구준과 벨은 더는 서로를 믿지 않게 되었다.반대로 양청화는 염구준의 말을 믿었지만 더는 엮이지 않으려고 했다.“왕후, 벨이 철수했습니다. 따라가서 죽일까요?”검정색 제복을 입은 시위장이 청을 올렸다.“관둬. 구… 염 선생이 나서서 해결했으니 오늘 저녁에 건드리지 않을 거야. 참, 염 선생은 어디 가셨어?”양청화는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마음이 복잡해서 더는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밖에 없는 걸 보니 떠난 것 같습니다.”시위장이 대답
그렇게 따져 보면 벨과 에드로 사이에 원한은 없는 것 같았다.“구준 오빠,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어?”간신히 진정한 양청화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워낙 여러 사건에 얽혀 있어서 의심할 만도 한데, 한마디로 자신을 믿어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지금 오스크국에 어떤 세력들이 있는지 말해봐.”염구준은 세력 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아채고 처음부터 다시 알아보려 했다.“나, 벨 왕자, 안드리 친왕이 있는데 여기서 내 세력이 제일 강해. 그리고 벨, 안드리는 들러리나 마찬가지야.”양청화는 혹시나 염구준에게 도움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숨기지 않고 모든 정보를 말했다.그녀는 평소 저택에 움츠러들고 있었지만 벨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고마워. 날도 어두워졌는데 일찍 쉬워. 밖에 군사들은 내가 처리할게.”염구준은 누구도 해치지 않고 돌아서 나왔다.‘나를 도와주는 거야?’양청화는 또 이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그보다 확실한 건 염구준은 자신을 여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그녀가 가장 바라지 않은 것이었다.한 켠에서 네카일은 질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염구준의 뒷모습을 노려봤다. 싸워도 이길 수 없으니 애써 분노만 삭였다.끼익!왕후 저택의 문이 다시 열렸다.밖에서 기다리던 군사들은 잔뜩 긴장하며 이쪽을 쳐다봤다.“철수해!”염구준이 철수하라는 말에 벨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미 군사를 동원했고 왕후가 코앞에 있는데 이렇게 계획을 망치기 싫었다.“안 돼. 오늘 반드시 저 여자를 죽여서 아버지 복수를 할 거야.”탁!그러자 염구준이 갑자기 앞에 나타나 그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제법인데? 메이슨과 둘이 짜고 내 앞에서 연기하니까 재미있어? 나를 이용해서 왕후를 죽이고 넌 국왕의 자리에 앉으려고 했어?”지금 얻은 정보로 벨이 정말 에드로를 죽였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자신을 끌어들인 것은 확실했다.양청화가 말한 세 세력들은 각자의 수단을 동원하여 상대방을 제거하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염구준이 갑작스럽게 공격하자 황실 호위대
그런데 모든 일이 수상하게 흘러서, 어쩔 수 없이 벨의 뒤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밖에 나왔더니 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그새를 참지 못하고 왕후 저택으로 간 모양이었다.벨의 권력으로 짧은 시간에 군사를 모으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하지만 그가 아무리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해도 국왕이 죽은 후에 양청화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녀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쌍방이 싸우게 된다면 누가 이길지 아직 장담하지 못한다.염구준이 왕후 저택에 도착했을 때, 벌써 벨의 부하들이 개미떼처럼 입구에 모여들었다.그들 앞에 시체들이 누워 있는 것을 보니 이미 격전을 벌인 것 같았다.염구준은 벨의 부하들 사이를 지나 왕후 저택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직접 만나서 대체 무슨 일인이 물어볼 생각이었다.“염 선생, 그 영상은 나도 봤어. 둘이 아는 사이라는 걸 잘 알겠지만 이 일에 끼어들지 마.”벨 왕자는 그에게 충고했다.“나를 모함하려는 놈들과 관련 있는 일이라 무조건 끼어들어야겠어. 당신은 나서지 않는 게 좋아.”염구준은 오히려 벨에게 경고하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양청화를 죽이고 아버지 복수를 하자!”하지만 벨의 입장에서 생각이 달랐다.혹시나 염구준이 양청화와 함께 도망치지 않을까 걱정되어 손을 번쩍 들어 명을 내렸다.오늘 대부대를 끌고 여기까지 온 이상, 반드시 왕후를 살해하고 대권을 빼앗을 작정이었다.쿵!그때 염구준이 검을 휘두르면서 바닥에 경계선을 그어버렸다.깜짝 놀란 군사들은 무서워서 감히 나서지 못했다.“만약 왕후가 범인이라면 당신한테 처리할 기회를 줄게. 심사숙고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염구준은 그의 속셈을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벨은 대규모적으로 귀족을 공격하여 당파 싸움으로 자신의 기반을 다지려고 했다.“알았어. 염 선생의 말을 따를게.”벨은 마른침을 삼키며 부하들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방금 염구준의 검에 맞았다면 저항도 못하고 현장은 피바다가 되었을 것이다.타닥타닥!염구준은 왕
“아직도 매를 벌어? 이간질을 하는 거야, 아니면 잠이 덜 깬 거야?”벨은 단번에 메이슨의 의도를 파악했다.그가 친왕의 전부 세력을 계승할 수 있었던 것은 머리가 비상한 덕분이었다.이런 수법은 그에게 있어 아주 저급하고 뻔하고 보잘것없었다.“콜록콜록!”명치를 맞은 메이슨은 기침을 심하게 하더니 결국 피를 토하면서 경련을 일으켰다.벨이 단번에 간파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반나절이나 고문을 참으면서 겨우 버텼는데 모두 헛수고가 되었다.“누가 사주했어? 네 입으로 말하면 목숨은 살려줄게.”염구준이 그에게 유혹적인 제안을 했다.지금 사건을 계속 파헤치려면 돌파구가 필요했다.“정말이야?”그 말에 메이슨은 정신이 번쩍 드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그래. 난 말을 번복하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 말고 말해.”염구준이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면서 약속했다.장기말을 죽이든 살리든 사건 파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배후를 캐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겼다.벨은 더는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메이슨을 심문하는 일을 염구준에게 맡겼다.“알았어. 말할게. 실은 에드로 친왕을 죽인 사람은 나야. 아무도 지시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를 풀어줘! 하하하.”메이슨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지 염구준을 엿먹이는 말만 했다.‘또 헛걸음을 했나?’유용한 단서를 찾지 못했지만 메이슨은 에드로 암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했다.촤아악!참다 못한 벨이 미간을 찌푸리며 일련의 공격을 퍼부었다.“메이슨, 좋게 말할 때 자백해. 대학에 다니는 당신 손녀가 지금 기숙사에 있지? 내가 얼마든지 찾으러 갈 수 있어.”예전에 벨은 이 늙은 집사를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런데 상대방이 주제를 모르고 날뛰니 악랄한 수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안 돼. 엘시아는 어릴 때부터 너와 함께 자랐어. 절대 해치면 안 돼!”평소 손녀를 가장 아끼던 메이슨은 그제야 조바심이 났다.“하,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해칠 수 있어? 당신은
“저 자식 데리고 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염구준은 꼴도 보기 싫어서 손을 내저었다.이쪽 일은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네카일이 수작을 부리기 전에 청해에 돌아가고 싶었다.양청화와 네카일이 떠난 뒤, 염구준은 볼라르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들고 듣고 있을 누군가에게 말했다.“당신이 누군지 몰라도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퍽!그는 상대방에게 경고하고 손에 힘을 주어 휴대폰을 단번에 아작냈다.일개 백작이 왕후를 공격하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게 틀림없다.휴대폰 너머로 영상으로 그 장면을 본 누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염병! 저 자식이 진짜 나섰어. 이런 빌어먹을 연놈들!”염구준의 실력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해서 정면으로 맞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시체를 분리해서 각자 집으로 보내. 저들이 나를 습격해서 내가 살해했다고 설명하면 돼.”염구준은 성 내의 군사들에게 지시했다.어차피 잡것들이 달려들어도 자신을 죽이지 못하니, 혼자 감당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그러면 밖에서 그가 아직도 오스크국의 고위층 2 명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염 선생님.”남은 군사들은 대부분 벨의 측근이라 이유를 묻지 않고 지시에 따라 처리했다.염구준은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가서 쉬려고 했다.그런데 다급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염 선생님, 범인을 심문하다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벨 왕자께서 그쪽으로 오시랍니다.”정말 쉴 틈을 주지 않고 사람을 굴려 먹는 그들 때문에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무슨 상황인지 가서 보죠.”그래도 속으로 유용한 단서가 나오길 바랬다.오스크 황실 감옥.이 감옥은 평소 귀족이나 황실의 죄인을 가두는 곳이라 항상 조용했었다.하지만 오늘따라 군사들이 북적거렸다.벨 왕자가 사건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친왕의 시종과 작위가 낮은 귀족들을 체포해, 감옥 내에 온갖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가 울렸다
“나의 친애하는 왕후여, 평소에 청렴하고 고상하던 분이 뒤에서 이런 남사스러운 짓을 하고 있었네요.”앞장선 남자의 이름은 볼라르, 작위가 낮은 백작이었다.오스크국에서 귀족들은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등 작위로 나뉘어 있었다.볼라르처럼 낮은 신분을 가진 귀족은 평소 왕후와 말을 건넬 자격도 없었다.“무례합니다. 본인의 신분을 알고 예를 갖추세요. 아니면 바로 벌을 내릴 것입니다.”양청화는 순식간에 기품이 흐르는 왕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염구준은 볼라르 뒤에 따라온 일행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들도 장기말일 뿐, 정작 배후는 나타나지 않았다.“왕후, 창녀처럼 천박하게 굴었으면서 나를 벌한다고요? 웃기지 마세요.”볼라르 백작은 오만하게 말하면서 한 켠으로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왕후를 완전히 보내려는 수작이었다.그와 함께 온 일행은 양청화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수근거리기 시작했다.“아는 사이었군요. 두 사람이 결탁하여 에드로 친왕을 죽인 게 확실합니다.”“애당초에 저도 그런 말을 했어요. 왕후는 우리 종족이 아니니 배척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왕이 아예 듣지 않았어요.”“이건 재앙입니다. 외적은 피하기 쉬워도 집안 도둑은 막기 어려운 법이죠.”볼라르가 데리고 온 사람들은 왕후 앞에서 대놓고 거침없이 말했다.오스크국에서는 양청화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종족’이라 불렀다.심지어 그녀가 왕후 자리에 오른 후에도 일부 보수파들은 계속 불만을 품고 항상 끌어내릴 기회를 노렸다.“여군단!”스스슥!양청화의 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그림자 무리가 그녀의 주변에 나타났다.만약 그녀에게 아무런 수단과 세력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볼라르 백작, 휴대폰을 남기고 가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양청화가 마지막 통보를 보냈다.“왜요, 바람피운 것이 들통나니 죽여서 소문을 막으려고요?”볼라르 백작은 그녀가 자신을 죽일 수 없다 단정하고 휴대폰을 흔들거리며 조롱했다.“이미 영상을 보냈습니다. 휴대폰을
염구준은 여러 갈래의 검기를 발사하여 네카일을 쓰러트렸지만 목숨을 거두지 않았다.“하하하, 쓸모없는 녀석. 이것도 막지 못해?”“내가 졌어. 그냥 죽여!”네카일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노을에 붉게 물든 하늘을 쳐다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어엿한 반보천인 고수가 이 정도로 슬퍼하다니 충격이 꽤 큰 모양이었다.하지만 왜 우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이제 말할 수 있어?”한참 뒤, 염구준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흥, 그녀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너였어. 그런데 넌 오히려 쌀쌀맞게 대하면서 상처를 주었지. 내가 대신 복수할 거야!”네카일은 그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그제야 자초지종을 알게 된 염구준은 쓴웃음을 지었다.“나와 양청화의 일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 그렇다고 네가 상관할 일도 아니지. 이만 돌아가.”상대방이 이런 일로 찾아왔다면 더는 난감하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네카일의 말을 들어 보면 양청화 때문에 오스크국에 남은 것 같았다.그에게 치정적인 면이 있었다니 참 의외였다.“염구준, 너 당장 이혼하고 그녀 곁으로 가. 아니면 내가 용하에 가서 네 아내를 죽여버릴 거야!”네카일은 바닥에 누워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그 말은 염구준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 자신을 협박하는 것은 괜찮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가족을 언급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황천길로 보내 줄게.”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검으로 네카일을 베려고 했다.그 순간, 한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두 팔을 벌여 네카일을 보호했다.“구준 오빠, 안 돼.”그 사람은 양청화였다.“청… 왕후, 이건 내 일이니 참견하지 마세요!”당황한 네카일은 창백한 얼굴로 다급하게 말렸다.그는 양청화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오스크국에 남았지만 지금도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양청화가 그를 받아주지 않는 이유는 부귀영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그 사람’때문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그리고 오늘에서야 그녀
염구준은 검을 뽑아들고 빠르게 나갔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네카일이 이 난동을 부리는 것인지 제대로 묻기 위해서였다. 한편, 고성 밖에서는 벨이 배치한 경비병들이 황급히 네카일을 막아서서 그를 말리고 있었다.“총사령관님, 제발 돌아가 주십시오! 염 선생님께서는 지금 벨 왕자님의 귀빈이십니다. 건드리면 큰 일 나요!”“두 분 사이 좋으셨잖아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총사령관님, 벨 왕자님께서 얼른 돌아가시랍니다.”그들 역시 자신이 상대방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벨의 충복으로서 명령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꺼져!”그러나 네카일은 그 누구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고 포효하며 진기만으로 그들을 밀어냈다.그의 손에 들린 것은, 오래전 염구준이 섬멸한 조직에서 남긴 신병으로, 겉으로 보면 오래된 평범한 도에 불과했는데,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쓰지 않는 것이었다.슈욱.이때, 염구준이 나와 네카일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그저 상대방을 진정시키기 위해 날린 것이라 이 검기에는 많은 힘이 담겨있지 않았다.쾅!네카일은 쌍도를 교차시켜 제자리에 우뚝 서서 그 검기를 막아냈다. 다만 그의 눈에는 분노가 어려있었다.“왜, 전의 조직의 복수라도 하려는 거야? 갑자기 미쳤어?”염구준은 상대방이 이러는 의도를 몰라 떠물었다.“그 녀석들은 악행을 많이 저질렀으니 죽어도 싸. 내가 오늘 이곳에 온 건 오스타국을 위해서가 아닌 개인적으로 너와 한 번 붙기 위해서다.”“어디 한 번 붙어볼래?”네카일은 현재 매우 분노한 상태라 그가 내뿜는 기운도 이상하리만치 광포했다. 도의 손잡이를 잡은 그의 두 팔의 핏줄은 이미 불거졌다.지금 그의 눈에 염구준은 부모님을 죽인 원수와도 같았다.“난 이유 모르는 싸움은 안 해. 그러니까 이유 좀 알려주지 그래?”염구준은 이 모든 게 너무 당황스러워 상대방이 이러는 이유를 알고자 질문했다.“싸움의 이유를 알고 싶다면, 나를 이겨라!”네카일은 말을 마치고는 한 도로 방어를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