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정리하고 출발하자.”염진은 손녀를 보러 간다는 말에 신이 나 더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청해, 단지 관리실.한밤중 날이 밝기 전, 검은 옷을 입은 사람 몇 명이 거들먹거리며 입구로 들어갔다.염구준이 청해에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정문으로 드나드는 것이였다.“거기 서, 먼저 등록하시오!”반팔 차림의 젊은 경비원이 관리실에서 걸어 나왔다. 밖에 내놓은 팔뚝은 단단한 근육으로 가득했다.한기가 가시지 않은 밤중에도 그는 전혀 춥다고 느끼지 않은듯 싶었다.그들의 옷에는 검은색 단풍잎이 수놓아져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흑풍 조직의 사람들이었다. “미련한 사람 같으니라고! 당신이랑 상관없는 일이니 남 일에 참견하지 마시오.” 한 사람이 걸어 나와 소리쳤다.흑풍 조직은 뻔뻔하고, 당당했다. 경비원이 문밖에서 막아선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이게 제 업무입니다. 먼저 등록하지 않으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경비원이 말하면서 그들의 앞으로 가 길을 막아섰다.“와 씨, 매달 월급으로 딸랑 이백몇십만 원 받으면서 목숨까지 거는 거야?”한 흑풍 조직원이 반짝거리는 무기를 꺼내 흔들며 비꼬았다. “당신들 손쓰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힘 조절을 잘 못하면 죽일 수도 있거든요.” “하하, 설마 나사 하나 빠진 건 아니겠지?”경비원은 진지하게 말했지만 몸에서는 아무런 기운도 흐르지 않아 흑풍 조직원들은 삿대질을 하며 큰 소리로 비웃었다.원래 그들은 흑풍 존주의 명령을 받고, 손가을을 납치해 가려고 온 것이었는데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붙잡혀 버렸으니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형들, 장난 그만해요. 바로 처리해 버리면 편하게 임무 수행할 수 있는데 괜히 여기서 힘 빼지 맙시다.”그들 중에서 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손에 나이프를 들고 허세를 부리며 말했다.그가 경비원에게 다가가자 웃는 얼굴이 서서히 음흉해지면서 잔인함이 드러났다.역시 그들은 전혀 착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죽어!”그는 손을 들어
진짜 빠르다!나머지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을때는 그 두사람은 이미 죽어있었고, 애초에 구조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곧이어 경비원이 또 움직였다. 경비원의 기술은 마치 군인의 체술같이 하나하나 모두 소박하고 꾸밈이 없었다.흑풍 조직원들은 비록 그가 다음에 어떻게 공격을 할지 알아차렸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고, 힘이 상상 이상으로 세서 차마 피할 수가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우두머리를 제외한 사람들 모두가 순식간에 죽어 버렸다. “단지 육신의 강도가 이렇게 두려울 정도라니, 그냥 괴물 그 자체구나.”비록 그의 전력이 최고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단전의 무성에 이제 막 입성한 강자긴 했다.그의 매서운 공격에 조직원들은 공격도, 피할 수도 없었다.가만히 서있어도 못 때리는데,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어이, 검은 단풍잎, 당신도 흑풍 조직 사람입니까?”경비원은 마치 꿈에서 깬 듯, 그제서야 사람들 옷에 있던 단풍 그림이 보였다.‘저 자식이, 진짜 멍청한 거야, 아니면 멍청한 척하는 거야?’흑풍 우두머리는 경비원의 정체를 정말 가늠할 수 없었다.“맞아, 난 흑풍 조직 사람이다. 이제 무서운 거 알겠지?”흑풍 조직은 악명이 매우 높아 보통 그 존재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체면을 세워주기 바빠했다. “그럼 너도 죽어야겠네!”하지만 경비원은 달랐다. 그가 사실은 흑풍 조직에 원한이 있었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경비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공격을 가했다.“아니!”그러자 우두머리는 순식간에 겁에 질려 피하려고 했지만 두 눈을 크게 뜬 채 역시나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구준이가 예상한 그대로군. 진짜 가을이를 노리러 오다니, 죽으려고 작정했네!” 이 경비원은 다른 사람이 아닌, 용필이었다. 전형의 독을 제거하고 난 뒤로 그는 계속 청해에 남아있었고 염구준은 그에게 하는 수 없이 보디가드 자리를 내주었다.어쩔 수 없었다. 해독이 되었으니 남은 건 강한 몸 뿐이고, 머리를 다쳤으니 어려운 일은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펑!”고대영은 그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후배들을 보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임무를 받은 그 순간, 그 임무는 우리의 목숨이랑 함께 하고, 최선을 다해 완수해야 한다. 알겠나?”만약 구자검 때문에 힘을 너무 많이 써서 힘을 다했더라도 그는 마지막까지 목숨 걸고 싸웠을 것이다.“예!”그의 후배들은 몸을 곧게 세운 채 짧고 굵게 대답했다. 그들은 가문에서 천부적인 자질이 뛰어난 사람들이라 모든 것을 하찮게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이 순간은 모두 눈 앞에 있는 남자에게 충성을 다했다. “물러서!”순간 고대영은 갑자기 무엇인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4명의 후배들을 밀치고 자신도 빠른 속도 물러났다.그는 수년간의 임무 경험을 통해 감각이 매우 예민해져 있었다. “쾅!”그들 5명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원래 서있던 자리에 거대한 바위가 하나가 툭하고 떨어졌다. 넘실거리는 폭풍이 작지 않아, 그들의 자세가 약간 흐트러져 땅에 착지 후에도 똑바로 설 수 없었다.이렇게 큰 바위는 투석기로 발사한 것임이 분명했다.“북서쪽에서 온 공격이다. 모두 경계 태세로!”고대영은 거대한 바위의 공격 루트를 따라 공격 방향을 판단했다.“쯧쯧, 반응이 꽤 빠르네!”그때 대략 20여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모두 길리복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인내심이 대단하군, 끝까지 따라오다니.” 고대영은 빠르게 몇 사람을 훑어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고대영은 사실 염씨 가문을 나설 때 이미 미행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적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그는 그들을 계속 따라오게 만들어 고씨 가문 세력 범위 내에 들어섰을 때 사람을 불러 처리하려고 했는데 이 사람들이 중간에 손을 쓸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처리하지 않았다니.. 이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비아냥거렸다.“바로 처리하지 않은
10여 번의 맞대응 후 고대영은 열세에 몰려 간신히 버티는 상태가 되었다. 방금 큰 전쟁을 치르고 중상까지 입었는데 어떻게 같은 경지에 올라있는 사람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 “슥슥!”결국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칼을 맞아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승패는 이미 갈렸다.“하… 당신들 도대체 누구야? 왜 염구준인 척을 하고 우리를 습격한 거지?”바닥에 쓰러져 있는 고대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상황이 하나하나 다 이상했다. “하하, 내가 누구냐고?”우두머리처럼 보이는 남자가 큰 소리로 미친 듯이 웃고는 손을 들어 검은 천의 마스크를 뜯어냈다.“저희 어제 만났었는데 벌써 잊으신 거예요?”익숙한 얼굴이 나타나자 고대영은 놀라우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바로 흑풍 존주였다!“어때요? 서프라이즈! 생각도 못 했죠? 하하하!” 흑풍 존주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그가 고대영을 찾아왔을 때 이미 여기까지 생각했었다.“왜 이러는 거야? 당신은 청해에서 염구준의 와이프를 상대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고대영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됐어요. 어차피 곧 죽을 사람 같아 보이는데 뭐. 됐고, 제 계획을 말씀드리죠.”흑풍 존주는 바닥에 있는 고대영을 내려다보며 우월감을 느끼는 듯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제가 당신을 찾아온 건, 당신을 이용해서 염구준을 끌어내 염구준의 아내에게 손을 대려고 했엇는데, 이건 버리는 카드일 뿐, 벌써 부하들한테 시켜뒀어요.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해도 상관없습니다. 사실 이 계획의 핵심은 고씨 가문에 염구준이 당신들을 죽였다는 것을 알리는 거니깐요!”고대영의 머리로는 추측해냈을 거라고 생각해 흑풍 존주는 본점만 말하고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당신도 정말 지독하네요. 고씨 가문의 힘을 빌려 염구준이랑 전쟁을 하다니.” 고대영은 자신이 함정에 빠져 버린 것에 굉장히 화가 났다.“맞아요. 누가 죽든 전 기쁜 마음으로 볼 거예요.”죽어
“고황호, 두 수호자께 인사 올립니다.” 그러자 고황호는 아주 공손하게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 “고황호?”두 사람은 눈앞의 남루한 옷차림을 한 남자를 한참 동안 보고 나서야 그가 고황호이란 것을 알아챘다.평소 풍채가 늠름하던 그가 더럽고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거지꼴로 나타나니 차마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 “고대영이랑 다른 사람들은?” 그중 한 수호자가 물었다.“…. 죽었습니다. 다 죽었어요. 모두 염구준이 한 짓입니다…! 흑흑…..” 고황호는 가문의 어른들을 보자 연약한 정신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염구준? 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정말 나쁜 놈이구나.”“가자. 지금 당장 청해로 가서 염구준을 죽이고 대영이의 복수를 하자!”두 수호자는 화가 치밀어 올라 서로 한 마디씩 하며 바로 출발하려 했다.“안됩니다. 그 사람은 너무 강력합니다. 벌써 반보천인입니다.” 고황호가 급히 말렸다. 이렇게 아무 준비 없이 간다면, 제 아무리 높은 경지여도 그냥 목숨을 갖다 바치는 게 될 것이 틀림 없었다. “…반보천인?!”“그럼 일단은 가문으로 돌아가 가주님께서 어떻게 결정하시는지 보자꾸나.” 두 사람은 자신들보다높은 경지에 놀라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고 이 일을 먼저 상부에 보고하기로 했다. 이번 일은 그들의 능력을 벗어났다.“예!”고황호는 눈물을 닦고 정신을 차리며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고씨 가문, 의사 회당. 많은 고위층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고, 고황호는 침을 튀기며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설명했다. 그가 염구준에게 가지고 있던 원한이 더해져 당연히 더욱 보탬이 되었다.“그 목소리는 분명히 염구준 입니다. 염구준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도 자신이 염구준이라고 인정했고요.”고황호는 아주 확신했다.그때 중앙 자리 옆에 앉아 있었던 한 사람이 몸을 일으켜 의사 회당 전체를 둘러보며 말했다. “가주는 폐관하고 고씨 가문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다들 말씀해 보세요. 어떻게 하면 좋겠습
“편지는 제가 작성하면 되지만, 저는 염구준에게 그 편지를 가져다줄 사람이 필요합니다.”“제가 가겠습니다!”고황호가 앞장서서 나섰다.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고, 염구준은 분명 거리낌 대상이니 이렇게 하면 화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저희 고씨 가문이 배출한 인재, 소년 영웅. 이 일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고대강은 바로 결정했다.“절대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고황호는 흐뭇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하지만 고씨 가문의 고위층 사람들은 이렇게 중요한 일을 어린아이에게 맞길 줄은 상상도 못해 모두 벙쪄있었다.“됐습니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니 그만 해산합시다. 각자 위치로 돌아가서 적의 습격을 막을 수 있도록 경비를 강화하세요.”고대강의 말이 떨어지자, 오늘의 회의도 그렇게 끝이 났다. 뭔가 엉성했지만 부 가주라는 지위 때문에 고위층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각자 자리를 떴다.사람들이 가고 난 뒤, 고대강은 옆 문으로 나와 공손히 말했다.“가주님, 일은 잘 처리했습니다.”“예, 그럼 편지는 누가 가지고 갑니까?” 조용한 방 안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황호입니다. 스스로 자처했습니다.” 고대강은 사실대로 대답했다.“아주 좋다. 덜렁이가 가니 일은 더 잘 풀릴 것이야.”마치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이 이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한편, 염구준은 청해로 돌아왔다. “자, 사돈, 아침은 꼭 챙겨 먹어요!”손태석은 계란 프라이를 집어 염진의 밥그릇에 올려두었다. 쓸데없이 열정적이었다.“사돈, 진짜 배부릅니다.. 더 이상은 못 먹겠어요.” 염진은 젓가락을 들어 계란 프라이를 막았다.두 사람은 서로 양보하지 않고 밥상에서 다퉜다. 염진은 염구준이 청해로 오자, 민폐를 끼치기 싫은 마음에 원래는 호텔에서 지낼 생각이었다.손태석이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염구준을 혼내고 호텔로 가 염진을 집으로 모셔왔다.그리고 며칠 동안 두 사람은 계속 격식을 차리고 있었다.
“조심해, 다치지 말고.” 손가을은 자신의 남편이 대단한 사람이란건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단지 입구, 고황호가 나타나 거들먹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뭐 하러 왔어?” 경비원이 잽싸게 나타나 그를 막아섰다.오늘도 용필이 근무하는 날이었다.‘진짜 빠르네, 언제 나타난 거야?’고황호는 속으로 놀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바로 눈앞에 나타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몸에서는 기운의 파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방금 사람이 있다는 걸 몰랐을 거라며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 “거기, 당신 말이야. 당신 바보야?” 용필은 그가 조금 멍청해 보였다.“칫, 네가 바보겠지. 사람 좀 찾으러 왔다.”고황호는 화가 났지만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분노를 억눌렀다.아무리 그래도 전신경지인데, 고작 경비원한테 비웃음을 당하다니, 이게 뭐야!“그래, 나 바보다!”용필은 화를 내지 않고 태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어쨌든 머리가 다친 건 사실이었으니 예전에 천면색용 부자에게 전형으로 단련되었던 것이 지금의 모습까지 회복된 것만 해도 이미 훌륭했다.“귀찮아 죽겠네.” 고황호는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단지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는 정말 이 바보와 말다툼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들어가려면 등록부터 해.” 하지만 용필은 그의 앞을 막고 서서 등기부를 건넸다.“흥!”고황호는 짜증을 내며 살짝 피해 돌아가려 했지만 용필은 마치 유령처럼 그가 어떻게 움직이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개자식아, 나랑 지금 싸우자는 거야?”고황호는 화가 나서 손을 들어 주먹을 날렸다. 그 위력은 적지 않았고, 눈 앞의 용필은 그저 기운 없는 사람, 즉 실력이 뛰어난 보통 사람처럼 느껴졌다. “텅!”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용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황호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때리지 마. 한 번만 더 때리면 나도 때린다.”“때려 봐!”고황호는 한 방이 먹히지 않자,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전신 영역을 전개해
고황호가 아무리 쓸모없어도 고씨 가문이 보낸 사람인데 어쩌다 보니 양아치가 되었다.이 말을 듣자 그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부릉부릉!”바로 그때, 엔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포르쉐 5대가 단지 안에서 천천히 모습을 보였는데 그중 3대는 보디가드 차였다.바로 캠핑을 가는 염구준 가족이 안에 타고 있었다.포르쉐 5대는 단지 주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모두 부러움 아니면 질투의 눈빛을 보냈다.“매제, 내가 할 말이 좀 있는데!”용필은 입구에서 염구준 가족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용필이 출근한 것을 보자, 손가을과 사람들은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염구준이 차에서 내려 고황호를 보고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차리고 차를 앞에 있는 모퉁이에 가서 기다리게 했다.“이 새끼가 매제를 찾았어.” 용필이 고황호을 가리키며 말했다.“예.”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침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 물어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염구준, 난 네 목숨을 가지러 왔다!”고황호는 드디어 원수를 만나자 순간 눈에 핏발을 세우며 갑자기 염구준을 향해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고대영의 죽음, 세 동료들의 죽음을 떠올리면 그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죽으려고 아주 기를 쓰네.”염구준이 손을 들기도 전에 용필이 바로 그를 쓰러뜨렸다.“죽일까?”염구준이 명령만 내리면 고황호는 즉사할게 분명했다. “진정해요.”염구준은 쪼그리고 앉아 몸부림치며 분노하는 고황호를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해봐, 그날 염씨 가문에서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당사자를 만났으니 분명히 이 일을 물어봐야 한다.그러자 고황호는 차갑게 웃으며 큰 소리로 화를 냈다.“좋아. 당신이 기억을 잃은 척을 한다면 내가 다시 기억나게 해줄게!”그는 이어서 그날의 일들을 전부 다 얘기하고 말을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언성이 더 높여졌다. “대체 누가 누명을 씌우는 거야? 그 사람은 내가 아니야.” 염구준은 그의 말을 듣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
“진정하세요. 많지도 않습니다.”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게 많지 않다니 두 사람은 경악했다.최근 청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땅값이 점점 올라 제일 저렴한 별장도 20억 이상이었다.“염 선생님, 그쪽과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오백하가 못마땅 해하며 물었다.손씨 그룹이 끼어들면 그는 뒷배인 회사를 내세워도 대항할 수 없었다.“용필 형, 나를 뭐라고 부르죠?”염구준이 옆을 보며 물었다.“내 매제지.”용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들었어요? 나랑 상관 있죠?”염구준이 되물었다.상대방이 기어코 끼어들겠다고 하니 오백하는 심란하여 계속 머릿속을 굴렸다.‘어떡하지, 어떡하지?...’돈은 어느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적어도 52억은 있어야 상대방과 싸울 수 있었다.평소 그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즐겼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돈으로 억압당할 줄은 몰랐다.인과로 보복을 당하니 매우 불쾌했다.“저기요. 왜 예물값을 올리지 않나요?”염구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주의를 주었다.‘올리긴 뭘 올려?’오백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겉으로 애써 웃었다.돈으로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면으로 능력을 보여서 자신의 우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저 멍청한 놈은 윤나를 지킬 자격이 없어요. 두 분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오백하가 갑자기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그게…”하동철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무조건 가격을 올리라는 속셈이었다.“주먹다짐을 비교하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되죠.”염구준이 분명하게 말했다.종사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녀석이 감히 용필 앞에서 나대다니 속으로 우스웠다.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다.“안 돼.”갑자기 하윤나가 용필을 부둥켜안으면서 싸우지 못하게 붙잡았다.하지만 오백하의 눈에는 그녀가 용필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펄쩍 뛰었다.“남자라면 나랑 겨루자. 지면 알아서
“아씨, 저 새끼가 내 물건을 훔쳤어. 다음에 눈에 띄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목소리에서 상대방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도련님, 어서 오세요.”하윤나의 부모님은 목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이했다.염구준은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방금 용필이 들어올 때 쳐다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당당한 사람이 되는 게 좋지 않은가?“네.”오백하는 한 글자로 답하고 당연하듯이 주석에 앉아 거만하게 행동했다.그리고 눈에 불을 켜고 용필과 하윤나를 노려보았다.염구준 부부도 봤지만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도련님, 무슨 일로 늦게 오셨어요?”하동철이 차를 따르면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말도 마세요. 오는 길에 미친놈을 만났는데 내가 윤나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을 도둑맞았어요. 차로 뒤쫓아도 잡지 못했어요.”오백하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무슨 인간이 그렇게 빨리 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초상비.’염구준과 용필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챘다.‘의리 있는 사람이네. 앞으로 잘 지내야겠어.’용필 입장에서 초상비가 오백하를 죽이지 않고 그냥 방해한 것만으로도 형제로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다.“분명 비싼 물건이겠죠.”하동철의 관심은 언제나 돈이었다.“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요. 2억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에요.”오백하가 허풍을 떨기 시작했다.어쨌든 물건을 찾아오지 못했으니 가격을 20억, 200억을 불러도 누구도 따지지 않을 것이다.“아쉽게 됐네요. 제가 경찰에 신고할까요?”하동철이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됐어요. 이따가 가서 다시 살게요.”오백하는 손을 들어 하동철을 제지시켰다.그는 허풍이 들통나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솔직히 하윤나와 연인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귀한 물건을 선물할 리가 없었다.“됐어요. 허풍은 그만 떨고 본론으로 갑시다.”염구준은 귀가 썩을 것 같아서 대화를 끊어버렸다.오늘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될 텐데 체면을 줄 필요도 없었다.
하윤나는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나중에 부모님들에게 말하려고 했다.그런데 부모님들이 눈치를 챘는지 자꾸 방해를 하는 것이다.보다 못한 김연주가 나서서 말렸다.“됐어. 그만 싸워. 이따가 두 사람 다 오니까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해.”듣기에 공평한 것 같지만 실은 오백하를 두둔하고 있었다.용필의 상황으로는 경쟁할 가치도 없고 그냥 망신만 주려고 생각한 것이다.똑똑!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염구준 일행이 들어왔다.방금 세 식구가 한 말을 밖에서 다 들은 것이다.용필의 안색이 퍼렇게 질려서 보기 흉했다.“들어오세요.”하동철이 이내 표정을 바꾸고 반갑게 맞이했다.지금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만약 오백하라면 추태를 보여주지 않았나 은근 걱정이 되었다.끼익!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용필이 들어오면서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아버님, 어머님. 제가 왔습니다.”그를 본 하동철의 웃던 얼굴이 바로 굳어져버졌다.“앉아.”모든 말이 얼굴에 써져 있었다.“오빠, 이쪽으로 와서 앉아.”하윤나는 앞으로 다가가 용필의 팔을 잡아당겨 자기 옆에 앉혔다.두 사람은 깨알이 쏟아질 정도로 다정했다.그 장면을 본 하동철은 혈압이 슬슬 올라왔다.“형님, 안목이 있네요.”염구준이 장난을 치며 손가을과 함께 룸으로 들어왔다.병원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그런데 오늘 가까이서 봤더니 하윤나의 외모는 경국지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뻤다.“어머, 손 대표님, 염 선생님이 오실 줄은 몰랐어요. 어서 앉으세요.”하동철은 얼른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했다.얼굴 표정이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적응되지 않았다.“편하게 말씀하세요.”염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아내와 함께 용필의 옆자리에 앉았다.세력과 재부에 눈이 멀어 아부하는 소인배를 용필과 연관되어 있지 않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하하하.”하동철은 뻘쭘해서 헛웃음을 지었다.돈만 준다면 그를 어떻게 대해도 기꺼이 참을 수 있었다.세 사람이
“지금 윤나 부모님들도 이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 근데 나 돈이 없잖아. 어르신이 오후에 글로리 호텔에서 만나면 답변을 준댔어. 말로는 오백하도 온대.”용필은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감히 어머니에게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건장한 몸으로 반보천인 고수와 싸울 수 있지만 돈 앞에서 한결 작아졌다.하지만 돈은 확실히 만능인 물건이었다.“간단해. 내가 가서 오백하 놈을 죽여버릴게. 그럼 누구도 방해하지 않아.”초상비가 화끈한 제안을 했다.그는 강호에서 여러 해를 굴러먹어서인지 겁이 없고 수법이 거칠었다.“안 돼. 윤나가 폭력으로 해결하지 말랬어.”용필은 고개를 저으며 입구를 막았다.혹시나 방심한 사이에 초상비가 뛰쳐나갈까 봐 미리 방지한 것이다.보안실 경호원들 중에서 실력이 가장 약한 초상비도 정신지상 실력이니,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염구준이 잠시 중얼거리더니 계속 물었다.“그 외에 다른 조건이 있어요?”용필은 생각하면서 말했다.“그리고 연봉이 높은 직장을 찾으래.”지금 그는 매달 월급 300만으로 청해시에서 수입이 중상 레벨이지만 부잣집 자식들과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일도 아니죠.”염구준이 일어나더니 용필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돈에 눈이 어두운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경고를 줄 필요가 있었다.아니면 앞으로 용필만 힘들게 될 것이다.“무슨 뜻이야?”돈이 없는 용필은 어리둥절했다. “돈이 필요하면 내가 낼게요. 호텔에 나와 가을도 함께 갈게요.”염구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정말이야?”갑작스러운 행복에 용필은 어쩔 줄 몰랐다.“정말이죠. 거짓이겠어요?”그가 엄숙하게 대답했다.글로리 호텔 입구에 핑크색 포르쉐가 멈추더니 염구준 일행이 내렸다.“손 대표님, 저한테 맡기세요. 안전하게 주차하겠습니다.”입구에 있던 종업원은 거물이 오자 바로 달려왔다.“수고하세요.”손가을은 한마디하면서 팁으로 현금까지 쥐어 주었다.그리고 세 사람은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용필은
“맞아!”“얼마 전에 용필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오빠를 간호해 준 간호사 윤나 씨랑 정이 들어서 지금 결혼 얘기까지 오간 상태야.”“그런데 문제는 저 오백하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 중학교 동창회에서 윤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려서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있다는 거야.”손가을은 상황의 전말을 설명했다.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그녀는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그럼 형님과 윤나 씨의 사이는 어떤데?”염구준은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남녀 간의 감정은 억지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었다. 만약 하윤나가 과거의 인연에 흔들려 마음이 변했다면, 그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아주 좋아. 근데 문제는 오백하가 윤나 씨 부모님께 돈을 줘서 두 분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어.”손가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작을 부렸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형님과 얘기 좀 해봐야겠어.”용필은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해준 사람이라 그도 이번엔 상대방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오백하가 돈을 얼마를 줬대도 상관 없었다. 돈은 어차피 그가 더 많을 테니까 말이다.그 후, 가족들은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아쿠아리움에 들렀고, 저녁에는 어린이 영화를 관람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이 여행을 떠난 탓에 집안은 조금 썰렁했다.‘역시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구나.’다음 날, 염구준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손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건물 입구에서 경비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용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염구준에게 구출된 이후로, 그가 이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자는 쉽게 울지 않는 법이었다. 진짜로 슬플 때는 빼고 말이다.용필이 뇌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단지 정상인보다 지력이 낮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왜 그래요? 돈이라도 잃어버렸어요?”염구준은 농담하며 말을 걸었다.“왔어?”
“아이를 상대로 사기라도 치는 거야? 아님, 이런 최상급 진주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거야?”“전 40억을 제시하겠습니다.”이때, 또 다른 중년 여성이 다가와 염구준 가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본래는 남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주의 유혹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선 거였다.염희주는 진주를 다시 상자에 넣고 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생각했지만 다 세지 못했다. “우와, 그럼 맛있는 걸 많이 살 수 있겠네요!”그녀는 말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허락을 구했다.사실, 원칙적으로는 그녀에게 준 선물이니 그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었다.이에 염구준은 웃으면서 말했다.“이 진주는 황지영이 너한테 선물로 준 거야. 팔지, 안 팔지는 네 결정에 달렸어.”“지영 언니...”염희주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진주를 품에 안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팔래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안 팔 거예요.”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특히 우정과 같은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두 명의 보석 업계 거물은 크게 아쉬워 했지만 어쩔 수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수를 써볼 수 있었겠지만, 이 가족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두 분, 이제 돌아가주시죠.”염구준이 공손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경솔했네요.”두 사람은 염구준이 지금 자신들이 떠났으면 하는 걸 알아차리고는, 손을 모아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아무리 진주가 탐나더라도 손씨 그룹을 적으로 돌리는 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방금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레스토랑 안의 손님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40억에도 안 판다고? 정말 돈이 필요 없는 집안인가 봐.”“염구준은 딸에게 정말 잘해주네. 저렇게 큰 스케일의 선물도 주다니.”“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진주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그러나 염구준 가족은 주변 사람들의 말에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대화를 나눴다.“그럼 결국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염구준은 아내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물었다.“가을아, 아까 말한 그 깜짝 선물, 이제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은데?”“헤헤.”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조개를 드러내며 오른손을 천천히 들었다. 우웅.한순간에 그녀의 손바닥이 떨리더니,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화진 종사가 된 것이다.이정도 경지로는 강호에서 고수라고 하기엔 부족했지만, 자기 방어용으로는 충분했다.염구준은 그녀가 종사경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았다.“종사경에 오른 것을 축하해!”그는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까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알아챘지?”손가을은 와인잔을 들며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지 못 한 것 같아 약간 아쉬워했다.“기운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나도 몰랐을 거야. 어머니의 호신 옥팔찌가 네 기운을 완벽히 감춰줬으니까.”염구준은 솔직하게 답했다.한편, 염희주는 엄마,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음식을 먹는 데 열중했다.어른들의 일에 함부로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있어서였다. “구준 씨도 줄 선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손가을은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있지!”그는 웃으면서 비밀 은장갑 한 쌍을 꺼내 아내에게 건넸다.“응?”전에 남편에게 받은 선물은 많았지만, 장갑은 처음이었다.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장갑을 착용했다.그리고 장갑을 끼자마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믿기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였다.장갑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 찬 것처럼 손끝의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마음에 들어?”염구준은 아내의 반응을 보고 다정하게 물었다.“응, 진짜 마음에 들어. 이건 병기지?”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기뻐하며 물었다.“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보검도 하나 준비했는데, 이런 공공장소에서는 꺼내기 좀 그래서 이따가 줄게.”염구준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구준 씨, 항상 날 신경 써줘서 고마워.”그
청해시에 들어서자마자 염구준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마치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이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는데, 손가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구준 씨, 청해시에 도착했어?”사실 염구준도 막 상륙하자마자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려던 참이었다.“방금 시내에 들어왔어. 조금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할 것 같아.”염구준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체리 뮤직 레스토랑으로 와. 구준 씨한테 줄 깜짝 선물이 있어.”손가을은 담백한 목소리로 신비롭게 말했다. “좋네, 나도 줄 선물이 있었는데.”염구준은 흔쾌히 동의했다.아내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라니, 무엇일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무척 기대했다.왜,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나?체리 뮤직 레스토랑은 고급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우아한 분위기로,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염구준은 차를 도로변에 주차한 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손님, 저희 레스토랑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입구에 있던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예약했어요. 제 아내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직원의 태도가 좋았기에 염구준은 좋게 얘기했다. 직원이 예약 정보를 확인하려는 찰나,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서둘러 달려 나와 허리를 숙이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염 선생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사장님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염구준 부부는 청해시에서도 알아주는 거물들이었기에, 레스토랑 측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극진하게 모셨다.“이렇게까지 정중하게 대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밥 먹으러 온 거니까요.”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레스토랑 안에서는 잔잔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안에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정장을 갖춰 입어 특히 우아해 보였다.그에 비해 캐주얼한 옷차림의 염구준은 이곳에 맞지 않아 보였다. 청해시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온 거라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캐주얼한 옷차림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등에는
“하, 원래는 모두가 함께 돌파하길 기다리려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필요 없겠네.”우웅. 청룡이 몸을 떨자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치며 기파가 주위로 전파되었다. 그 역시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사실은 몇 달 전부터 이미 돌파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충격을 줄까 봐 지금껏 경지를 억눌러왔던 것이었다. 청룡의 이 숨겨진 실력은 보통 사람이라면 전혀 알아채지 못할 터였으나, 염구준은 알고있었다.“괴물들이네, 정말.”붉은 장미는 이 장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사대 전존의 자리는 실력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 또한 극도로 까다롭게 요구했다.“못 살겠다. 다들... 도대체 뭔데 이렇게 쉽게 돌파 해?”주작은 이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룡이 돌파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바로 돌파했으니까 말이다.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이로써 사대 전존 중 두 명이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전신전의 전력은 또 한 단계 상승한 셈이었다.“돌아가면 무공 수련에 집중해. 너희 둘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염구준은 남은 두 사람을 격려했다.사실 이 모든 것은 옥패 덕분이었다. 옥패에 담긴 무공을 본 후로, 다들 무공이 급격히 향상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뿌우우!염구준이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리더니 곧 한 함대가 공해에서 다가왔다.국기를 보니 그건 동양에서 온 함대였다.“주상, 저들을 제거할까요?”청룡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용하 해역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봐주지 말고 쏴버려.”염구준은 원래부터 동양인들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기에 지금 제 앞에 나타난 그들을 보며 인내심이 바닥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국주가 전쟁이 확대될까 봐 걱정이 되어 동양과의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염구준은 이미 동양을 정벌했을 것이다.“우리는 동양 호위 함대다. 그대들은 즉시 분쟁 해역에서 떠나라!”이때, 동양 함대가 무전을 통해 외쳤다.‘분쟁 해역?’“청룡, 기다릴 필요 없어. 공격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