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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블랙캣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그는 무표정했지만, 그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사랑하고 묵묵히 지켜주기만 했을 뿐 결코 욕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드디어 그를 감동시켰다고 생각했다.

곧 우리는 결혼했고 하영을 낳았다.

나는 우리의 삶이 계속 행복하고 평범할 것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가 휴대폰을 보며 멍하니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몰래 휴대폰을 훔쳐보니, 끔찍한 사고 뉴스였다.

심각한 교통사고로 여자와 아이는 살아남았지만, 그녀의 남편은 불행히도 사망했다.

뉴스 사진 속 여자는 여전히 긴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여전히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보는 임수아였다.

유도진은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

“나는 그저 그들을 위해 슬퍼하는 거야!”

그 이후로 그는 여러 일에 무관심해졌다.

심지어 우리 가족의 중요한 날조차 잊어버렸다.

이를테면 나와 하영의 생일, 하영이가 백신을 맞아야 하는 날, 우리의 결혼기념일 등...

그 대신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액세서리와 향수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헤어젤도 신경 써서 바르며 스타일을 가꾸기 시작했다.

딸은 아빠가 점점 멋있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그녀와 그가 손을 잡고 눈빛을 주고받으며 호텔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 나는 달려가서 임수아의 뺨을 후려쳤다.

그러자 그는 즉시 그녀 앞을 막아서며 나를 나무랐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어! 네 생각이 너무 추잡스러웠던 거야!”

아무것도 증명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화가 나서 그에게 따져 물었다.

“하영이는 알아?”

“하영이를 끌어들이지 마!”

내가 하고 싶었던 말도 바로 이것이었다!

나한테 남은 건 하영이뿐이니 난 절대 누구도 그 아이를 해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영이도 뭔가 느낀 듯했다.

최근에 그녀는 자주 물어봤다.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요?”

“엄마, 내가 뭘 잘못했나요? 아빠가 나한테 웃어준 지 한참 됐어요.”

“아빠가 많이 바빠.”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딸 생각에 나는 더욱 초조해졌다.

차는 이미 과속해서 몰았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내 딸을 구해야 하니까...

나는 시내에 있는 몇몇 친구들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어떤 방법이라도 좋았다. 내 모든 것을 다 걸어도 상관없었다.

하영이가 없다면 나는 살아도 의미가 없으니까.

가장 먼저 찾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임수아였다.

유도진이 그녀의 아이와 함께 있으니 그녀를 찾으면 그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임수아의 연락처는 없었다.

유도진이 그녀에게 다시 신경 쓰는 걸 알게 된 후, 나는 그의 휴대폰을 뒤져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실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화장 거울을 통해 그가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됐다.

그는 연락처를 저장할 필요가 없었다.

임수아의 전화번호를 줄줄 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번은 갑자기 케이크 가게에 멈춰서서 오늘이 생일이라며 케이크를 사겠다고 했다...

나와 하영이는 그 순간 멈칫했다.

“생일은 아직 멀었는데...”

나도 그때야 깨달았다. 그가 우리 생일을 일부러 잊은 게 아니라는 걸.

그에게 있어서 생일에 대한 기억은 오로지 그 여자의 생일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체품일지라도 하영이는 그의 친딸이 아닌가.

집이 있는 도시와의 거리가 아직 70~80킬로미터 남았다.

나는 미친 듯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우리 도시의 교통부, 정보센터, 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유도진의 차를 찾으려고 했다.

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고 내 머릿속엔 딸의 절박한 목소리만 계속 맴돌았다.

제발, 우리 딸 아무 일 없어야 해.

나는 계속해서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은 없었다.

앞에 펼쳐진 고속도로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 같았고 나쁜 소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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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제발 나와 줘.”“여보, 내가 잘못했으니까 유나는 괴롭히지 말아줘...”“아, 하영아, 너 어디에 있어, 하영아...”나는 전화를 받았다.“누가 괴롭힌대? 그 아이는 지금 하영이랑 놀고 있어. 너 남의 계부가 되어 하영이를 질투하는 거 창피하지도 않아? 끊는다... 하영이가 나보고 끊으래. 나 끊을게... 사람을 시켜서 우리 위치를 조사하다니? 너도 참 역겹다. 그렇지 하영아. 진짜로 너무 역겹잖아!”귓가에서 계집년이 소리쳤다.“아빠 도와줘, 살려줘...”나는 계집년에게 양말을 물려주었다.“하영이 나랑 놀겠다네. 그쪽이 너무 시끄럽다고 모두 차 안에 가두는 게 맞는다는데... 뭐? 알았어. 알았어. 전화 그만할게. 엄마가 이젠 꺼버릴게!”난 그가 아까 아이를 위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던 것처럼 조용히 휴대폰을 꺼버리며 모든 희망을 없애버렸다.아래는 아수라장이 되었다.임수아의 목소리가 방송에 울려 퍼졌다.“아이는 죄가 없어. 내가 무릎 꿇고 빌게. 강소월, 제발 부탁이야. 난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아. 난 단지...”“제발 부탁이야. 강소월, 돈은 얼마든지 줄게. 집도 줄게. 제발 내 딸을 놔줘. 이 개 같은 남자도 싫으니까 제발... 내 딸을 놔줘!”하영아, 이 말이 너무 익숙하지 않니.“제발, 뭐든 다 들어줄게.”하지만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내가 원하는 건 내 품에 있어. 그녀는 지금 편안하게 꿈꾸고 있지.꿈에서 우리는 세 식구가 함께 대관람차에 앉았다.그녀는 가볍게 내 이마를 불어주며 말했다.“엄마, 아프지 않을 거예요.”“엄마, 사랑해요.”“아빠, 엄마 그리고 나, 영원히 같이 살아요.”정말 좋다.사람들은 점점 흩어지고 경찰차는 수색 구역을 넓히며 찾고 있었다. 아무도 여기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내 차와 집, 그리고 더 먼 곳도 수색하겠지.날이 점점 밝아왔다. 아침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하영아, 엄마가 너와 함께 아침노을을 보는 건 처음이야.곧 엄마는 영원히 너와 함께할 거야.나는

  • 구해줘, 엄마!   제8화

    “하영아, 얘는 너보다 훨씬 시끄럽지.”대관람차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아래는 매우 작아 보였다.나는 캐빈의 위쪽에 겨우 한 사람이 나갈 수 있는 통풍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나는 온 힘을 다해 기어 올라갔고 또 하영이와 그 계집년도 끌어냈다.우리는 캐빈과 연결된 통로에 도착했다. 그 통로는 너비가 1미터가 조금 넘는 레일이었다.그 레일은 대관람차의 축과 쭉 연결되어 있었다.나는 사랑하는 하영과 기절한 귀요미를 데리고 레일을 미끄러져 내려갔다.지금은 내리막길이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우리를 주목하는 사람도 없었다. 우린 거대한 대관람차의 작은 존재일 뿐이었다.레일 밖은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 차 있지만, 레일 안은 어두웠다.나와 하영이는 마침내 미끄럼틀을 타듯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 기절한 계집년도 마찬가지였다.몇 분 후, 우리는 백 미터가 넘는 레일을 지나 대관람차의 축에 도착했다.그곳은 작고 높은 플랫폼으로 지면에서 수백 미터 떨어져 있다. 이건 대관람차의 축을 수리하는 작업자들이 서는 야외 플랫폼이었다.아래에 연결된 사다리가 있었지만, 그들은 주말에나 수리를 위해 사다리를 올릴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시야가 좋지 않아 탑승객들은 이곳을 거의 보지 못했다.지금 여기에는 우리 셋뿐이었다.대관람차는 계속 돌아가지만 나는 하영이처럼 조용하게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과 놀이공원의 웃음소리를 바라보았다.딸애를 품에 안고 나는 이 순간이 참 좋았다.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유도진이었다.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거의 숨을 쉬지 못하며 흐느끼고 있었다.“여보... 미안해.”미안하다니? 여보라니?보아하니 그도 모든 걸 안 모양이었다.나는 경찰차가 놀이공원 밖 주차장에서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아, 경찰이 온 거구나.나는 고개를 저었다.“미안할 거 없어. 나랑 하영이는 잘 있으니까. 조금 전, 네가 찾는다는 방송을 듣고 서비스센터에 널 찾으러 가겠다잖아. 애가 너무 좋아해. 하하. 하영이

  • 구해줘, 엄마!   제7화

    우리가 매표소를 찾고 있을 때, 그의 전화가 걸려왔다.나는 하영에게 아빠의 전화라고 손짓하며 전화를 받았다.“강소월, 누가 너더러 디즈니랜드에 오랬어? 너 진짜 역겹다. 강소월, 이럴수록 난 네가 더 싫다고….”나는 목소리를 낮췄다.“쉿, 하영이가 듣지 않게 해! 하영이는 줄곧 여기 오고 싶어 했으니까, 지금이 제일 좋은 기회잖아. 너도 안에 있고...”유도진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하영이, 또 하영이야! 넌... 유나의 지금 상황을 알면서 어떻게 하영이를 데려다가 그 아이의 화를 돋우려고 해?"나는 냉정하게 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랑 하영이와 잠깐만 놀아주면 앞으로 그 잡종은 네 거야.”유도진이 소리쳤다.“뭐라고? 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마!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찾으러 갈게. 절대 우리 찾으러 오지 마.”귓가에 그가 옆에 있는 여자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먼저 유나 데리고 있어. 나는 소월이 좀 찾아볼게...”“우리 각자 찾는 게 더 빠를 거야.”나는 전화로 직원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소리를 들었다.그들은 대관람차 구역에서 기다리고 있었구나.나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내 사랑스러운 아이를 안았다.“하영아, 우리 대관람차 타러 가자.”좋아! 우리 하영이는 아주 용감하니까. 엄마랑 함께면 두려울 것 없어.한 암표상이 나에게 다가와 티켓을 팔았다.나는 가격을 묻지도 않고 바로 샀다.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아이가 아픈 거 아니에요? 얼굴색이 안 좋은데.”나는 대꾸하지 않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하영은 그냥 자고 있을 뿐이야.곧 우리는 대관람차 타는 곳에 도착했다.바라던 대로 나는 그 계집년을 보았다.역시나 대관람차가 곧 도착할 것 같았다.다행히 줄이 별로 길지 않았다.아이 아빠는 어디 있지?아마 나와 하영이를 찾으러 갔겠지.그럼 임수아도 그와 같이 간 건가?설마 내가 그녀를 때릴까 봐 두려워진 건 아니겠지. 아니, 난 그녀를 때리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유

  • 구해줘, 엄마!   제6화

    그들이 설치한 장애물을 무시하고 통과하려던 찰나, 경찰이 큰소리로 외쳤다.“강소월 씨, 진정하세요! 우린 강소월 씨 남편과 이미 연락이 됐습니다!”정말 잘 됐다. 연락이 닿았다니. 나와 하영이는 한창 그를 찾으러 가는 길이었는데.하영이는 계속 우리 가족이 함께 모이기를 바랐잖아?하영아, 사랑하는 딸. 우린 곧 네 아빠를 만날 수 있단다.“유도진 씨 맞나요? 저는 나성경찰서 경찰입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유도진 씨 따님이 사망했습니다... 아내분이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금 따님 시신을 데리고...”전화 너머 잠깐 정적이 흐른 후, 차가운 목소리가 나왔다.“좋아, 강소월. 이젠 경찰까지 사칭하는구나. 뭐야? 너희랑 함께 연기해줘? 하영의 시신이라니, 차라리 하영이가 어떻게 죽는지 연기하게 하지 그래!”“...”이 말을 듣고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웃다가 또 눈물이 쏟아졌다.“그렇지. 우리 하영이는 괜찮다고 했잖아. 우리 하영이는 연기한 거야! 우리 하영이는 연기한 거라고! 하영아, 움직이지 말고 얌전히 있어.”경찰은 어린이용 카시트에 앉아 있는 하영을 보고 눈썹을 찌푸리며 전화기에 대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유도진 씨, 이건 연기가 아닙니다. 아내분 상태가 매우 안 좋아요. 당장 오세요!”유도진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소월아. 너희는 왜 그렇게 매정하냐. 유나에게 아빠가 없다는 걸 알면서 꼭 이렇게 비열하게 굴어야겠어? 네가 정말 인간이냐?”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맞아 맞아. 아빠가 없으면 안 되지. 아빠가 없으면 안 되고말고!”경찰은 다시 어린이용 카시트에 앉아 있는 하영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우리 하영이는 이렇게 착한 아이인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강소월 씨, 따님은...”“잠들었어요. 내 사랑하는 딸은 그냥 잠이 든 거예요. 아빠를 찾으러 가게 해주세요!”경찰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내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에게도 딸이 있는 걸까.그 역시 유도진의 행동

  • 구해줘, 엄마!   제5화

    나는 마치 스프링처럼 그 앞에 뛰어갔지만, 의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내 심장은 쥐어짜듯 아팠다.나는 의사를 흔들며 말했다.“우리 딸 괜찮은 거죠. 선생님!”그는 실망한 목소리로 나를 타일렀다.“우린 최선을 다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지켜봅시다. 아이 아빠는요? 그도 오는 게 좋을 겁니다.”절망과 분노에 휩싸여 나는 의사를 붙잡고, 무릎을 꿇고 다시 한 번만 더 노력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하지만 곧 나는 온몸에 관을 꽂은 채로 병상에 누워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하영을 보았다.나는 영혼을 잃은 짐승처럼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그 뒤를 쫓아갔다.“하영아, 하영아, 너 괜찮을 거야. 하영아.”하영은 눈을 감고 온몸이 붕대에 휘감긴 채로 창백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누워 있었다.지금의 그녀는 마치 망가진 인형처럼 병상에 누워 있었다.출장 가기 전만 해도 하영은 즐겁게 뛰어놀며 나를 끌어안고 달콤하게 엄마라고 불러주며 내가 돌아와서 함께 놀아주기를 기다린다고 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이렇게 되었다.아무리 내가 애타게 불러도 하영은 조용하게 대답이 없었다.그 아이가 중환자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문 앞에서 멈췄다.문이 닫히며 내 마음도 함께 닫혀버린 것 같았다.저 안에서 얼마나 무서울까.“소월아... 애 아빠에게도 알려야 하지 않겠어?”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의사가 방금 말한 것은 가족이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하영의 가장 큰 소망은 엄마, 아빠와 함께 놀고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힘든 순간에도 나는 이혼을 생각할 수 없었다.하영은 항상 “아빠, 엄마, 나...”라고 말했으니까.마치 그녀가 그린 가족 그림처럼 비뚤비뚤 그린 세 사람이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아래 초원에서 햇빛을 받으며 놀고 있었다.내가 집을 나설 때, 하영은 동경 어린 얼굴로 나에게 꼭 약속해달라고 했다.“엄마, 돌아오면 아빠에게 깜짝 선물을 해줘요. 아빠를 데리고 놀이동산에 가는 거예요!”

  • 구해줘, 엄마!   제4화

    난 병원에 도착했다.벌써 5시가 넘었고 오는 길에 신호도 몇 개나 무시했다.병원에서 방지현과 몇 명의 친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초조한 얼굴이었다.“상황이 좋지 않아. 좀 침착해.”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응급실 앞에 다다랐다.그 작은 아이는 아직도 안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있었다.어떻게 이렇게 된 거지?차 안에 갇혀있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심각하냐고?분명 출발할 때, 달콤하게 나를 뽀뽀해주며 빨리 돌아오라고 했는데, 어쩌다가 눈 깜짝할 새에 응급실로 들어가게 된 거야...길을 달리며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생각해봤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방지현은 어떻게 찾았는지 이야기해줬다.“우린 교통부서에서 임수아 그 여자의 차를 찾았는데 그녀의 차는 놀이 공원에 있지 않았어... 그래서 다시 유치원 앞 CCTV를 뒤져서야 이 차를 찾았는데 임수아 남편이 생전에 쓰던 차였어.”차 번호를 확인한 후, 여러 택시 기사님들이 도와줘서야 겨우 디즈니 놀이 공원 야외 주차장에서 차를 찾았다.그곳은 도심에서 꽤 떨어져 있어 찾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고 한다.“차를 강제로 열었을 때...”방지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말해줘...”“그 차의 에어컨은 이미 꺼져 있었어. 기온이 너무 높아 산소가 부족한 탓에 아이는 이미 숨이 끊어졌고 몸 전체가... 우리는... 우리는... 더는 못 말하겠어, 이거 좀 봐!”그녀는 내게 휴대폰을 건네줬다.사진 속에서 차는 뜯겨 있었고 유리는 피가 묻은 수많은 긁힌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그것은 하영이가 필사적으로 살려달라고 긁은 흔적이었다.현장에는 그녀의 작고 여린 손톱이 떨어져 있었다.나는 마치 심장이 큰 망치에 맞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숨을 쉬기 어려웠다.방지현이 나를 붙잡아주었다.“소월아, 하영이는 아직 응급조치 중이야.”나는 머리를 벽에 세게 부딪치며 심장이 진정되기를 바랐다.“나에게 유용한 정보를 들려줘.”방지현이

  • 구해줘, 엄마!   제3화

    “강 여사님, 남편분 차는 회사 주차장에 있습니다!”“소월아, 시내 놀이동산 쪽에 기사 친구들 동원해서 찾아봤는데 아직 못 찾았어.”“소월아, 임수아 그 여자는 회사에 없대. 남자랑 출장 갔다는데.”나는 거의 소리 지르다시피 말했다.“그 여자의 차를 찾아줘! 하영이가 아직도 차 안에 있어!”앞에 펼쳐진 도로는 너무 밝았고 햇볕이 너무 강해 지열에 아지랑이가 일렁였다.나도 함께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이미 과속 중이었지만 상관없었다.제발 아무 일 없어야 해. 내 소중한 딸.도시가 점점 가까워지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했다.그의 전화는 여전히 꺼져 있었다.그가 또다시 밤새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그 날처럼.하영이는 잠들지 못하고 울면서 아빠를 찾았다.“엄마, 아빠 잃어버린 거 아니에요? 우리 아빠 찾으러 가요.”나는 아이에게 차마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아마 지금쯤 그는 다른 여자 집에 있을 거라는 것을...나는 그저 아빠가 야근 중이라고 둘러댔다.그러자 하영은 아빠 회사에 가서 아빠와 함께 있겠다고 떼를 썼다.다음 날 아침에 돌아온 유도진은 우리가 밤새 그를 찾아 헤맸다고 하자 인상을 찌푸렸다.“우리 일에 하영이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잖아? 소월아, 진짜 이렇게 유치하게 굴 거야?”하영은 작은 손으로 내 초췌한 얼굴을 만져주었다.“엄마. 하영이는 엄마 사랑해요. 그러니까 담배 피우지 마세요!”유도진이 그 여자와 다시 만난다는 걸 알게 된 후, 나는 발코니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이혼할지 말지 정말 고민이 깊었다.딸애는 어른처럼 몰래 내 담배를 숨겼다.나는 슬픔을 감추려고 했지만, 아이는 여전히 그걸 눈치챘다.하영은 내 머리를 안고 마음 아파하며 입으로 불어주었다.“내가 불어줄게요. 그럼 안 아파요.”분명 하영이야말로 아직 보호가 필요한 어린아이였는데.출발하기 전에, 하영이는 까치발을 하고 안아주고 싶어 했다.“엄마, 사랑해요! 빨리 돌아와요. 우리 같이 놀이동산에 가서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해줘요!”

  • 구해줘, 엄마!   제2화

    그는 무표정했지만, 그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를 사랑하고 묵묵히 지켜주기만 했을 뿐 결코 욕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나는 드디어 그를 감동시켰다고 생각했다.곧 우리는 결혼했고 하영을 낳았다.나는 우리의 삶이 계속 행복하고 평범할 것이라고 착각했다.하지만 어느 날, 그가 휴대폰을 보며 멍하니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몰래 휴대폰을 훔쳐보니, 끔찍한 사고 뉴스였다.심각한 교통사고로 여자와 아이는 살아남았지만, 그녀의 남편은 불행히도 사망했다.뉴스 사진 속 여자는 여전히 긴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여전히 아름다웠다.오랜만에 보는 임수아였다.유도진은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나는 그저 그들을 위해 슬퍼하는 거야!”그 이후로 그는 여러 일에 무관심해졌다.심지어 우리 가족의 중요한 날조차 잊어버렸다.이를테면 나와 하영의 생일, 하영이가 백신을 맞아야 하는 날, 우리의 결혼기념일 등...그 대신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액세서리와 향수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헤어젤도 신경 써서 바르며 스타일을 가꾸기 시작했다.딸은 아빠가 점점 멋있어졌다고 했다.하지만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꼈다.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그녀와 그가 손을 잡고 눈빛을 주고받으며 호텔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분노가 치밀어 올라 나는 달려가서 임수아의 뺨을 후려쳤다.그러자 그는 즉시 그녀 앞을 막아서며 나를 나무랐다.“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어! 네 생각이 너무 추잡스러웠던 거야!”아무것도 증명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화가 나서 그에게 따져 물었다.“하영이는 알아?”“하영이를 끌어들이지 마!”내가 하고 싶었던 말도 바로 이것이었다!나한테 남은 건 하영이뿐이니 난 절대 누구도 그 아이를 해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하영이도 뭔가 느낀 듯했다.최근에 그녀는 자주 물어봤다.“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요?”“엄마, 내가 뭘 잘못했나요? 아빠가 나한테 웃어준 지 한참 됐어요.”“아빠가 많이 바빠.”내가 해줄

  • 구해줘, 엄마!   제1화

    오후 두 시, 태양이 한창 뜨거울 때 이웃 도시에 출장 중이던 나는 5살 난 딸애 하영의 전화를 받았다.태블릿으로 걸어온 것 같았다.딸애는 울먹이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엄마, 엄마, 빨리 와서 도와줘요! 아빠가 나를 차에 가둬놨어요.”나는 머리가 멍해지고 기절할 뻔했다.“하영아, 울지 마... 엄마에게 어디 있는지 말해줘. 바로 갈게!”하영은 조금 진정한 듯 울며 말했다.“여기는...”하지만 순간 통화가 끊겼다.나는 당황해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꺼져 있었다.다시 걸어도,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었다.태블릿의 배터리가 다 된 모양이었다.아니지. 나는 그제야 중요한 일을 떠올렸다.나는 허둥대며 남편 유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받지 않았다.다시 걸어도, 여전히 받지 않았다.그사이 나는 회사의 동료들을 불러와 그들에게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그러고 나서 나는 미친 듯이 유도진의 전화를 거는 한편 차를 타고 집이 있는 도시로 빠르게 달려갔다.다행히, 전화가 마침내 연결되었다.유도진의 짜증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더 이상 전화하지 마. 바빠!”전화기 너머에서 여자애의 까르르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아빠, 난 저거 탈래요!”아빠?웬 여자애가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거지?하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나는 조급한 마음에 물었다.“당신 지금 어디야? 하영이는 왜 차 안에 가둬둔 건데?! 빨리 가서 하영이 좀 구해줘...”전화기 너머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들렸다.그제야 나는 여자애가 남편의 핸드폰을 빼앗아 갔다는 걸 깨달았다.그녀의 목소리는 불만으로 가득했다.“아빠, 나랑 놀아주기로 약속했잖아요... 전화하면 안 돼요.”그는 서둘러 여자애를 달래주었다.“알았어. 알았어. 아빠가 이젠 전화 안 할게! 봐봐. 지금 끄고 있잖아.”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했지만,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나의 외침소리는 아예 무시됐다.“전화 끄지 마. 제발.”나는 차 안에서 미친 듯이 소리쳤다.뚜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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