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제가 작성하면 되지만, 저는 염구준에게 그 편지를 가져다줄 사람이 필요합니다.”“제가 가겠습니다!”고황호가 앞장서서 나섰다.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고, 염구준은 분명 거리낌 대상이니 이렇게 하면 화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저희 고씨 가문이 배출한 인재, 소년 영웅. 이 일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고대강은 바로 결정했다.“절대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고황호는 흐뭇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하지만 고씨 가문의 고위층 사람들은 이렇게 중요한 일을 어린아이에게 맞길 줄은 상상도 못해 모두 벙쪄있었다.“됐습니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니 그만 해산합시다. 각자 위치로 돌아가서 적의 습격을 막을 수 있도록 경비를 강화하세요.”고대강의 말이 떨어지자, 오늘의 회의도 그렇게 끝이 났다. 뭔가 엉성했지만 부 가주라는 지위 때문에 고위층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각자 자리를 떴다.사람들이 가고 난 뒤, 고대강은 옆 문으로 나와 공손히 말했다.“가주님, 일은 잘 처리했습니다.”“예, 그럼 편지는 누가 가지고 갑니까?” 조용한 방 안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황호입니다. 스스로 자처했습니다.” 고대강은 사실대로 대답했다.“아주 좋다. 덜렁이가 가니 일은 더 잘 풀릴 것이야.”마치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이 이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한편, 염구준은 청해로 돌아왔다. “자, 사돈, 아침은 꼭 챙겨 먹어요!”손태석은 계란 프라이를 집어 염진의 밥그릇에 올려두었다. 쓸데없이 열정적이었다.“사돈, 진짜 배부릅니다.. 더 이상은 못 먹겠어요.” 염진은 젓가락을 들어 계란 프라이를 막았다.두 사람은 서로 양보하지 않고 밥상에서 다퉜다. 염진은 염구준이 청해로 오자, 민폐를 끼치기 싫은 마음에 원래는 호텔에서 지낼 생각이었다.손태석이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염구준을 혼내고 호텔로 가 염진을 집으로 모셔왔다.그리고 며칠 동안 두 사람은 계속 격식을 차리고 있었다.
“조심해, 다치지 말고.” 손가을은 자신의 남편이 대단한 사람이란건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단지 입구, 고황호가 나타나 거들먹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뭐 하러 왔어?” 경비원이 잽싸게 나타나 그를 막아섰다.오늘도 용필이 근무하는 날이었다.‘진짜 빠르네, 언제 나타난 거야?’고황호는 속으로 놀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바로 눈앞에 나타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몸에서는 기운의 파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방금 사람이 있다는 걸 몰랐을 거라며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 “거기, 당신 말이야. 당신 바보야?” 용필은 그가 조금 멍청해 보였다.“칫, 네가 바보겠지. 사람 좀 찾으러 왔다.”고황호는 화가 났지만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분노를 억눌렀다.아무리 그래도 전신경지인데, 고작 경비원한테 비웃음을 당하다니, 이게 뭐야!“그래, 나 바보다!”용필은 화를 내지 않고 태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어쨌든 머리가 다친 건 사실이었으니 예전에 천면색용 부자에게 전형으로 단련되었던 것이 지금의 모습까지 회복된 것만 해도 이미 훌륭했다.“귀찮아 죽겠네.” 고황호는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단지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는 정말 이 바보와 말다툼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들어가려면 등록부터 해.” 하지만 용필은 그의 앞을 막고 서서 등기부를 건넸다.“흥!”고황호는 짜증을 내며 살짝 피해 돌아가려 했지만 용필은 마치 유령처럼 그가 어떻게 움직이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개자식아, 나랑 지금 싸우자는 거야?”고황호는 화가 나서 손을 들어 주먹을 날렸다. 그 위력은 적지 않았고, 눈 앞의 용필은 그저 기운 없는 사람, 즉 실력이 뛰어난 보통 사람처럼 느껴졌다. “텅!”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용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황호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때리지 마. 한 번만 더 때리면 나도 때린다.”“때려 봐!”고황호는 한 방이 먹히지 않자,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전신 영역을 전개해
고황호가 아무리 쓸모없어도 고씨 가문이 보낸 사람인데 어쩌다 보니 양아치가 되었다.이 말을 듣자 그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부릉부릉!”바로 그때, 엔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포르쉐 5대가 단지 안에서 천천히 모습을 보였는데 그중 3대는 보디가드 차였다.바로 캠핑을 가는 염구준 가족이 안에 타고 있었다.포르쉐 5대는 단지 주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모두 부러움 아니면 질투의 눈빛을 보냈다.“매제, 내가 할 말이 좀 있는데!”용필은 입구에서 염구준 가족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용필이 출근한 것을 보자, 손가을과 사람들은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염구준이 차에서 내려 고황호를 보고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차리고 차를 앞에 있는 모퉁이에 가서 기다리게 했다.“이 새끼가 매제를 찾았어.” 용필이 고황호을 가리키며 말했다.“예.”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침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 물어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염구준, 난 네 목숨을 가지러 왔다!”고황호는 드디어 원수를 만나자 순간 눈에 핏발을 세우며 갑자기 염구준을 향해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고대영의 죽음, 세 동료들의 죽음을 떠올리면 그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죽으려고 아주 기를 쓰네.”염구준이 손을 들기도 전에 용필이 바로 그를 쓰러뜨렸다.“죽일까?”염구준이 명령만 내리면 고황호는 즉사할게 분명했다. “진정해요.”염구준은 쪼그리고 앉아 몸부림치며 분노하는 고황호를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해봐, 그날 염씨 가문에서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당사자를 만났으니 분명히 이 일을 물어봐야 한다.그러자 고황호는 차갑게 웃으며 큰 소리로 화를 냈다.“좋아. 당신이 기억을 잃은 척을 한다면 내가 다시 기억나게 해줄게!”그는 이어서 그날의 일들을 전부 다 얘기하고 말을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언성이 더 높여졌다. “대체 누가 누명을 씌우는 거야? 그 사람은 내가 아니야.” 염구준은 그의 말을 듣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
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갑자기 돌아서서 고황호의 복부를 걷어찼다.“윽!”고황호는 한방에 뒤로 날라가 붉은 벽돌로 쌓은 담에 부딪혀 버렸다.와르르 무너진 담이 그의 몸을 깔아뭉개는 바람에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고씨 가문에 가서 전달해. 고대영이 습격해도 상관없으니 불만이라면 얼마든지 찾아오라고. 나 염구준이 모두 받아주마!”염구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가슴속의 분노를 계속 억눌렀다.그의 어머니의 성도 고씨이기 때문이다.그의 가족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기 싫어서 일부러 고황호를 살려줬다.말을 마친 염구준은 바로 차에 탔고, 그렇게 5대 포르쉐가 줄을 지어 서서히 사라졌다.폐허에 묻힌 고황호는 아예 신경 쓰지도 않았다.3시간이나 달려서 인근 도시, 청수시의 거위호수에 도착했다.“와, 너무 아름다워요!”염희주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놀 생각에 신나 푸른 호수가로 신나게 달려갔다.두 경호원은 그녀의 주변을 경계하며 뒤를 따랐다.거위호수 주변 경치는 아름답고 초원이 넓어 캠핑하기에 적합했다.“먼저 텐트부터 치자.”염구준은 트렁크에서 물건을 내리고 경호원들을 향해 말했다.경호원들은 모두 그가 직접 키웠기에 야외 생존 능력이 강했다. 텐트 치는 일도 역시 그들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우린 이제 물 가지러 가자. 이따가 야채도 씻어야 하고 밥도 해야 하니까.”손가을도 쉬지 않고 차에서 물통을 꺼내 들고 진숙영, 한설과 함께 갔다.지금 그녀의 신분이라면 충분히 다른 사람에게 시킬 수 있었다.하지만 캠핑을 왔으니 직접 나서서 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윙윙!멀지 않은 공터에 헬기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착륙했다.거위호수 경치가 아름다운 것이 유명해져 적지 않은 부자들이 이곳에 헬기착륙장을 만들었다.요란한 소리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염구준이 힐끗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기술이 참 개판이네. 추락했으면 바로 장례식장 행이였겠군.”“우웩.”그때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헬기에
“퉷, 속물 같으니라고. 관리자는 체면이 깍히면서 저런 놈한테 아부하다니! 정말 개 같군.”놀러 온 관광객들 모두 투덜거리며 짐을 정리하고 떠났다.아무리 불만을 토로해도 무슨 소용인가?맞설 용기가 없으니 그냥 참을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염구준은 듣는 척도 안 하고 계속 텐트를 쳤다.“저기, 선생님. 저희 오늘은 영업 중단해서요.”한 직원이 와서 공손하게 말했다.“당신 말고 관리자한테 오라고 하세요.” 이 직원도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러 온 것 뿐이니 염구준은 달리 책망하지 않고 똑같이 예의있게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자가 뒷짐을 지고 배를 내밀며 의기양양하게 걸어왔다.“무슨 할말이라도 있습니까?”지만백이 뒤를 봐주고 있었기에 관리자는 청수시에서 두려운 사람이 없었다.염구준은 그런 태도가 꼴도 보기 싫어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텐트를 쳤다.“당신들이 문을 열고 우린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까 이용할 권리가 있지요. 저흰 나가지 않을 겁니다.”그 말에 관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빤히 쳐다보았는데 단숨에 상대방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간파했다.“저기, 전액 환불해 드릴 테니 저를 도와준다 셈치고 제발 나가주시지요. 다음에 오시면 전액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관리자는 더는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손해보지 못할 이익을 내세웠다.‘하하하. 다음에?’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 없이 거절했다.평소 가족들이 바빠서 오늘처럼 다 함께 나올 기회가 없었기에 오늘 취소하면 또 언제 모일지 모른다.“돈은 됐고, 캠핑은 무조건 할 겁니다.”염구준이 단호하게 말했다.“하, 말이 안 통하는 양반이네. 다들 끌어내!”관리자는 뒤로 물러나며 뒤에 있는 무리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상대방은 경호원이 있지만 이쪽은 머릿수가 많으니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라 여겼다.“가족들이 있으니까 피는 보이지 말거라.”염구준이 당부했다.그 무리는 다들 몸이 튼튼하지만 아무런 기류가 흐르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그러니 굳이 나서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눈앞에 있는 지씨 가문은 염구준에게는 물론 그의 눈에도 보잘것없는 가문이었다.“당신이 내보내라고 지시했나요?”“맞아. 내가 지시했어, 왜? 내겐 그럴 권리가 있거든.”지백만은 자신의 애인을 옆에 끼고 건방지게 턱을 치켜들었다.“하. 무슨 권력? 어디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나 봐.”건방진 놈을 만났으니 염구준도 더는 좋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미친 놈을 이기려면 더 미쳐야 살아남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아주 좋아. 나한테 예의 없이 말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지백만은 침울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 그동안 누구도 자신에게 토를 달지 않았는데 그는 달랐다. 염구준이 그 모습을 보고 조소했다.“우리 앞에서 잘난 척하는 인간은 너뿐이 아니라서 놀랍지도 않네.”“좋아. 해보자 이거지? 얼마든지 상대해 줄게.”지백만은 떡하니 서서 높은 소리로 제일 강력한 부하를 불렀다.“권우야. 이놈 잘 교육시켜라.”하지만 권우라는 사람은 한참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아 분위기가 썰렁해졌다.“제기랄! 대체 뭐 하는 거야?”“우웩!”지백만은 욕설을 퍼부으며 홱 돌아봤는데, 그 권우는 아직도 헬기 옆에 쭈그리고 앉아 토하고 있었다.“죽는 것도 아니고 와서 사람 좀 패라?”비행기 멀미로 고통스러워하는 부하를 보고 있으니 창피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갑니다. 도련님… 우웩!”권우는 휘청거리며 다가오면서도 헛구역질을 해댔다.아직 멀미 증상이 사라진 게 아니였기에 위에 음식물은 물론 담즙까지 다 토해냈다.“저놈 당자 다리 부러트려!”지백만은 살짝 턱을 치켜들며 목표를 가리켰다.“알겠습니다.”그러자 권우의 힘들어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져 있었고, 눈빛이 싸악 바뀌며 염구준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헤헤. 네가 먼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지백만의 경호를 맡은 이후로,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라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아무리 개라도 상황을 잘 살피고 물어야지.”염구준은 아예 상대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나를 개라고 했어? 죽고 싶어?!’권
상대방 실력이 대단하지만 지백만은 본인의 체면이 깎였다는 것만 생각나 무조건 갚으려고 했다.‘또 있다고?’솔직히 염구준은 이 싸움이 지루했다.계속 싸워봤자 일방적으로 그를 괴롭히는 것이 된다.“아빠. 파이팅!”실컷 놀고 온 염희주는 할아버지의 곁에 앉아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렇다면 무술 공연이라 치고 가족들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나 선사하면 되겠다.’염구준은 이렇게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의견을 물었다. “말해봐. 어떻게 겨룰 건지.”“누가 헬기를 조종하는 기술이 더 뛰어난지 겨루자. 진 사람은 옷을 홀딱 벗고 여기서 한 바퀴 뛰는 거야.”지백만은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헬기를 조종하겠다고?”염구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방금 지백만이 헬기를 조종하는 것을 분명히 다 봤는데 감히 자신에게 결투 신청을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못하겠으면 얘기해. 내기에도 졌는데 벗고 달리면 얼마나 창피하겠어.”지백만은 상대를 보며 이미 이긴 게임이라고 자신했다.하지만 그는 곧 자신이 착각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그래 좋아. 조종 기술 평가 기준은 있어?”염구준은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지백만이 졌는데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평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한 번씩 운전하고, 토하면 바로 지는 거야. 내가 먼저 할게.”그러자 지백만은 체면도 따지지 않고 뻔뻔스럽게 응했다.“그래. 그 말 꼭 지켜라.”평가 기준을 결정한 두 사람은 모두의 기대가 어린 시선을 받으며 헬기에 탔다.‘드디어 내가 실력을 보여줄 차례군. 너희들한테 본때를 보여주마!’지백만은 자신한테 질 염구준의 모습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와 낄낄 거렸다.“이봐, 조종사. 날 웃겨 죽일 셈이야?”염구준의 뜬금없는 한마디에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왔다.“흥. 이따가 지면 억지나 부리지 마.”지백만은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레버를 당겼다.그의 진지한 표정만 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큰 소리와 함께 프로페럴가 빨리 돌아가며
지금은 50미터 정도의 낮은 높이에서 비행하고 있어 염구준은 뛰어내려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큭, 이제 시작이야. 겁먹지 말고.”지백만은 그가 무서워하는 줄 알고 더 신나게 헬기를 흔들어댔다.헬기 조종이 아니라 완전히 놀이공원에 있는 범퍼카를 운전하는 것 같았다.구경꾼들은 당장이라도 헬기가 떨어질 것 같아 가슴을 졸이며 지켜봤다.허공에서 헬기 프로펠러는 지백만의 기분처럼 신나게 춤을 췄다. 그는 조종하면서 몇 번이나 옆자리에 앉은 염구준을 쳐다봤는데, 전혀 멀미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에 또 열이 받아서 자신의 실력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이봐. 할 말이 있어.”그때 염구준이 입을 열었다.“이제 와서 기권해도 늦었어.”아직 말도 하지 않았는데 지백만이 당당한 표정으로 말을 끊어버렸다.이런 상황에서 기권 외에 다른 할 말이 없다고 여겼다.“기름이 거의 다 떨어졌어.”염구준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본론부터 말했다. “기름?”그제야 반응한 지백만은 빨갛게 뜬 주유 경고등을 봤다.“아.. 씨! 왜 이제야 말해!”조금만 더 지체했다면 기름이 없어서 바로 추락했을 것이다. 운이 좋아 죽지 않아도 식물인간이 될뻔 했다. “난 괜찮아.”염구준은 두 손을 벌리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이 정도 높이에서 그는 쉽게 뛰어내릴 수 있었다.“…”열받은 지백만은 이를 갈면서 착륙하기 위해 다시 레버를 당겼다. 염구준이 아무리 해도 멀미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진 경기는 아니였다. 이헬기는 순조롭게 착륙장에 도착했다.“거기, 예비 휘발유 반 통 있지 않았어?”지백만은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멀리 있는 부하에게 물었다.부하는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그의 말에 암시가 있는 것을 단번에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3분의 1만 남았습니다.”“멍하니 서서 뭐해? 어서 그거라도 넣던가.”지백만은 부하의 영리함에 뿌듯해져 피식 웃었다.기름이 적을수록 비행 거리는 짧으니 단숨에 이기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의 계획이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