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그들은 머리를 만지작대며 짜증을 냈다. 지금 손을 써서 주작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우리 탓하지 마요. 우리도 원하지 않습니다. 협조 좀 부탁할게요. 여향이가 나쁜 짓은 안 할 겁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잡으려면 바로 와요. 열 명이 같이 덤벼요!"주작의 말에 열 명의 제대 군인은 눈빛이 반짝였다. 다들 주작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느린 발걸음으로 열 사람이 동시에 주작을 향해 걸어왔다.상대방이 이렇게 느린 것을 보고 주작은 성질을 참지 못해 바로 돌진했다.주작의 속도를 보고 맞은 편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무슨 속도야? 상대도 제대한 군인인가?"다들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억지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비록 주작의 빠른 속도와 날쌘 몸짓을 보았지만 결국 생각이 많아 강하게 대적하지 않았다. 게다가 속도를 보아 주작을 양보하는 것 같았다."열 명이 함께 달려요. 사정을 봐줄 필요 없어요!""좋아요. 그럼 미안하게 됐어요!"주작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녀는 간사한 표정을 지으며 순식간에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온몸이 튕겨 나간 것처럼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뭐? 사라졌어!"청용은 옆에서 먹던 것을 뿜어낼 뻔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분명 속도가 너무 빨라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훈련을 받은 적 있는 사람들이 알아보지도 못하다니 정말 한심했다."사라진 게 아니라 속도가 너무 빠른 거야. 지금 우리 뒤에 있어!"사람들이 고개를 돌릴 때 주작이 마침 돌진해 왔다. 주먹은 크지 않았지만, 위력은 사람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아!"한차례 공격으로 열 명 중 여섯 명이나 쓰러졌다. 남은 네 사람은 주작의 실력을 파악한 뒤 더는 자신의 실력을 아끼지 않았다.네 사람은 일렬로 모여 서로 팔 하나 정도의 거리만 남긴 채 주작을 향해 다가왔다.이런 상황하에 주작은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녀는 앞으로 걸어가 그들을 맞섰다."아가씨, 협조 부탁할게요. 아니면
주작의 발걸음이 점점 가까이 가자, 진옥용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는 앞으로 달려가 주작의 앞을 가로막고 유여향을 지켰다."예쁜 아가씨,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뭘 하고 싶던 나한테 해요. 여향이 다치지 않게 하면 안 될까요?"유여향은 갑자기 마음속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눈앞의 남자가 사실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당신이 대신 뭘 하려고요? 대신 죽을래요?"죽음이라는 예민한 화제가 나오자 다들 진옥용을 바라보았다. 진옥용도 착잡했다. 사실 유여향과 그는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냥 유여향이 불쌍해서 데리고 다녔을 뿐인데 이렇게 인맥이 많아 제대 군인까지 알 줄은 몰랐다.그러나 유여향에 대한 첫인상을 생각하며 진옥용은 눈을 딱 감고 말했다."여향이를 죽이지 않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뭐든 들어줄게요. 하지만 굳이 죽여야 만족한다면 대신 죽을 순 없어도 최선을 다해서 한 번 막아낼 겁니다!"이 말은 비록 대신 죽겠다는 말보다 거창하진 않지만 그래도 꽤 의리가 있는 말이었다. 주작은 눈앞의 불량배에 대한 견해를 바꾸었다."오빠, 정말 바보야? 나 같은 사람 때문에 그럴 필요 없어. 어서 가, 방금 다 홧김에 한 소리였어!"진옥용은 은은하게 웃으며 시선을 주작에게 집중했다.사실 유여향과 주작은 아무런 원한도 없었다. 그저 유여향이 마음속으로 남자 때문에 주작을 적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것이 아마 여자의 소유욕인가 보다.한숨을 쉰 후 주작은 몸을 돌려 떠났다. 그리고 걸어가며 한마디 했다."흥, 사람을 죽이는 일은 안 해요. 누가 고소하면 어떡해요!"이 말의 뜻을 상대는 이미 알아차렸다. 진옥용은 감격에 찬 얼굴로 주작을 보며 고맙다는 말을 연신 했다."뭐야, 자리를 비운 지 얼마나 됐다고 새우 다 먹은 거야?"청용의 입가에 달린 새우 껍질을 보면서 주작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그녀는 단번에 손을 뻗어 청용의 귀를 틀어잡았다.소란스러운 와중에 한마디가 들려왔다."나한테서 무예를 배우고 싶어?
염구준은 고개를 들어 그를 힐긋 보았다. 눈빛 하나로도 모든 사람을 두려워하게 하기에 충분했다.그 순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던 공포가 깨어난 것 같았다. 진옥용 마음속에 조금 남아있던 이성이 그를 깨웠다."맞나봅니다. 다행이에요, 여향이가 당신을 따라가면 분명 큰일을 이룰 겁니다!"축 처져있던 진옥용은 기뻐하는 상태로 바뀌었다."미안해요. 다 제 잘못입니다. 오늘 이렇게 소란을 피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유여향은 모두의 앞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 그녀가 풍기던 분위기는 180도 변했다."우리가 봤던 양아치 맞아? 왜 이렇게 예의가 바르지? 이렇게 점잖은 모습이라니, 아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잖아!"그 후 유여향은 염구준과 다른 사람을 따라 방으로 갔다. 유여향은 지난 10여년간의 삶을 염구준에게 알려주었다.주작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며 유여향의 어깨를 토닥였다."네가 10여년 동안 이렇게 처참하게 지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널 괴롭혔으니 나도 사과할게!""괜찮아요.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걸 알아요!""그럼, 10여년 동안 군대에 간 오빠들을 따라 지낸 거야?""네. 전 태어났을 때부터 고아였고 오빠들이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키워줬어요. 하지만 인생이 다 그렇죠,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어요.""너도 너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야.""그리고 오빠들은 모두 나를 떠나 군대로 갔고 난 성격을 바꿀 수밖에 없었어요. 만약 사나운 사람들을 이기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끼어들어 더욱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진옥용을 만났고 그와 몇 년 동안 함께 살았어요.""허허, 사실로 보아 넌 확실히 그 사람들보다 똑똑해!"말하다 유여향은 눈시울을 붉혔다. 촉촉한 눈가는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눈물을 한 방울씩 떨어트렸다."사람을 시켜 소란을 피운 것도 확인하려는 거예요. 듣던 대로 다들 그렇게 강한 건지, 하지만...""하지만 전신님이 먼저 너에게 손을 내밀어 줄 줄 몰랐지
염구준은 청용을 가리키며 상대에서 지원을 가라고 했다.그리고 염구준도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이 알 수 없는 압박감은 무엇일까? 대체 누가 강한 염구준마저 불안하게 할 수 있는 걸까?그 열 명의 제대 군인들도 눈치가 빨랐다. 그들은 즉시 앨리스를 따라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대피시켰다.홀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대피한 것을 본 세 사람은 문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염구준은 손가락을 들어 세 개의 숫자를 카운트했다.카운트다운이 끝나면 세 사람은 곧바로 뛰어들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의 손가락이 다 구부러지기도 전에 누군가가 갑자기 대문을 뚫었다.방문은 바로 터져 날아갔고, 문 앞에서 엿듣던 청용과 주작도 폭파되어 날아갔다."아!"뼛속까지 전해온 충격으로 두 사람은 피를 토하며 십여 미터 밖으로 날아갔다!"뭐?"염구준은 눈을 크게 뜨고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사실 어젯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었다.어젯밤.흑풍존주는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수하가 돌아오지 않자 노발대발했다. 그들이 이미 실패했다는 것을 설명한다!"존주님, 어려운 일을 당했거나, 어쩌면 도망갔고 아직 쫓기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흑풍의 안색은 어두웠고 얼굴도 굳어 있었다. 그는 애써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진정하려 했다.그러나 그의 부하는 많지 않다. 게다가 오랫동안 키워낸 수하가 이렇게 염구준에게 살해당하다니, 그는 정말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는 화가 나서 단번에 사무실을 허물고 벽에 주먹을 날렸다. 그는 커다란 벽에 맨주먹으로 큰 구멍을 만들어 냈다."아니야. 다섯째와 여섯째의 습관으로 보아 성공하지 않으면 절대 그만두지 않을 거야. 게다가 도망친다고 해도 적을 나에게 끌어들이지 않을 거고. 이미 살해되었다고 단정할 수 있어.""괘씸한 염구준! 반드시 모든 빚을 갚게 할 거야!""지금 당장 염구준의 위치를 알아봐, 내가 직접 갈 거야!""존주님.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아니면 셋째와 넷째도 함께 데리고 가세요!"흑풍은 고개를 들어 눈을 감고 깊
"빨라!"시선을 돌리니 그 사람의 손가락은 이미 눈앞까지 왔다. 염구준은 무의식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미처 피할 겨를이 없어 손을 뻗어 막아냈다.그를 막고 나니 염구준은 상대의 힘을 똑똑히 파악했다."뭐? 설마 상대도 천인급인가?"공격에 실패하자 상대는 다시 공격을 해왔다. 한동안 염구준은 아무런 우세도 차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중의 일부 공격을 염구준은 가까스로 피했다.뒤에 따라온 두 사람은 염구준을 찾아오지 않고 오히려 주작과 청용을 찾아갔다.청용과 주작은 방금 큰 충격을 받아 많은 피를 흘렸다. 체내에 큰 타격을 주어 오장육부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아픈 몸을 부축하며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장한 두 사람은 청용에게 쉴 시간을 주지 않았다.그는 죽일 듯이 청용을 향해 달려왔다. 그 순간, 마치 고성 전체가 떨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건장한 두 사람의 발걸음이 일치해진 순간, 2층 바닥에서 삐걱삐걱 소리가 났다."조심해!"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 앞으로 왔고 커다란 주먹을 휘둘렀다.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청용은 손을 뻗어 반혼수 상태에 빠진 주작을 잡고 뛰어나가 그곳에서 도망쳤다.고개를 돌리자 상대는 조금 전 그곳을 내리쳤고 2층 옆에 있던 난간도 순식간에 부서졌다."뭐야, 대체 무슨 힘이야? 한 대 맞으면 죽지 않아도 불구되겠는데?"착지한 후 주작도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주위를 싸늘하게 둘러본 후 바로 앞에 있는 건장한 사람들을 주시했다.누워 있는 상태로 두 사람을 보니 마치 산 밑에서 올려다보는 것 같았다."뭐해? 어서 피해!"멍하니 상대가 들어 올린 주먹을 바라보다 주작은 도망가는 것도 잊었다. 주작은 누군가 자신을 들어 올렸다는 것이 느껴졌고 몸 전체가 뒤로 2미터 물러났다.그리고 방금 있었던 곳에 공격이 떨어졌다."살고 싶지 않으면 얘기해 줄래? 괜히 내 체력 낭비하지 말고, 나도 곧 죽을 것 같아!""대체 정체가 뭐야?""내가 어떻게 알아, 힘이 정말 세!"주작의 눈가에는 빛이 반짝
상대는 덩치가 커서 행동은 빠르지 않지만, 머리는 빨리 굴러갔다."죽을래?""네 근육이 아무리 튼튼해도 네 목 위의 살이 내 칼보다 더 두껍다고 생각하지 않아!"말을 마치고 주작은 상대의 목에 칼을 가까이 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바로 고개를 비틀었고 칼은 상대의 어깨 위에 찍히고 말았다.찔린 순간, 주작은 칼이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 대체 어떤 어깨란 말인가? 주작의 칼보다 더 단단하다니.설마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몸인가?공격은 실패했다. 상대방이 손을 뻗어 막으려 하자 두 번째 공격을 하려던 주작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다른 한 사람도 달려들었다. 하마터면 주작은 오늘 이곳에서 죽을 뻔했다.다행히도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공격해도 주작의 속도가 더 빨랐다."어서 그들의 목을 공격해. 그게 이들의 약점이야!"청용은 명령받은 로봇처럼 빠르게 돌진했다. 청용과 주작은 앞뒤로 목표물을 찾아 포위했다.힘을 합친 두 사람의 공격에 상대의 주의력은 따라가지 못 하는 것이 분명했다. 앞에서 한 칼, 뒤에서 한 칼. 비록 급소를 공격하지 못했지만, 상대의 옷과 피부를 적지 않게 그었다."아! 그만해, 고슴도치처럼 귀찮아 죽겠네. 어서 전투를 끝내자고!"한편 염구준은 상대와 싸운 후 한번도 멈춘 적 없다. 이미 수백 라운드를 맞붙었지만 두 사람 모두 체력적으로 변화가 없어 보였다.가벼워 보이는 수법에 살기를 숨기고 있어 한 걸음만 잘못 걸어도 다른 사람에게 허점을 보일 것이다.어쩌면 허점 하나로 상대의 손에서 죽을지도 모른다.염구준은 처음에는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상대방이 자신에 대한 방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런 방어는 무의식적이었다. 비슷한 일을 당했거나 염구준에게 상처를 입은 적 있다는 뜻이다.이렇게 생각하니 모든 것이 설명됐다. 그는 앞에 있는 검은 옷이 바로 흑풍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실력이 이렇게 빨리 증가했다니!분노에 휩싸인 전사는 파리 떼의 공격을 참을
"조심해요!"청용은 곁눈질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몰래 손을 쓰는 것을 보고 다급히 소리쳤다.사실 염구준은 그가 이렇게 할 줄 알았다. 주의를 돌린 것도 바로 상대를 속게 하기 위해서이다. 상대방이 정말 흑풍인지 아닌지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이다.상대방이 손을 쓰는 것을 염구준은 상대가 흑풍이라 확신했다."흑풍!"그 사악한 눈빛. 세상을 싫어하지만, 여전히 세상을 조롱하는 눈빛.외침을 듣자, 상대는 갑자기 공격을 멈췄다.그리고 자리에서 차갑게 얼굴을 막고 있던 검은 스카프를 위로 올렸다."하하, 가릴 필요 없어. 네가 재가 되어도 난 널 알아봐!"상대방은 경멸의 눈빛을 내뿜으며 염구준의 말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허허, 나를 알아볼 수 있을 줄 몰랐네. 예상 못 한 건 아니야!""내 실력에 대한 인정인가?"상대방은 말하지 않았다."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오늘 왜 이곳에 왔는지 난 다 알고 있어. 충고하자면, 그때도 넌 나한테 졌고 오늘도, 앞으로도 그럴 거야!""하하,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너도 변했구나. 이렇게 수다쟁이처럼 말이 많아지다니. 큰코다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말하려는 거야? 곧 아무 말도 하지 못할 테니까?"상대는 망토에서 두 손을 내밀었다. 해골 같은 손위에는 가죽이 뼈와 살을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그리고 손을 따라 손목까지 보니, 팔에는 살이 별로 없었다. 마치 정신이 위축된 마약 중독자와도 같았고 보름 동안 굶은 것처럼 피골이 상접하고 뼈만 앙상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상대의 기운은 아주 강했다.‘왜 몸이 이렇게 변했을까?’염구준은 바로 등골이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설마, 이 녀석이 수련하는 공법에 부작용이 있는 건가? 정말 그렇다면 지금 상태로 보아 오랫동안 버텼을 것이야. 그렇지 않으면 몸이 이렇게 허약해지지도 않았겠지.’‘그리고 흑풍이 내뿜는 기운은 완전히 달라졌어. 비록 강한 억압은 아니지만, 알 수 없는 우월감을 뿜고 있어. 이 녀석이 왠지 꿍꿍이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얘기는
그 빛이 번쩍인 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염구준의 실력이 어느정도 경지에 도달했는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이 강력한 압도감에 옆에서 싸우고 있던 청용과 주작, 그리고 흑풍이 데려온 두 사람 모두 동작을 멈추고 염구준을 바라보았다. “이런, 전신께서 폭발하려 한다!”“빨리, 저놈들이 정신이 팔렸을 때 처리해버려야 해. 이렇게 계속 상대하다 보면 우리 체력이 바닥날 거야!”청용과 주작은 기회를 틈타 두 사람의 뒤로 다가갔다.염구준은 힘을 모은 후 흑풍과 맞섰다.하지만 이번에는 흑풍이 염구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자 심히 당황했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자신이 우세한 듯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밀리고 있었다.흑풍은 전력을 다해 염구준과 싸우려 했지만, 고민 끝에 이를 포기했다. 여기서 모든 힘을 다 쓰면 다음 전투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흑풍이 염구준의 옆에서는 청용과 주작이 우세를 보이고 있었다. “아!” “비열한 놈들!”청용과 주작은 한 손으로 상대의 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단검을 들고 상대의 뒷목을 강하게 찔렀다.뼈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자 두 사람은 즉시 청용을 떼어냈다. “이겼어!”청용의 얼굴에서는 땀이 흘렀고 손으로 땀을 털어냈다.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주작은 일어나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내 주작은 분노에 찬 전사가 자신의 등에서 단검을 뽑아내고칼끝에 묻은 핏물을 혀로 핥는 것을 보았다.“정말 달군!”“세상에, 정말이지 지겹다. 왜 공격이 통하지 않는 거지?”염구준은 빛 속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는 청용에게 말했다. “저 놈은 지금 홍노 상태야. 너희 공격이 상처를 입힐 수는 있지만 통증을 느끼게 할 수는 없어. 피를 흘리게 해야 해!”염구준의 설명을 들을 새도 없이, 상대가 공격을 해왔다. 한 손으로 길이 3미터가 넘는 테이블을 잡고 청용을 향해 내던졌다. 청용은 재빨리 일어나 도망쳐 간신히 공격을 피했다.
“휴, 일단 들어볼게. 내 앞길을 막았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조건은 내세우지 마.”염구준이 한발 물러서자 니체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두 사람 내일 오후까지 여기 있는다면 내가 손중석의 머리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게. 어때?”이 조건은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니 크게 손해볼 것도 없었다.염구준은 이튿날에 있는 신에너지 토론회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보아하니 신에너지 토론회에서 또 다른 활약을 펼칠 수작이었다.니체르는 독촉하지 않고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구준아, 날 상관하지 말고 저놈을 죽여. 과학 업계에서 암적인 존재는 남기면 안 돼!”조용한 분위기를 깨고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손중석이었다.그는 염구준 대신 선택했다.그런데 니체르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손에 땀을 쥐며 염구준의 대답을 기다렸다.지금도 그는 도박하고 있었다.한참 뒤, 염구준이 고개를 쳐들자 주변 사람들은 바짝 긴장했다.“알았어. 저기서 하룻밤만 지내고 내일 갈게.”염구준은 로비에 있는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어렵게 손중석을 구했는데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휴, 구준아, 정말 어리석어! 나 같은 것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어!”손중석은 안타까운 마음에 언성을 높였지만 상황을 되돌리지 못했다.염구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괜찮아요. 제이든이 매일 울면서 아빠 보고 싶어하는 꼴은 못 봐요.”그 말에 감동을 받은 손중석은 더는 말하지 않고 사색에 잠겼다.니체르는 이런 결과에 꽤 만족하며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최고 식재료로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손 선생을 치료해 드려.”모든 지시를 마친 그는 이튿날 토론회를 위해 준비하러 갔다.그에 비해 염구준은 여유롭게 지냈다.음식이 올라오면 눈치도 보지 않고 먹기 바빴다.저녁 내내 뛰어다녔더니 진작에 배가 고팠다.하지만 손중석은 마음이 심란하여 물만 마시고 요리에 손도 대지 않았다.어느새 염구준은 손가을에게 전화하여 무사한지 확인했다.이튿날.세계가 주목하는 신에너지 토론회가 열리는 날이 다
제이든은 그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구해줘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요.”손중석은 연신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촌수를 따지자면 제가 삼촌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말을 편하게 하세요.”염구준은 손사래를 쳤다.그는 손태석이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게다가 지금까지 누굴 도와주면서 한번도 보답을 바란 적이 없었다.“그런 허례허식은 따지지 맙시다. 난 나이만 더 먹을 뿐이에요. 괜찮다면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줘요.”손중석도 성격이 털털해서 윗사람처럼 콧대를 세우지 않았다.“준석 형, 일단 나가서 얘기하죠.”염구준은 검갑을 가슴에 메고 손중석을 업었다.이번 구출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한편으로 손가을이 걱정되었다.만약 니체르가 미쳐 날뛰며 인질로 잡았을까 봐 걱정이었다.“침입자를 막아!”그때 누군가가 CCTV를 통해 염구준을 발견하고 경보음을 울렸다.이어서 경호원들이 봇물이 터진 듯 쓸어 나와 두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구준아, 어떡해. 일행이 더 있어?”손중석은 당황해서 목소리까지 떨었다.“없어요. 혼자도 충분해요.”염구준은 몰래 기운을 오른쪽 다리에 모으고는 힘차게 바닥을 밟아 커다란 구멍을 냈다.여기 경호원들과 시간 낭비할 것도 없이 구멍으로 빠지면 그만이었다.“…”그 장면을 본 경호원들은 괴물을 본 것처럼 눈을 휘둥그레 떴다.“쫓아! 저놈이 도망치면 우리 다 죽어!”뒤에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다들 정신을 차리고 구멍으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염구준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한편, 손중석도 깜짝 놀라서 감탄을 금지 못했다.“이제 보니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었구나. 태석 형도 참 복이 많아.”“복이요? 저 때문에 장인어른 꽤 고생했어요.”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예전의 일을 떠올렸다.모두 무사히 고비를 넘겨서 다행이었다.일 분도 안 되는 사이에 두 사람은 벌써 1층에 도착했다.하지만 더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입구에서 니체르가 부하들을 이끌고 막
“그만 짜증내고 재료를 갖고 가자. 니체르 공작께서 이번 연구를 엄청 중시한단 말이야.”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곳은 연구 기지 같았다.다행히 제대로 찾아왔다.끼익!그때 문이 열리면서 희미한 불빛이 들어오자 염구준은 감쪽같이 숨어버렸다.전등이 켜졌을 때 주변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적지 않은 폭발물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아 이곳은 창고 같았다.두 남자는 누가 침입했는지 심지어 천장에 구멍이 난 것도 모르고 진열대에서 물건을 챙기고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염구준은 어느새 문으로 다가가 밖으로 빠져나갔다.이곳을 한바퀴 돌아본 결과 대부분 연구원과 경호원들이었다.연구원들은 억지로 여기 잡혀 왔는지 다들 툴툴거리면서 일했다.이런 환경에서 아무리 복지가 좋아도 살아나갈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그가 구석의 방을 지날 때 안에서 엄숙한 남자의 소리가 들려왔다.“빨리 나머지를 작성해. 아니면 네 아들을 죽여버릴 거야.”그러자 다른 남자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개새끼야, 먼저 제이든을 보여줘. 아니면 한 글자도 안 써!”촤아악!“빨리 써. 영상을 봤는데도 부족해? 설마 시체를 보고 싶어?”남자가 다그치더니 뺨을 때리며 소리를 질렀다.염구준은 밖에서 두 남자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협박을 당하는 남자는 입안에 피가 가득 고이고 온몸은 상처투성이었다.그는 몸을 파르르 떨며 고민에 빠졌다.전에 직접 아들을 용하에 보내서 상대방이 겁을 준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영상 속 배경은 농장이 확실했다.퍽!그때 누가 심문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드디어 당신을 찾았네요.”염구준은 환하게 웃으면서 심문을 받는 남자를 쳐다봤다.이 사람이 바로 손중석이다.제이든이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가족 사진을 설정해서 알고 있었다.“넌 누구야? 왜 본 기억이 없지?”심문하던 남자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그들은 이곳에서 외부와 왕래를 끊고 지낸 지 한 달이 되었다.그러니 공항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했는지 전혀 몰랐다.“살고 싶으면 빨리 꺼져!”염구준
“저까지 나서겠다면요?”그 남자는 바로 호찬이었다.‘반보천인이 더 있었어?’니체르는 상대방의 기운을 느끼고 확신했다.“호찬 씨, 청해에 있지 않았어요? 어떻게 왔어요?”손가을은 익숙한 얼굴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대표님이 위험할까 봐 용필 형과 상의하고 따라왔습니다. 멋대로 따라왔으니 달갑게 벌을 받겠습니다.”호찬은 앞으로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히 말했다.예전에 그는 다른 사람이 키운 종이었다.그런데 염구준을 따른 후 그의 종이 되기로 자처했다.“호찬 씨, 일어나세요. 뭐 하는 거예요?”손가을은 바로 손을 뻗어 그를 부축했다.현장에 있던 무술인들은 그 장면을 보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떳떳한 반보천인 고수가 손가을에게 무릎을 꿇다니, 그제야 그녀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심지어 손가을은 실력을 숨긴 고수라고 생각했다.다시 위험을 느낀 니체르는 어쩔 수 없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흑… 목, 어디에 있어요? 로얄 층에 와서 도와줘야겠어요.”그가 찾는 사람은 바로 흑풍 존주였다.상대방의 반보천인 2명과 붙어서 손가을을 붙잡으려는 수작이었다.염구준이 정말 손중석을 찾으러 갔다면 바로 손가을을 인질로 삼을 것이다.“난 지금 폐관 수련하는 중이에요. 이만 끊을게요.”흑풍은 적당한 핑계를 대고 휴대폰을 꺼버렸다.염구준이 있는 곳이라면 목숨이 10개라도 가고 싶지 않았다.“젠장!”열받은 니체르는 매너고 나발이고 할 것 없이 휴대폰을 바닥에 내팽개쳤다.자신을 돕겠다고 맹세를 하던 흑풍 존주는 중요한 순간에 도와주지도 않았다.“저 이만 가도 되죠?”손가을의 편에 반보천인 두 명이 있으니 이미 절대적인 주도권을 장악했다.“편한대로 하십시오.”니체르는 그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2대1 싸움에서 호찬의 기운은 그보다 조금 약하지만 승산이 없었다.“갑시다.”손가을은 인파를 가로질러 밖으로 나갔다.한 사람이 퇴장하니 적지 않은 사람들도 작별 인사를 하고 전쟁터를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
“맞습니다. 증거를 보여주세요.”누군가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이런 기술은 누구나 원했지만 또한 다른 사람이 소유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미리 대비한 니체르는 웃으면서 부하들에게 손을 휘둘렀다.“빔프로젝터를 켜서 대표님들에게 보여줘.”그러자 전등이 꺼지고 화면이 나타났다.종이 세 장에 적힌 내용으로 보아 방금 쓴 것 같았다.각 나라의 기술자들은 그것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어떤 귀재가 이런 연구를 했는지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하지만 용하의 기술자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염구준을 쳐다보았다.화면의 내용은 노트에 적은 것과 똑같았다.그렇다고 현장에서 바로 질문할 수 없었다.니체르는 감탄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의기양양한 말투로 강세를 보였다.“저를 믿으세요. 저…”탁!마침 니체르가 흥분하며 연설하려고 할 때 공교롭게 전기가 끊겨서 현장은 어둠에 삼켜졌다.“다들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도 전원이 나간 것 같습니다.”니체르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분노를 억누르고 모두를 안심시켰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계속 한쪽만 노리고 있었다.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띵!바로 그때 전등이 다시 켜졌다.현장은 변함이 없는데 한 사람만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이 사라진 것이었다.니체르는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손중석을 찾으러 갔나?’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그는 파티를 뒤로 하고 먼저 염구준을 찾아야 했다.“손 대표님, 남편은 어디로 갔습니까?”“화장실에 갔어요.”손가을이 바로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바로 돌아오겠죠?”하지만 니체르는 의심스러워서 더 캐고 물었다.“그건 잘 모르겠어요. 가끔 남편이 화장실을 가면 며칠은 돌아오지 않거든요.”손가을은 어깨를 으쓱 올리며 헛웃음을 지었다.니체르는 손가을이 남편을 엄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염 선생이 길을 잃지 않았는지 가서 찾아봐!”“알겠습니다!”부하 수십 명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면서 중요한 장소로 뛰어갔다.파티 참가자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하고 웅성거렸
“감사합니다.”손가을은 가볍게 인사하고 일행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방금 니체르가 불쑥 치고 들어와 실력을 탐색하는 것이 매우 불쾌했었다.“가을, 괜찮아?”염구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당신이 있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손가을은 든든한 남편을 바라보았다.이번 파티에서 니체르가 초대한 사람들은 모두 이튿날 신에너지 토론회에 참석할 각국 대표와 오스크국 귀족들이었다.현장에서 다들 매너를 지키고 있어 굳이 질서를 통제할 필요가 없었다.여기서 니체르 외에 누구도 감히 소란을 피우지 못했다.염구준 부부가 들어오자 적지 않은 인사들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왜냐면 염구준의 옷차림과 신분 때문이었다.“저기 봐요. 저런 옷차림으로 어떻게 들어왔대요?”“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저분은 에드로 친왕도 깍듯이 대하는 염 선생이에요.”“저분의 아내는 더 대단한 분이래요. 이번 행차에 항모 전투팀이 경호를 맡았다던데 용하도 비즈니스 제국이 다 되었네요.”뭇사람들 눈에서 부러움과 질투가 흘러나왔다.사교 능력이 뛰어난 인사들은 벌써 다가와 말을 걸면서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애썼다.니체르가 손목 부상을 치료하는 사이 염구준 부부는 현장에서 가장 눈이 부시는 인물이 되었다.마침 안세환이 병원에 가서 다행이었다.만약 이 장면을 봤다면 혈압으로 또 쓰러졌을 것이다.염구준은 아내 옆에 서서 거물들끼리 대화하는 것을 듣기만 했다.그러다 가끔 옆에서 말을 걸 때 예의상으로 대답해 주었다.파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부상을 처치하고 현장으로 돌아온 니체르는 염구준을 전보다 더 경계했다.두 사람의 모순은 손중석을 내놓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니체르 또한 순순히 내놓을 사람이 아니었다.이익 앞에서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와도 체면을 주지 않았다.“여러분, 바쁘신 와중에 파티에 참석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그때 니체르가 발언하자 다들 대화를 중단하고 그를 쳐다보았다.으리으리한 파티를 열어 거물들을 초대한 것은 단순히 각 나라의 친교를 위함은
니체르가 당황하더니 이내 인상을 굳히며 손에 힘을 주었다.일면식도 없는 불청객이 나서서 그의 계획을 망친 것이 너무 불쾌했다.“안녕하세요. 안세환 님.”“악.”안세환이 소리를 지르며 손을 거두려고 했다.그런데 니체르가 놓아주지 않아 결국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더니 기절해버렸다.누구도 시키지 않는 짓을 해서 명을 재촉하는지 정말 답이 없는 사람이었다.“의사 있어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습니다. 빨리 병원에 옮겨야 합니다.”니체르는 조급해하며 외쳤다.그러자 개인 의사 두 명이 나서서 안세환에게 응급처치를 하고는 들것에 눕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파티에 오자마자 쓰러지다니 차라리 오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니체르는 아직도 손을 내밀고 누가 잡아 주길 기다렸다.“휴.”손가을이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그녀는 어느새 은장갑을 꼈는지 한 손으로 염구준을 잡고 다른 손을 내밀었다.남편이 옆에 있으니 전혀 두렵지 않았다.염구준은 그녀의 뜻을 알고 잠시 나서지 않기로 했다.그러면서도 체내에 기운을 끌어올려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했다.만약 변고가 생긴다면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니체르를 살해할 작정이었다.뒷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그만이니까.쿵!손가을이 악수하자 쌍방은 기운을 사용하여 서로의 실력을 탐색했다.니체르는 반보천인 고수였다.염구준은 기운이 흐르는 것을 보고 상대방의 실력을 추측했다.아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다행히 손가을에게 은장갑과 호신 옥팔찌가 있어서 가까스로 견딜 수 있었다.“니체르 공작, 내 아내의 손을 그렇게 잡고 있는 건 예의가 아니죠.”염구준이 니체르의 손목을 잡더니 갑자기 근육이 부풀 정도로 기운을 폭발시켰다.원래 가족을 끔찍이 여기는데 대놓고 아내를 괴롭히는 걸 참지 못했다.강적을 만난 니체르는 손에 힘을 풀고 염구준과 맞섰다.그 사이에 손가을이 빠르게 손을 거두었다.아내가 손을 다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보물이 지켜서 부상을 입지 않았다.하지만 니체르와
초대장은 손가을에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했다.안세환은 속에서 열불이 나도 참아야 했다.“염 선생님, 손 팀장님 오셨네요.”그때 입구를 지키던 경호원이 염구준 부부를 보더니 바로 웃는 얼굴로 공손하게 인사했다.이것이 바로 신분 차이었다.안세환 같은 사람들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우쭐거리기만 할 뿐, 솔직히 타인의 눈에 아무것도 아니었다.“여기 초대장이요.”손가을이 초대장을 건넸다.“두 분이 직접 오셨는데 초대장은 없어도 됩니다. 들어가십시오.”마침 매니저가 나오면서 공손하게 문을 열어줬다.매니저가 이러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위에서 염구준을 보면 절대 무례하게 굴지 말고 항상 감시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가자.”염구준은 손가을의 손을 잡고 입구로 걸어갔다.그러다 안세환을 스칠 때 한마디 던졌다.“옷보다 신분이 더 중요합니다. 내가 수영복을 입고 온다해도 저들은 지금처럼 깍듯이 모실 겁니다.”그 말에 안세환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더니 뻔뻔하게 일행의 뒤를 따랐다.이렇게 규모가 큰 파티에 수많은 거물들이 참석하기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염구준은 층수를 표시하는 모니터만 주시했다.‘움직였어.’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각 층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을 계산했다.처음 몇 층은 빨간 숫자가 나타나는 이동 시간은 똑같았다.그런데 12층과 13층 사이를 지날 때 시간이 2배로 늘어난 것이었다.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마지막 층까지 각 층마다 이동 시간을 계산했다.이젠 12층과 13층 사이에 한 층이 더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곳은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갈 수 없을 것이다.다행히 설계 도안이 있고 목표 층을 찾았으니 천천히 찾기만 하면 되었다.그렇다고 지금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기회를 노려야 했다.띵!그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오늘 파티는 바로 로얄 층에서 진행되었다.“하하하, 염 선생, 드디어 오셨군요.”염구준이 나타나자 오늘의 파티 주최자
염구준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제이든도 고집을 피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끼익!“아직도 안 끝났어? 저녁 먹을 시간이야.”손가을이 들어오더니 깜짝 놀라며 잔소리를 했다.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오후 내내 도안을 붙들고 있었다.레스토랑에 내려온 온 후, 손가을은 밥을 먹다가 문득 뭔가 떠올랐다.“구준 씨, 오늘 저녁에 파티 있는데 같이 갈래?”“파티?”염구준이 작은 소리로 되물었다.방금 단서를 찾아서 오늘 저녁에 무조건 오스크국의 제국 빌딩에 가야 했다.그런데 아내의 눈빛을 보고 있으니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바쁘면 관둬. 이번 파티는 니체르가 주최했어. 장소는 제국빌딩이고 규모가 꽤 크다고 들었어.”손가을이 야릇하게 웃더니 그의 표정을 살피며 떠보듯 말했다.남편이 요새 조사하는 사건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일부러 자극한 것이었다.“여보,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염구준이 피식 웃었다.“당신한테서 배웠지. 언제까지 거짓말만 할 거야?”손가을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전에 염구준이 했던 어처구니없는 말들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따지지 않았다.두 사람은 식탁에서 티키타카 장난을 치며 잡담을 나누었다.부부로 산 지 오래되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화내거나 따지지 않았다.어둠이 내리자, 용하의 대표팀은 손가을의 안내로 제국빌딩의 파티에 참석했다.내일 신에너지에 대한 토론회가 있는데 아직도 토론 내용을 결정하지 않은 것이 참 이상했다.그리고 제이든은 파티에 참석하지 않고 염구준이 어딘가 잘 감추어 놓았다.목적지에 도착하면 할 일이 워낙 많아서 그를 보살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지금 제국빌딩 입구에 일행이 모였다.그중에서 염구준만 턱시도를 입지 않고 특이하게 검갑까지 메고 있었다.“창피해 죽겠어요. 그냥 호텔에 있지 왜 나와서 꼴사납게 굴어요?”안세환은 또 염구준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창피하면 우리랑 있지 말고 가세요.”염구준은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솔직히 그도 특이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파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