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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는 무표정했지만, 그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사랑하고 묵묵히 지켜주기만 했을 뿐 결코 욕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드디어 그를 감동시켰다고 생각했다.

곧 우리는 결혼했고 하영을 낳았다.

나는 우리의 삶이 계속 행복하고 평범할 것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가 휴대폰을 보며 멍하니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몰래 휴대폰을 훔쳐보니, 끔찍한 사고 뉴스였다.

심각한 교통사고로 여자와 아이는 살아남았지만, 그녀의 남편은 불행히도 사망했다.

뉴스 사진 속 여자는 여전히 긴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여전히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보는 임수아였다.

유도진은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

“나는 그저 그들을 위해 슬퍼하는 거야!”

그 이후로 그는 여러 일에 무관심해졌다.

심지어 우리 가족의 중요한 날조차 잊어버렸다.

이를테면 나와 하영의 생일, 하영이가 백신을 맞아야 하는 날, 우리의 결혼기념일 등...

그 대신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액세서리와 향수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헤어젤도 신경 써서 바르며 스타일을 가꾸기 시작했다.

딸은 아빠가 점점 멋있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그녀와 그가 손을 잡고 눈빛을 주고받으며 호텔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 나는 달려가서 임수아의 뺨을 후려쳤다.

그러자 그는 즉시 그녀 앞을 막아서며 나를 나무랐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어! 네 생각이 너무 추잡스러웠던 거야!”

아무것도 증명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화가 나서 그에게 따져 물었다.

“하영이는 알아?”

“하영이를 끌어들이지 마!”

내가 하고 싶었던 말도 바로 이것이었다!

나한테 남은 건 하영이뿐이니 난 절대 누구도 그 아이를 해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영이도 뭔가 느낀 듯했다.

최근에 그녀는 자주 물어봤다.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요?”

“엄마, 내가 뭘 잘못했나요? 아빠가 나한테 웃어준 지 한참 됐어요.”

“아빠가 많이 바빠.”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딸 생각에 나는 더욱 초조해졌다.

차는 이미 과속해서 몰았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내 딸을 구해야 하니까...

나는 시내에 있는 몇몇 친구들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어떤 방법이라도 좋았다. 내 모든 것을 다 걸어도 상관없었다.

하영이가 없다면 나는 살아도 의미가 없으니까.

가장 먼저 찾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임수아였다.

유도진이 그녀의 아이와 함께 있으니 그녀를 찾으면 그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임수아의 연락처는 없었다.

유도진이 그녀에게 다시 신경 쓰는 걸 알게 된 후, 나는 그의 휴대폰을 뒤져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실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화장 거울을 통해 그가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됐다.

그는 연락처를 저장할 필요가 없었다.

임수아의 전화번호를 줄줄 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번은 갑자기 케이크 가게에 멈춰서서 오늘이 생일이라며 케이크를 사겠다고 했다...

나와 하영이는 그 순간 멈칫했다.

“생일은 아직 멀었는데...”

나도 그때야 깨달았다. 그가 우리 생일을 일부러 잊은 게 아니라는 걸.

그에게 있어서 생일에 대한 기억은 오로지 그 여자의 생일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체품일지라도 하영이는 그의 친딸이 아닌가.

집이 있는 도시와의 거리가 아직 70~80킬로미터 남았다.

나는 미친 듯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우리 도시의 교통부, 정보센터, 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유도진의 차를 찾으려고 했다.

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고 내 머릿속엔 딸의 절박한 목소리만 계속 맴돌았다.

제발, 우리 딸 아무 일 없어야 해.

나는 계속해서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은 없었다.

앞에 펼쳐진 고속도로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 같았고 나쁜 소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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