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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4화

Author: 잔영
“아직도 매를 벌어? 이간질을 하는 거야, 아니면 잠이 덜 깬 거야?”

벨은 단번에 메이슨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가 친왕의 전부 세력을 계승할 수 있었던 것은 머리가 비상한 덕분이었다.

이런 수법은 그에게 있어 아주 저급하고 뻔하고 보잘것없었다.

“콜록콜록!”

명치를 맞은 메이슨은 기침을 심하게 하더니 결국 피를 토하면서 경련을 일으켰다.

벨이 단번에 간파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반나절이나 고문을 참으면서 겨우 버텼는데 모두 헛수고가 되었다.

“누가 사주했어? 네 입으로 말하면 목숨은 살려줄게.”

염구준이 그에게 유혹적인 제안을 했다.

지금 사건을 계속 파헤치려면 돌파구가 필요했다.

“정말이야?”

그 말에 메이슨은 정신이 번쩍 드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래. 난 말을 번복하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 말고 말해.”

염구준이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면서 약속했다.

장기말을 죽이든 살리든 사건 파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배후를 캐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겼다.

벨은 더는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메이슨을 심문하는 일을 염구준에게 맡겼다.

“알았어. 말할게. 실은 에드로 친왕을 죽인 사람은 나야. 아무도 지시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를 풀어줘! 하하하.”

메이슨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지 염구준을 엿먹이는 말만 했다.

‘또 헛걸음을 했나?’

유용한 단서를 찾지 못했지만 메이슨은 에드로 암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했다.

촤아악!

참다 못한 벨이 미간을 찌푸리며 일련의 공격을 퍼부었다.

“메이슨, 좋게 말할 때 자백해. 대학에 다니는 당신 손녀가 지금 기숙사에 있지? 내가 얼마든지 찾으러 갈 수 있어.”

예전에 벨은 이 늙은 집사를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런데 상대방이 주제를 모르고 날뛰니 악랄한 수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 돼. 엘시아는 어릴 때부터 너와 함께 자랐어. 절대 해치면 안 돼!”

평소 손녀를 가장 아끼던 메이슨은 그제야 조바심이 났다.

“하,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해칠 수 있어?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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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은 염구준의 앞에서 감히 수작을 부리지 못했다.아무리 많은 병사를 거느려도 상대방의 일격이면 자신을 충분히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볼라르 백작은 누구 사람이야?”염구준이 계속 추궁했다.“보수파 안드리 친왕의 사람이야. 근데 왕숙의 짓은 아닐 거야.”벨은 매우 확신하며 안드리를 용의자에서 배제했다.그렇게 되면 모든 단서는 또 무용지물이 된다.“왜 아니라고 생각해?”염구준은 아주 작은 의심이 가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휴, 염 선생은 몰라서 그래. 두 사람 관계가 조금 오묘해서 그럴 리가 없어.”벨은 한숨만 쉬고 그 관계에 숨은 비밀은 말하지 않았다.“그럼 이렇게 하자. 네 부하들을 철수시키면 날 속인 걸 따지지 않을게.”염구준은 더는 묻지 않고 명령식으로 말했다.그런데 벨은 염구준과 양청화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염 선생, 우리 오스크국에서 국왕이 죽으면 왕후는 재혼할 수 있어.”“꺼져!”염구준이 갑자기 꽥 소리지르는 바람에 벨은 머리가 울려서 그만 비틀거리고 말았다. 두 사람 관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괜히 똑똑한 척하고 있었다.“알았어. 당장 갈게. 앞으로 왕후가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맞서지 않을 거야.”벨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부하들과 함께 철수했다.염구준은 벨의 군사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어둠 속에서 조용히 사라졌다.이제부터 혼자 힘으로 조사할 생각이었다.방금 일을 통해 염구준과 벨은 더는 서로를 믿지 않게 되었다.반대로 양청화는 염구준의 말을 믿었지만 더는 엮이지 않으려고 했다.“왕후, 벨이 철수했습니다. 따라가서 죽일까요?”검정색 제복을 입은 시위장이 청을 올렸다.“관둬. 구… 염 선생이 나서서 해결했으니 오늘 저녁에 건드리지 않을 거야. 참, 염 선생은 어디 가셨어?”양청화는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마음이 복잡해서 더는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밖에 없는 걸 보니 떠난 것 같습니다.”시위장이 대답

  • 군신의 귀환   제2266화

    그렇게 따져 보면 벨과 에드로 사이에 원한은 없는 것 같았다.“구준 오빠,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어?”간신히 진정한 양청화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워낙 여러 사건에 얽혀 있어서 의심할 만도 한데, 한마디로 자신을 믿어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지금 오스크국에 어떤 세력들이 있는지 말해봐.”염구준은 세력 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아채고 처음부터 다시 알아보려 했다.“나, 벨 왕자, 안드리 친왕이 있는데 여기서 내 세력이 제일 강해. 그리고 벨, 안드리는 들러리나 마찬가지야.”양청화는 혹시나 염구준에게 도움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숨기지 않고 모든 정보를 말했다.그녀는 평소 저택에 움츠러들고 있었지만 벨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고마워. 날도 어두워졌는데 일찍 쉬워. 밖에 군사들은 내가 처리할게.”염구준은 누구도 해치지 않고 돌아서 나왔다.‘나를 도와주는 거야?’양청화는 또 이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그보다 확실한 건 염구준은 자신을 여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그녀가 가장 바라지 않은 것이었다.한 켠에서 네카일은 질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염구준의 뒷모습을 노려봤다. 싸워도 이길 수 없으니 애써 분노만 삭였다.끼익!왕후 저택의 문이 다시 열렸다.밖에서 기다리던 군사들은 잔뜩 긴장하며 이쪽을 쳐다봤다.“철수해!”염구준이 철수하라는 말에 벨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미 군사를 동원했고 왕후가 코앞에 있는데 이렇게 계획을 망치기 싫었다.“안 돼. 오늘 반드시 저 여자를 죽여서 아버지 복수를 할 거야.”탁!그러자 염구준이 갑자기 앞에 나타나 그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제법인데? 메이슨과 둘이 짜고 내 앞에서 연기하니까 재미있어? 나를 이용해서 왕후를 죽이고 넌 국왕의 자리에 앉으려고 했어?”지금 얻은 정보로 벨이 정말 에드로를 죽였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자신을 끌어들인 것은 확실했다.양청화가 말한 세 세력들은 각자의 수단을 동원하여 상대방을 제거하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염구준이 갑작스럽게 공격하자 황실 호위대

  • 군신의 귀환   제2265화

    그런데 모든 일이 수상하게 흘러서, 어쩔 수 없이 벨의 뒤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밖에 나왔더니 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그새를 참지 못하고 왕후 저택으로 간 모양이었다.벨의 권력으로 짧은 시간에 군사를 모으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하지만 그가 아무리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해도 국왕이 죽은 후에 양청화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녀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쌍방이 싸우게 된다면 누가 이길지 아직 장담하지 못한다.염구준이 왕후 저택에 도착했을 때, 벌써 벨의 부하들이 개미떼처럼 입구에 모여들었다.그들 앞에 시체들이 누워 있는 것을 보니 이미 격전을 벌인 것 같았다.염구준은 벨의 부하들 사이를 지나 왕후 저택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직접 만나서 대체 무슨 일인이 물어볼 생각이었다.“염 선생, 그 영상은 나도 봤어. 둘이 아는 사이라는 걸 잘 알겠지만 이 일에 끼어들지 마.”벨 왕자는 그에게 충고했다.“나를 모함하려는 놈들과 관련 있는 일이라 무조건 끼어들어야겠어. 당신은 나서지 않는 게 좋아.”염구준은 오히려 벨에게 경고하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양청화를 죽이고 아버지 복수를 하자!”하지만 벨의 입장에서 생각이 달랐다.혹시나 염구준이 양청화와 함께 도망치지 않을까 걱정되어 손을 번쩍 들어 명을 내렸다.오늘 대부대를 끌고 여기까지 온 이상, 반드시 왕후를 살해하고 대권을 빼앗을 작정이었다.쿵!그때 염구준이 검을 휘두르면서 바닥에 경계선을 그어버렸다.깜짝 놀란 군사들은 무서워서 감히 나서지 못했다.“만약 왕후가 범인이라면 당신한테 처리할 기회를 줄게. 심사숙고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염구준은 그의 속셈을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벨은 대규모적으로 귀족을 공격하여 당파 싸움으로 자신의 기반을 다지려고 했다.“알았어. 염 선생의 말을 따를게.”벨은 마른침을 삼키며 부하들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방금 염구준의 검에 맞았다면 저항도 못하고 현장은 피바다가 되었을 것이다.타닥타닥!염구준은 왕

  • 군신의 귀환   제2264화

    “아직도 매를 벌어? 이간질을 하는 거야, 아니면 잠이 덜 깬 거야?”벨은 단번에 메이슨의 의도를 파악했다.그가 친왕의 전부 세력을 계승할 수 있었던 것은 머리가 비상한 덕분이었다.이런 수법은 그에게 있어 아주 저급하고 뻔하고 보잘것없었다.“콜록콜록!”명치를 맞은 메이슨은 기침을 심하게 하더니 결국 피를 토하면서 경련을 일으켰다.벨이 단번에 간파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반나절이나 고문을 참으면서 겨우 버텼는데 모두 헛수고가 되었다.“누가 사주했어? 네 입으로 말하면 목숨은 살려줄게.”염구준이 그에게 유혹적인 제안을 했다.지금 사건을 계속 파헤치려면 돌파구가 필요했다.“정말이야?”그 말에 메이슨은 정신이 번쩍 드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그래. 난 말을 번복하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 말고 말해.”염구준이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면서 약속했다.장기말을 죽이든 살리든 사건 파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배후를 캐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겼다.벨은 더는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메이슨을 심문하는 일을 염구준에게 맡겼다.“알았어. 말할게. 실은 에드로 친왕을 죽인 사람은 나야. 아무도 지시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를 풀어줘! 하하하.”메이슨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지 염구준을 엿먹이는 말만 했다.‘또 헛걸음을 했나?’유용한 단서를 찾지 못했지만 메이슨은 에드로 암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했다.촤아악!참다 못한 벨이 미간을 찌푸리며 일련의 공격을 퍼부었다.“메이슨, 좋게 말할 때 자백해. 대학에 다니는 당신 손녀가 지금 기숙사에 있지? 내가 얼마든지 찾으러 갈 수 있어.”예전에 벨은 이 늙은 집사를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런데 상대방이 주제를 모르고 날뛰니 악랄한 수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안 돼. 엘시아는 어릴 때부터 너와 함께 자랐어. 절대 해치면 안 돼!”평소 손녀를 가장 아끼던 메이슨은 그제야 조바심이 났다.“하,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해칠 수 있어? 당신은

  • 군신의 귀환   제2263화

    “저 자식 데리고 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염구준은 꼴도 보기 싫어서 손을 내저었다.이쪽 일은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네카일이 수작을 부리기 전에 청해에 돌아가고 싶었다.양청화와 네카일이 떠난 뒤, 염구준은 볼라르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들고 듣고 있을 누군가에게 말했다.“당신이 누군지 몰라도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퍽!그는 상대방에게 경고하고 손에 힘을 주어 휴대폰을 단번에 아작냈다.일개 백작이 왕후를 공격하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게 틀림없다.휴대폰 너머로 영상으로 그 장면을 본 누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염병! 저 자식이 진짜 나섰어. 이런 빌어먹을 연놈들!”염구준의 실력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해서 정면으로 맞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시체를 분리해서 각자 집으로 보내. 저들이 나를 습격해서 내가 살해했다고 설명하면 돼.”염구준은 성 내의 군사들에게 지시했다.어차피 잡것들이 달려들어도 자신을 죽이지 못하니, 혼자 감당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그러면 밖에서 그가 아직도 오스크국의 고위층 2 명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염 선생님.”남은 군사들은 대부분 벨의 측근이라 이유를 묻지 않고 지시에 따라 처리했다.염구준은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가서 쉬려고 했다.그런데 다급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염 선생님, 범인을 심문하다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벨 왕자께서 그쪽으로 오시랍니다.”정말 쉴 틈을 주지 않고 사람을 굴려 먹는 그들 때문에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무슨 상황인지 가서 보죠.”그래도 속으로 유용한 단서가 나오길 바랬다.오스크 황실 감옥.이 감옥은 평소 귀족이나 황실의 죄인을 가두는 곳이라 항상 조용했었다.하지만 오늘따라 군사들이 북적거렸다.벨 왕자가 사건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친왕의 시종과 작위가 낮은 귀족들을 체포해, 감옥 내에 온갖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가 울렸다

  • 군신의 귀환   제2262화

    “나의 친애하는 왕후여, 평소에 청렴하고 고상하던 분이 뒤에서 이런 남사스러운 짓을 하고 있었네요.”앞장선 남자의 이름은 볼라르, 작위가 낮은 백작이었다.오스크국에서 귀족들은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등 작위로 나뉘어 있었다.볼라르처럼 낮은 신분을 가진 귀족은 평소 왕후와 말을 건넬 자격도 없었다.“무례합니다. 본인의 신분을 알고 예를 갖추세요. 아니면 바로 벌을 내릴 것입니다.”양청화는 순식간에 기품이 흐르는 왕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염구준은 볼라르 뒤에 따라온 일행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들도 장기말일 뿐, 정작 배후는 나타나지 않았다.“왕후, 창녀처럼 천박하게 굴었으면서 나를 벌한다고요? 웃기지 마세요.”볼라르 백작은 오만하게 말하면서 한 켠으로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왕후를 완전히 보내려는 수작이었다.그와 함께 온 일행은 양청화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수근거리기 시작했다.“아는 사이었군요. 두 사람이 결탁하여 에드로 친왕을 죽인 게 확실합니다.”“애당초에 저도 그런 말을 했어요. 왕후는 우리 종족이 아니니 배척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왕이 아예 듣지 않았어요.”“이건 재앙입니다. 외적은 피하기 쉬워도 집안 도둑은 막기 어려운 법이죠.”볼라르가 데리고 온 사람들은 왕후 앞에서 대놓고 거침없이 말했다.오스크국에서는 양청화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종족’이라 불렀다.심지어 그녀가 왕후 자리에 오른 후에도 일부 보수파들은 계속 불만을 품고 항상 끌어내릴 기회를 노렸다.“여군단!”스스슥!양청화의 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그림자 무리가 그녀의 주변에 나타났다.만약 그녀에게 아무런 수단과 세력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볼라르 백작, 휴대폰을 남기고 가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양청화가 마지막 통보를 보냈다.“왜요, 바람피운 것이 들통나니 죽여서 소문을 막으려고요?”볼라르 백작은 그녀가 자신을 죽일 수 없다 단정하고 휴대폰을 흔들거리며 조롱했다.“이미 영상을 보냈습니다. 휴대폰을

  • 군신의 귀환   제2261화

    염구준은 여러 갈래의 검기를 발사하여 네카일을 쓰러트렸지만 목숨을 거두지 않았다.“하하하, 쓸모없는 녀석. 이것도 막지 못해?”“내가 졌어. 그냥 죽여!”네카일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노을에 붉게 물든 하늘을 쳐다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어엿한 반보천인 고수가 이 정도로 슬퍼하다니 충격이 꽤 큰 모양이었다.하지만 왜 우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이제 말할 수 있어?”한참 뒤, 염구준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흥, 그녀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너였어. 그런데 넌 오히려 쌀쌀맞게 대하면서 상처를 주었지. 내가 대신 복수할 거야!”네카일은 그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그제야 자초지종을 알게 된 염구준은 쓴웃음을 지었다.“나와 양청화의 일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 그렇다고 네가 상관할 일도 아니지. 이만 돌아가.”상대방이 이런 일로 찾아왔다면 더는 난감하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네카일의 말을 들어 보면 양청화 때문에 오스크국에 남은 것 같았다.그에게 치정적인 면이 있었다니 참 의외였다.“염구준, 너 당장 이혼하고 그녀 곁으로 가. 아니면 내가 용하에 가서 네 아내를 죽여버릴 거야!”네카일은 바닥에 누워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그 말은 염구준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 자신을 협박하는 것은 괜찮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가족을 언급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황천길로 보내 줄게.”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검으로 네카일을 베려고 했다.그 순간, 한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두 팔을 벌여 네카일을 보호했다.“구준 오빠, 안 돼.”그 사람은 양청화였다.“청… 왕후, 이건 내 일이니 참견하지 마세요!”당황한 네카일은 창백한 얼굴로 다급하게 말렸다.그는 양청화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오스크국에 남았지만 지금도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양청화가 그를 받아주지 않는 이유는 부귀영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그 사람’때문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그리고 오늘에서야 그녀

  • 군신의 귀환   제2260화

    염구준은 검을 뽑아들고 빠르게 나갔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네카일이 이 난동을 부리는 것인지 제대로 묻기 위해서였다. 한편, 고성 밖에서는 벨이 배치한 경비병들이 황급히 네카일을 막아서서 그를 말리고 있었다.“총사령관님, 제발 돌아가 주십시오! 염 선생님께서는 지금 벨 왕자님의 귀빈이십니다. 건드리면 큰 일 나요!”“두 분 사이 좋으셨잖아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총사령관님, 벨 왕자님께서 얼른 돌아가시랍니다.”그들 역시 자신이 상대방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벨의 충복으로서 명령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꺼져!”그러나 네카일은 그 누구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고 포효하며 진기만으로 그들을 밀어냈다.그의 손에 들린 것은, 오래전 염구준이 섬멸한 조직에서 남긴 신병으로, 겉으로 보면 오래된 평범한 도에 불과했는데,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쓰지 않는 것이었다.슈욱.이때, 염구준이 나와 네카일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그저 상대방을 진정시키기 위해 날린 것이라 이 검기에는 많은 힘이 담겨있지 않았다.쾅!네카일은 쌍도를 교차시켜 제자리에 우뚝 서서 그 검기를 막아냈다. 다만 그의 눈에는 분노가 어려있었다.“왜, 전의 조직의 복수라도 하려는 거야? 갑자기 미쳤어?”염구준은 상대방이 이러는 의도를 몰라 떠물었다.“그 녀석들은 악행을 많이 저질렀으니 죽어도 싸. 내가 오늘 이곳에 온 건 오스타국을 위해서가 아닌 개인적으로 너와 한 번 붙기 위해서다.”“어디 한 번 붙어볼래?”네카일은 현재 매우 분노한 상태라 그가 내뿜는 기운도 이상하리만치 광포했다. 도의 손잡이를 잡은 그의 두 팔의 핏줄은 이미 불거졌다.지금 그의 눈에 염구준은 부모님을 죽인 원수와도 같았다.“난 이유 모르는 싸움은 안 해. 그러니까 이유 좀 알려주지 그래?”염구준은 이 모든 게 너무 당황스러워 상대방이 이러는 이유를 알고자 질문했다.“싸움의 이유를 알고 싶다면, 나를 이겨라!”네카일은 말을 마치고는 한 도로 방어를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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