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에서 그 광경을 본 한 아이가 소리를 지르자 다른 아이들도 무서워져 부모 곁으로 뛰어갔다.‘어? 바로 사라졌어.’염구준은 물속의 이상한 기운이 사라진 것을 감지했다.아직도 수상하긴 했지만 가족들이 옆에 있어 혼자 물속을 탐색할 수가 없었다.“아빠. 쟤네들이 호수에 물귀신이 있다고 했어요!”“걱정 마. 정말 있대도 아빠가 큰 어항을 사줄 테니까 물귀신 잡아서 다 키워버리자.”염구준은 장난치면서 맛있게 익은 닭날개를 염희주에게 건넸다.딸을 바라보는 눈에서 금방이라도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네!”염희주는 그 말이 진짜라 믿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밤이 깊어져 염구준은 가족들에게 이제 텐트로 돌아가 쉬라고 했다.“구준 씨, 회사에 일이 생겼어. 이사회가 돌아오라고 재촉해..”그때, 멀리서 전화를 받던 손가을이 텐트 뒤로 돌아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염구준은 그들이 또 배당금을 원한다고 생각이 들어 미간을 찌푸렸다.“그래. 짐 챙기고 이만 돌아가자.”그러고는 기지개를 펴고 경호원들과 함께 신속하게 정리하고 청해로 돌아갔다.원래는 다른 곳에 가서도 놀 계획이였는데, 변수가 생겼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한 편, 지씨 가문 저택.“아빠. 정말 내 다리 부러트리실 거예요…?”지백만이 두려움에 떠는 목소리로 물었다. “에휴! 그러게 왜 그 집안을 건드린 것이냐!”지천만은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이 아들의 다리를 희생시키는 것으로 가문을 살려야 했다.그때, 갑자기 문 앞에 기척이 들리더니 하인이 비명소리를 질렀다.“누구야?”“아아악!”지천만은 누가 집에 쳐들어온 것을 감지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오랫동안 이 바닥에 몸을 담근 사람이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는 손을 뒤로 가져가 총을 꽉 잡았다.“경거망동하지 마. 소용없으니까.”그때 뒤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지천만의 총을 단숨에 빼앗아갔다.“누구냐? 난 너와 원한을 맺은 적이 없다.”지천만은 놀라 반격하지도 못하고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맞습니다. 당신들이 사고친 걸 우리가 처리할 필요는 없어요!”수많은 사람들이 일어서서 반항했고, 그렇게 회의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그들의 말은 점점 거칠어지고 제기한 조건들은 점점 선을 넘었다.“10분 정도 쉬겠습니다!”그러자 손가을은 화를 애써 참으며 그들을 뒤로하고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그녀의 눈시울은 이미 새빨개져 있어 누가 볼까봐 바로 화장실로 뛰어갔다.진영주는 그 모습을 보고 걱정되어 재빠르게 뒤를 따라갔다.마침 회의실에 가던 염구준이 진영주를 붙잡고 물었다.“지금 무슨 상황이야? 가을이 왜 그래?”염구준은 주주가 아니라서 참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런 방면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온통 돈 벌 생각만 하는 무리와 한 공간에 있다는 상상만 해도 불쾌했다.“제기랄! 이득만 보고 손해는 못 참는 늙은 여우들 같으니라고. 괘씸해 죽겠어요.”진영주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방금 있었던 일을 말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염구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가서 가을이 부터 챙겨줘. 이쪽은 나한테 맡기고.”회의실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진영주는 정말 큰 일이 일어나겠다고 짐작했다. 쿵!염구준은 큰 소리와 함께 회의실 문을 열고 정중앙에 놓인 의자로 다가가 앉았다.“당신은 뭔데 감히 대표 자리에 앉는 거야?!”분명 염구준의 신분을 알면서도 누군가가 일부러 태클을 걸었다. 그들의 눈에는 그도 아무것도 니라는 것을 뜻했다.“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투자를 철회하시겠다고 해서 얘기하러 온 것 뿐입니다.”주변을 둘러보는 염구준의 눈빛은 천하를 내려보는 듯한 위협감이 깃들어 있었다.“염구준, 당신은 이사회 사람도 아닌데 무슨 자격으로 거기 앉아 있나요!”처음에 태클을 걸던 사람이 일어서서 다시 비꼬았다.그 사람 이름은 키무라, 일본인인데, 회사 주식을 20%나 갖고 있어 손가을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사람이였다.“하하하. 무슨 자격으로요?”염구준이 웃으면서 되물
염구준을 보던 그들의 입가에 조소가 흘렀다.“하하하, 그럼 협상이 이루어졌으니 바로 진행해 주시죠.”키무라는 속으로 승리를 외치며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좋습니다. 그럼 그동안 받은 배당금 전부 돌려주시면 되겠네요.”염구준은 이런 속셈에 넘어가 저급 실수를 할 멍청이가 아니었다.“그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그건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 할 몫이에요.”키무라가 뻔뻔하게 대답했다.“그렇군요. 이득을 보자 실실대며 가져가면서 단 한 푼도 손해보기 싫다는 말씀이군요. 최초 투자한 금액을 내놓으라니, 다들 매일 돈방석에 앉아 하늘에서 돈이 떨어질 생각만 하십니까?”염구준은 뻔뻔한 그들에게 도리를 따졌다.“하지만 당신들이 사단을 내서 저희가 손해를 봤지 않았습니까!”키무라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참 재미있으시네요. 사업을 하면서 트러블이 안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까? 게다가 내가 상대방을 물리치고 회사에 큰 이익을 가져왔을 때는 왜 아무 말도 없다가 지금 이럽니까? 대충 핑계를 대서 최초 투자 금액을 원하다니, 그건 절대 안 되지요.”염구준은 협상할 여지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그의 말에 일리가 있어서 키무라 일행은 전혀 반박할 수 없었다.이러다 아무런 이득도 볼 수 없게 된다는 생각에 염구준을 피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염구준 씨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손씨 그룹의 일은 손 대표님 동의를 거쳐야 합니다.”그에 비하면 손가을은 비교적 상대하기 쉬웠다. “저도 구준 씨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바로 그때, 손가을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 밖에서 염구준의 말을 들으며 때를 기다린 것이었다.“대표님, 잘 생각해 보세요. 저희는…”키무라는 그녀를 더 설득하려고 했지만 염구준이 그의 속셈을 바로 차단해 버렸다.“주식은 계속 떨어질 것이니 투자를 철회할 분들은 빨리 진행하세요. 만약 회사가 망하면 일 푼도 건지지 못합니다.”마치 모든 사람이 투자를 철회하길 바라는 것처럼 말했다.어떤 이유로 이런 말을 하는지는 오직 본
”구준 씨, 누군지 알아?”손가을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손가을은 그동안 상업계에서 많은 풍파를 겪었지만 이번 상대는 정말 파악하기 힘들었다. 누군지 파악하지도 못하고 하마터면 당할 뻔했다.은씨 가문, 고씨 가문 외에 또 누가 있는 것이지? “대충 짐작은 가.”염구준은 다는 말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자금을 찾아 회사를 다시 안정시키는 거야.”수 없이 많은 돈이 있었지만 자선사업을 하고 나자 많이 없어졌다. “그래. 우리 같이 노력해 보자.”손가을은 그를 꼭 껴안았다. 염구준이 곁에 있다면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그렇게 몇일이 지나자, 손씨 가문의 파트너사도 하나 둘씩 떠나고 주가는 폭락해 정말 파산 위기에 처했다.회사에서는 염구준과 남은 직원 몇 명이 이 사태에 대해 회의하고 있었다. “구준 씨. 찾을 사람은 다 찾았는데 용준영과 은행에서만 돈을 빌려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전화도 받지 않아.”“총 합쳐도 2000억 원 뿐이야. 지금 회사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해.”손가을은 울적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테이블에 놓았다.공기는 싸늘해지고 모두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몇일전만 해도 손씨 그룹은 승승장구했다. 규모를 확장한 덕에 상장까지 해서 총자산도대폭 증가했으니 이런 일이 일어날줄은 꿈에도 몰랐다. “괜찮아. 나한테 도와줄 친구가 몇 명 있어서 급한 구멍은 메꿀 수 있어.”염구준은 계속해서 아내를 위로했다.“다른 계획이 있는거야?”손가을은 자신과 달리 아무렇지도 않는 남편을 보고 물었다.“생각해둔거는 있어.”손가을이 묻자 염구준은 더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하기로 다짐했다.“당장 말해.”손가을은 그의 대답에 놀라 벌떡 일어나서 노려봤다.“하하하. 일단 앉아. 다 말할게.”염구준은 자신을 걱정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 싫었다.“실은 내 계획이 아주 간단해. 누가 회사를 건드리면 난 설상가상으로 주가를 대폭 떨어트릴 거야. 가격이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우리 다시 사는 거지. 그러면 회
“하하하.”“하하하.”마주 보던 두 사람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큰소리를 내면서 웃고나자 그동안 걱정했던 고민이 전부 날아간 것 같았다.시간은 벌써 밥 때가 되었다.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사무실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구준 씨. 우리 뭘 먹을까?위로를 받은 손가을은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지 입맛이 되살아났다.“오랜만에 입맛이 돌아온 거 같은데 돌아가서 내가 직접 요리해 줄게.”염구준의 요리 실력 또한 몹시 최고라 집에서 늘 요리 담당이었다.“그래.”손가을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염구준의 팔에 기대어 있으니 세상 행복했다.하지만, 두 사람이 막 회사 입구를 나왔을 때 또 다른 일이 생겨 버렸다.바로 기자들이 온 것이다! “손가을이다. 나왔어!”“손 대표님, 손씨 그룹 주가가 폭락했는데 이유가 뭡니까?”“듣자니 주주들이 모두 투자를 철회했다던데 손씨 그룹은 이제 껍데기만 남은 겁니까?”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민감한 질문을 퍼풋기 시작했다.찰칵찰칵!카메라 플래시가 계속 반짝여서 눈이 아팠다.기자들이 떼로 모여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보아하니 뒤에서 누군가 손을 쓰기 시작한 것 같았다.“죄송합니다. 사업에 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손가을은 말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막으며 계속 질문을 던졌다.대답하지 않는 이상 전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실례합니다. 비키세요!”그러자 염구준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기자들의 주의를 끌어 버렸다.손가을에게 향한 질문이 모두 염구준에게 날아왔다. “손씨 그룹의 주가가 하락한 이유가 염구준 씨라던데 정말 사실입니까?”“염구준 씨. 가정에서 누구한테 결정권이 있습니까?”“염구준 씨. 두 분 둘째 가질 계획은 있습니까?”상상을 초월하는 선 넘는 질문들이 점점 늘어났다.‘젠장.’염구준은 직업도덕이 없는 기자들에게 탄복했다.하지만 몇 마디 질문 했다고 전부 죽여버릴 수 없
염구준은 그를 칭찬하며 손가을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여보, 가자.”기자들과 소통이 안 되니 빨리 여기를 벗어나고 싶었다.한마디라도 실수했다가 내일 어떤 말들이 뉴스에 오를지 상상하기도 싫었다.“기자분들. 손씨 그룹의 일은 제가 잘 아니까 저한테 물어보세요.”바로 그때 키무라가 나타났다.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손가을이 마음이 다급해져 빠른 걸음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만일 이 사람이 회사에 불리한 말을 한다면 손씨 그룹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키무라 씨. 지금 우리 보고 불구덩이에 빠지라는 겁니까?”억양이 높은 것을 보니 손가을이 단단히 화났다.투자를 철회할 때 당일 최고 주가로 계산했고 30%나 더 주었으니 이미 성의는 다 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갑자기 키무라가 나타나 뒤통수를 치니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하하하. 대표님께서도 무서운 게 있나 봅니다. 주주총회에서 당당했잖아요.”키무라는 손가을의 약점을 잡은 듯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제기랄. 내 동생한테 이게 무슨 태도야?!”용필은 참지 못하고 키무라 앞에 주먹을 휘둘렀다.“함부로 주먹 휘두르지 마세요.”키무라의 경호원이 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그를 막았다.그러자 그 누구도 감히 덤비지 못했지만 용필은 달랐다. 퍽!용필이 경호원에게 몸 박치기를 하자 경호원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놀라며 나가 떨어졌다. 상대방의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어디서 굴러온 개가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군.”용필은 장법을 거두고 키무라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찰칵찰칵!기자들은 앞으로 다가가 그런 용필을 찍어댔다.손씨 그룹 경호원이 대중들 앞에서 폭행한 것은 큰 기사거리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특종을 잡아야 했다. 어떤 기자들은 이미 제목까지 다 생각해 놓은 것 같았다.“브이!”그러자 용필은 오히려 자신이 유명해진다는 생각에 신이 나 두 손가락을 펴서 V자를 보였다.“제기랄. 세상에 이 정도로 날뛰는 사람도 다 있네.”사진을 찍던 기자가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무서운 싸움이였지만 기자들은 신경 쓰지도 않고 최대한 많은 뉴스거리를 남기기 위해 사진 찍기 바빴다. 키무라는 씩씩거리며 일어나며 외쳤다.“좋아. 그럼 지금 손씨 그룹의 재무 상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그러고는 염구준의 눈치가 보여 더는 말하지 않았다.‘늙은 여우 같은 놈.’염구준은 그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분명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얼마를 원하는지 말씀하세요.”“한… 2000억원 정도?”기회를 잡은 키무라는 사악하게 웃으며 아무렇게나 가격을 불렀다.돈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기자들이 앞에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하하하. 말하라니깐 진짜 말하네. 하지만 우린 그 돈 없어요, 한 푼도 주지 않을 테니까 이만 포기하세요.”염구준이 거부했다.“이 일은 다 당신 때문이에요!”키무라는 차갑게 말하며 기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여러분, 손씨 그룹은 사실…”계획이 다 틀어졌는지 논란을 만들려고 하자 염구준이 바로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 그것이 아무리 거짓이라도 조금의 논란이라도 생기면 틀림없이 손씨 그룹에 악영향을 미치칠게 분명했다. “이건 사업 기밀을 유출하는 겁니다. 당신 고소할 거예요.”“마음대로 하세요. 차라리 다 죽읍시다! 그리고 대중은 알 권리가 있어요. 안 그렇습니까?”키무라는 목숨을 거는 것도 아깝지 않다는 듯 말했다. 돈을 위해서 이 정도로 필사적이라는 것은 그것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그렇다면 당신이 저지른 추악한 일을 대중에게 알려도 당연하다는 겁니까?”염구준은 협박하는 것 같았지만 실은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키무라의 표정이 싹 굳어지더니 흠칫 놀랐다.‘설마 내 약점을 잡고 있나? 아니야. 이미 다 깔끔하게 처리했잖아.’염구준이 지금 자신을 떠보는거라고 가볍게 생각하고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난 정정당당합니다. 추악한 일이라니요! 참 억울하네요. 그리고 제 말 좀 자르지 마세요. 지금 손씨 그룹 재무 상황에 대해 말하려던 참이였는데.”키무라는 염구준의 경고를 무시하
키무라에게 투자금액을 돌려줄 때 염구준은 이미 정보원을 파견해 뒷조사를 한 뒤였다.전신전의 정보부서에서 한 상인은 투명인간과 별 차이가 없었다.“구준 씨가 그랬어?”손가을이 휴대폰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 친구한테 부탁했어. 난 그럴 능력이 없어.”염구준은 아무렇게나 둘러댔다.한 편, 키무라 측은 난리가 났다.그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투자자라 신분이 꽤 높았다.“키무라 씨, 메시지에 뜬 정보가 정말 사실입니까?”“사진 속 인물이 키무라 씨와 무척 닮았던데 하실 말씀 없습니까?”휴대폰 메시지에 추가 증거 자료까지 올렸기에 키무라는 이제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명백한 사실이니 일본으로 돌아가면 무조건 조사를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염구준, 나를 모함해서 내 명예를 훼손시키다니. 널 고소할 거야.”키무라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루 아침에 그는 모든 걸 잃고 말았다.“도통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한 짓 아니야. 난 계속 여기 있었잖아.”염구준은 모른체하며 약을 올렸다.‘좋은 일 했는데 이름을 남기면 안 되지.’기자들은 두 사람이 서로 다투는 것을 보고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그저 또 무슨 기사거리가 나오지 않을까 지켜보기만 했다.“너…”키무라는 결국 패가망신의 위기에 이르자 두려움도 잊고 폭발해버렸다.“손씨 그룹의 재무 적자가 20조를 넘어섰습니다. 주식을 산 분들 모두 당장 팔아버리세요!”말을 마친 그는 손에 든 자료를 기자들에게 보여줬다.죽어도 같이 죽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게 다야?’염구준은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씩 비웃었다. 그렇게 되면 주식이 빨리 하락할수록 그의 계획은 빨리 진행될 것이고 손가을도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염구준이 웃었어. 설마 화가 나서 실성했나?”한 기자가 수근거렸다.“됐어. 할 말은 다 했으니까 누가 널 보냈는지부터 말해.”염구준은 기자들을 무시하고 키무라의 생각을 읽은 듯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이 자식이 어떻게 알았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