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번의 맞대응 후 고대영은 열세에 몰려 간신히 버티는 상태가 되었다. 방금 큰 전쟁을 치르고 중상까지 입었는데 어떻게 같은 경지에 올라있는 사람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 “슥슥!”결국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칼을 맞아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승패는 이미 갈렸다.“하… 당신들 도대체 누구야? 왜 염구준인 척을 하고 우리를 습격한 거지?”바닥에 쓰러져 있는 고대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상황이 하나하나 다 이상했다. “하하, 내가 누구냐고?”우두머리처럼 보이는 남자가 큰 소리로 미친 듯이 웃고는 손을 들어 검은 천의 마스크를 뜯어냈다.“저희 어제 만났었는데 벌써 잊으신 거예요?”익숙한 얼굴이 나타나자 고대영은 놀라우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바로 흑풍 존주였다!“어때요? 서프라이즈! 생각도 못 했죠? 하하하!” 흑풍 존주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그가 고대영을 찾아왔을 때 이미 여기까지 생각했었다.“왜 이러는 거야? 당신은 청해에서 염구준의 와이프를 상대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고대영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됐어요. 어차피 곧 죽을 사람 같아 보이는데 뭐. 됐고, 제 계획을 말씀드리죠.”흑풍 존주는 바닥에 있는 고대영을 내려다보며 우월감을 느끼는 듯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제가 당신을 찾아온 건, 당신을 이용해서 염구준을 끌어내 염구준의 아내에게 손을 대려고 했엇는데, 이건 버리는 카드일 뿐, 벌써 부하들한테 시켜뒀어요.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해도 상관없습니다. 사실 이 계획의 핵심은 고씨 가문에 염구준이 당신들을 죽였다는 것을 알리는 거니깐요!”고대영의 머리로는 추측해냈을 거라고 생각해 흑풍 존주는 본점만 말하고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당신도 정말 지독하네요. 고씨 가문의 힘을 빌려 염구준이랑 전쟁을 하다니.” 고대영은 자신이 함정에 빠져 버린 것에 굉장히 화가 났다.“맞아요. 누가 죽든 전 기쁜 마음으로 볼 거예요.”죽어
“고황호, 두 수호자께 인사 올립니다.” 그러자 고황호는 아주 공손하게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 “고황호?”두 사람은 눈앞의 남루한 옷차림을 한 남자를 한참 동안 보고 나서야 그가 고황호이란 것을 알아챘다.평소 풍채가 늠름하던 그가 더럽고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거지꼴로 나타나니 차마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 “고대영이랑 다른 사람들은?” 그중 한 수호자가 물었다.“…. 죽었습니다. 다 죽었어요. 모두 염구준이 한 짓입니다…! 흑흑…..” 고황호는 가문의 어른들을 보자 연약한 정신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염구준? 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정말 나쁜 놈이구나.”“가자. 지금 당장 청해로 가서 염구준을 죽이고 대영이의 복수를 하자!”두 수호자는 화가 치밀어 올라 서로 한 마디씩 하며 바로 출발하려 했다.“안됩니다. 그 사람은 너무 강력합니다. 벌써 반보천인입니다.” 고황호가 급히 말렸다. 이렇게 아무 준비 없이 간다면, 제 아무리 높은 경지여도 그냥 목숨을 갖다 바치는 게 될 것이 틀림 없었다. “…반보천인?!”“그럼 일단은 가문으로 돌아가 가주님께서 어떻게 결정하시는지 보자꾸나.” 두 사람은 자신들보다높은 경지에 놀라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고 이 일을 먼저 상부에 보고하기로 했다. 이번 일은 그들의 능력을 벗어났다.“예!”고황호는 눈물을 닦고 정신을 차리며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고씨 가문, 의사 회당. 많은 고위층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고, 고황호는 침을 튀기며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설명했다. 그가 염구준에게 가지고 있던 원한이 더해져 당연히 더욱 보탬이 되었다.“그 목소리는 분명히 염구준 입니다. 염구준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도 자신이 염구준이라고 인정했고요.”고황호는 아주 확신했다.그때 중앙 자리 옆에 앉아 있었던 한 사람이 몸을 일으켜 의사 회당 전체를 둘러보며 말했다. “가주는 폐관하고 고씨 가문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다들 말씀해 보세요. 어떻게 하면 좋겠습
“편지는 제가 작성하면 되지만, 저는 염구준에게 그 편지를 가져다줄 사람이 필요합니다.”“제가 가겠습니다!”고황호가 앞장서서 나섰다.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고, 염구준은 분명 거리낌 대상이니 이렇게 하면 화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저희 고씨 가문이 배출한 인재, 소년 영웅. 이 일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고대강은 바로 결정했다.“절대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고황호는 흐뭇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하지만 고씨 가문의 고위층 사람들은 이렇게 중요한 일을 어린아이에게 맞길 줄은 상상도 못해 모두 벙쪄있었다.“됐습니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니 그만 해산합시다. 각자 위치로 돌아가서 적의 습격을 막을 수 있도록 경비를 강화하세요.”고대강의 말이 떨어지자, 오늘의 회의도 그렇게 끝이 났다. 뭔가 엉성했지만 부 가주라는 지위 때문에 고위층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각자 자리를 떴다.사람들이 가고 난 뒤, 고대강은 옆 문으로 나와 공손히 말했다.“가주님, 일은 잘 처리했습니다.”“예, 그럼 편지는 누가 가지고 갑니까?” 조용한 방 안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황호입니다. 스스로 자처했습니다.” 고대강은 사실대로 대답했다.“아주 좋다. 덜렁이가 가니 일은 더 잘 풀릴 것이야.”마치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이 이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한편, 염구준은 청해로 돌아왔다. “자, 사돈, 아침은 꼭 챙겨 먹어요!”손태석은 계란 프라이를 집어 염진의 밥그릇에 올려두었다. 쓸데없이 열정적이었다.“사돈, 진짜 배부릅니다.. 더 이상은 못 먹겠어요.” 염진은 젓가락을 들어 계란 프라이를 막았다.두 사람은 서로 양보하지 않고 밥상에서 다퉜다. 염진은 염구준이 청해로 오자, 민폐를 끼치기 싫은 마음에 원래는 호텔에서 지낼 생각이었다.손태석이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염구준을 혼내고 호텔로 가 염진을 집으로 모셔왔다.그리고 며칠 동안 두 사람은 계속 격식을 차리고 있었다.
“조심해, 다치지 말고.” 손가을은 자신의 남편이 대단한 사람이란건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단지 입구, 고황호가 나타나 거들먹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뭐 하러 왔어?” 경비원이 잽싸게 나타나 그를 막아섰다.오늘도 용필이 근무하는 날이었다.‘진짜 빠르네, 언제 나타난 거야?’고황호는 속으로 놀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바로 눈앞에 나타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몸에서는 기운의 파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방금 사람이 있다는 걸 몰랐을 거라며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 “거기, 당신 말이야. 당신 바보야?” 용필은 그가 조금 멍청해 보였다.“칫, 네가 바보겠지. 사람 좀 찾으러 왔다.”고황호는 화가 났지만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분노를 억눌렀다.아무리 그래도 전신경지인데, 고작 경비원한테 비웃음을 당하다니, 이게 뭐야!“그래, 나 바보다!”용필은 화를 내지 않고 태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어쨌든 머리가 다친 건 사실이었으니 예전에 천면색용 부자에게 전형으로 단련되었던 것이 지금의 모습까지 회복된 것만 해도 이미 훌륭했다.“귀찮아 죽겠네.” 고황호는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단지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는 정말 이 바보와 말다툼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들어가려면 등록부터 해.” 하지만 용필은 그의 앞을 막고 서서 등기부를 건넸다.“흥!”고황호는 짜증을 내며 살짝 피해 돌아가려 했지만 용필은 마치 유령처럼 그가 어떻게 움직이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개자식아, 나랑 지금 싸우자는 거야?”고황호는 화가 나서 손을 들어 주먹을 날렸다. 그 위력은 적지 않았고, 눈 앞의 용필은 그저 기운 없는 사람, 즉 실력이 뛰어난 보통 사람처럼 느껴졌다. “텅!”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용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황호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때리지 마. 한 번만 더 때리면 나도 때린다.”“때려 봐!”고황호는 한 방이 먹히지 않자,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전신 영역을 전개해
고황호가 아무리 쓸모없어도 고씨 가문이 보낸 사람인데 어쩌다 보니 양아치가 되었다.이 말을 듣자 그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부릉부릉!”바로 그때, 엔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포르쉐 5대가 단지 안에서 천천히 모습을 보였는데 그중 3대는 보디가드 차였다.바로 캠핑을 가는 염구준 가족이 안에 타고 있었다.포르쉐 5대는 단지 주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모두 부러움 아니면 질투의 눈빛을 보냈다.“매제, 내가 할 말이 좀 있는데!”용필은 입구에서 염구준 가족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용필이 출근한 것을 보자, 손가을과 사람들은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염구준이 차에서 내려 고황호를 보고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차리고 차를 앞에 있는 모퉁이에 가서 기다리게 했다.“이 새끼가 매제를 찾았어.” 용필이 고황호을 가리키며 말했다.“예.”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침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 물어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염구준, 난 네 목숨을 가지러 왔다!”고황호는 드디어 원수를 만나자 순간 눈에 핏발을 세우며 갑자기 염구준을 향해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고대영의 죽음, 세 동료들의 죽음을 떠올리면 그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죽으려고 아주 기를 쓰네.”염구준이 손을 들기도 전에 용필이 바로 그를 쓰러뜨렸다.“죽일까?”염구준이 명령만 내리면 고황호는 즉사할게 분명했다. “진정해요.”염구준은 쪼그리고 앉아 몸부림치며 분노하는 고황호를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해봐, 그날 염씨 가문에서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당사자를 만났으니 분명히 이 일을 물어봐야 한다.그러자 고황호는 차갑게 웃으며 큰 소리로 화를 냈다.“좋아. 당신이 기억을 잃은 척을 한다면 내가 다시 기억나게 해줄게!”그는 이어서 그날의 일들을 전부 다 얘기하고 말을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언성이 더 높여졌다. “대체 누가 누명을 씌우는 거야? 그 사람은 내가 아니야.” 염구준은 그의 말을 듣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
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갑자기 돌아서서 고황호의 복부를 걷어찼다.“윽!”고황호는 한방에 뒤로 날라가 붉은 벽돌로 쌓은 담에 부딪혀 버렸다.와르르 무너진 담이 그의 몸을 깔아뭉개는 바람에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고씨 가문에 가서 전달해. 고대영이 습격해도 상관없으니 불만이라면 얼마든지 찾아오라고. 나 염구준이 모두 받아주마!”염구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가슴속의 분노를 계속 억눌렀다.그의 어머니의 성도 고씨이기 때문이다.그의 가족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기 싫어서 일부러 고황호를 살려줬다.말을 마친 염구준은 바로 차에 탔고, 그렇게 5대 포르쉐가 줄을 지어 서서히 사라졌다.폐허에 묻힌 고황호는 아예 신경 쓰지도 않았다.3시간이나 달려서 인근 도시, 청수시의 거위호수에 도착했다.“와, 너무 아름다워요!”염희주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놀 생각에 신나 푸른 호수가로 신나게 달려갔다.두 경호원은 그녀의 주변을 경계하며 뒤를 따랐다.거위호수 주변 경치는 아름답고 초원이 넓어 캠핑하기에 적합했다.“먼저 텐트부터 치자.”염구준은 트렁크에서 물건을 내리고 경호원들을 향해 말했다.경호원들은 모두 그가 직접 키웠기에 야외 생존 능력이 강했다. 텐트 치는 일도 역시 그들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우린 이제 물 가지러 가자. 이따가 야채도 씻어야 하고 밥도 해야 하니까.”손가을도 쉬지 않고 차에서 물통을 꺼내 들고 진숙영, 한설과 함께 갔다.지금 그녀의 신분이라면 충분히 다른 사람에게 시킬 수 있었다.하지만 캠핑을 왔으니 직접 나서서 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윙윙!멀지 않은 공터에 헬기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착륙했다.거위호수 경치가 아름다운 것이 유명해져 적지 않은 부자들이 이곳에 헬기착륙장을 만들었다.요란한 소리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염구준이 힐끗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기술이 참 개판이네. 추락했으면 바로 장례식장 행이였겠군.”“우웩.”그때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헬기에
“퉷, 속물 같으니라고. 관리자는 체면이 깍히면서 저런 놈한테 아부하다니! 정말 개 같군.”놀러 온 관광객들 모두 투덜거리며 짐을 정리하고 떠났다.아무리 불만을 토로해도 무슨 소용인가?맞설 용기가 없으니 그냥 참을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염구준은 듣는 척도 안 하고 계속 텐트를 쳤다.“저기, 선생님. 저희 오늘은 영업 중단해서요.”한 직원이 와서 공손하게 말했다.“당신 말고 관리자한테 오라고 하세요.” 이 직원도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러 온 것 뿐이니 염구준은 달리 책망하지 않고 똑같이 예의있게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자가 뒷짐을 지고 배를 내밀며 의기양양하게 걸어왔다.“무슨 할말이라도 있습니까?”지만백이 뒤를 봐주고 있었기에 관리자는 청수시에서 두려운 사람이 없었다.염구준은 그런 태도가 꼴도 보기 싫어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텐트를 쳤다.“당신들이 문을 열고 우린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까 이용할 권리가 있지요. 저흰 나가지 않을 겁니다.”그 말에 관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빤히 쳐다보았는데 단숨에 상대방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간파했다.“저기, 전액 환불해 드릴 테니 저를 도와준다 셈치고 제발 나가주시지요. 다음에 오시면 전액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관리자는 더는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손해보지 못할 이익을 내세웠다.‘하하하. 다음에?’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 없이 거절했다.평소 가족들이 바빠서 오늘처럼 다 함께 나올 기회가 없었기에 오늘 취소하면 또 언제 모일지 모른다.“돈은 됐고, 캠핑은 무조건 할 겁니다.”염구준이 단호하게 말했다.“하, 말이 안 통하는 양반이네. 다들 끌어내!”관리자는 뒤로 물러나며 뒤에 있는 무리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상대방은 경호원이 있지만 이쪽은 머릿수가 많으니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라 여겼다.“가족들이 있으니까 피는 보이지 말거라.”염구준이 당부했다.그 무리는 다들 몸이 튼튼하지만 아무런 기류가 흐르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그러니 굳이 나서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눈앞에 있는 지씨 가문은 염구준에게는 물론 그의 눈에도 보잘것없는 가문이었다.“당신이 내보내라고 지시했나요?”“맞아. 내가 지시했어, 왜? 내겐 그럴 권리가 있거든.”지백만은 자신의 애인을 옆에 끼고 건방지게 턱을 치켜들었다.“하. 무슨 권력? 어디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나 봐.”건방진 놈을 만났으니 염구준도 더는 좋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미친 놈을 이기려면 더 미쳐야 살아남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아주 좋아. 나한테 예의 없이 말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지백만은 침울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 그동안 누구도 자신에게 토를 달지 않았는데 그는 달랐다. 염구준이 그 모습을 보고 조소했다.“우리 앞에서 잘난 척하는 인간은 너뿐이 아니라서 놀랍지도 않네.”“좋아. 해보자 이거지? 얼마든지 상대해 줄게.”지백만은 떡하니 서서 높은 소리로 제일 강력한 부하를 불렀다.“권우야. 이놈 잘 교육시켜라.”하지만 권우라는 사람은 한참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아 분위기가 썰렁해졌다.“제기랄! 대체 뭐 하는 거야?”“우웩!”지백만은 욕설을 퍼부으며 홱 돌아봤는데, 그 권우는 아직도 헬기 옆에 쭈그리고 앉아 토하고 있었다.“죽는 것도 아니고 와서 사람 좀 패라?”비행기 멀미로 고통스러워하는 부하를 보고 있으니 창피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갑니다. 도련님… 우웩!”권우는 휘청거리며 다가오면서도 헛구역질을 해댔다.아직 멀미 증상이 사라진 게 아니였기에 위에 음식물은 물론 담즙까지 다 토해냈다.“저놈 당자 다리 부러트려!”지백만은 살짝 턱을 치켜들며 목표를 가리켰다.“알겠습니다.”그러자 권우의 힘들어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져 있었고, 눈빛이 싸악 바뀌며 염구준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헤헤. 네가 먼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지백만의 경호를 맡은 이후로,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라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아무리 개라도 상황을 잘 살피고 물어야지.”염구준은 아예 상대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나를 개라고 했어? 죽고 싶어?!’권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