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주님! 게다가 그 화진 사람이 노아 씨와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그 부하는 계속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류이치는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졌다.“그럴 리가요.”“노아 씨가 왜 화진 사람과 같이 있단 말입니까? 게다가 호쿠사이를 죽이다뇨.”회색 망토를 입은 대검사가 참지 못하고 의문을 표했다.“맞아요. 노아 씨는 다카야와 함께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왜 화진 사람을 데리고 온 거죠?”다른 대검사가 말했다.대검사들이 의문을 드러내자 류이치의 표정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그는 이미 이상함을 눈치챘다.예전에 그는 무사시를 죽인 놈을 조사하기 위해 노아와 다카야를 화진에 보낸 적이 있었다.그런데 노아, 다카야와 갑자기 연락이 끊겼고, 노아의 몸에 기생해 있던 주인의 분신이 소멸당했다.그런데 갑자기 화진 사람 한 명이 나타나다니.그는 호쿠사이와 수십 명의 기타가와 제자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부성국에 찾아오기까지 했다.설마 이 모든 짓을 한 사람이 그 화진 사람인 걸까?류이치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보고드립니다!”이때 또 다른 부하가 밖에서 달려왔다.“무슨 일이냐?”부하가 보고하러 오자 류이치는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가주님, 저희가 심어둔 사람이 전해준 소식에 따르면 노아 아가씨가... 아가씨가...”“노아가 왜?”류이치가 사납게 물었다.“지금 요트를 타고 라쿠츠 섬으로 오고 있답니다. 그리고 노아 씨 곁에 화진 사람 한 명이 있다고 합니다.”부하가 말했다.그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일제히 일어났다.노아가 자발적으로 돌아오다니, 그것도 화진 사람과 함께!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답은 분명했다.30분 전쯤, 공항에서 호쿠사이와 수십 명의 기타가와 사무라이들을 죽인 뒤 갑자기 기타가와 신사로 찾아오다니.설마 혼자서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기타가와 신사와 싸우려는 걸까?이건 도발이 분명했다.“간이 배 밖으로 나온 화진 놈이군. 몇 명이나 데리고 온 거야?”류이치가 화가 난 목소리
노아는 오랫동안 고민한 뒤 용기를 내어 물었다.윤구주가 말했다.“날 걱정하는 거야?”노아는 침묵했다.“나 말고 너희 기타가와 신사를 걱정해. 오늘이 지나면 기타가와 신사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테니 말이야.”윤구주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노아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수백 년의 역사가 있는 기타가와 신사를 없애버리겠다고 했다.기타가와 신사는 제자만 해도 수천 명이고 대검사도 백여 명 가까이 있었으며 심지어 그녀의 아버지도 있었다.대체 얼마나 간덩이가 부어야 이런 건방진 말을 할 수 있는 걸까?비록 그렇게 생각했지만 노아는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곧 요트는 라쿠츠 섬에 도착했다.두 사람이 라쿠츠 섬에 발을 딛자마자 곧바로 검은색 옷을 입은 사무라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다들 카타나를 들고 있었고 눈빛도 살벌했다.그들은 섬에 도착한 노아와 윤구주를 순식간에 에워쌌다.대충 봐도 백 명은 넘을 듯했다.그들 중에서 가장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몸이 건장하고 눈이 세모꼴이었다.그는 기타가와 신사의 나가타 겐이치였다.예전이었다면 나가타 겐이치 같은 보잘것없는 인물은 노아 같은 신분의 사람과 대화할 자격조차 없었다.노아는 그를 보고 앞으로 나섰다.“나가타 겐이치, 아버지께 전해줘. 급히 아버지를 만나 뵈어야겠어.”그러나 노아가 말을 마치자마자 나가타 겐이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노아 씨, 죄송하지만 가주님께서는 노아 씨가 화진 놈과 결탁하여 우리 기타가와 신사의 배신자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눈치가 있으면 얌전히 따라오시죠. 그리고 우리는 이 화진 놈을 죽일 겁니다. 우리 말에 얌전히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이놈! 난 기타가와 신사의 아가씨야. 감히 나한테 말대꾸를 해? 우리 아버지가 네 두 손과 네 두 발을 자르고 네 혀까지 자를 수도 있어!”노아는 나가타 겐이치가 건방지게 굴자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말했다.그러나 나가타 겐이치는 전혀 두려워
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달려드는 부성국 사무라이들을 보고 말했다.“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난 부성국을 굴복시킨 적이 있어. 오늘 또 한 번 눌러주지!”말을 마친 뒤 그는 기타를 치듯 두 손을 움직였고 지현들이 잇달아 쏘아졌다.윤구주의 지현은 순도 높은 현기로 응화된 것이라 총알보다 더 빨라서 철판도 꿰뚫을 수 있었다.눈앞의 부성국 사무라이들은 다 평범한 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윤구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아아아!”처참한 비명이 연신 터졌다.지현이 지나간 곳마다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윤구주의 지현으로 인해 사람들이 줄줄이 죽었고 참혹한 모습의 시체들이 하나둘 쌓여갔다.그러나 이곳은 기타가와 신사였다.죽이라는 외침과 함께 사방팔방에서 사무라이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처음에는 100명이었다가 곧 3, 400명이 되었고 잠시 뒤 수가 더 많아져서 1,000명쯤 되었다.가장 두려운 건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끝도 없이 그곳으로 질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그곳은 이미 전쟁터로 변해 있었다.게다가 그중에는 기타가와 신사의 사무라이들뿐만 아니라 곤봉과 목검을 든 라쿠츠 섬의 주민들도 있었다.라쿠츠 섬에서 기타가와 신사는 이곳 원주민들의 신앙이었다.그래서 기타가와 신사의 사무라이들이 나설 때 섬의 원주민들도 하나둘씩 달려들어 그들을 도왔다.끊임없이 많아지는 사람들을 본 노아는 절망했다.그녀는 윤구주가 아무리 강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미친 듯이 공격하는 걸 전부 막을 수는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하지만 그녀는 틀렸다.그녀는 윤구주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사람을 건드렸는지 알지 못했다.쿵!그 소리와 함께 금빛의 칼이 갑자기 나타났다.그 칼은 현기로 응화되어 만들어진, 아주 긴 칼이었다.금빛 칼이 나타나는 순간, 윤구주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검은 옷의 사무라이들에게 칼을 휘둘렀고 그 순간 사람들의 몸이 전부 분해되어 바닥에 떨어졌다.피가 분수처럼 뿜어졌고 시체들은 멀리 날아갔다.“죽여!”
하늘을 찌를듯한 함성이 이어졌다.사무라이와 원주민들이 끊임없이 사면팔방에서 달려왔다.하지만 윤구주가 신마처럼 사람들을 죽이자, 조금 전까지도 죽음이 두렵지 않다던 사무라이 정신도 두려워했다.얼어 죽을 무사도!얼어 죽을 검도 정신!윤구주의 도살 속에서 모든 것은 구름처럼 사라졌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몇천 명의 사람들이 윤구주 한 사람 때문에 뒷걸음질 쳤다.뒤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더 나서기를 두려워했다.윤구주가 부성국의 사무라이들을 도살하고 있을 때, 기타가와 신사에 피투성이가 된 부하가 달려왔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 그 화진 사람이...쳐들어왔습니다!”그 사무라이는 이렇게 말하며 달려와서 무릎을 꿇었다.그의 말이 끝나자, 대전에 양반다리를 하고 있던 야나가와 류이치가 벌떡 일어섰다.대전에 있던 백여 명의 대검사들의 얼굴도 하나같이 일그러졌다.“빌어먹을 놈!”“전부 다 가서 잡으라고 했잖아! 설마 몇천 명이 화진 녀석 한 명조차 상대하지 못한다는 거야?”온몸이 피투성이인 부하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가주님께 아뢰옵니다. 그 화진 사람이... 진짜 너무 강합니다! 저희 실력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습니다. 어림잡아도 천오백 명 정도의 손실이 생겼습니다!”뭐?놀라운 숫자를 들은 야나가와 류이치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그뿐만 아니라, 자리에 있던 백여 명의 대검사들도 안색이 창백해졌다.윤구주가 섬에 온 지 이제 반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하지만 그들은 벌써 천오백 명이나 잃었다!그리고...상대는 단 한 명!이건 도살이 아니라 몰살이 아닌가!“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혼자서 우리 기타가와 신사의 수천 명의 공격을 당해낸다고? 그리고...그렇게 많은 제자를 죽였다고? 우리 기타가와 신사가 진짜로 화진의 신급 인물을 건드렸단 말인가?’야나가와 류이치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생각을 마친 그가 갑자기 이렇게 외쳤다.“모두 들으라!”“예!”대전에 있던 백여 명의 대검사가 몸을 일으켰다.“오
기타가와 신사에서 1킬로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여전히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검은 무리의 사람들 속에서 무수한 금빛 검이 춤을 추고 있었다.칼자루가 한 번 스쳐 지나갈 때마다 애처로운 비명이 들려왔다.시체!피!이 모든 것들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맑고 청명하던 라쿠츠 섬은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구름이 밀려오더니 차가운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땅에는 피가 빗물에 섞이며 골목길을 강으로 만들었다.다른 점이 있다면 이 강물의 색깔이 빨간색이라는 것이다.피로 물들인 강물이었다!도살은 여전히 계속되었다.윤구주는 신마처럼 손을 한 번 뻗을 때마다 수 명 심지어 수십 명의 사무라이들이 두동강 나버렸다.기타가와 신사의 사무라이도, 라쿠츠 섬의 원주민도 마찬가지였다.윤구주가 살인에 눈이 뒤집힌것 같았다.윤구주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 갑자기 둔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선생, 이렇게 우리 부성국의 사무라이들을 도살하고 아무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 원주민들을 몰살하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나?”이 말과 함께 백발의 대검사가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그의 뒤에는 수백 명의 대검사가 뒤따르고 있었다.이들이 나타나자, 주위에 있던 기타가와 사무라이들은 삽시간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이토 대검사님이 왔어!”“이토 대검사님은 우리 가주님 다음으로 실력이 좋으신 분이잖아! 우리 기타가와 신사 3대 원로님이시기도 하고!”“이토 대검사님이 계시면 저 화진 녀석은 이제 죽은 목숨이야!”윤구주는 이토 대검사를 보고도 무시하고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야나가와 노아를 보며 말했다.“저 사람이 네 아버지야?”야나가와 노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 사람은 우리 기타가와 신사의 3대 원로 대검사, 이토 시즈쿠에요.”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이토 대검사를 보며 말했다.“당신이 기타가와 신사의 주인이 아니라면 당장 꺼져, 안 그러면 당신도 죽게 될 거야!”기타가와 신사의 3대 원로 대
방금 윤구주의 간단한 수법에는 강대한 신급 역량을 포함하고 있었다.기타가와 신사에서 경력이 가장 길고 야나가와 류이치 다음으로 검도에 조예가 깊은 이토 시즈쿠는 윤구주가 던진 풍인의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결국 천천히 들고 있던 고풍스러운 검을 뽑아 들었다.이 검은 이미 심각하게 낡아 있었다!칼집도 심하게 닳아 있었다!하지만 이토 시즈쿠가 검을 뽑는 그 순간, 칼날에서 피에 굶주린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선생은 아마 화진의 신급 강자겠지. 나도 운 좋게 화진의 신급 고수를 몇 분 만난 적이 있는데 선생은 혹시 이름이 무엇인가? 도대체 왜 기타가와 신사에 와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거야?”윤구주는 상대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려 하자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신급? 당신 눈에는 신급이 천인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나한테 신급은 아무것도 아니야!”“건방진 녀석! 설마 자기가 신급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이토 시즈쿠는 윤구주의 내력을 알고 싶었지만, 그가 이렇게 큰소리를 치고 심지어 신급조차도 눈에 차지 않아 한다니? 그의 말은 기타가와 신사의 3대 원로 대검사를 발끈하게 했다.하지만 그는 윤구주가 한 말이 모두 진짜라는 걸 알지 못했다.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윤구주는 12명의 최고 신급경지를 몰살했었는데 일반 신급은 어떻겠는가?알아둬야 할 것은, 신급경지에 입문한다고 해서 당할 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신급도 강약 구분이 있기 때문이다.초급 신급, 중급 신급, 최고 신급!3대 경지는 아주 큰 격차가 있었다!계급마다 천차만별이었다!기타가와 신사의 3대 원로 대검사는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그는 그저 이토록 젊은 윤구주가 그저 자기가 만났던 보통 신급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울부짖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빼 들었던 것이었다.그의 검은 부성국의 유명한 10대 검 중 하나로, 그 이름은 만풍인이었다.이토 시즈쿠가 만풍인을 뽑아 드는 순간, 윤구주가 냉소를 지었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그
둥 하는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이토 시즈쿠의 손에 있던 만풍인이 윤구주의 풍인 위에 떨어졌다.촤락하는 소리와 함께, 금빛 풍인은 이토 대검사에 의해 산산조각 나버렸다. 공포의 풍인이 몇 조각으로 나뉘어 사방으로 날아갔고 몇몇 재수 없는 사무라이들은 피할 새도 없이 떨어지는 파편에 맞아 날아갔다.하지만 이는 기타가와 신사의 사무라이들을 속상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흥분시켰다.“역시 이토 대검사님이시네. 저 화진 녀석의 풍인을 부러뜨렸어!”그들은 흥분하며 말했다.하지만 이토 시즈쿠의 얼굴에는 전혀 기쁜 기색 없이 오히려 굳어졌다.왜냐하면 방금 자기가 겨우 윤구주의 풍인을 잡았을 때, 이미 충분히 풍인의 무서운 힘을 느꼈다. 만약 그가 시작부터 가장 유명한 진검류를 선보였다면, 아마 윤구주의 풍인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토 시즈쿠는 비록 표정은 가벼워 보였지만, 사실 두 손은 풍인의 힘이 주는 진동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 전 윤구주의 풍인은 그저 가볍게 던진 것이었다!이는 한 가지 사실만 설명할 수 있었다. 눈앞의 윤구주가 그의 상상보다 몇 배, 심지어 몇십 배나 강하다는 것이다!“빌어먹을! 이 화진 녀석이 어떻게 이렇게 강하지? 신급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엄청난 실력은 없을 텐데?”여기까지 생각한 이토 시즈쿠는 방금 으시댄것이 후회스러웠다.“이토 대검사님, 저 화진 녀석을 죽여서 우리 기타가와 신사를 위해 복수해 주세요!”“네! 이토 대검사님! 저놈을 죽이세요! 화진 녀석을 죽여주세요!”주위에 있던 기타가와 제자들은 이토 대검사가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토 대검사는 지금 욕이 입안에서 맴돌았다.이런 빌어먹을!누가 뭐라 해도 기타가와 신사의 3대 원로급 대검사가 아닌가!그리고 나이도 84살이다!‘난 살고싶어...난 저 변태 같은 화진 녀석 손에 죽고 싶지 않아!’그래서 이 대검사는 급히 손을 쓰지 않고 윤구주를 보며 말했다.“선생의 실력은 역시 대단하군. 선생, 우리 기타가와 신사가 도대체
“아...”“이토 시즈쿠 대검사님의 만풍인이 부러졌어...”“이게...”주위에 둘러선 천여 명의 기타가와 신사 제자들은 3대 원로 대검사들도 당해내지 못하는 윤구주의 기술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그리고 자신의 만풍인이 두 동강 나는 그 순간 이토 시즈쿠는 윤구주를 향해 애원했다.“살려... 줘...”하지만 이토 시즈쿠가 입을 떼는 그 순간 풍인장용이 이미 회오리처럼 몰아치며 이토 시즈쿠를 집어삼켰다.그리고 이내 떨어져 나간 살점과 풍인장용에 부러져 나간 뼛조각들이 하늘로 흩뿌려졌다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물론 그 핏덩이 섞인 살점과 뼛조각은 모두 이토 시즈쿠의 것이었다.멀쩡하던 사람이 윤구주의 한방에 바로 죽어버린 희한한 광경에 야나가와 노아를 포함한 백여 명의 대검사들은 다들 깜짝 놀라 벙찐 채로 서 있었다.“어떻게 이래... 어떻게 이토 시즈쿠 대검사님을 바로 죽여?”“저건 사람이 아니야, 마귀가 분명해!”다들 얼어붙은 채 시선을 윤구주에게 고정하고 있었다.방금 기타가와 신사 3대원로중 하나를 죽인 윤구주는 누구보다 침착하게 천천히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오늘 너희 신사 사람들을 죽인 건 다 너희들의 업보야.”애초에 윤구주는 부상국 사람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화진까지 쳐들어와서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으니 한때 화진의 왕이었던 사람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말을 마친 윤구주의 몸이 점점 하늘로 떠올랐다.“저 사람... 지금 난 거야?”“뭐야, 설마 진짜 우리 다 죽이려고 저러는 거야?”“설마 그러겠어, 아무리 강해도 천 명이 넘는 사람을 다 죽이는 건 무리일 거야.”수많은 기타가와 신사 사람들과 방금 나온 백여 명의 대검사들은 모두 날아오르는 윤구주를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모두들의 시선을 받고 있던 윤구주는 순간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화진과 부상국은 예전부터 원한이 깊었지, 오늘 내가 너희들의 피로 그 원수를 갚을 거야!”화진 구주 군신인 윤구주는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온 그
독소가 그의 가슴을 타고 퍼져나가며 순식간에 그의 몸의 대부분이 검게 변했다. 심지어 하늘을 가르는 검광마저 그 독에 의해 영향을 받아 흐려지고 침체됐다. 분명히 이 독은 매우 강력하고 사용된 기술마저 방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음? 이건 이미 전해지지 않은 현명 신공중의 현명 귀수...” “강력하긴 하지만 저에게는 아무 소용없어요.” 그 사람은 담담하게 말을 뱉고 깊은 숨을 들이켰다. 깊은 숨을 들이쉬자 순간적으로 천지마저 왜곡된 듯한 느낌을 주며 만물의 기운이 모두 그에게 흡수됐다. “후우.” 깊은 숨을 들이킨 후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몸에 퍼졌던 독소가 모두 밖으로 뿜어져 나가며 해청현이 그 절반의 수련으로 만든 독소가 그의 앞에 떠다니는 장난감처럼 보였다. 이 장면을 본 임정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건 천수성검입니다. 그 사람이 쓴 건 신천비술 황도 공법이에요.” “소채은은 괜찮아졌습니다.” “아쉽게도 내 목숨은 여기까지 인것 같다.” “구주야, 난 너무 쓸모없구나. 너는 처음부터 나를 믿지 않고 외부의 도움을 구했지. 결국 네가 예상한 대로 됐다.” “하지만 난 기쁘다. 그 덕분에 너는 나를 훨씬 초과해버렸고 화진에는 너 같은 인물이 있으니 이제 안심이다.” 임정설이 간신히 버텼던 숨을 내쉬자 그의 반 생명도 함께 사라졌다. 그의 눈 속 신광은 사라지고 생명력은 급속히 떠나갔다. “스승님!” 소채은은 무너지듯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음? 화진 국주가 죽어가는 건가?” “이건 안 되지. 내 눈앞에서 죽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지.” “안 그러면 이 인과는 반드시 나한테 돌아와. 내 수련에 큰 해가 될 거야.” 그 사람은 손끝으로 계산을 하며 결국 임정설이 살아있는 게 더 유용하다 판단했다.그는 손을 하늘로 뻗어 영기를 끌어들이며 한 손으로는 천지의 기운을 움켜잡고 다른 손은 술법을 써서 독소를 분해하고 순수한 기운으로 변환시켰다. 반 생애의 수련이 그렇게 해체되었
“이제 끝났다. 내 말은 신명의 명령 너의 생사도 네가 아닌 나에게 달렸다.”“지금부터 너의 목숨은 내 것이다.”“내가 주인이 되어 너를 살리면 넌 살고 죽이면 넌 죽는다.”해청현은 소채은의 호신법기를 부수고 다음에는 손을 뻗어 꽃을 따듯이 그녀의 운명을 완전히 얽어 매었다.‘정말 어쩔 수 없을까? 죽음조차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는 걸까?’소채은은 절망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개자식, 내가 네 음모를 세상에 알렸고 이제 화진 백성들은 너희 종문 동맹을 죽음의 적으로 보고 있어.”“너희들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지 못할 거야.”해청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벽에 세워둔 핸드폰을 발견하고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눈이 커졌다.손을 휘둘러 핸드폰을 끌어당기고 그 화면이 전 세계적으로 생중계되고 있음을 보자 해청현은 얼굴이 굳어졌다.“이런 거였어? 정말 구주왕의 여인답네.”“이제 내 계획을 바꿀 거다. 널 죽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주겠다.”해청현은 격분하여 강하게 손을 휘둘러 소채은의 경맥을 부술 정도로 강력한 일격을 내리쳤다.“현문 시조, 멈춰라.”“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마라. 고통은 끝이 없을 거다.”“지금이라도 돌이키는 것이 늦지 않았다.”갑자기 거대한 음성이 울려 퍼지며 해청현은 그 소리에 어지럽고 혼란스러워졌다.“뭐라고? 백리전음에 또 다른 고수가 있다니.”해청현은 눈빛을 가다듬으며 멀리서 다가오는 존재를 추적했다. 이렇게 멀리 있어도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젠장, 아직도 나를 막으려는 자가 있어?”“나는 구구제일 해청현이다. 네가 아무리 나보다 강하다고 해도 지금은 시간이 없다.” 해청현은 냉소를 지었다. 만약 그가 도망치려고 한다면 아무리 많은 구구제일이 와도 소용없다.말을 마친 해청현은 강제로 소채은을 잡아끌려 했다.“해청현,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그녀에게 손대면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소리가 다시 전해졌고 해청현은 그 경고
임정설은 잠시 정신을 차린 듯했지만 곧 다시 마법의 소리에 압도되어 의식을 잃고 말았다.“하하. 정말이지. 큰 일을 하려면 자신을 위해 구실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왜 이렇게 본색을 드러내는 거냐.”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국토를 나누고 나라를 세우는 것은 대세다. 너희들은 역행하며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고 있다. 우리가 손을 대지 않아도 하늘이 너희를 처리할 것이다.” “이만 알겠으니까 소채은 씨, 내가 할 말은 다 했어. 이제 나랑 같이 가자.” 해청현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소채은은 그 약속을 지키려 하지 않았다. 해청현은 눈가를 좁혔다. “네 꼴을 보니까 나와 함께 가기는커녕 죽고 싶은 거냐?” “맞다. 이 개놈아.” “나는 윤구주의 여자다. 구주왕은 악당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아.” “너의 음모는 이미 세상에 알려졌다.” “이제 모든 이들이 너희 종문이 조상을 배반하고 역사 속 죄인이 되려 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너희들이야말로 역적이다.” “내가 죽더라도 윤구주는 나를 위해 복수할 것이다. 너희 같은 놈들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다.” 소채은의 기세는 대단했다. 해청현은 잠시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게 볼 것 없는 평범한 집안 출신의 여자가 어떻게 이런 배짱을 가질 수 있는가?’“구주왕의 안목이 정말 대단하군. 너는 열녀가 되고 싶어? 죽음을 통해 뜻을 밝히려는 거냐? 아니면 스스로 구주왕의 약점을 없애려는 건가?”“하지만 안타깝게도 넌 내가 얼마나 강한지 전혀 모르고 있어. 내 앞에서 넌 죽을 자격조차 없어.”“그리고 네가 말하는 세상 모든 이가 알게 된다는 말 나는 이해하지 못해. 그냥 네가 떠드는 헛소리로 치고 말지.”“슥.”갑자기 해청현의 몸에서 악령 같은 기운이 폭발하듯 퍼져나가면서 주위가 차갑게 얼어붙었다.소채은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었다.“이 망할 놈, 그 애를 데려갈 엄두도 내지마.”이때 임정설은 강
소채은이 사라졌다! 구주왕의 여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서울 지하에 은밀하게 숨겨진 시설 안에서 우상 육도진은 불안에 휩싸였다. ‘멀쩡한 사람이 이렇게 사라지다니.’ 금위군이 시설 전체를 뒤졌지만 소채은의 행방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도저히 방법이 없었던 육도진은 결국 방송을 통해 서울의 모든 세력을 불러 모아 소채은을 찾도록 명령했다. 이로 인해 원래 왕궁을 향해 모여 있던 각 군대의 움직임이 대혼란에 빠졌다. 국주를 지원하러 갈 것인가 아니면 소채은을 찾아야 할 것인가? 왕궁. 국주 임정설은 이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 임정설은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해청현의 한마디가 임정설의 도심을 부수었고 그의 기운도 서서히 흐려지며 빛을 잃어갔다. “너의 이 길은 통하지 않는다.” “항복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기는 자가 왕이고 역사는 살아있는 자가 써가는 것이다. 죽은 자들은 무슨 의미가 있겠냐?” “그저 나에게 구주왕의 여인 위치를 말해라. 그럼 나는 지금 떠날 것이다. 아무도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화진인들은 그저 그들의 국주가 왕궁에서 혼자서 종문 동맹의 음모를 꺾었다고만 알 것이다. 그리고 소채은은 내가 우연히 발견해서 데려간 것일 뿐.” “더군다나 나는 그녀를 해칠 생각도 없다. 그저 종문 동맹에서 잠시 머물게 할 뿐이다.” “오늘 밤이 지나면 넌 여전히 화진의 왕이 될 것이다.”마음의 흐름이 흔들리며 해청현은 임정설의 도심이 흔들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금지술을 사용하여 국주의 의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임정설은 이미 정신을 잃은 채 머리가 텅 비어 자신을 조종할 수 없었다. 그는 마치 끈에 묶인 인형처럼 해청현에게 끌려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소채은, 내 좋은 제자. 그 애는 우상이 지하 궁전으로...” “좋아! 계속 말해.” “지하 궁전은 어디에 있지?” 해청현의 눈가가 좁혀지며 이미 안달난 표정이었다.
그래서 그가 처음부터 고수했던 길은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인가? 특히 그가 희망을 걸었던 두 장로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임정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혈액이 거꾸로 솟구쳐 올라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 그 자리에서 곧장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각 서울 왕실 피난처. 왕실 일행을 지하 피난처로 호위하던 이홍연은 갑자기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지?” “저기! 아버지는 어디 계셔? 아버지가 곧 온다고 하지 않았나? 어디에 계신 거지?” 이홍연은 왕실의 한 전장 장수를 붙잡고 추궁했다. “전하, 소인도 알지 못합니다. 전하를 피난처로 호송하라는 조서만 받았을 뿐 그 외의 일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공주에게 급하게 질문을 받자 전장 장수는 당황한 나머지 실수로 입을 열었다. “뭐라고? 나를 피난처로 호송한다고?” 이홍연은 경악했다. 그녀가 받은 조서는 분명 왕실 구성원들을 호송하라는 내용이었다. “뭔가 일이 생겼구나.” 이홍연은 상황을 깨닫고 즉시 이곳을 떠나려 했다.“전하!” 수천 명의 금위군이 이홍연을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다들 물러가라.” 이홍연은 강제로 뚫고 나갈 수 없었고 명령도 듣지 않자 그 자리에서 칼을 빼어 사람을 처치하려 했다. “누가 내 길을 막으면 죽여버리겠다.” 금위군의 병사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홍연을 여기 남겨두는 것이었다. 여섯 번째 공주가 이런 것에 신경 쓸 리 없었다. 바로 칼을 휘둘러 병사들을 베었지만 병사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막혀서 안 되자 이홍연은 더욱 단호하게 행동하려 했다. 길을 열지 않으면 피의 길을 열어야 했다. “화진 여섯 번째 공주, 명령을 받들라.”이때 한 명의 전장이 국주가 미리 준비해 놓은 성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종문 동맹은 우리 화진을 삼천 년간 어지럽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종문 동맹은 끊임없이 여론을 조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화진 역사상 가장 강하다고 불리던 국주 임정설이 단 한 합 만에 패색이 짙어졌다. ‘구구제일 그 경지가 이토록 압도적인 것이었던가.’ 애초에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임정설은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도망칠 시간은 충분했지만 그는 왕궁에 남아 맞서기로 했다. 그는 화진의 국주이기 때문이다. 화진 백성의 신념을 계승한 자이자 백성들이 인정한 왕이며 대통일의 이상을 실현할 자이다. ‘이런 내가 어떻게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선비도 기개를 지키거늘. 하물며 국주라면 당연한 일이지.” “하하. 내가 바로 그걸 노린 거다.” “임정설, 너는 네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 거다.” “하지만 나는 널 죽이지 않겠다. 우리와 손을 잡아라. 화진에는 진정한 왕이 존재한 적이 없다. 영웅이란 것은 단지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허상일 뿐. 그리고 이야기는 승자가 써나가는 법이지.” “세상의 본질은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것이다. 고통을 견디는 것만으로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거냐?”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목소리를 낮췄다. “장수 하나가 패왕이 되려면 수만의 목숨이 희생되는 법. 하나의 통일이란 것은 수많은 시체 위에서 이루어진다.” “오직 분열과 균형만이 화진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백성? 하하. 천하의 흥망이 백성의 뜻에 달렸다고 믿는 거냐?” “화진의 왕이여, 나에게 무릎을 꿇어라.”해청현은 손바닥을 아래로 내리찍었다. 굉음과 함께 강대한 위압이 폭발하며 임정설을 짓눌렀다. “건방진 놈! 화진의 국가는 백성이 있기에 존재하는 법이다. 대나무는 불에 타도 그 절개를 잃지 않으며 옥은 깨져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 나더러 너희 같은 반역자들에게 굴복하라고? 어림도 없다.” 임정설의 외침이 금전 안을 울렸다. “설령 너희가 역사를 조작할 수 있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반드시 누군가는 오늘 내가 세운 업적을
“너의 근위가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아예 그들을 철수시키고 온 거군?”“그런데 왜 너는 떠나지 않았지? 지하 궁전에 숨으면 나조차도 쉽게 찾을 수 없을 텐데.”해청현은 손을 뒤로 모은 채 천천히 국주 앞에 다가갔다. 금계단에 가까워지자 멈춰 서서 의도적으로 국주에게 경례를 올리며 말했다.왕좌에 앉아 있던 임정설은 서서히 일어나며 그와 동시에 헌원검이 검집을 벗어났다.“왕실 근위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무용지물이다.”“내가 왜 도망가지 않냐고? 하하. 네 놈은 내가 왕궁을 떠날 리 없다는 걸 확신했기에 나를 찾으러 온 거 아닐까?” 임정설은 차분히 입을 열며 말했다.금계단 위에서 양손으로 헌원검을 잡고 서 있는 임정설은 마치 태산처럼 해청현 앞에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그 자체로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 “그래? 나한테 이렇게 압박을 줄 수 있다니. 역시 화진의 국주답군. 정말 강한 기세를 지닌 자로구나.” 해청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해청현은 말하며 금전을 천천히 훑었다. “이게 바로 화진의 왕궁인가? 이 궁전은 천 년을 자랑하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 세 번의 왕조가 교체되었지만 여전히 서울에 우뚝 서 있는 이 궁전은 대단한 상징이지.” “화진의 국주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사람의 의지가 수억 명의 생사를 좌지우지하고 온 나라의 재물이 그 사람의 보물이 된다니. 그야말로 즐겁지 않겠어?”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이 생애에 화진의 왕이 될 수 없어. 그래도 두 주를 차지하고 작은 나라의 왕이라도 되는 건 문제없겠지.” 해청현은 자부심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 속에는 종문 동맹의 의도 즉 국토를 분할하고 토를 나누자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화진을 다시 삼국시대처럼 만들어 각지의 제후들이 패권을 다투는 시대를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쿵.” 해청현의 말에 임정설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원래 태산처럼 흔들림 없던 그는 해청현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
경고음이 폭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암부 삼대 거두는 모두 잠시 멈추어 서며 당황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무언가가 고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레이더에서 아예 사라졌어” “레이더 출력을 강화해.” 통신에서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위 전투기가 이미 배치되어 수송기를 위한 미사일 방어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이게 뭐야? 종문 동맹의 자식들이 미사일까지 가지고 있다고? 이런 상황이면 군부 고위직들은 모두 총살감이야.” 정태웅이 격분하며 욕을 내뱉었다. “진정해. 국주가 없다고 생각해? 군부 대원들은 은용위의 감시를 받고 있어.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어.” “종문 동맹이라기보다는 외부 세력이 관련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화진의 중심에 있어. 그들이 어떤 무기를 써서 위성 감시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설령 다른 나라의 땅에서 한 나라의 중요 인물을 암살하려 한다면 그건 국가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어.” 천현수가 차분히 분석했다. 민규현은 이미 조사를 시작했고 국토 방어 부서에서는 아무런 이상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당황하지 마라. 이건 종문 동맹이나 외부 세력과는 아무 상관없다.” 윤구주가 차분하게 말했다. “뭐라고요? 저하, 그럼 저 자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죠?” 정태웅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 자는 내가 불러온 무기다. 다만 아쉽게도 이번 한 번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윤구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바로 그때 구름 속에서 천둥이 울려 퍼지며 한 인물이 번개를 가르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인물은 불꽃과 번개를 뒤로하며 서울을 향해 날아갔다. “훔!” 정태웅과 다른 두 사람은 그 장면을 보고 눈이 저절로 커지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게 사람이야?’ ‘뭐야! 사람이 맞잖아.’ “세상에! 저하, 구구제일이 이렇게 괴물 같습니까? 우리는 지금 만 미터 고공에 있잖습니까.” 정태웅은 혀를 찼다. 이 장면은 인
멀리서 전투기 편대의 굉음이 점점 다가왔다. 그 소리를 들은 현문 시조, 구구제일 해청현마저도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이곳의 병사들을 손쉽게 도륙낼 수 있을지언정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대와 강철같은 전력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날 전략 미사일이 현문을 폭격하던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만약 그때 그가 빠르게 달아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재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다행히 서울이 바로 코앞이군. 너희가 감히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무기를 쓸 깡이라도 있겠느냐?” 해청현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현기를 발동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울 왕궁. 임정설은 해청현의 행방이 포착되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받았다. “현재 방위군이 총력을 다해 저지하고 있지만 최신 정보에 따르면 그 자는 기갑 합성 부대를 전멸시킨 후 행방을 감췄습니다.” “전문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맞죠. 암부와 은용위가 이미 출동했습니다...” 아래에서 보고하던 육도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바보가 아니면 정면으로 맞서지 않겠지. 해청현은 구구제일. 나타날 때는 그림자처럼, 사라질 때는 흔적도 없이. 강철 대군과 정면으로 싸울 이유가 뭐가 있겠어.’ “암부와 은용위로는 역부족이다. 그 자를 찾는다 해도 목숨을 내놓는 것밖에 안 되겠지.” “강철 대군을 동원하는 건 더 말도 안 돼. 저 늙은 여우는 이미 우리 약점을 다 파악하고 있어. 우리가 서울에서 함부로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임정설은 천천히 일어나 용포를 떨쳐내고 그 아래의 황금 용갑을 드러냈다. “휘익!” 금검이 날카롭게 뽑히자 검의 기운이 퍼지며 왕궁이 강렬한 검의 압박감에 휘청였다. “헌원검.” “그 검은 국주께서 구주왕에게 하사하지 않으셨습니까?” 육도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하. 내가 언제 구주에게 이 검을 줬다고 했나? 그저 잠시 맡겨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