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무라에게 투자금액을 돌려줄 때 염구준은 이미 정보원을 파견해 뒷조사를 한 뒤였다.전신전의 정보부서에서 한 상인은 투명인간과 별 차이가 없었다.“구준 씨가 그랬어?”손가을이 휴대폰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 친구한테 부탁했어. 난 그럴 능력이 없어.”염구준은 아무렇게나 둘러댔다.한 편, 키무라 측은 난리가 났다.그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투자자라 신분이 꽤 높았다.“키무라 씨, 메시지에 뜬 정보가 정말 사실입니까?”“사진 속 인물이 키무라 씨와 무척 닮았던데 하실 말씀 없습니까?”휴대폰 메시지에 추가 증거 자료까지 올렸기에 키무라는 이제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명백한 사실이니 일본으로 돌아가면 무조건 조사를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염구준, 나를 모함해서 내 명예를 훼손시키다니. 널 고소할 거야.”키무라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루 아침에 그는 모든 걸 잃고 말았다.“도통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한 짓 아니야. 난 계속 여기 있었잖아.”염구준은 모른체하며 약을 올렸다.‘좋은 일 했는데 이름을 남기면 안 되지.’기자들은 두 사람이 서로 다투는 것을 보고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그저 또 무슨 기사거리가 나오지 않을까 지켜보기만 했다.“너…”키무라는 결국 패가망신의 위기에 이르자 두려움도 잊고 폭발해버렸다.“손씨 그룹의 재무 적자가 20조를 넘어섰습니다. 주식을 산 분들 모두 당장 팔아버리세요!”말을 마친 그는 손에 든 자료를 기자들에게 보여줬다.죽어도 같이 죽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게 다야?’염구준은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씩 비웃었다. 그렇게 되면 주식이 빨리 하락할수록 그의 계획은 빨리 진행될 것이고 손가을도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염구준이 웃었어. 설마 화가 나서 실성했나?”한 기자가 수근거렸다.“됐어. 할 말은 다 했으니까 누가 널 보냈는지부터 말해.”염구준은 기자들을 무시하고 키무라의 생각을 읽은 듯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이 자식이 어떻게 알았지?
이제 손씨 그룹이 더 망하는지 아닌지는 모두 염구준이 어떻게 말하는지에 달렸다.손가을은 남편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 굳게 믿었다.역시 염구준은 당황하징 않고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며 앞으로 나섰다.“손씨 그룹은 망하지 않습니다. 다들 안심하고 투자하세요. 3일 뒤에 그룹에서 발표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때 우리 손씨 그룹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염구준은 엄숙하게 말한 뒤 손가을의 손을 잡고 차에 올라탔다.“거짓말이야. 그렇게 많은 적자를 넌 메꿀 수 없어! 네 회사가 무슨 현금 찍어내는 공장이라도 되는 줄 알아?!”키무라는 멀어져가는 차를 향해 포효했다.원래 그의 계획은 손씨 그룹에 개망신을 주는 거였는데 예상과 달리 자신의 악행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어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돌아온 건 기자들의 끝없는 질문 공세 뿐이였다.손가을이 차를 운전했고, 염구준은 용준영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정확히 30초 뒤에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왔다.염구준은 확인한 후 바로 메시지를 삭제하고 손가을에게 물었다.“여보, 뭐 먹고 싶은거 있어?”“당신이 한 요리라면 다 좋아.”손가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염구준은 앞치마를 입고 주방으로 들어갔다.손가을은 옆에서 밥하는 것을 도왔다.“정말 염치가 없어. 전에는 맨날 나한테 아부하더니 지금 회사에 일이 생겨서 돈 좀 빌려달라 했다고 온갖 핑계를 대고 있어.”그때 위층에서 손태석의 분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방음문도 그의 분노를 막지 못했다.“여보, 그만 화 내요. 돌아가서 우리 같이 방법을 생각해 봐요.”진숙영은 옆에서 계속 그를 설득했다.손씨 그룹 자금난으로 인해 손태석은 아침부터 일찍 나가 친구 집에 돈을 빌리러 갔었다. 전에 그 친구가 사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손태석이 직업 나서서 도와주었는데, 오늘 찾아갔더니 단 한 푼도 빌려주지 않고 빌려간 돈도 갚지 않았다.더 괘씸한 것은 그 친구가
”네, 말씀하세요.”장인의 모습을 본 그는 그저 술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손태석은 술잔을 들고 다시 한 모금 마시더니 눈가에 눈물을 글썽거렸다.“이제 회사가 망했으니 우리 둘 내일부터 일당이나 뛰면서 평범하게 살자. 어쨌든 망해봤고 성공해 봤으니 이번 생은 미련이 없어.”우여곡절을 겪은 후, 손태석은 더는 사업이나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가족이 평안한 것만 바랐다.“아버님, 회사는 망하지 않습니다. 저를 믿으세요.”염구준이 위로했다.“사업 다시는 안 해. 나 일당 뛸 거다. 그것도 안 되면…”손태석의 얼굴이 빨간 사과처럼 점점 달아오르더니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그렇게 결국 식탁에 머리를 박고 잠에 들었다. “가족들도 압박감이 크나 보다. 빨리 해결해야겠어.”염구준은 손태석의 잔에 절반 남긴 술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장인어른의 주량이 겨우 반잔이라니, 방금 꺼낸 술 두 박스는 그냥 쇼였던 걸까? 손태석을 침실에 눕힌 후 염구준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바쁘신 몸이 어쩐 일로 전화를 하셨지요?”휴대폰 너머로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국주님. 부탁드릴 것이 하나 있습니다.”염구준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한 일은 없었기 때문에 국주는 통찰력과 예리함으로 단번에 알아차렸다. “하하. 손씨 그룹 일 때문이죠?”단도직입적으로 말이 나왔으니 염구준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도움을 청했다.“네. 국주님께서 이미 알고 계시니 본론부터 마하지요. 얼마를 빌려주실 수 있습니까?”“맙소사. 너무 직설적이시네요. 전혀 부탁하는 말투가 아닌데요.”휴대폰 너머로 국주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이런 식으로 부탁하는 사람은 염구준이 처음이었다. “지금 상황이 이런데 굳이 빙빙 돌려서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본성에 충실하군요.”국주는 염구준의 이런 면이 마음에 들어 장부를 열어 보았다.“구준 씨. 얼마나 필요합니까?”“몇십 조면 충분합니다.”염구준은 생각도 하지
“아빠야? 나 너무 배고파. 우리한테 밥도 안 주고... 무서운 개랑 같은 데 가둬두고... 개한테 여러 군데 물리기까지 했어. 나 너무 아프고 무서워. 흑...”극북빙양, 거대한 전장에서 수많은 함선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그중 붉은색 드래곤이 코팅된 함선의 지휘실 수화기에서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하지만 아이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염구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잘못 거셨습니다.”“아니야! 우리 엄마가 날 속였을 리가 없어. 내 이름은 염희주야. 염구준의 딸 염희주라고! 엄마가 그렇게 말해 줬단 말이야.”쿠궁!행여라도 전화를 끊을가 싶어 다급하게 내뱉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염구준의 눈동자가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다.염희주?“정... 정말 내 딸이라고?”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 대신 들려오는 건 찢어질 듯한 따귀 소리와 여자아이의 처참한 비명소리였다.“이 계집애가, 발칙하게 몰래 전화를 걸어?”“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때리지만 말아주세요!”여자아이의 애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겨버리고 다시 걸어봐도 묵묵부답.딸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한 염구준은 다급한 마음에 붉은 피를 왈칵 쏟아냈다.“주군!”깔끔한 군복차림의 여자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하지만 거칠게 그 손을 뿌리친 염구준이 포효했다.“어서 전세기 준비해. 지금 당장 청해로 돌아간다!”“알겠습니다!”잠시 후, 거대한 전세기가 하늘을 뚫고 사라지고... 수많은 병사들이 수십 척의 함선갑판을 가득 메운 채 무릎을 꿇었다.“안녕히 가십시오, 주군!”다음 날, 청해 교외, 손씨 가문 저택.저택 밖에 선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5년 전, 가문에서 쫓겨나고 킬러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까지 당했던 순간, 우연히 길을 지나던 소녀 한 명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헤치고 중상을 입은 그를 구해냈었다.그녀의 정체는 바로 손씨 가문의 딸,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염구준은 기꺼이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
이에 다시 딸을 꼭 끌어안은 염구준이 아이의 뒤통수를 어루만졌다.“아니야. 엄마가 착각한 거야. 아빠 살아있어. 지금 바로 네 앞에 있잖아.”눈물의 부녀상봉을 마친 염구준이 물었다.“그런데 여기 말이야... 혹시 엄마가 보낸 거야?”염구준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던 염희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니야! 엄마가 날 이딴 곳에 보낼 리가 없잖아! 우리 엄마가 얼마나 착한데! 이모, 나쁜 이모가 날 여기 보낸 거야. 이모가 엄마랑 날 집에서 내쫓은 거라고...”‘이모?!’생각지 못한 단어에 염구준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손혜린 그 여자를 이모라고 부른다고? 그럼... 이 아이 엄마는 도대체 누구지? 나랑... 손혜린이 낳은 딸... 아니었나?’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염구준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빠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이모 이름이 뭐야?”“이모 이름은 손혜린. 우리 엄마 사촌언니랬어. 그런데... 나쁜 이모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래. 이모가 내 엄마래!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그러니까 아저씨도 우리 아빠 아니지?”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던 염희주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반짝였다.“엄마가 그랬어. 아빠를 구하려다 성대를 다친 거라고. 그래서 말을 못 하는 거라고. 그래도 이건 가르쳐줬다?”염희주은 작은 손가락으로 염구준의 큰 손바닥에 삐뚤삐뚤하게 “염구준” 세 글 자를 적어보였다.“엄마가 가르쳐 준 거야. 아빠 이름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나 제대로 쓴 거 맞지?”한편, 염희주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염구준은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날 구하려다 성대를 다쳤다고? 그날 날 구한 게 손혜린 그 여자가 아니었단 말이야? 손혜린 그 여자는 분명 말을 할 줄 알았었지... 그럼 그날 밤, 나랑 첫날밤을 보냈던 그 여잔 도대체 누구야?’“희주야.”전장에서 온갖 못 볼 꼴을 다 보며 살아남은 염구준이었지만 이 순간,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차마 숨길 수 없었다.“엄마 이름이 뭐야?”그러
혼인신고를 하고 맹세의 키스를 하고 서로의 부모님께 큰절로 인사를 올렸다.5년 동안 전장을 구르면서도 매일 밤 그리워했던 여자가 이 여자였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그리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손혜린은 그녀의 사촌언니이자 희대의 사기꾼이었다!결혼식마저 모두를 속이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다!그는 이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신전 군주 염구준이다!그런 그가 이 하찮은 여자에게 5년을 속았다니!“지금… 뭐 하자는 거야?”잠시 당황한 손혜린은 옆에 있는 서재원의 팔을 꽉 잡고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네 신분을 망각하지 마. 넌 우리 가문 데릴사위야! 어디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내?”염구준은 낮게 으르렁거렸다.“말해! 왜 나를 속였어?”“5년 전 나와 결혼한 사람이 너 맞아? 손가을은 누구야? 빨리 해명해!”손혜린은 흠칫 어깨를 떨더니 떨떠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설마… 다 알고 왔어?”알고 왔다니?염구준은 뿌드득 소리 나게 이를 갈았다.역시 그런 거였어!희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 결혼식은 가짜였다.손가을, 손씨 가문… 저들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걸까?“혜린아.”여태 말이 없던 서재원이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두려워할 것 없어. 저 자식이 진실을 알게 된들 뭘 할 수 있는데? 너 이제 곧 나랑 결혼할 거라고 솔직하게 말해! 저놈은 그냥 벌레야. 남한테 놀아난 줄도 모르는 가련한 버러지일 뿐이라고!”손혜린은 깔깔 웃더니 가면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그녀는 서재원의 품에 안기더니 염구준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너랑은 이혼할 생각이었으니까 거짓말할 필요도 없지! 넌 내가 널 살려준 은인인 줄 알았어? 내가 왜? 난 손가을처럼 멍청하지 않아!”과거, 손씨 가문은 데릴사위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다!4대째 내려온 가문은 이번 대에서 대가 끊길 위기에 직면했다. 손가을은 이 가문의 유일한 손녀였다. 결국 어르신은 친척인 손혜린을 호적에 입적시켰다. 손혜
“예전에 잘나갈 때 나도 잘해준다고 선물도 종종 가져다 주고 그랬는데 저 여자 나한테 시선 한번 안 주더라?”서석호는 두툼한 손으로 턱을 만지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전에는 도도하게 굴어도 어쩔 방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지.”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에게 손짓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거기, 여기 와서 앉아! 오늘은 오빠가 예뻐해 줄게!”피아노 박자가 다소 빨라지더니 손가을은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휴게실에 있는 손님들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서석호를 향해 억지 미소를 짓고는 손가락으로 의사를 표현했다.5년 전 사고현장을 목격한 그녀는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하다가 뜨거운 일산화탄소에 성대가 손상되면서 다시는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다.그 뒤로 그녀는 수화를 몸에 익혔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퇴근해야 해서요. 재밌게 놀다 가세요.]수화로 의사를 전달한 그녀는 다급히 자리를 뜨려 했다.그녀가 서석호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그가 그녀의 옷자락을 우악스럽게 잡았다.“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애 보러 가는 거야?”그는 야비한 미소를 짓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아, 넌 아직 모르겠구나? 네 딸 희주 있잖아? 손혜린이 걔를 우리 조카한테 보내주기로 했어!”“우리 조카 알지? 우리 누나가 애지중지하는 왕자님이잖아. 애가 좀 멍청하기는 해도 예쁜 여자애들이랑 노는 걸 좋아하더라고! 지난번에 걔랑 같이 놀라고 데려온 여자애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즉사했다지?”손가을은 움찔하며 충격 어린 표정으로 서석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소리 없이 흐느꼈다.서석호가 거짓말한 것 같지는 않았다. 손혜린은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애였다.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딸 희주는 그녀에게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왜? 마음 아파?”서석호가 입술을 감빨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딸 살리고 싶어? 간단해! 내가 평소에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 거야! 여기 사람
“내가 잘못했어.”염구준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손혜린한테 속아서 5년이란 시간을 허비했어. 내가 속지만 않았어도….”“이것들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옆에서 듣고 있던 서석호가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염구준의 말을 잘랐다. 그는 염구준의 얼굴에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개 같은 자식, 누군가 했더니 너였구나? 손가네 데릴사위, 염구준?”“감히 내 일을 방해하려 하다니! 죽고 싶어? 내 이놈을 당장!”고래고래 떠들던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아귀를 뻗어 서석호의 턱을 잡고 비틀었다.우드득!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상하 치아가 순식간에 맞물리며 서석호의 혀를 잘랐다!그 뒤에 이어진 발차기에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던 서석호가 끈 떨어진 연처럼 공중을 날아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뒤에 있던 호화 안마의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서석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손가을을 포함해 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염구준의 품에 안긴 염희주마저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190cm를 자랑하는 장신 서석호가 가볍게 나가 떨어져서 피를 토하는 모습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으… 윽….”놀란 손가을도 다급한 마음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염구준의 팔을 밀쳤다.‘도망가. 빨리 도망가. 여긴 서가네 아지트야. 온통 서가네 사람들 뿐이라고!’“두려워하지 마.”염구준은 시선을 돌려 담담한 표정으로 손가을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만 원한다면 저놈들을 싹 다 죽여 버릴 수 있어. 내 딸과 처를 괴롭힌 놈들은 죽어도 싸!”그냥 겁주기 위한 멘트가 아닌, 전신전 전주의 선전포고였다.어차피 사회의 암 같은 존재들뿐인데 좀 죽이면 어때서?"………" 손가을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흘렸다.죽이면 안 돼, 죽이면 안 돼!당신이 군인이었다 하더라도, 무공이 뛰어나고, 서석호를 죽일 수 있고, 이곳의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