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갚아야 하긴 하지만 더러운 방법으로 할 생각은 없다."우두머리가 단호하게 말하고 뒤를 돌아보자 나머지 아홉 명은 찍소리도 하지 않고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염구준, 우리는 고씨 가문의 십검시다.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올라와 주기를 바란다."'계속 따라오더니 끝내 꼬리를 드러내는구나.'약하지 않은 기운의 파동을 느낀 염구준은 고개를 들어 위쪽을 바라보았다. "가을이 잘 지키고 있으세요. 금방 만나고 올게요."그는 옆에 있던 용필에게 당부하며 가방들을 내려놓은 뒤 그 안에서 칼집을 꺼내 등에 멨다."알겠어."용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합금으로 된 막대기 두 개를 꺼내고는 경계태세에 진입했다."조심해." 손가을이 관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응. 갔다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염구준은 말을 마친 후 두 발에 힘을 모아 'Z' 자를 그리며 양쪽의 절벽을 오가면서 위로 올라갔다.기술만 있다면 아무리 높은 절벽이라도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처음 왔는데도 절벽을 잘 타는군. 지형을 파악하는 능력이 좋아."이 모습을 본 우두머리는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은 위에 도착했고 제자리에 서 있는 열 명을 보며 물었다."무슨 일로 부른 거지?"대부분이 자신을 보는 눈빛이 좋지 않았기에 그도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고씨 가문과 그 사이에는 원한도 있으니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야 했기 때문도 있고."당연히 죽은 조카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지." 한 사람이 화를 내며 검을 빼들었다."을아, 검을 거두어라!"그러자 선두에 선 우두머리가 큰소리 쳤다. 그는 부하가 자신의 말을 듣지도 않고 단독 행동을 하는 게 불만스러웠다.'을?'이 호칭을 듣자마자 염구준은 매화검보 중의 한 검진을 떠올렸다."천간검진인가?"상대방의 신분을 추측해낸 그는 바로 물었다.천간검진은 열 명의 사람이 한 사람처럼 움직여야 하는 검진으로, 공격과 수비 능력을 모두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폭발해낼 수 있는 힘이 열 사람이 따로 낸 힘을
"공격하라!"갑의 명령에 맨 앞줄의 세 사람이 검을 들고 돌진했는데 검명까지 섞여있어 위력이 엄청났다.그러나 이 정도의 실력으로는 염구준한테 상처조차 입힐 수 없었다. 그는 두 손을 동그랗게 모아 보호막을 만든 뒤 앞에 기력을 불어넣어 벽을 만들어 상대방의 공격을 막았다."힘은 괜찮지만 아직 부족해."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제 막 시작인데 급해하기는."을은 씩하고 웃었다. 그는 천간검진에 대해 자신감이 컸다. '오늘 여기서 염구준은 반드시 죽을 거다.'이때 두 번째 줄의 세 사람이 갑자기 땅을 밟고 뛰어오르더니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염구준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세 사람이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염구준은 손을 들어 조금 전보다 더 큰 방패를 만들어 공격을 막았다. 여섯 명의 전신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러나 천간검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가 공격을 막아내자마자 곧바로 나머지 네명도 양측으로 갈라져 동시에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하하. 재주가 있으면 팔 두개를 더 만들어내든가." 을이 큰소리로 비웃었다."방심하지 말고 전력을 다해!"갑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방에 있던 여섯명이 전보다 더 강한 힘으로 다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그들은 염구준이 손이 모자라게 만들면 무조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누가 너보고 허세 부리라고 했어? 누가 너보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피하지 말라했냐고! 넌 죽어도 할 말 없어."을이 계속 비웃었다."흡!"염구준은 짧게 공기를 들이마신 후 체내에서부터 강대한 힘을 내보내 뭇사람들을 누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깔끔한 기운이라니.'갑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지만 계속 뒤로 밀려나 제자리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견뎌라. 나머지 애들이 공격에 성공하면 우리가 이기는 거다!"그의 격려하에 여섯 사람은 다시 힘을 내서 염구준을 막았다."좋은 계획이었지만 이미 늦었어."염구준은 말하면서 다시 강한 기운을 내보내 앞에 있는 여섯 명을 뒤로 물리친
여러 합을 겨룬 후 염구준의 주먹이 끝내 을의 얼굴에 닿았다. 정면으로 맞은 탓에 그의 코와 입에서는 피가 잔뜩 났고 이빨도 몇개 떨어졌다.순식간에 을은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다행히도 나머지 사람들이 동시에 염구준을 공격한 덕분에 을은 잠시 위기에서 벗어났으나 열 명이 힘을 합쳐도 염구준을 무찌를 수 없었기에 유효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고 염구준이 공격하는 것을 그저 두고볼 수밖에 없었다."물러서!"갑이 고함을 지르자 열 명이 빠르게 후퇴해 염구준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 곧바로 진형을 다시 바꿨다."십검합일!"그의 명령에 따라 나머지 아홉 명은 검을 거두고 한 줄로 서서 앞사람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댔다.엄청난 진기가 손을 통해 그들의 앞사람에게 전달 되었고 곧 모두 갑의 체내에 흘러 들어갔다.천간검진 덕분에 갑은 대량의 강한 힘을 견딜 수 있었으며 기운도 계속 모을 수 있었다.'이게 최후의 수단이겠네.'그러자 염구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구자검을 꺼내 칼끝이 전방의 열 명을 향하게 한 다음 검기를 모았다.하지만 검기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주변의 돌멩이들마저 금세 부스러기가 되어버렸다. 모두 매화검보에서 비롯된 검법과 검진이기에 누가 이길 지는 누구의 실력이 더 강한지에만 달려있었다.'됐다!'기운을 다 모은 갑은 공격을 개시했고 나머지 아홉 명도 그의 뒤를 따라 앞으로 나가서 부단히 진기를 전달했다.지금 이 열 명은 마치 한 사람처럼, 아니, 어쩌면 한 검처럼 염구준을 공격했다.놀라울 만큼의 검기 외에도 조금씩의 검의가 느껴졌다.갑은 십검시의 우두머리로서 검도에 대한 깨우침이 깊었다."매화검법, 쇄산!"염구준 역시 강한 술식으로 상대방을 공격했고 검명도 따라서 은은하게 울렸다. 그의 검의는 오연했다.공격을 할 때 상대방에게 유아독존의 느낌을 줄 정도로.쌍방의 거리가 끊임없이 가까워지면서 검끝이 곧 닿을 때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염구준은 힘을 3할 정도 거두었다. 상대방이 기세가 강하기는 했지만 힘에 대한 통
그러고는 곧바로 뒤로 돌면서 주먹을 날렸다. 비록 조금 더 늦게 공격을 하기는 했으나 그의 주먹 끝에 모인 기운은 일정한 거리 밖에서도 먼저 상대방에게 닿았다. "끄악!"염구준을 기습한 사람은 다름아닌 을이었다. 그는 가슴을 얻어맞고 난 후 연속으로 뒷걸음질 쳤다.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오른손 주먹을 펴서 검지와 중지를 내밀고 앞으로 돌진한 후 엄청난 검의를 담아 을의 이마를 내리찍어 버렸다."안 돼!"갑이 막으려는 찰나 을이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 모든 게 단지 한순간에 다 발생한 일이었다.'이게 염구준의 진짜 실력인가?'나머지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등이 흠뻑 젖을 때까지 식은땀을 흘렸다. 이렇게까지 강한 검의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왜, 이 자식을 위해 복수라도 하려고?" 을의 기습 때문에 염구준은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염구준은 처음에 고씨 가문에 가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실력을 숨기려고 했었다. '그런데 자꾸 내 심기를 건드리는 놈이 있는 걸 어쩌겠어.'“치사하게 뒤에서 기습한 건 을의 잘못이니 죽어도 마땅해."갑이 단호하게 말했다. 전투가 끝난 상태에서 굳이 사상자를 더 만들 필요가 없기도 했고 을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해서였다.갑의 대답에 만족한 염구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바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갑이 투덜거렸다."유란이의 아이가 벌써 이렇게 큰 것도 놀라운데 반보 천인까지 되었을 줄이야. 정말 대단하군."갑은 고인의 자식을 만난 탓에 수십 년 전 일이 떠올라 눈가가 촉촉해졌다.쿵!염구준은 먼지 한 톨 묻히지 않고 큰소리와 함께 출발했었던 곳에 도착했다. "구준 씨, 괜찮아?" 이에 손가을은 앞으로 걸어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방금 전의 전투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느꼈던 기운의 파동만 봐도 대전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괜찮아. 그냥 대충 겨루어 본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염구준은 웃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염구준은 자신을 에워싼 고씨 가문 사람들을 둘러보며 속으로 생각했다."당신을 적으로 돌리기 싫어 이미 일부 사업들까지 접었는데, 그럼에도 계속 싸우실 생각입니까?" 그 중의 한 반보 천인이 입을 열었다.그의 이름은 고영준으로, 고씨 가문의 부가주중 한 명이었다.'왜 들었던 것과 다른 거지?'염구준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강희주는 분명 고씨 가문의 가주가 자신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눈 앞의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중간에서 누군가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야, 벙어리야? 대답 빨리 안 해?" 또 다른 반보천인의 말투에도 짜증이 섞여있었다. 그의 이름은 고우혁이고 수호사의 보스로서 수호자를 맡고 있으며 밑의 수하들은 전부 앨리트들이었다. "고대영은? 잠깐 만나봐야겠어."염구준은 고우혁의 태도를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구체적인 상황을 알기 위해 고대영을 찾았다. 어떤 일들은 확실히 알지 못하면 다른 사람한테 쉽게 속을 수 있으니 말이다. "흥! 고대영? 고대영은 이미 네 손에 죽었잖아?" 고우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화를 냈다.얼마 전에 적지 않은 고씨 가문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그들은 그걸 전부 염구준의 탓으로 돌렸었다.'고대영이 실종된 것 같군.'염구준은 더 이상 이 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단지 어머니의 유골을 돌려받으려고 온 거야. 받자마자 갈 거고."고씨 가문은 좋은 곳이 아니기에 그는 별로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고씨 가문 사람의 유골은 반드시 조사에 두어야 합니다. 누구도 가져갈 수 없어요. 하물며 고유란은 가주였었는 걸요. 그러니 이만 돌아가세요."고영준은 상대방이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훨씬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 고씨 가문 내부에서 그는 평화주의자였기 때문에 더욱 더 불필요한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영준아, 그렇게 많이 설명해줄 필요 없다. 그냥 죽이면 되니까. 우리 가문의 적이 한 명이 줄어든 셈이니 더욱 좋은
몇번 싸우지도 않았지만 고우혁은 이미 열세에 처해있었다.모든 고씨 가문 사람들이 겁 먹을 정도로 위엄을 떨치기 위해 염구준이 모든 실력을 드러낸 것이다.'강하다. 가주님만이 저 녀석을 누를 수 있겠어..!'고우혁 또한 강력하지만 실력 차이가 나니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을 포위해. 함께 공격하자."고우혁은 합공하기 위해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염구준은 수십배에 달하는 적들 앞에서도 떨지 않고 다가오는 사람을 전부 죽일 기세로 3척이나 되는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자신의 와이프인 손가을이 바로 뒤에 있으니 조금이라도 봐주면 안 되었다."공격해!"이때, 누군가가 소리 지르자 나머지 사람들도 포위망을 점점 좁혀갔지만 아무도 먼저 나서서 공격하지는 않았다.방금 전의 전투를 그들도 이미 모두 보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그와 싸운다면 반보천인의 공격을 몇 합도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그들 중에는 전신경지에 오른 고수들도 적지 않았지만 공격을 해도 허무하게 죽을 것이 뻔하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눈치만 봤다. '저런 괴물을 내가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이냐?'"공격하라니까 대체 뭘 꾸물거리고 있어?"고우혁은 화를 내며 소리 쳤지만 그도 제자리에서 차마 움직이지 못했다.방금 전의 결투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멈춰. 다 흩어져라."이때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고영준이 입을 열었다. 방금 전의 결투를 통해서 그는 자신과 고우혁이 함께 싸워도 상대방을 이길 보장이 없다는 걸 알게됐다.실력이 강한 반보 천인이 예리한 검의를 가진 구자검까지 갖추었으니까. 같은 경지의 사람들도 염구준을 이기지는 못하리라."고영준, 너..."고우혁은 싸움을 이어가려고 하지 않는 고영준에게 너무 화가 나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가주가 없는 지금 고씨 가문 사람들은 부가주인 나의 말을 들어야 해."지금이야말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고영준은 고유혁의 체면 따위는 봐주지 않았다."휴."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그래?"이 말을 들은 고중천은 순간 흥미가 생겨 계속 물었다."그럼 나와 비교하면 누가 강한 것 같으냐?"'이런.'아무리 아부를 밥먹듯이 하고 사는 고우혁이라도 이런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오랫동안 고중천의 옆에 있었지만 아직도 그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모르겠나?" 고중천은 기분이 좋지 않아졌는지 목소리가 가라앉았다."헤헤.. 가주님에 비하면 당연하 아무것도 아니죠.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고우혁은 웃으며 계속 아부했지만, 그의 말을 들은 고중천은 화를 냈다."그냥 솔직히 말해. 내가 아부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쯧, 힘들게 아부했는데 되려 욕이나 먹었네.'고우혁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염구준은 가주님과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 검의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강해요. "'매화검보 덕분인가?'고중천은 너무 원망스러웠다. 만약 검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도 아주 강한 검의를 연마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고중천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고우혁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염구준이 고대영이 어디 있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둘 사이가 심상치 않은 듯한데, 고대영을 바로 죽여버릴까요?" 이건 비교적 중요한 일이기에 그도 함부로 결정할 수가 없었다. "먼저 내버려 둬. 난 아직 그 녀석의 몸이 필요하니까. 넌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더 주의를 돌려."고중천이 엄숙하게 말했다."네!"고우혁은 더 이상 아부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됐어, 내려가. 그리고 염구준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못하게 사람을 붙여 감시해라."그가 나가기 전에 고중천이 말을 덧붙였다. 고우혁이 떠난 후 고중천은 깊은 생각에 잠겨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내 실력과 비슷하다고? 흑풍이 날 속였군. 그 녀석 때문에 내가 아끼는 부하까지 잃었잖아."그는 이제서야 자신이 계략에 빠졌음을 눈치챘다. 이번에 여러 심복들을 잃
"일주일 동안 먹을 식량 가져와서 굶어죽지도 않을 텐데 뭘 그렇개 당황하세요?"염구준은 그가 너무 웃겼지만 애써 참으며 웃지 않았다. "맞네? 하하하!"그러자 용필은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그 후 그는 염구준 부부와 간단하게 컵라면을 먹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날이 어두워졌지만 잠이 오지 않았던 탓에 염구준은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손가을이 그의 옆에 앉아 물었다."계속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있어서 말이야.. 다 조금씩 이상한 것 같애."염구준은 음모가 있는 것 같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 차마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꼭 누군가가 일부러 손씨 그룹과 고씨 가문이 전면전을 벌이도록 부추기는 것 같아."손가을은 오랫동안 그룹을 운영해온 덕분에 안목과 생각이 많이 넓어진 상태였다. "맞아."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꺄악! 저게 뭐야?"이때, 갑자기 손가을이 비명을 지르면서 염구준의 뒤에 숨어 창밖의 그림자를 가리켰다."살려줘..."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는 모호한 검은 그림자가 아주 작은 소리로 이런 말을 연신 내뱉고 있었다.뭔지는 잘 몰랐지만 어둠의 원소의 힘이 느껴졌기 때문에 염구준은 이 그림자의 주인이 고대영일 것이라고 확신했다."지금 어디야?"그러나 그가 아무리 물어도 검은 그림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전의 말만 반복했다."살려줘..."고대영은 그렇게 몇 번 외친 뒤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창밖을 보며 전에 받았던 정보를 떠올린 염구준은 곧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고대영이 살아있고 고씨 가문 어딘가에 갇혀있다고.마지막 만남에서 고대영은 가문으로 돌아가 말해보겠다고 했으니 반드시 가주와 이야기를 나눈 게 분명했다. '가주에게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하군!'비록 가주가 나흘 뒤 수련을 마치고 나올 거라고 했지만 그는 가만히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가을아, 옥팔찌 찼어?" 염구준이 물었다. "찼... 찼어."손가을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