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황호, 두 수호자께 인사 올립니다.” 그러자 고황호는 아주 공손하게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 “고황호?”두 사람은 눈앞의 남루한 옷차림을 한 남자를 한참 동안 보고 나서야 그가 고황호이란 것을 알아챘다.평소 풍채가 늠름하던 그가 더럽고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거지꼴로 나타나니 차마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 “고대영이랑 다른 사람들은?” 그중 한 수호자가 물었다.“…. 죽었습니다. 다 죽었어요. 모두 염구준이 한 짓입니다…! 흑흑…..” 고황호는 가문의 어른들을 보자 연약한 정신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염구준? 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정말 나쁜 놈이구나.”“가자. 지금 당장 청해로 가서 염구준을 죽이고 대영이의 복수를 하자!”두 수호자는 화가 치밀어 올라 서로 한 마디씩 하며 바로 출발하려 했다.“안됩니다. 그 사람은 너무 강력합니다. 벌써 반보천인입니다.” 고황호가 급히 말렸다. 이렇게 아무 준비 없이 간다면, 제 아무리 높은 경지여도 그냥 목숨을 갖다 바치는 게 될 것이 틀림 없었다. “…반보천인?!”“그럼 일단은 가문으로 돌아가 가주님께서 어떻게 결정하시는지 보자꾸나.” 두 사람은 자신들보다높은 경지에 놀라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고 이 일을 먼저 상부에 보고하기로 했다. 이번 일은 그들의 능력을 벗어났다.“예!”고황호는 눈물을 닦고 정신을 차리며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고씨 가문, 의사 회당. 많은 고위층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고, 고황호는 침을 튀기며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설명했다. 그가 염구준에게 가지고 있던 원한이 더해져 당연히 더욱 보탬이 되었다.“그 목소리는 분명히 염구준 입니다. 염구준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도 자신이 염구준이라고 인정했고요.”고황호는 아주 확신했다.그때 중앙 자리 옆에 앉아 있었던 한 사람이 몸을 일으켜 의사 회당 전체를 둘러보며 말했다. “가주는 폐관하고 고씨 가문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다들 말씀해 보세요. 어떻게 하면 좋겠습
“편지는 제가 작성하면 되지만, 저는 염구준에게 그 편지를 가져다줄 사람이 필요합니다.”“제가 가겠습니다!”고황호가 앞장서서 나섰다.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고, 염구준은 분명 거리낌 대상이니 이렇게 하면 화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저희 고씨 가문이 배출한 인재, 소년 영웅. 이 일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고대강은 바로 결정했다.“절대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고황호는 흐뭇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하지만 고씨 가문의 고위층 사람들은 이렇게 중요한 일을 어린아이에게 맞길 줄은 상상도 못해 모두 벙쪄있었다.“됐습니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니 그만 해산합시다. 각자 위치로 돌아가서 적의 습격을 막을 수 있도록 경비를 강화하세요.”고대강의 말이 떨어지자, 오늘의 회의도 그렇게 끝이 났다. 뭔가 엉성했지만 부 가주라는 지위 때문에 고위층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각자 자리를 떴다.사람들이 가고 난 뒤, 고대강은 옆 문으로 나와 공손히 말했다.“가주님, 일은 잘 처리했습니다.”“예, 그럼 편지는 누가 가지고 갑니까?” 조용한 방 안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황호입니다. 스스로 자처했습니다.” 고대강은 사실대로 대답했다.“아주 좋다. 덜렁이가 가니 일은 더 잘 풀릴 것이야.”마치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이 이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한편, 염구준은 청해로 돌아왔다. “자, 사돈, 아침은 꼭 챙겨 먹어요!”손태석은 계란 프라이를 집어 염진의 밥그릇에 올려두었다. 쓸데없이 열정적이었다.“사돈, 진짜 배부릅니다.. 더 이상은 못 먹겠어요.” 염진은 젓가락을 들어 계란 프라이를 막았다.두 사람은 서로 양보하지 않고 밥상에서 다퉜다. 염진은 염구준이 청해로 오자, 민폐를 끼치기 싫은 마음에 원래는 호텔에서 지낼 생각이었다.손태석이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염구준을 혼내고 호텔로 가 염진을 집으로 모셔왔다.그리고 며칠 동안 두 사람은 계속 격식을 차리고 있었다.
“조심해, 다치지 말고.” 손가을은 자신의 남편이 대단한 사람이란건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단지 입구, 고황호가 나타나 거들먹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뭐 하러 왔어?” 경비원이 잽싸게 나타나 그를 막아섰다.오늘도 용필이 근무하는 날이었다.‘진짜 빠르네, 언제 나타난 거야?’고황호는 속으로 놀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바로 눈앞에 나타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몸에서는 기운의 파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방금 사람이 있다는 걸 몰랐을 거라며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 “거기, 당신 말이야. 당신 바보야?” 용필은 그가 조금 멍청해 보였다.“칫, 네가 바보겠지. 사람 좀 찾으러 왔다.”고황호는 화가 났지만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분노를 억눌렀다.아무리 그래도 전신경지인데, 고작 경비원한테 비웃음을 당하다니, 이게 뭐야!“그래, 나 바보다!”용필은 화를 내지 않고 태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어쨌든 머리가 다친 건 사실이었으니 예전에 천면색용 부자에게 전형으로 단련되었던 것이 지금의 모습까지 회복된 것만 해도 이미 훌륭했다.“귀찮아 죽겠네.” 고황호는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단지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는 정말 이 바보와 말다툼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들어가려면 등록부터 해.” 하지만 용필은 그의 앞을 막고 서서 등기부를 건넸다.“흥!”고황호는 짜증을 내며 살짝 피해 돌아가려 했지만 용필은 마치 유령처럼 그가 어떻게 움직이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개자식아, 나랑 지금 싸우자는 거야?”고황호는 화가 나서 손을 들어 주먹을 날렸다. 그 위력은 적지 않았고, 눈 앞의 용필은 그저 기운 없는 사람, 즉 실력이 뛰어난 보통 사람처럼 느껴졌다. “텅!”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용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황호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때리지 마. 한 번만 더 때리면 나도 때린다.”“때려 봐!”고황호는 한 방이 먹히지 않자,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전신 영역을 전개해
고황호가 아무리 쓸모없어도 고씨 가문이 보낸 사람인데 어쩌다 보니 양아치가 되었다.이 말을 듣자 그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부릉부릉!”바로 그때, 엔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포르쉐 5대가 단지 안에서 천천히 모습을 보였는데 그중 3대는 보디가드 차였다.바로 캠핑을 가는 염구준 가족이 안에 타고 있었다.포르쉐 5대는 단지 주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모두 부러움 아니면 질투의 눈빛을 보냈다.“매제, 내가 할 말이 좀 있는데!”용필은 입구에서 염구준 가족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용필이 출근한 것을 보자, 손가을과 사람들은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염구준이 차에서 내려 고황호를 보고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차리고 차를 앞에 있는 모퉁이에 가서 기다리게 했다.“이 새끼가 매제를 찾았어.” 용필이 고황호을 가리키며 말했다.“예.”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침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 물어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염구준, 난 네 목숨을 가지러 왔다!”고황호는 드디어 원수를 만나자 순간 눈에 핏발을 세우며 갑자기 염구준을 향해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고대영의 죽음, 세 동료들의 죽음을 떠올리면 그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죽으려고 아주 기를 쓰네.”염구준이 손을 들기도 전에 용필이 바로 그를 쓰러뜨렸다.“죽일까?”염구준이 명령만 내리면 고황호는 즉사할게 분명했다. “진정해요.”염구준은 쪼그리고 앉아 몸부림치며 분노하는 고황호를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해봐, 그날 염씨 가문에서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당사자를 만났으니 분명히 이 일을 물어봐야 한다.그러자 고황호는 차갑게 웃으며 큰 소리로 화를 냈다.“좋아. 당신이 기억을 잃은 척을 한다면 내가 다시 기억나게 해줄게!”그는 이어서 그날의 일들을 전부 다 얘기하고 말을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언성이 더 높여졌다. “대체 누가 누명을 씌우는 거야? 그 사람은 내가 아니야.” 염구준은 그의 말을 듣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
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갑자기 돌아서서 고황호의 복부를 걷어찼다.“윽!”고황호는 한방에 뒤로 날라가 붉은 벽돌로 쌓은 담에 부딪혀 버렸다.와르르 무너진 담이 그의 몸을 깔아뭉개는 바람에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고씨 가문에 가서 전달해. 고대영이 습격해도 상관없으니 불만이라면 얼마든지 찾아오라고. 나 염구준이 모두 받아주마!”염구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가슴속의 분노를 계속 억눌렀다.그의 어머니의 성도 고씨이기 때문이다.그의 가족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기 싫어서 일부러 고황호를 살려줬다.말을 마친 염구준은 바로 차에 탔고, 그렇게 5대 포르쉐가 줄을 지어 서서히 사라졌다.폐허에 묻힌 고황호는 아예 신경 쓰지도 않았다.3시간이나 달려서 인근 도시, 청수시의 거위호수에 도착했다.“와, 너무 아름다워요!”염희주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놀 생각에 신나 푸른 호수가로 신나게 달려갔다.두 경호원은 그녀의 주변을 경계하며 뒤를 따랐다.거위호수 주변 경치는 아름답고 초원이 넓어 캠핑하기에 적합했다.“먼저 텐트부터 치자.”염구준은 트렁크에서 물건을 내리고 경호원들을 향해 말했다.경호원들은 모두 그가 직접 키웠기에 야외 생존 능력이 강했다. 텐트 치는 일도 역시 그들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우린 이제 물 가지러 가자. 이따가 야채도 씻어야 하고 밥도 해야 하니까.”손가을도 쉬지 않고 차에서 물통을 꺼내 들고 진숙영, 한설과 함께 갔다.지금 그녀의 신분이라면 충분히 다른 사람에게 시킬 수 있었다.하지만 캠핑을 왔으니 직접 나서서 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윙윙!멀지 않은 공터에 헬기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착륙했다.거위호수 경치가 아름다운 것이 유명해져 적지 않은 부자들이 이곳에 헬기착륙장을 만들었다.요란한 소리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염구준이 힐끗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기술이 참 개판이네. 추락했으면 바로 장례식장 행이였겠군.”“우웩.”그때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헬기에
“퉷, 속물 같으니라고. 관리자는 체면이 깍히면서 저런 놈한테 아부하다니! 정말 개 같군.”놀러 온 관광객들 모두 투덜거리며 짐을 정리하고 떠났다.아무리 불만을 토로해도 무슨 소용인가?맞설 용기가 없으니 그냥 참을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염구준은 듣는 척도 안 하고 계속 텐트를 쳤다.“저기, 선생님. 저희 오늘은 영업 중단해서요.”한 직원이 와서 공손하게 말했다.“당신 말고 관리자한테 오라고 하세요.” 이 직원도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러 온 것 뿐이니 염구준은 달리 책망하지 않고 똑같이 예의있게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자가 뒷짐을 지고 배를 내밀며 의기양양하게 걸어왔다.“무슨 할말이라도 있습니까?”지만백이 뒤를 봐주고 있었기에 관리자는 청수시에서 두려운 사람이 없었다.염구준은 그런 태도가 꼴도 보기 싫어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텐트를 쳤다.“당신들이 문을 열고 우린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까 이용할 권리가 있지요. 저흰 나가지 않을 겁니다.”그 말에 관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빤히 쳐다보았는데 단숨에 상대방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간파했다.“저기, 전액 환불해 드릴 테니 저를 도와준다 셈치고 제발 나가주시지요. 다음에 오시면 전액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관리자는 더는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손해보지 못할 이익을 내세웠다.‘하하하. 다음에?’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 없이 거절했다.평소 가족들이 바빠서 오늘처럼 다 함께 나올 기회가 없었기에 오늘 취소하면 또 언제 모일지 모른다.“돈은 됐고, 캠핑은 무조건 할 겁니다.”염구준이 단호하게 말했다.“하, 말이 안 통하는 양반이네. 다들 끌어내!”관리자는 뒤로 물러나며 뒤에 있는 무리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상대방은 경호원이 있지만 이쪽은 머릿수가 많으니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라 여겼다.“가족들이 있으니까 피는 보이지 말거라.”염구준이 당부했다.그 무리는 다들 몸이 튼튼하지만 아무런 기류가 흐르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그러니 굳이 나서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눈앞에 있는 지씨 가문은 염구준에게는 물론 그의 눈에도 보잘것없는 가문이었다.“당신이 내보내라고 지시했나요?”“맞아. 내가 지시했어, 왜? 내겐 그럴 권리가 있거든.”지백만은 자신의 애인을 옆에 끼고 건방지게 턱을 치켜들었다.“하. 무슨 권력? 어디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나 봐.”건방진 놈을 만났으니 염구준도 더는 좋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미친 놈을 이기려면 더 미쳐야 살아남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아주 좋아. 나한테 예의 없이 말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지백만은 침울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 그동안 누구도 자신에게 토를 달지 않았는데 그는 달랐다. 염구준이 그 모습을 보고 조소했다.“우리 앞에서 잘난 척하는 인간은 너뿐이 아니라서 놀랍지도 않네.”“좋아. 해보자 이거지? 얼마든지 상대해 줄게.”지백만은 떡하니 서서 높은 소리로 제일 강력한 부하를 불렀다.“권우야. 이놈 잘 교육시켜라.”하지만 권우라는 사람은 한참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아 분위기가 썰렁해졌다.“제기랄! 대체 뭐 하는 거야?”“우웩!”지백만은 욕설을 퍼부으며 홱 돌아봤는데, 그 권우는 아직도 헬기 옆에 쭈그리고 앉아 토하고 있었다.“죽는 것도 아니고 와서 사람 좀 패라?”비행기 멀미로 고통스러워하는 부하를 보고 있으니 창피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갑니다. 도련님… 우웩!”권우는 휘청거리며 다가오면서도 헛구역질을 해댔다.아직 멀미 증상이 사라진 게 아니였기에 위에 음식물은 물론 담즙까지 다 토해냈다.“저놈 당자 다리 부러트려!”지백만은 살짝 턱을 치켜들며 목표를 가리켰다.“알겠습니다.”그러자 권우의 힘들어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져 있었고, 눈빛이 싸악 바뀌며 염구준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헤헤. 네가 먼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지백만의 경호를 맡은 이후로,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라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아무리 개라도 상황을 잘 살피고 물어야지.”염구준은 아예 상대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나를 개라고 했어? 죽고 싶어?!’권
상대방 실력이 대단하지만 지백만은 본인의 체면이 깎였다는 것만 생각나 무조건 갚으려고 했다.‘또 있다고?’솔직히 염구준은 이 싸움이 지루했다.계속 싸워봤자 일방적으로 그를 괴롭히는 것이 된다.“아빠. 파이팅!”실컷 놀고 온 염희주는 할아버지의 곁에 앉아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렇다면 무술 공연이라 치고 가족들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나 선사하면 되겠다.’염구준은 이렇게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의견을 물었다. “말해봐. 어떻게 겨룰 건지.”“누가 헬기를 조종하는 기술이 더 뛰어난지 겨루자. 진 사람은 옷을 홀딱 벗고 여기서 한 바퀴 뛰는 거야.”지백만은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헬기를 조종하겠다고?”염구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방금 지백만이 헬기를 조종하는 것을 분명히 다 봤는데 감히 자신에게 결투 신청을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못하겠으면 얘기해. 내기에도 졌는데 벗고 달리면 얼마나 창피하겠어.”지백만은 상대를 보며 이미 이긴 게임이라고 자신했다.하지만 그는 곧 자신이 착각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그래 좋아. 조종 기술 평가 기준은 있어?”염구준은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지백만이 졌는데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평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한 번씩 운전하고, 토하면 바로 지는 거야. 내가 먼저 할게.”그러자 지백만은 체면도 따지지 않고 뻔뻔스럽게 응했다.“그래. 그 말 꼭 지켜라.”평가 기준을 결정한 두 사람은 모두의 기대가 어린 시선을 받으며 헬기에 탔다.‘드디어 내가 실력을 보여줄 차례군. 너희들한테 본때를 보여주마!’지백만은 자신한테 질 염구준의 모습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와 낄낄 거렸다.“이봐, 조종사. 날 웃겨 죽일 셈이야?”염구준의 뜬금없는 한마디에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왔다.“흥. 이따가 지면 억지나 부리지 마.”지백만은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레버를 당겼다.그의 진지한 표정만 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큰 소리와 함께 프로페럴가 빨리 돌아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