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야, 너 구주 좋아하지 않았니?”주세호는 윤구주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윤구주의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네? 아빠, 뭐라는 거예요? 제... 제가 왜 윤구주를 좋아하겠어요?”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안나의 예쁘장한 얼굴은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살짝 빨개졌다.자신의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 주안나는 서둘러 그릇 위에 놓여 있던 사과를 들고 깨작대기 시작했다.“아빠한테 숨길 생각 하지 말거라! 아빠 눈에는 다 보이니까 말이야.”주세호는 한숨을 푹 쉬더니 안타까운 눈빛으로 주안나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애석하게도 네겐 기회가 없어.”‘응?’“아빠, 그 말 무슨 뜻이에요?”주안나는 어리둥절해졌다.“내 말뜻은 간단해. 넌 아마 평생 윤구주와 결혼할 기회가 없을 거다. 구주는... 구주는 곧 소씨 집안 아가씨와 결혼할 테니 말이다.”결혼이라는 두 글자에 주안나의 손가락이 흠칫 떨리면서 입가로 가져갔던 사과가 바닥으로 떨어져 데구루루 굴렀다.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주안나는 그 순간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아빠, 농담이죠? 구주 오빠가 결혼한다고요?”주안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주세호를 바라보았다.주세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리가요... 이렇게 빨리요? 구주 오빠... 줄곧 용인 빌리지에 있던 거 아니었어요? 왜 갑자기 결혼을 한다는 거예요?”주안나의 목소리가 떨렸다.주세호가 말했다.“윤구주가 왜 갑자기 결혼하려는 건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윤구주가 소채은 씨를 굉장히 사랑한다는 거야. 그리고 소채은 씨도 구주를 몹시 사랑하고!”주세호의 말에 주안나는 심장이 저렸다.그것은 칼로 난도질하듯,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었다.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막막함이 주안나를 휘감았고, 주안나 본인 역시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솔직히 그녀와 윤구주가 함께 지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두 번의 간단한 오해를 제외하고 나면 밥 한 끼 같이 먹었던 게
“그리고 저희 대뿐만 아니라 우리 소씨 가문 대대손손 영광을 누리게 될 거예요!”집 안에서 소청하는 들뜬 얼굴로 아버지 소진웅에게 말했다.윤구주가 소진웅을 치료한 뒤로, 소진웅은 외출 한 번 하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면서 식물을 다듬거나 불경을 외웠다.식물을 다듬고 있던 소진웅은 소청하의 말을 듣더니 같잖다는 듯이 코웃음쳤다.“대대손손 영광을 누릴 거라고? 네가 무슨 수로? 난 믿지 않는다!”“아버지, 절 무시하시네요! 네, 맞아요. 저로서는 저희 소씨 가문이 대대손손 영광을 누리게 할 수 없지만 아버지, 제게는 훌륭한 딸이 있잖아요!”소청하가 웃으며 말했다.“내 손녀가 왜?”소진웅이 물었다.“하하, 아버지, 아버지 손녀 이제 곧 결혼해요. 전 그 소식을 알려드리려 왔고요.”소청하가 계속해 말했다.“결혼? 누구랑?”소진웅이 서둘러 물었다.“누구긴요. 당연히 아버지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시던 윤구주죠!”소청하가 자랑스레 말했다.“뭐? 저번에 날 치료해 줬던 그 윤구주 말이냐?”“네, 네! 맞아요! 아버지, 예전에 윤구주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셨잖아요. 윤구주가 우리 집 사위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기도 했고요. 이제 만족하세요?”소청하의 말에 소진웅은 들고 있던 가위를 내려놓았다.“정말이냐? 내 손녀가 정말 윤구주랑 결혼을 한다고?”소진웅은 흥분에 겨워 물었다.“당연하죠. 제가 왜 아버지를 속이겠어요?”소청하가 말했다.“하하, 좋다, 좋아!”소진웅은 무척 기뻐했다.비록 윤구주와 많이 만나본 건 아니지만, 그는 항상 윤구주를 자신의 손주사위로 여겼었다.그런데 손녀가 정말로 윤구주와 결혼하게 됐다고 하자 몹시 기뻤다.“둘째야, 네가 드디어 살면서 옳은 일을 하나 하는구나!”소진웅이 말했다.소청하는 원망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웃으며 말했다.“아버지도 제가 이번에는 옳은 일을 한 것 같으세요?”“당연하지! 구주 걔가 얼마나 훌륭한데! 인물도 훤하고 의술도 뛰어나잖니? 이렇게 잘난 손주사위를 두게 되었는데
소청하는 그곳에서 나온 뒤 곧바로 소채은을 찾으러 가서 결혼 날짜에 대해 의논해 보려 했다.그러나 소채은 혼자서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그래서 소청하는 소채은에게 얼른 윤구주를 찾아가서 물어보라고 했다.소채은은 별로 급하지 않았지만 소청하가 본인보다 더욱 급해하니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알겠어요. 제가 구주에게 물어볼게요.”소채은은 말을 마친 뒤 차를 타고 윤구주를 찾으러 갔다.가는 길에 윤구주에게 전화한 뒤 그녀는 곧장 용인 빌리지로 향했다.산기슭.윤구주는 그곳에서 소채은을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뒤 소채은이 차를 타고 도착했다.오늘 그녀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카락은 캐주얼하게 하나로 묶어 올렸다. 흰 피부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그녀는 어딜 가든 항상 주목을 받았다.“구주야!”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소채은은 단번에 윤구주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윤구주는 행복한 얼굴로 품 안의 그녀를 바라보았다.이것은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한 뒤로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구주야, 요 이틀 뭐 했어? 나 안 보고 싶었어?”소채은이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보고 싶었지. 매 순간 보고 싶었어!”윤구주가 대답했다.“정말?”“당연하지!”“흥, 그래야지. 난 너랑 결혼하기로 했으니 넌 날 당연히 보고 싶어 해야지. 그리고 날 괴롭혀서는 안 돼!”소채은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매일 네 생각을 만 번씩 할 거야. 그리고 영원히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윤구주가 다정하게 말했다.“헤헤, 역시 우리 구주가 최고라니까!”윤구주의 팔짱을 낀 소채은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구주야, 네가 사는 곳으로 가자. 나 너랑 의논하고 싶은 일이 있어.”소채은은 윤구주를 잡아당기면서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좋아. 자, 저기 빌리지로 가자.”윤구주가 용인 빌리지를 향해 걸어갔다.“잠깐만!”소채은이 갑자기 윤구주를 불러 세웠다.“왜 그래?”윤구주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구주야, 너 설마 저 용인 빌리
윤구주는 소채은의 손을 잡고 그녀와 함께 용인 빌리지로 향했다.소채은은 이런 곳에 처음 와봤다.산길을 오르며 구름이 둥둥 떠 있는 하늘을 바라보던 소채은은 눈앞의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윤구주의 뒤를 따라서 용인 빌리지 입구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소채은의 귀속을 파고들었다.“안녕하세요, 형수님!”목소리가 너무 큰 탓에 소채은은 깜짝 놀랐다.고개를 돌린 소채은은 입구 쪽에 듬직한 덩치의 남자가 서 있는 걸 보았다.마치 호랑이와도 같은, 온몸에서 엄청난 기세를 내뿜는 남자였다.그런 그가 미소 띤 얼굴로 소채은을 바라보고 있었다.“방금... 절 뭐라고 부르셨어요?”갑작스레 나타나는 민규현 때문에 소채은은 말문이 막혔다.“형수님이라고 불렀습니다!”민규현이 씩 웃으며 말했다.형수님?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고개를 돌려 의아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방금 형수님이라고 불렀어. 내가 민규현 형님이거든!”그 말에 소채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옆에 있던 민규현이 입을 열었다.“형수님,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 민규현은 성격이 조금 투박하고 말주변도 없고 말투도 거칠긴 하지만 앞으로 형수님께 성가신 일이 생기신다면 언제든 절 불러주세요. 강성시에서, 더 나아가 화진에서 누군가 감히 형수님을 괴롭힌다면 저 민규현이 그 빌어먹을 놈을 죽여버릴 겁니다! 혹시 그걸로 부족하시다면 그놈 조상들의 무덤을 파고 그들의 시체를 꺼내 채찍질하겠습니다!”소채은은 남자의 말에 넋이 나갔다.그녀는 이 우람한 몸집의 남성이 대체 누군지 생각하고 있었다.‘왜 다짜고짜 사람을 죽이겠다는 거지? 그리고 조상들의 무덤을 파고 그들의 시체를 꺼내 채찍질하겠다고?’“호의는 감사하지만... 마음만 받을게요!”소채은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면서 말했다.암부 3대 지휘사 중 한 명인 민규현은 그동안 민도살이라고 불렸다.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채찍질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 아주 흔한 일이
문지기라고 불린 천하회 구성원들은 찍소리 하지 못하고 오히려 웃는 얼굴로 소채은을 맞이했다.이러한 상황에 소채은은 경악했다.그녀는 윤구주를 따라 안마당으로 향했고, 안으로 들어서자 서둘러 물었다.“구주야, 너 정말 여기 살아?”“응.”윤구주는 소채은에게 물을 따라주면서 말했다.“그런데... 이렇게 많은 돈이 어디서 난 거야? 그리고 문 앞에 있던 사람들,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소채은은 바보가 아니었다.조금 전 소채은은 천하회의 노정연과 그 뒤의 사람들의 차림새를 보고 예사 인물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우아한 옷을 입은 아름다운 노정연이 유독 그랬다.소채은은 노정연이 입고 있는 옷이 자수계에서 가장 유명한 운자법으로 된 것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노정연이 입고 있는 옷은 아마 2,000만 원은 족히 될 것이다.게다가 노정연은 훌륭한 몸매에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였다.그런 사람을 일개 문지기라고 하는데 누가 믿을까?“채은아, 이 일은 설명하자면 좀 복잡해. 결혼한 뒤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윤구주는 말을 아끼며 얼버무렸다.“참, 채은아. 오늘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야?”윤구주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소채은은 비록 조금 전 광경 때문에 호기심이 가득한 상태였지만 윤구주의 질문을 듣고 다급히 말했다.“당연히 우리 결혼에 관한 일을 의논하러 왔지!”“결혼?”“그래. 넌 모르겠지만 우리 아빠는 우리가 결혼할 거란 걸 알게 되자 나보다 더 조급해하셔. 매일 나한테 우리 언제 결혼하냐고 재촉한다고! 오늘도 나한테 우리 언제 결혼하냐면서 너 찾아가서 얘기 나눠보라고 했어.”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웃었다.“우리 결혼식 날짜는 네가 정해.”‘어?’“내가 정하라고?”“그래.”“너 바보 아냐? 나 혼자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같이 정해야지!”소채은이 말했다.윤구주는 결혼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몰랐다.“구주야, 결혼은 큰일이야. 그렇게 대책없이 굴면 안 된다고. 그러니까 우리 결혼식 날짜는
결국 윤구주는 20일 뒤인 음력 10월 8일을 결혼식 날로 정했고 소채은도 흔쾌히 동의했다.결혼식 날짜를 정한 뒤 소채은은 그제야 용인 빌리지를 떠났다.마당으로 나올 때, 천하회 사람들과 백경재가 멀찍이 서서 존경심 가득한 표정으로 소채은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러한 상황이 소채은은 마냥 어색하기만 했다.“채은아, 내가 바래다줄까?”윤구주는 소채은이 어색해하자 입을 열었다.“아냐. 내가 알아서 돌아가면 돼.”소채은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사람들을 힐끗 본 뒤 떠났다.소채은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를 묶은 어린아이가 안마당 쪽에서 뛰어나왔다.“그 여우 같은 언니는? 내가 죽여버릴 거야! 감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구주 오빠를 나한테서 빼앗아 가다니,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어린아이는 두씨 집안의 두나희였다.두나희는 소채은이 용인 빌리지로 왔다는 소식을 어떻게 안 건지 과일칼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뛰쳐나왔다.그 광경을 본 천하회 사람들과 백경재는 기가 차서 말문이 막혔다.심지어 윤구주마저 미간을 구겼다.“네가 아주 단단히 미쳤구나. 여기서 난리 피우지 말고 얼른 안으로 들어가서 사탕이나 먹어!”백경재는 서둘러 달려가 두나희를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다.그런데 그가 다가가자마자 두나희가 과일칼을 들고 설치면서 사납게 말했다.“상관하지 마요! 전 오늘 반드시 저 여우 같은 언니를 죽이고 말 거예요!”백경재도 미친 것 같은 두나희를 제압하지 못하자 윤구주가 참지 못하고 다가갔다.“그만해! 자꾸 소란 피우면 널 어두운 방 안에 한 달 동안 가둬놓을 줄 알아!”그의 차가운 말에 과일칼을 휘두르던 두나희는 몸을 흠칫 떨더니 처량한 눈동자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곧이어 두나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나쁜 오빠! 못된 오빠! 내가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날 괴롭혀? 오빠 미워! 앞으로 다시는 오빠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흑흑흑!”말하면 말할수록 억울하고 자신이 가련하게 느껴졌다.두나희는
사실 윤구주가 곤륜산에서 내려올 때, 그의 다섯 사부님은 그에게 두 가지 일을 시켰었다.하나는 화진의 왕이 되어 10국의 난을 평정하라는 것이었는데 윤구주는 그 일을 완수하고 화진의 유일한 구주왕이 되었다.윤구주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인해 100년간 이어진 전쟁을 끝내고 10국은 영토를 할양하여 평화 계약을 체결했다.그리고 윤구주는 아직 두 번째 일을 완성하지 못했다.두 번째 일은 비밀이었고 그 비밀을 윤구주는 아무에게도 얘기한 적 없었다.그건 이 세상에서 그의 은거하고 있는 다섯 사부님을 제외하고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윤구주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호주머니 안에서 명령패 하나를 꺼냈다.그것은 구주령이었다.사람들은 구주령이라고 하면 국운을 지키고 제후들과 천하의 재권을 관장한다는 것만 알지 그것이 아주 강한 금속, 현철이라는 것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리고 그 현철은 명령패가 아니라 사실은 수백 년 전 심해 속에 버려진 지하 궁전에서 발굴해 낸 보물이라는 것도 아무도 모른다.심지어 윤구주의 다섯 사부님 또한 그 출처를 모른다.그들이 아는 것이라고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불꽃도, 가장 강력한 불의 술법도 이 현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뿐이었다.그의 다섯 사부님이 윤구주에게 하라고 했던 두 번째 일이 바로 이 현철의 출처를 알아내는 것이었다.이 현철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윤구주는 아직 그 비밀을 얘기할 수 없었다.묵묵히 구주령을 손에 든 윤구주는 그 위의 기이한 문양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손가락이 닿는 순간, 아주 기괴한 에너지가 윤구주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가는 걸 아무도 보지 못했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윤구주는 구주령을 품속에 넣고 집안으로 돌아왔다.안에 들어서자마자 백경재가 먹을 걸 들고 그의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윤구주가 다가오는 걸 보자 백경재는 서둘러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윤구주는 백경재가 먹을 것을 한가득 들고 있자 궁금해서 물었다.“이것들을 왜 들고 있는 거지?”“저하
이때 방문이 끽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웅크려 있던 두나희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사납게 말했다.“어르신, 먹을 거 가져오지 말라니까요! 어차피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주 오빠가 저를 버렸으니까 전 그냥 굶어 죽을 거예요!”안으로 들어온 윤구주는 두나희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그는 먹을 것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정말 안 먹을 거야?”‘어라?’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두나희는 몸을 움찔하며 서둘러 고개를 돌렸는데 곧 잘생긴 윤구주가 보였다.“구주 오빠...”두나희는 들뜬 목소리로 그를 부르더니 이내 다시 몸을 웅크렸다.기뻐 보이던 얼굴이 순식간에 다시 쓸쓸해졌다.“못된 오빠, 왜 날 보런 온 거야?”윤구주는 화를 내지 않고 말했다.“널 보러 오지 않으면 네가 굶어 죽게 놔둬?”“굶어 죽게 내버려두지 그래? 어차피 오빠는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거잖아. 난 앞으로 어떡하라고!”두나희는 말하면서 다시 눈물을 쥐어짜기 시작했다.윤구주는 웃고 싶었지만 참았다.“내가 결혼한다는데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이래?”두나희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당연히 나랑 상관 있지! 난 구주 오빠를 좋아해. 그러니까 난 커서 오빠랑 결혼할 거라고!”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었다.두나희는 역시나 두씨 일가 사람답게 막무가내였다.“됐어. 소란 피우지 마! 얌전히 음식이나 먹어. 난 지금까지 널 여동생으로 생각했어. 그래서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이쪽 일을 다 처리하고 나면 난 널 두씨 일가로 돌려보낼 거야.”윤구주가 말했다.“뭐라고? 날 내쫓을 거라고? 날 두씨 일가로 보낼 거야?”두나희는 윤구주의 말에 소리를 질렀다.“당연하지! 설마 계속 나를 따라다닐 생각은 아니지?”윤구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아아아아! 싫어! 난 그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래! 난 앞으로 구주 오빠를 따라다닐 거라고!”“억지 부리지 마. 넌 집을 떠난 지 오래됐어. 너희 두씨 일가 사람들 초조해서 난리가 났을 거야. 그러니까 당장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