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가 민규현과 천현수의 상황을 묻자 정태웅은 눈이 벌게져서 말했다.“저하, 형님과 셋째는 지금 연락이 안 됩니다.”“암부의 다른 부문과도 연락이 안 되는 거야?”“네. 국방부에서 손을 쓸 때 우리 암부의 모든 통신 수단을 차단했습니다.”정태웅이 다시금 말했다.그 말에 윤구주는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엄청난 한기를 띤 살기가 윤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민규현, 천현수는 서울 암부에 있었다.그런데 암부 본부는 국방부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렇다면 민규현과 천현수도 아마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하지만 윤구주는 두 사람의 실력을 믿었다.두 사람이 도망치려고 마음먹었다면 반드시 도망쳐 나올 수 있을 것이다.“저하, 저희 이제 어떡합니까? 국방부는 영문과 결탁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많은 문벌과 종파들이 그들의 편에 섰습니다.”정태웅이 갑자기 말했다.화진 국방부는 지위가 아주 높았다.하지만 국방부에도 분파가 많았다. 예를 들면 문벌, 종파, 세가 등 말이다.그리고 국내의 10대 군사 구역도 있었다.당시 윤구주가 혼자 국방부를 휘어잡았을 때 세가, 종문, 문벌 등에서는 모두 윤구주를 왕으로 대접했다.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윤구주는 비록 살아있긴 하지만 이젠 문아름이 구주왕의 자리를 대신했다.문아름이 암부에 손을 썼다는 것이 뭘 의미하겠는가?국방부의 문벌, 종파, 세가 등이 전부 문씨 일가의 편에 섰다는 걸 의미한다.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걱정하지 마. 감히 우리 형제에게 손을 쓴 놈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할 테니까.”...밤의 장막이 드리워진 강성 입국장.서울에서 날아온 전용기 두 대가 어둠 속에서 서서히 착륙했다.공항 활주로에는 차들이 쭉 줄지어 서 있었고 검은 복면을 쓴 영문 사람들이 귀신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그들은 서울에서 온 거물을 기다리고 있었다.전용기 두 대가 서서히 착륙한 뒤 비행기 안에서 200여 명의 강한 기운을 가진 사람들이 내렸다.그들은 한눈에 봐도 엄
노인은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했고 7, 80대로 보였는데 사실 그녀의 나이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비록 그녀는 나이가 아주 많았지만 눈빛만큼은 아주 살벌했다.그녀는 검은색 지팡이를 짚고 있었는데 지팡이의 머리 쪽에 ‘여’ 자가 새겨져 있었다.신급 강자의 기운을 띤 그녀는 말을 하면서 눈앞의 불빛이 환한 도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어르신, 왕이 생기면서부터 우리 화진은 세계 강대국 중 하나가 되었어요. 강성은 연해 도시라서 교통도 편리하고 산업도 발전해서 아주 부유한 곳이에요.”한동석이 말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좋은 도시가 곧 피바다가 되겠어요.”여선희는 기괴하게 웃었다.“한동석 장군, 국방부에서 암부가 적과 결탁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얻었다는 게 사실인가요?”이번에는 우렁찬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말을 한 사람은 키가 작은 노인이었다.그 노인은 여선희와 마찬가지로 신급 강자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고 있었다.노인의 뒤에는 10여 명의 대가급 강자가 있었다.한동석은 노인의 말을 듣더니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집법위는 항상 공정하고 엄격합니다. 왕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암부에서 적과 결탁한 건 확실한 일이죠.”신급 강자의 노인 황정두는 기묘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전 국방부에서 자기 편이 아닌 사람을 처리하려고 그런다고 들었는데요. 그리고 구주왕의 충실한 부하였던 자들을 다 죽일 생각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한동석은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차갑게 돌변하면서 고개를 돌려 말했다.“어르신, 저희 국방부를, 이황왕을 믿지 않는다는 뜻입니까?”황정두는 킥킥 웃으며 말했다.“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쓸데없는 말은 삼가시죠. 우리는 이황왕의 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암부가 적과 결탁한 증거를 국방부에서 확보했다고 하니 우리 3대 문벌은 당연히 따라야죠.”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들려왔다.자세히 보니 눈이 하나뿐인 노인이었다.그 노인도 그들처럼 신급 강자였다. 하지만 그의
국방부 장군 한동석이 3대 문벌의 강자들을 데리고 나타나자 공항 활주로에 있던 영문 구성원들은 곧바로 경례를 했다.수백 명의 강자들이 강성에 모습을 드러내니 곧 어둠의 파도가 강성을 휩쓸 것 같았다.“정태웅의 위치는 확인했어?”한동석이 한 영문 구성원에게 물었다.“장군님, 위치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강성의 윈워터힐스에 있습니다.”영문의 킬러는 곧바로 대답했다.“좋아. 오늘 암부를 일망타진해야겠어.”한동석은 잔인한 미소를 짓더니 큰 손을 움직였고 수백 명의 강자들과 함께 차를 타고 출발했다.한동석이 3대 문벌의 강자들을 데리고 윈워터힐스로 가고 있을 때, 윈워터힐스에서는 소채은의 부모가 소채은을 간호하고 있었다.비록 윤구주가 소채은 체내의 시독을 전부 없애긴 했지만 소채은은 몸이 너무 허약해서 천천히 회복해야 했다.윈워터힐스 거실 안.윤구주와 정태웅, 주세호, 백경재 등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밤은 점점 더 깊어졌다.원래는 달이 밝게 빛나는 밤하늘이었는데 야심한 시각이 되니 빛이 어두워졌다.하늘에서 별들이 사라진 것 같았다.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거실에 앉아 있던 윤구주는 갑자기 눈빛이 서늘하게 변하더니 밖을 바라보았다.“왔네?”윤구주가 그렇게 말하자 백경재, 정태웅, 주세호 모두 당황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저하, 뭐라고 하셨습니까?”윤구주는 그들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잠시 뒤, 윤구주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나 왔군.”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갑자기 일어나면서 정태웅에게 말했다.“정태웅, 국방부 사람들이 왔어.”‘뭐?’그 말을 들은 정태웅은 곧바로 몸을 돌려 어둠을 바라보았다.“저하, 그들을 감지하신 겁니까?”“그래.”윤구주가 말하자마자 정태웅은 펄쩍 뛰었다.“제기랄, 이 잡놈들이 감히 죽으려고 찾아오는 걸까요? 저하, 명령을 내려주시면 지금 당장 저 빌어먹을 놈들을 죽여버리겠습니다!”윤구주는 손을 저었다.“조급해할 필요 없어.
“상대방의 실력이 아주 강하거든요. 전 주세호 씨 사람이 헛되이 죽는 걸 원치 않아요.”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그 기운들을 느낀 순간, 윤구주는 그들이 어느 정도 실력인지 파악했다. 주세호의 경호원들이 있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저하, 제 사람들이 물러나면 저희 쪽에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주세호의 질문에 윤구주는 웃었다.“걱정하지 말아요. 사람이 있으니까요.”사람이 있다는 말에 주세호뿐만 아니라 정태웅도 답답했다.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다들 의아해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그들에게 설명해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 밤은 더욱 깊어졌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린 뒤 주세호는 윤구주의 말대로 윈워터힐스에 있던 100여 명의 경호원들을 전부 철수시켰다.현재 윈워터힐스는 텅텅 비어서 쥐 죽은 듯 고요했다.썰렁하고 차가운 건축물을 제외하면 윤구주 일행과 소채은의 부모님, 그리고 혼수상태인 소채은뿐이었다.이때 윤구주는 시괴 동산을 데리고 소채은의 방에 왔다.방 안, 소채은의 곁을 지키던 소채은의 부모님은 윤구주가 거구의 시괴 동산을 데려오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구주야, 여긴 어쩐 일이야?”윤구주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병상 위 소채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채은이 보러 왔어요. 참, 아버님, 어머님. 잠시 뒤 밖이 조금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는 방 안에만 계세요. 어떤 소리를 듣더라도 절대 방에서 나오지 마세요.”윤구주가 갑자기 그렇게 말하자 소청하와 천희수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구주야,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오늘 밤에는 방에서 나오지 말라는 거야?”“죄송해요. 이 일은 모르시는 게 좋아요. 그저 제 말대로 하시면 돼요. 그리고 채은이 잘 돌봐주세요.”윤구주가 다시 한번 당부했다.소청하는 비록 의문이 들었지만 윤구주를 굳게 믿었기에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네 말대로 할게.”두 사람에게 당부한 뒤 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시괴 동산에게 말했다.“지금부터 넌 한 발짝도 움직이지
밤하늘 아래, 한 무리의 강자들이 윈워터힐스 주변에 나타났다.선두에 선 사람은 국방부 장군 한동석이었다.그는 반보 신급 강자 실력을 지닌 집법위 총사령관이지만 진짜 국방부 구성원은 아니었다.그는 사실 문씨 일가의 사람이었다.문아름은 왕이 된 뒤 군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다지려고 일부러 한동석을 집법위 총사령관 자리에 앉혔다.한동석의 뒤에는 서울 3대 문벌 여씨, 황씨, 당씨 일가가 있었다.3대 문벌에는 총 100여 명의 대가급 강자가 있었고 그들 외에 200명 가까이 되는 영문의 킬러들도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기세가 아주 대단했다.“바로 이곳인가요?”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3대 문벌 중 여씨 일가의 여선희였다.빨간색 옷을 입은 노인은 눈빛이 아주 기묘했다. 그녀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눈앞의 윈워터힐스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네.”한동석이 대답했다.“여기까지 왔으니 그 정태웅 지휘사를 보러 가죠.”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잔영만 남긴 채 윈워터힐스로 날아갔고 뒤에 있던 고수들은 곧바로 그녀를 뒤따랐다.수만 평의 윈워터힐스는 조명 때문에 환했지만 이상하게도 이렇게 호화로운 곳 입구에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더욱 이상한 것은 문이 활짝 열려있다는 점이었다.열려 있는 문과 텅 빈 내부를 본 3대 문벌 사람들과 한동석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이런 좋은 곳에 경호원 한 명 없다고요?”말을 한 사람은 황정두였다.“매복해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요?”다른 대가급 노인이 말했다.“뭐 두려울 게 있나요? 매복이 있다고 해도 우리 세 문벌이 암부의 지휘사 한 명 상대하지 못하겠습니까?”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급 강자인 당의전이 피식 웃으면서 오른손을 휘둘렀고 음산한 기운이 순식간에 윈워터힐스를 감쌌다.“당의전 씨 말이 맞아요. 우리 서울의 3대 문벌은 지금까지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이 없습니다.”여선희는 그렇게 말한 뒤 검은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순간 수십 명의 대가급 강자들이 일제히 뛰어올라서 윈워터힐스
“건방진 놈! 겨우 암부 지휘사 따위가 감히 우리 왕에게 불경을 저질러? 죽고 싶어?”한동석은 정태웅이 문아름의 이름을 얘기하자 버럭 화를 냈다.정태웅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별 같잖은 놈이 말이 많아. 내가 국방부에 있을 때 넌 아마 소꿉놀이나 하고 있었을걸?”정태웅은 경멸에 찬 얼굴로 말한 뒤 3대 문벌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흠, 나쁘지 않네. 화진의 다섯 문벌 중 여씨, 황씨, 당씨 일가가 왔네?”정태웅의 말을 들은 여선희는 기묘하게 웃으며 말했다.“단번에 우리 세 가문을 알아보다니 정태웅 지휘사는 보는 눈이 있네.”“하하. 여씨, 황씨, 당씨 일가의 선조들이 당시 곤륜산에서 개처럼 우리 저하 발밑에 엎드린 적이 있으니까. 내가 똑똑히 기억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정태웅은 웃었다.당시 곤륜에서 윤구주는 혼자 문벌, 종문, 세가와 화진의 고대 무도의 모든 연맹을 휩쓸어서 천 년 만에 처음으로 화진 고대 무술계의 대통합을 이루었다.그러니 정태웅이 한 말은 사실이었다.당시 그들이 윤구주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던 일이 언급되자 세 문벌 사람은 단단히 화가 났다.당시 곤륜에서 있었던 일들은 그들에게 있어서 치욕이었다.특히 여씨, 황씨, 당씨 일가가 그랬다.그러나 정태웅의 독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내가 묻겠어. 세 문벌 모두 국방부의 편에 서서 그들의 개가 된 거야?”여선희는 호통을 쳤다.“정태웅 지휘사, 우리는 그저 왕의 명령대로 나라를 배신한 당신을 잡으러 온 것뿐이야!”“결국엔 문씨 일가의 개가 되었다는 걸 인정하는 거네? 그걸 인정하는 게 싫어? 날 봐봐. 난 아주 떳떳하니까 그렇게 빙빙 돌려 말하지 않잖아. 그래, 세 문벌 모두 문아름 그 지독한 여자의 개가 되었다는 건 이미 준비가 됐다는 걸 의미하겠지?”정태웅이 그렇게 말하자 당씨 일가의 신급 강자는 결국 참지 못하고 나서면서 호되게 말했다.“빌어먹을, 정태웅! 지금의 암부가 그때랑 같은 줄 알아? 솔직히 얘기할게. 우리 세 문벌은 언제든 암부를 없앨
설인의 길이는 손바닥만 했다.정태웅이 설인을 휘두르자 7미터쯤 되는 흰색 빛이 번뜩였다.설인은 그를 향해 날아오던 당씨 일가의 대가급 강자 두 명을 베었고, 안타깝게도 그 두 사람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정태웅에 의해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두 쪽 난 몸이 마당에 떨어지는 순간,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국방부 장군 한동석도 마찬가지였다.사람들은 암부의 지휘사 정태웅을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수련은 게을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정태웅은 무도 재능이 아주 뛰어났고 심지어 민규현, 천현수보다도 더 훌륭했다. 하지만 그 점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정태웅은 게으르고 수련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약한 건 절대 아니었다.정태웅은 단칼에 3대 문벌 중 하나인 당씨 일가의 대가들을 죽였다. 그는 입가를 핥더니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설인을 가지고 놀면서 말했다.“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얼마든지 덤벼. 어차피 난 오늘 너희들을 전부 다 죽일 거니까.”정태웅이 그렇게 말하자 당씨 일가의 신급 강자 당의전이 살벌한 눈빛으로 말했다.“역시 암부의 3대 지휘사답네.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오늘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 다들 저 자식을 죽여!”당의전이 그렇게 말하자 옆에 있던 20여 명의 대가들이 정태웅을 공격했다.3대 문벌 중 하나인 당씨 일가는 서울 문벌 대표로 아주 유명했다.심지어 여씨, 황씨 일가보다 더 대단했다.당씨 일가의 대가급 강자 20여 명이 전부 나섰고 그 순간, 대전이 시작되었다.“제기랄, 패싸움이라도 하려고?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정태웅은 들고 있던 설인을 다시 한번 휘둘렀다.쉭 소리와 함께 흰색의 서늘한 빛을 띤 칼날이 찬 기운을 폭발적으로 내뿜으면서 대가급 강자들을 공격했다.정태웅이 당씨 일가의 대가 20여 명에게 포위당해서 공격을 받고 있을 때, 백경재가 태현문의 춘신도를 든 채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정태웅 지휘사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백경재는 당연히 정태웅
“세상에, 원성일 씨. 천하회에서는 왜 온 겁니까?”싸우고 있던 정태웅은 멀리서 오는 그들을 보자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들고 있는 설인으로 자신에게 달려들던 당씨 일가의 대가를 찔러서 죽였다.그들을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서경의 천하회였다.원성일의 뒤에는 예쁜 치마를 입은 아름다운 노정연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제외하면 천하회의 대가급 경지의 10개 당의 당주가 있었다.“암부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된 뒤 우리 천하회는 곧바로 서경에서 출발하여 이곳으로 왔습니다. 다행히도 늦지 않았네요!”원성일이 큰 목청으로 말했다.정태웅은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역시 원성일 씨답네요. 아주 의리가 넘쳐요!”원성일도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우리는 천하회 암부와 함께 전장에서 싸우면서 적을 죽였었죠. 지금 암부에 문제가 생겼는데 저희 천하회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1000여 명의 천하회 사람들이 도착하자 국방부 장군 한동석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은 누구야? 감히 우리 국방부랑 척지려고 해?”지팡이를 짚은 여선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한동석 장군은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저 사람들은 천하회 사람들이에요.”“천하회요?”한동석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네. 당시 천하회는 서경을 지켰죠. 10개국 간의 전쟁에서는 구주왕을 섬겼었고요. 그런데 그들이 오늘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네요.”천하회가 구주왕에게 충성을 다했다는 말에 한동석의 두 눈동자가 섬뜩하게 번뜩였다.“그 죽은 남자의 부하였군요. 흥! 감히 우리 국방부랑 척지려고 하다니, 오늘 암부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전부 죽여!”한동석의 명령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국방부 사람들과 영문 킬러들은 곧바로 천하회와 대립했다.비록 천하회의 1000여 명 되는 무인들이 도착했지만 한동석과 3대 문벌에 실질적인 영향은 가지 않았다.3대 문벌 측에는 무려 100여 명의 대가급 강자가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여
“예를 들어 한 나라의 몰락하면 국운이 약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지. 그래서 올바른 길을 걷고 하늘과 땅의 정기를 따르면 한 나라의 국운은 오래도록 쇠퇴하지 않는 법이야.”이 말에 장군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진동왕이 그들의 왕처럼 위대한 영웅이 되라고 올바른 길을 걸으라고 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이것만 알아도 충분해. 한 가지 더 말할 것은 귀술 수련자를 말끔히 처리해야 하는 이유야. 이 녀석들은 국운을 삼킬 수 있기 때문이야. 가장 나쁜 놈은 정의로운 사람을 삼켜버려 무감각해지는 사람을 만들 뿐이야.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화진이 인간 지옥이 될수도 있어.”장군들은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그러면 이 사악한 기술을 누가 발명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사악한 기운은 영으로 모일 수 없다면 첫 번째 귀신족은 어떻게 탄생한 거예요?”정태웅이 물었다.“좋은 질문이야. 이것은 구오 지존 이상의 경지와 관련된 문제이지. 구오 지존을 초월하면 극전 신급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육체는 파괴되어도 혼은 남아있거든. 이 혼은 우리의 의식을 의미하는 거야.”진동왕의 설명에 천현수는 깨달은 것이 있었다.“그렇군요. 왕자의 육체가 파괴되어도 그 의식이 여전히 천지 영기를 흡수할 수 있는 거면 그 방법으로 현술을 창조하여 아래 사람들에게 음기와 양기를 흡수하게 할수 있는 거잖아요.”진동왕은 흐뭇한 표정으로 천현수를 바라보았다.“아주 좋아! 음기와 양기를 흡수하는 속도가 정상 수련보다 훨씬 빠르니 귀신족도 살아있는 사람이 수련한 것이지. 그런데 일부분만 맞았어. 왕자는 육체를 잃으면 거의 수련할 수 없어. 귀술을 창조해 낸 것도 사실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수련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효과가 미미해서 오히려 아래에 있는 무인들이 수련 끝에 실력이 크게 향상된 거지. 그래서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련의 길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는 거야. 어떤 지름길로 새려고 하지 마. 수련이란 마음을 닦는 거야. 귀신족들은 쉬운 수련을 믿고 실력
연구원들이 있는 텐트.“수장님!”윤구주를 보자마자 연구원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다들 앉아요. 저한테 너무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어요.”시간이 촉박하고 임무가 중대했기에 이들과 예의 차릴 겨를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요 며칠 어떤 방법을 연구해 낸 거예요? 천옥 영기가 이 정도로 이상한데 외부에 영향을 미치면 화진에 재난을 가져다주는 거 아니에요?”윤구주가 물었다.정태웅 3인에게 말해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바에 너무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천옥은 고대 신들의 전쟁 때문에 왕자들이 천술을 남용한 나머지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상식적으로 천술이 가져온 영향은 결국 사라질 것이고, 만물이 회복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하지만 윤구주가 수년간 조사도 해보고 천옥에도 들어와 본 결과 영기는 진정되지도 않고 오히려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윤구주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어 과학적 근거를 따지면서 진상을 밝혀보기로 했다.연구를 주관하는 몇몇 학자들은 윤구주에게 기기로 측정한 결과를 보여주었다.윤구주는 전문 용어들을 잘 몰랐기에 결론만 보았다.데이터에 의하면 외부에 영향을 미쳤을 경우 이상 기후가 발생할 것으로 보였다.특히 현재 환경에 적응한 모든 생명체에게는 심각한 시련이 닥칠 것이다.인류 측면에서는 통신 장애가 발생하여 모든 전자기기가 다양한 정도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이곳에 온 지 며칠밖에 안 되었기에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인체에 분명 좋지 않을 거예요.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신체 기능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거예요.”윤구주가 심각하게 말했다.몇몇 학자들이 요약하길 지질 재해는 인류 문명에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했다.“그래요. 서둘러 연구해 주세요. 우린 여기 오래 있지 못해요.”한편으로 진동왕은 대군들에게 이번 목적을 설명하고 있었다.“천옥에 들어온 목적은 사람을 구하기 위함이고, 이 부분은 구주왕이 책임질 거야. 우리의 임무는 이곳에 숨어있는 귀신족 잔당을
이들은 바로 윤구주 밑에 있는 장군이자 신급 고수들이었다.윤구주와 인사를 나눈 후, 멍하니 서 있는 정태웅 일행을 조롱했다.“막 도착해서 이러는 것도 정상이에요. 이틀 정도 지나면 익숙해질 거예요.”바로 이때, 한대의 중형 군용 헬리콥터가 사람들 머리 위를 지나가며 헬리콥터에 장착된 군용 카메라로 지질을 찍고 있었다.먼곳에는 한 무리의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고정밀 기기를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측정하고 있었다.정태웅 일행은 그제야 윤구주가 이미 하산해서 진영 쪽으로 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문이 있는 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였고 중앙에는 넓은 평지가 있었다. 진동왕이 이끄는 십만 대군은 이곳에 주둔하고 있었고, 이미 산골짜기에 임시 진영을 구축했다.몇만 명 전사들이 대형을 이루고 있었고, 열몇 명의 장군이 주축이 되어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전사들의 함성은 하늘을 찔렀고, 정태웅 일행은 인기척을 느끼고 하나둘 진영으로 달려갔다.정태웅 3인은 간단히 씻고 바로 지휘소로 모였다.지휘 텐트 안에는 이미 많은 인원이 모여있었고, 장군들은 뜨거운 시선으로 윤구주를 쳐다보았다.“윤구주, 서울 쪽은 어떻게 되었어?”진동왕은 서울의 변고에 관해 묻고 있었다.“일이 좀 생겼는데 전반적으로 잘 통제되고 있어요. 저도 서울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천옥으로 온 거예요.”윤구주가 말했다.“그럼 다행이네. 십만 대군들이 내 지휘를 따르긴 하지만 네가 없으니까 전혀 기운을 차리지 못하더라고. 네가 오니까 다들 정신을 차리잖아. 나까지 마음이 불안하더라고.”진동왕은 그야말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십만 대군은 선발된 정예로 화진의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대표하고 있었다.무슨 일이 생기면 그 후과는 상당히 심각했다.“아저씨도 곤륜 구역에서 수련한 분인데 겪어보지 못한 것이 없잖아요. 화진 5천 년 역사에서 고난은 수도 없이 많았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윤구주는 이 말로 진동왕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주었다.“그래요. 그러면 저희는 계획
현관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윤구주는 모든 정신을 모아 흐르는 천지 영기를 자세히 감지했다.영기가 침적된 곳이 아니라 영기가 충족하게 안팎으로 내뿜는 곳이 바로 현관 입구였다.“찾았어. 다들 따라와.”윤구주가 발을 내딛자 뒤에 있는 일행은 멍때리다가 대오를 놓칠까 두려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뒤따랐다.열 걸음도 채 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윤구주가 사라졌다.바짝 뒤따르던 민규현도 반응하지도 못한 채 강력한 흡입력에 휘말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무슨 상황이야!”정태웅도 손을 뻗어 잡으려다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지휘사, 저희는 이제 어떡해요?”다른 사람들은 겁에 질려서 함부로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했다.“무서워할 필요가 뭐가 있어. 저하도 들어가셨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고 따라 들어가야지!”천현수는 소리를 지르며 뛰어들어갔다.뒤따르던 열몇 명의 대장들도 소리를 외치며 앞다투어 뛰어들었다.이들은 오색찬란한 무지개 통로에 빨려 들어갔다.이들은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하늘로 솟아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얼마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희미하게 거대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슝슝!한 무리의 사람들이 연달아 통로를 뚫고 나와 마치 분수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쿵! 쿵! 쿵!이들은 바닥에 떨어져 어질어질한 상태에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그러다 한참을 엎드려 쉬어서야 겨우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시각 윤구주는 바닥에 앉아 환하게 웃으면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처음이라 어지러운 게 정상이야. 사실 여기는 이미 곤륜 구역이나 마찬가지야. 다만 영기가 혼란스러워 곤륜 구역에서 배제된 것뿐이야.”윤구주는 일어나 먼지를 툭툭 털면서 소개했다.“천옥은 곤륜 지역의 은신지로 곤륜 구역에서 쫓겨난 수련자들이 이곳으로 유방 되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수련자들이 점점 많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들이 외계로 나갈까 봐 곤륜 구역에서 감시자를 보내기도 했어.”민규현 3인과 대장들은 그제야 이 신비로운 세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온 세계가
천옥이 위치한 곳은 세계 10대 생명 금지구역으로도 분류되었다.극단적인 기후 외에도 이곳에서는 모든 내비게이션 장치가 전부 무효화되었다.근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탐험대가 이곳을 정복하려고 금지구역까지 깊이 들어갔는데 결국 실종되거나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이제 막 진입한 대오는 이미 완전히 방향감을 잃고 말았다.윤구주가 앞에서 인도하지 않았다면 암부 3대 지휘사라도 길을 잃었을 것이다.“저하, 여긴 정말 기이한 곳이네요! 모든 내비게이션 장치도 소용없고 나침판조차 엉망이네요.”“이런 제기랄! 하늘에 왜 태양이 열 개나 있는 거야? 오로라도 있고! 여긴 도대체 어떤 곳이야!”정태웅 3인은 구시렁거리기만 했다.“그래서 내가 진북왕을 앞장세웠잖아. 구오 지존이 길을 안내하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정에 빠질지 몰라. 너희들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허구일 뿐 직접적인 생명 위협은 가하지 않을 거야. 제일 무서운 것은 이곳 영기가 무질서하다는 거야. 쉽게 말해 자기장이 비정상적으로 혼란스러워 정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기에 오래 머무를수록 더 깊이 빠지게 될 거야. 게다가 자기장이 불안정해서 어떤 규칙도 적용되지 않아. 내비게이션 장비는 물론 현수오행, 풍수 변위 기술도 여기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윤구주가 설명했다.정태웅 3인은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저하, 왜 진북왕은 괜찮은 거예요?”정태웅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너희는 구오 지존에 도달하지 않으면 이 경계의 신비를 알수 없어. 이 경계가 지존 왕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곳이 천지의 영기를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야. 내가 방금 말했듯이 천옥 영기가 혼란스러운 것은 영기가 너무 많아서야. 구오 지존 절정에 이르면 천지의 영기를 명확히 감지할 수 있어. 이곳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변동은 모두 영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야. 영기의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 대부분 숨겨진 위험을 예측하고 피할 수 있어. 그리고 영기가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중심점이 존
“조상님! 채은 씨는 이미 안전해. 스승님이 단련시키려나 본데?”검도 도주가 직접 단련시킨다는 말에 민규현 3인은 부럽기 그지없었다.“알았어.”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소채은에게 별일 없다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조상님, 한 가지 더 이야기할 거 있어! 우리 검도도 참여하게 해주지? 진작에 종문 동맹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무슨 낯짝으로 감히 화진 무도라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 조상님 한마디면 우리 검도 전원이 곤륜 구역을 벗어나 종문 동맹을 모조리 없애버릴 거야.”전화기 너머에서는 거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윤구주가 아무 말도 없이 민규현에게 눈빛을 보내자 통화는 이대로 끝났다.“저하, 저 자식 도대체 누구예요? 검도까지 나서면 정말 종문 동맹을 해결하는 건 크게 문제도 아니잖아요.”천현수가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권모술수의 달인은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너의 시야는 너무 좁아. 권모술수도 일정한 실력 기반 위에 세워져야 하는 거야. 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몰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거야. 권모술수를 남용하면 화를 자초할 뿐이라고.”윤구주가 진지하게 말하자 천현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종문 동맹이 내가 봤던 거와는 다른가? 그 뒤에 다른 고수도 있는 건가?’“채은이가 별일 없다는데 굳이 급해 할 필요도 없어. 지금은 예전과 달라서 잘못 움직였다간 잘못될 수도 있어. 내 계획대로 진행해.”천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 윤구주가 권모술수를 쓰려는 모양이다.그는 권모술수의 길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국주가 직접 나서서 따로 간섭할 필요가 없었다.이제 왕이 직접 나선다는 것은 상황이 이미 통제 불능이라 국주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저하, 그 자식 도대체 누구예요?”정태웅이 질문했다.“검황도종의 선배이자 검도의 검수. 간단히 말해서 야망은 크지만 속셈이 없는 허수아비일 뿐 큰일을 이루기 어려운 사람이라
두둥!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뭘 폭파했는지 폭발음이 귀청을 찌르는 듯했다.“이런 제기랄! 난 윤구주 아버지라고! 전하든 말든 마음대로 해!”세 사람은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전화기를 들고 걸어가며 조용히 경고했다.“말조심해 주세요. 저희도 당신을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윤구주 앞에 도착한 민규현은 전화기를 막으면서 말했다.“저하, 곤륜 구역에서 전화가 왔는데 어떤 건방진 놈이 검도의 사람이라면서 저하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더라고요. 저희가 도저히 어떻게 할수가 없었어요.”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규현이 핸드폰을 건네려고 하는데 스피커폰으로 해놓으라고 했다.윤구주는 몸에 쌓인 눈을 훌훌 털어내고 천현수에게 천옥으로 출발할 준비 하자고 했다.‘대화도 해보지 않고 떠날 준비를 한다고? 설마 이미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핸드폰은 이미 스피커폰 모드로 되어있는데 검도 강자라는 사람은 핸드폰이 이미 윤구주에게 건네진 걸 모르고 욕설을 퍼부었다.“이런 병신같은 자식들! 윤구주 부하들은 왜 하나같이 멍청한 거야. 정말 짜증 나네? 윤구주, 이 망할 놈! 빨리 네 아버지 전화를 안 받아?”윤구주에게 이렇게 대드는 사람은 처음이라 민규현, 정태웅, 천현수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말았다.동시에 상대방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말할 줄 모르면 말하지 마. 저번에 떠나면서 너희 스승님더러 너한테 본때를 보여주라고 했는데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나 보네.”윤구주의 담담한 목소리에 상대방은 멍해졌다.민규현 3인은 상대방이 긴장한 것을 느낄수 있었다.“어...”“뭐라고? 벌거벗고 15,000km를 달리게 한 게 모자랐나 봐?”민규현 3인의 표정은 순간 밝아졌다.‘글쎄 어딘가 이상하다 했어. 아까 대화를 나누면서 저하를 언급했을 때 원망이 가득했단 말이야. 이제 보니 저하에게 학대당한 거였네!’“윤구주...”“뭐라고?”“저하!”“저하가 네가 마음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화진 북부지역에 있는 비밀 공항.윤구주 일행은 아침에 이미 천옥과 50km도 안 되는 곳에 도착했다.눈이 펑펑 내려 추운 눈 속에 고립된 윤구주는 계속 서울에서 전해지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서울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다음 행동을 시작할 방법이 없었다.극도로 억제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소채은의 영향을 받아 감정이 불안정한 상태였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암부 3대 지휘사는 그들의 왕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그들도 소채은이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소채은은 너무나도 중요했다. 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아무도 몰랐다.“걱정하지 마세요. 문씨 가문이 바보도 아니고 형수님을 죽였다간 별로 좋은 일도 없을 거예요.”“제가 봤을 땐 아무 일도 없거나 이미 문씨 가문에 잡혀갔을 수도 있어요.”가장 권모술수에 능한 천현수가 분석했다.“씁! 그럼 우린 왜 서울을 떠나야 하는데? 천옥에 가는 게 급하지도 않은데.”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정태웅이 구시렁거렸다.“너 바보야? 저하가 안 가는데 현문 시조가 서울에 갈수 있겠어?”“우리는 움직이지 않고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거야?”민규현이 정태웅의 머리를 한 대 때리며 말했다.“그래. 서울에 남아있으면 더욱 수동적일 수밖에 없어. 저하가 이러는 것도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거라고!”천현수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바로 이때, 민규현의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민규현이 핸드폰을 꺼낼 때, 세 사람은 동공이 확장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 핸드폰은 암부와 곤륜 구역을 연결하는 전용 핸드폰으로 곤륜 구역에서만 암부에 연락할 수 있었다. 이 선로가 설치된 이후로 곤륜 구역에서 암부와 연락한 것은 처음이었다.“곤륜 구역이에요?”정태웅이 긴장하며 물었다.암부는 곤륜 구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곤륜 구역은 전 세계와 맞먹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그 역사는 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으면 이 지구에서 가장 신비로운 지역이었다.민규
바로 이때, TV에서 점심 뉴스가 방송되었다.뉴스는 왕실 대표가 직접 진행했으며 뒤쪽 화면에는 구주왕의 좌상이 비치고 있었다.화면 속에서는 윤구주가 군복을 입고 가장자리에 앉아있었다.화면이 펼쳐짐에 따라 여러 장군이 좌우에 나란히 서 있었다.그 기세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대단했다.화면을 통해서도 여러 장군에게 압도당하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가장 강력한 것은 구주왕이었고, 그는 온몸에서 왕자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그는 그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대세가 이미 정해진 듯한 안전감을 줬다.왕실 진행자는 구주왕의 화려한 역사를 이야기하며 과장된 표현으로 구주왕에 대한 개인적인 숭배의 감정을 드러냈다.가장 빛나는 전적으로는 혼자서 열 개국을 상대했는데 그 열 개국의 적들이 스스로 화해를 요청한 것이다.소채은은 그만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이순간 그녀는 꿈처럼 느껴졌다.화진에서 오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도 나올까 말까 한 존재가 그녀의 남자였으니 말이다.“어? 구주네? 저 사진은 쟤가 가장 기세등등할 때 찍은 사진이거든요. 저 자신감 넘치는 눈빛을 봐봐요. 너무 잘난 척하지 않아요?”김도현은 밥을 다 먹고 이를 쑤시며 말했다.“선배님, 윤구주를 알아요?”소채은이 놀라면서 물었다.“그럼요. 제가 쟤 아버지거든요.”김도현이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소채은은 멍을 때리고 말았다.“김씨 아니셨어요?”“아, 양아버지라고요.”소채은은 그제야 왜 그가 자신을 양딸이라고 불렀는지 알 것만 같았다.그녀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져 얼굴이 발그레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양딸로 인정받아서 내심 기뻤다.“하하.”김도현은 피식 웃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정말 이 헛소리를 믿는 거야?’이런 관계 덕분에 소채은은 자연스럽게 김도현과 가까워지게 되었다.“선배님, 뉴스에서는 왜 제 스승님을 언급하지 않는 거예요?”소채은은 이상하기만 했다.‘설마 사부님이...’“이것저것 의심하고 걱정하는 대신 제발 자신감 좀 가져줄래요? 제가 괜찮다면 괜찮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