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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강 여사님, 남편분 차는 회사 주차장에 있습니다!”

“소월아, 시내 놀이동산 쪽에 기사 친구들 동원해서 찾아봤는데 아직 못 찾았어.”

“소월아, 임수아 그 여자는 회사에 없대. 남자랑 출장 갔다는데.”

나는 거의 소리 지르다시피 말했다.

“그 여자의 차를 찾아줘! 하영이가 아직도 차 안에 있어!”

앞에 펼쳐진 도로는 너무 밝았고 햇볕이 너무 강해 지열에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나도 함께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이미 과속 중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제발 아무 일 없어야 해. 내 소중한 딸.

도시가 점점 가까워지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했다.

그의 전화는 여전히 꺼져 있었다.

그가 또다시 밤새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그 날처럼.

하영이는 잠들지 못하고 울면서 아빠를 찾았다.

“엄마, 아빠 잃어버린 거 아니에요? 우리 아빠 찾으러 가요.”

나는 아이에게 차마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아마 지금쯤 그는 다른 여자 집에 있을 거라는 것을...

나는 그저 아빠가 야근 중이라고 둘러댔다.

그러자 하영은 아빠 회사에 가서 아빠와 함께 있겠다고 떼를 썼다.

다음 날 아침에 돌아온 유도진은 우리가 밤새 그를 찾아 헤맸다고 하자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 일에 하영이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잖아? 소월아, 진짜 이렇게 유치하게 굴 거야?”

하영은 작은 손으로 내 초췌한 얼굴을 만져주었다.

“엄마. 하영이는 엄마 사랑해요. 그러니까 담배 피우지 마세요!”

유도진이 그 여자와 다시 만난다는 걸 알게 된 후, 나는 발코니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이혼할지 말지 정말 고민이 깊었다.

딸애는 어른처럼 몰래 내 담배를 숨겼다.

나는 슬픔을 감추려고 했지만, 아이는 여전히 그걸 눈치챘다.

하영은 내 머리를 안고 마음 아파하며 입으로 불어주었다.

“내가 불어줄게요. 그럼 안 아파요.”

분명 하영이야말로 아직 보호가 필요한 어린아이였는데.

출발하기 전에, 하영이는 까치발을 하고 안아주고 싶어 했다.

“엄마, 사랑해요! 빨리 돌아와요. 우리 같이 놀이동산에 가서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해줘요!”

...

쿵 소리가 났다.

나는 그제야 차가 가드레일에 부딪혔음을 알았다.

놀라서 식은땀을 흘렸지만 차의 상태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차 속도도 전혀 줄이지 않았다.

전화가 다시 울렸다.

유도진의 이름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나는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버럭 화부터 내며 질타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도진아, 내 말 좀 들어봐. 너 지금 어디야? 하영은 어디에 있어? 하영이가 차 안에 갇혀있어. 빨리 가 가서 구해줘...”

그는 전혀 듣지 않는 듯했고 여전히 화가 나서 나를 무시하며 이야기했다.

“소월아, 너 지금 무슨 뜻이야? 내 행적을 왜 추적하는 건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옆에 있는 임씨 성을 가진 계집애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영은 싫어. 나랑 엄마도 뺏고 아이스크림도 뺏잖아.”

나는 분노를 억누르며 거의 소리 지르듯 말했다.

“빌어먹을. 유도진, 빨리 가서 하영이 좀 확인하라고!”

상대방은 잠시 멈칫했다.

“뭐야. 또 하영이로 시비 걸려고? 유나가 기분이 안 좋아서 그냥 놀이 공원에서 놀아준 것뿐이야. 너도 하영이랑 연극을 하느라 바쁘잖아? 하영이는 네가 버릇을 잘못 들인 거야.”

계집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하영이는 나쁜 애니까 차 안에서 애니메이션이나 봐야 해! 돼지처럼 쿨쿨 자기만 하잖아.”

나는 드디어 이해했다.

그는 자신과 임수아의 딸과의 관계를 방해받지 않으려고 하영을 차 안에 두고 애니메이션을 보게 한 거였다.

하지만 하영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걸 좋아했다.

유도진, 넌 어떻게 애가 잠든 사이에 차에 가둬둘 수 있단 말이야.

나는 하영이가 깨어났을 때의 공포를 생각하며 그녀가 나에게 구해 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다시 머릿속을 맴돌았다.

“도진아, 다시 한번 말할게. 지금 당장 가서 하영이를 꺼내줘. 제발 부탁이야. 이혼해도 좋고 재산을 네가 다 가져도 좋아. 난 그저 하영이만...”

하지만 나의 애원에도 그 사람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또 하영이를 들먹여 나를 압박하는 거야. 유나의 마음도 좀 이해해 줘. 지금 유나는 한부모 가정이잖아...”

“수아가 유나를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든데...”

나는 울먹이며 외쳤다.

“내가 지금 말하는 건 하영이, 하영이 목숨이라고.”

그도 짜증을 내며 말했다.

“하영이, 하영이. 넌 어떻게 하영이만 생각하냐. 유나는 아빠를 잃고 지금 자폐증에 걸렸는데... 하영이는 지금 차 안에서 에어컨 틀고 애니메이션 보며 잘 자고 있어.”

나는 분노로 몸이 떨렸다.

“어떻게 애를 혼자 차에 두고 갈 수 있어?! 부탁이야, 그녀가 어디 있는지, 어떤 차인지 빨리 말해줘.”

그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또 뭐야?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입으로는 맨날 하영이를 위한다는 네가 유치하지도 않아? 그리고 너 꽤 대단하더라. 사람들에게 내 행적을 찾게 하고. 그럼 어디 날 찾아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겼다.

곧바로 휴대폰은 또 꺼졌다.

나는 화가 나고 후회스러워서 차 안에서 소리 지르며 주먹을 핸들에 내리쳤다.

나는 왜 참지 못했을까. 난 그저 하영의 위치만 알면 되는데.

이때 전화가 울렸다. 동료 방지현의 목소리였다.

“소월아, 일단 차를 길가에 세워!”

“빨리 말해!”

“소월아, 진정해. 우린 이미 하영이를 찾았어.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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