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하하하.”마주 보던 두 사람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큰소리를 내면서 웃고나자 그동안 걱정했던 고민이 전부 날아간 것 같았다.시간은 벌써 밥 때가 되었다.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사무실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구준 씨. 우리 뭘 먹을까?위로를 받은 손가을은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지 입맛이 되살아났다.“오랜만에 입맛이 돌아온 거 같은데 돌아가서 내가 직접 요리해 줄게.”염구준의 요리 실력 또한 몹시 최고라 집에서 늘 요리 담당이었다.“그래.”손가을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염구준의 팔에 기대어 있으니 세상 행복했다.하지만, 두 사람이 막 회사 입구를 나왔을 때 또 다른 일이 생겨 버렸다.바로 기자들이 온 것이다! “손가을이다. 나왔어!”“손 대표님, 손씨 그룹 주가가 폭락했는데 이유가 뭡니까?”“듣자니 주주들이 모두 투자를 철회했다던데 손씨 그룹은 이제 껍데기만 남은 겁니까?”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민감한 질문을 퍼풋기 시작했다.찰칵찰칵!카메라 플래시가 계속 반짝여서 눈이 아팠다.기자들이 떼로 모여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보아하니 뒤에서 누군가 손을 쓰기 시작한 것 같았다.“죄송합니다. 사업에 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손가을은 말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막으며 계속 질문을 던졌다.대답하지 않는 이상 전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실례합니다. 비키세요!”그러자 염구준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기자들의 주의를 끌어 버렸다.손가을에게 향한 질문이 모두 염구준에게 날아왔다. “손씨 그룹의 주가가 하락한 이유가 염구준 씨라던데 정말 사실입니까?”“염구준 씨. 가정에서 누구한테 결정권이 있습니까?”“염구준 씨. 두 분 둘째 가질 계획은 있습니까?”상상을 초월하는 선 넘는 질문들이 점점 늘어났다.‘젠장.’염구준은 직업도덕이 없는 기자들에게 탄복했다.하지만 몇 마디 질문 했다고 전부 죽여버릴 수 없
염구준은 그를 칭찬하며 손가을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여보, 가자.”기자들과 소통이 안 되니 빨리 여기를 벗어나고 싶었다.한마디라도 실수했다가 내일 어떤 말들이 뉴스에 오를지 상상하기도 싫었다.“기자분들. 손씨 그룹의 일은 제가 잘 아니까 저한테 물어보세요.”바로 그때 키무라가 나타났다.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손가을이 마음이 다급해져 빠른 걸음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만일 이 사람이 회사에 불리한 말을 한다면 손씨 그룹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키무라 씨. 지금 우리 보고 불구덩이에 빠지라는 겁니까?”억양이 높은 것을 보니 손가을이 단단히 화났다.투자를 철회할 때 당일 최고 주가로 계산했고 30%나 더 주었으니 이미 성의는 다 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갑자기 키무라가 나타나 뒤통수를 치니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하하하. 대표님께서도 무서운 게 있나 봅니다. 주주총회에서 당당했잖아요.”키무라는 손가을의 약점을 잡은 듯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제기랄. 내 동생한테 이게 무슨 태도야?!”용필은 참지 못하고 키무라 앞에 주먹을 휘둘렀다.“함부로 주먹 휘두르지 마세요.”키무라의 경호원이 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그를 막았다.그러자 그 누구도 감히 덤비지 못했지만 용필은 달랐다. 퍽!용필이 경호원에게 몸 박치기를 하자 경호원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놀라며 나가 떨어졌다. 상대방의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어디서 굴러온 개가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군.”용필은 장법을 거두고 키무라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찰칵찰칵!기자들은 앞으로 다가가 그런 용필을 찍어댔다.손씨 그룹 경호원이 대중들 앞에서 폭행한 것은 큰 기사거리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특종을 잡아야 했다. 어떤 기자들은 이미 제목까지 다 생각해 놓은 것 같았다.“브이!”그러자 용필은 오히려 자신이 유명해진다는 생각에 신이 나 두 손가락을 펴서 V자를 보였다.“제기랄. 세상에 이 정도로 날뛰는 사람도 다 있네.”사진을 찍던 기자가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무서운 싸움이였지만 기자들은 신경 쓰지도 않고 최대한 많은 뉴스거리를 남기기 위해 사진 찍기 바빴다. 키무라는 씩씩거리며 일어나며 외쳤다.“좋아. 그럼 지금 손씨 그룹의 재무 상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그러고는 염구준의 눈치가 보여 더는 말하지 않았다.‘늙은 여우 같은 놈.’염구준은 그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분명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얼마를 원하는지 말씀하세요.”“한… 2000억원 정도?”기회를 잡은 키무라는 사악하게 웃으며 아무렇게나 가격을 불렀다.돈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기자들이 앞에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하하하. 말하라니깐 진짜 말하네. 하지만 우린 그 돈 없어요, 한 푼도 주지 않을 테니까 이만 포기하세요.”염구준이 거부했다.“이 일은 다 당신 때문이에요!”키무라는 차갑게 말하며 기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여러분, 손씨 그룹은 사실…”계획이 다 틀어졌는지 논란을 만들려고 하자 염구준이 바로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 그것이 아무리 거짓이라도 조금의 논란이라도 생기면 틀림없이 손씨 그룹에 악영향을 미치칠게 분명했다. “이건 사업 기밀을 유출하는 겁니다. 당신 고소할 거예요.”“마음대로 하세요. 차라리 다 죽읍시다! 그리고 대중은 알 권리가 있어요. 안 그렇습니까?”키무라는 목숨을 거는 것도 아깝지 않다는 듯 말했다. 돈을 위해서 이 정도로 필사적이라는 것은 그것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그렇다면 당신이 저지른 추악한 일을 대중에게 알려도 당연하다는 겁니까?”염구준은 협박하는 것 같았지만 실은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키무라의 표정이 싹 굳어지더니 흠칫 놀랐다.‘설마 내 약점을 잡고 있나? 아니야. 이미 다 깔끔하게 처리했잖아.’염구준이 지금 자신을 떠보는거라고 가볍게 생각하고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난 정정당당합니다. 추악한 일이라니요! 참 억울하네요. 그리고 제 말 좀 자르지 마세요. 지금 손씨 그룹 재무 상황에 대해 말하려던 참이였는데.”키무라는 염구준의 경고를 무시하
키무라에게 투자금액을 돌려줄 때 염구준은 이미 정보원을 파견해 뒷조사를 한 뒤였다.전신전의 정보부서에서 한 상인은 투명인간과 별 차이가 없었다.“구준 씨가 그랬어?”손가을이 휴대폰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 친구한테 부탁했어. 난 그럴 능력이 없어.”염구준은 아무렇게나 둘러댔다.한 편, 키무라 측은 난리가 났다.그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투자자라 신분이 꽤 높았다.“키무라 씨, 메시지에 뜬 정보가 정말 사실입니까?”“사진 속 인물이 키무라 씨와 무척 닮았던데 하실 말씀 없습니까?”휴대폰 메시지에 추가 증거 자료까지 올렸기에 키무라는 이제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명백한 사실이니 일본으로 돌아가면 무조건 조사를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염구준, 나를 모함해서 내 명예를 훼손시키다니. 널 고소할 거야.”키무라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루 아침에 그는 모든 걸 잃고 말았다.“도통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한 짓 아니야. 난 계속 여기 있었잖아.”염구준은 모른체하며 약을 올렸다.‘좋은 일 했는데 이름을 남기면 안 되지.’기자들은 두 사람이 서로 다투는 것을 보고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그저 또 무슨 기사거리가 나오지 않을까 지켜보기만 했다.“너…”키무라는 결국 패가망신의 위기에 이르자 두려움도 잊고 폭발해버렸다.“손씨 그룹의 재무 적자가 20조를 넘어섰습니다. 주식을 산 분들 모두 당장 팔아버리세요!”말을 마친 그는 손에 든 자료를 기자들에게 보여줬다.죽어도 같이 죽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게 다야?’염구준은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씩 비웃었다. 그렇게 되면 주식이 빨리 하락할수록 그의 계획은 빨리 진행될 것이고 손가을도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염구준이 웃었어. 설마 화가 나서 실성했나?”한 기자가 수근거렸다.“됐어. 할 말은 다 했으니까 누가 널 보냈는지부터 말해.”염구준은 기자들을 무시하고 키무라의 생각을 읽은 듯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이 자식이 어떻게 알았지?
이제 손씨 그룹이 더 망하는지 아닌지는 모두 염구준이 어떻게 말하는지에 달렸다.손가을은 남편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 굳게 믿었다.역시 염구준은 당황하징 않고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며 앞으로 나섰다.“손씨 그룹은 망하지 않습니다. 다들 안심하고 투자하세요. 3일 뒤에 그룹에서 발표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때 우리 손씨 그룹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염구준은 엄숙하게 말한 뒤 손가을의 손을 잡고 차에 올라탔다.“거짓말이야. 그렇게 많은 적자를 넌 메꿀 수 없어! 네 회사가 무슨 현금 찍어내는 공장이라도 되는 줄 알아?!”키무라는 멀어져가는 차를 향해 포효했다.원래 그의 계획은 손씨 그룹에 개망신을 주는 거였는데 예상과 달리 자신의 악행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어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돌아온 건 기자들의 끝없는 질문 공세 뿐이였다.손가을이 차를 운전했고, 염구준은 용준영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정확히 30초 뒤에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왔다.염구준은 확인한 후 바로 메시지를 삭제하고 손가을에게 물었다.“여보, 뭐 먹고 싶은거 있어?”“당신이 한 요리라면 다 좋아.”손가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염구준은 앞치마를 입고 주방으로 들어갔다.손가을은 옆에서 밥하는 것을 도왔다.“정말 염치가 없어. 전에는 맨날 나한테 아부하더니 지금 회사에 일이 생겨서 돈 좀 빌려달라 했다고 온갖 핑계를 대고 있어.”그때 위층에서 손태석의 분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방음문도 그의 분노를 막지 못했다.“여보, 그만 화 내요. 돌아가서 우리 같이 방법을 생각해 봐요.”진숙영은 옆에서 계속 그를 설득했다.손씨 그룹 자금난으로 인해 손태석은 아침부터 일찍 나가 친구 집에 돈을 빌리러 갔었다. 전에 그 친구가 사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손태석이 직업 나서서 도와주었는데, 오늘 찾아갔더니 단 한 푼도 빌려주지 않고 빌려간 돈도 갚지 않았다.더 괘씸한 것은 그 친구가
”네, 말씀하세요.”장인의 모습을 본 그는 그저 술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손태석은 술잔을 들고 다시 한 모금 마시더니 눈가에 눈물을 글썽거렸다.“이제 회사가 망했으니 우리 둘 내일부터 일당이나 뛰면서 평범하게 살자. 어쨌든 망해봤고 성공해 봤으니 이번 생은 미련이 없어.”우여곡절을 겪은 후, 손태석은 더는 사업이나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가족이 평안한 것만 바랐다.“아버님, 회사는 망하지 않습니다. 저를 믿으세요.”염구준이 위로했다.“사업 다시는 안 해. 나 일당 뛸 거다. 그것도 안 되면…”손태석의 얼굴이 빨간 사과처럼 점점 달아오르더니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그렇게 결국 식탁에 머리를 박고 잠에 들었다. “가족들도 압박감이 크나 보다. 빨리 해결해야겠어.”염구준은 손태석의 잔에 절반 남긴 술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장인어른의 주량이 겨우 반잔이라니, 방금 꺼낸 술 두 박스는 그냥 쇼였던 걸까? 손태석을 침실에 눕힌 후 염구준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바쁘신 몸이 어쩐 일로 전화를 하셨지요?”휴대폰 너머로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국주님. 부탁드릴 것이 하나 있습니다.”염구준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한 일은 없었기 때문에 국주는 통찰력과 예리함으로 단번에 알아차렸다. “하하. 손씨 그룹 일 때문이죠?”단도직입적으로 말이 나왔으니 염구준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도움을 청했다.“네. 국주님께서 이미 알고 계시니 본론부터 마하지요. 얼마를 빌려주실 수 있습니까?”“맙소사. 너무 직설적이시네요. 전혀 부탁하는 말투가 아닌데요.”휴대폰 너머로 국주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이런 식으로 부탁하는 사람은 염구준이 처음이었다. “지금 상황이 이런데 굳이 빙빙 돌려서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본성에 충실하군요.”국주는 염구준의 이런 면이 마음에 들어 장부를 열어 보았다.“구준 씨. 얼마나 필요합니까?”“몇십 조면 충분합니다.”염구준은 생각도 하지
”어르신, 지금 절 도와주셔야 합니다.”분명 노인의 계략이었는데 오히려 그가 당하고 말다니 정말 믿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고씨 가문은 워낙 세력이 커서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당연하지. 우린 동맹을 맺었잖아. 네가 본 손해는 우리가 다 배상하마.”노인는 돈에 관심이 없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고씨 가문에서 염구준을 제거한다면 아직 애송이인 고황호를 파견할 리가 없으니 당연히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낼 것이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말만 믿고 안심하겠습니다.”키무라는 기분이 조금 나아져 와인병을 들고 차분하게 술을 따랐다.그 돈만 손에 넣으면 바로 해외에 나가서 발전할 계획이였다. “나도 잘 부탁하마.”노인도 담담하게 와인잔을 들고 한 모금에 다 마셔버렸다.하지만 이 늙은 두 여우가 이렇게 쉽게 손을 잡을 리가 없었다.이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노인이 벌떡 일어섰다.“먼저 일어나마. 이따가 돈을 계좌로 이체하지.”“배웅해 드릴게요.”“괜찮아.”“어르신, 그럼 살펴 가세요.”카무라는 예의를 차리며 공손하게 인사했다.노인이 떠나자마자 키무라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흑주로 갈 방법을 알아봐. 돈만 손에 넣으면 바로 뜬다.”쾅쾅!노인이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키무라는 노인이 다시 돌아온 줄 알고 문을 바로 열어줬다.그러자 쿵 소리와 함께 문짝이 나가 떨어져 버렸다.“뭘 꾸물거려?”알고보니 용준영이 사람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감히 내 구역에 쳐들어오다니 죽고 싶어?”키무라는 화를 참는 차분한 성격이 아니었다.그가 손을 휙 흔들자 부하들이 재빨리 움직였고 이어서 십여 명의 검은 그림자가 용준영을 향해 공격을 준비했다. 절반은 종사 경지에 이르른 무사들이였다.“먼저 공격하지 않아서 다행이군.”스스슥!그때, 한 검은 그림자가 유령처럼 스쳐 지나가더니 일격으로 키무라의 부하들을 날려버리고 용준영의 앞에 나타났다.바로 염구준이였다! “다… 당신 뭐 하는 짓이야?”심장박동이 갑자기
”아니에요. 어르신.. 저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키무라는 피바다에 쓰러져 공포에 떨었다.스으윽!그러자 노인은 칼로 그의 목을 베고 칼을 거두었다.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키무라는 피할 겨를도 없었다. “사람이 신용이 있어야지 말이야.”한 편, 염구준 일행은 부하 두 명의 위치 추적기를 따라 추적하다가 어두운 골목에 도착했는데, 멀리서부터 피비린내가 진동했다.보아하니 많은 사람들이 이미 죽은 것 같았다.염구준은 피냄새를 따라 쓰레기 더미에서 시체 두 구를 발견했다.바로 용준영이 미행하라고 파견한 두 경호원이었다.“어서 구급차 불러!”용준영이 염구준을 막으며 한 발 빠르게 앞서 상황을 살폈다.“관둬! 이미 죽은 지 오래 됐으니까.”생명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니 이미 죽은게 분명했다. 그들은 오랫동안 청해에서 살면서 이렇게 큰 사건을 보지 못했다. 상황이 아주 심각했다. “형님. 키무라가 죽었답니다.”전화를 받던 용준영이 다급하게 다가와 보고했다.‘고씨 가문, 전쟁은 시작됐어.’염구준은 비장한 표정으로 하늘의 별을 보며 앞으로 만나게 된다면 절대 체면을 봐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아빠, 빨리 와요. 학교에 데려다 준다면서요.”염희주가 입구에 서서 재촉했다.“가고 있어.”염구준은 방에서 나오며 옷을 입었다.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염희주는 지각할까 봐 걱정되었다.“아빠, 이제야 나오시면 늦지 않을까요?”“늦지 않았어. 아침 먹을 시간도 있거든? 진짜야!”염구준은 웃으며 안전벨트를 매주고 시동을 걸었다.비록 고씨 가문이 기세 당당하게 다가왔지만 일상 생활은 계속 유지해야 했다.학교 앞에 도착하자 그들은 차에서 내렸다.길가에는 아침을 파는 가게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아빠, 우리 찐빵 먹을까요?”염희주가 찐빵 가게를 가리켰다.“먹고 싶은 거 다 먹어도 돼. 아빠 돈까지 절약해 줄 필요 없어.”염구준은 딸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잘 알았다.회사에 문제가 생기자 일찍 철이 든 염희주는 돈을 헤프게 쓰면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