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하는 그곳에서 나온 뒤 곧바로 소채은을 찾으러 가서 결혼 날짜에 대해 의논해 보려 했다.그러나 소채은 혼자서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그래서 소청하는 소채은에게 얼른 윤구주를 찾아가서 물어보라고 했다.소채은은 별로 급하지 않았지만 소청하가 본인보다 더욱 급해하니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알겠어요. 제가 구주에게 물어볼게요.”소채은은 말을 마친 뒤 차를 타고 윤구주를 찾으러 갔다.가는 길에 윤구주에게 전화한 뒤 그녀는 곧장 용인 빌리지로 향했다.산기슭.윤구주는 그곳에서 소채은을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뒤 소채은이 차를 타고 도착했다.오늘 그녀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카락은 캐주얼하게 하나로 묶어 올렸다. 흰 피부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그녀는 어딜 가든 항상 주목을 받았다.“구주야!”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소채은은 단번에 윤구주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윤구주는 행복한 얼굴로 품 안의 그녀를 바라보았다.이것은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한 뒤로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구주야, 요 이틀 뭐 했어? 나 안 보고 싶었어?”소채은이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보고 싶었지. 매 순간 보고 싶었어!”윤구주가 대답했다.“정말?”“당연하지!”“흥, 그래야지. 난 너랑 결혼하기로 했으니 넌 날 당연히 보고 싶어 해야지. 그리고 날 괴롭혀서는 안 돼!”소채은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매일 네 생각을 만 번씩 할 거야. 그리고 영원히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윤구주가 다정하게 말했다.“헤헤, 역시 우리 구주가 최고라니까!”윤구주의 팔짱을 낀 소채은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구주야, 네가 사는 곳으로 가자. 나 너랑 의논하고 싶은 일이 있어.”소채은은 윤구주를 잡아당기면서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좋아. 자, 저기 빌리지로 가자.”윤구주가 용인 빌리지를 향해 걸어갔다.“잠깐만!”소채은이 갑자기 윤구주를 불러 세웠다.“왜 그래?”윤구주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구주야, 너 설마 저 용인 빌리
윤구주는 소채은의 손을 잡고 그녀와 함께 용인 빌리지로 향했다.소채은은 이런 곳에 처음 와봤다.산길을 오르며 구름이 둥둥 떠 있는 하늘을 바라보던 소채은은 눈앞의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윤구주의 뒤를 따라서 용인 빌리지 입구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소채은의 귀속을 파고들었다.“안녕하세요, 형수님!”목소리가 너무 큰 탓에 소채은은 깜짝 놀랐다.고개를 돌린 소채은은 입구 쪽에 듬직한 덩치의 남자가 서 있는 걸 보았다.마치 호랑이와도 같은, 온몸에서 엄청난 기세를 내뿜는 남자였다.그런 그가 미소 띤 얼굴로 소채은을 바라보고 있었다.“방금... 절 뭐라고 부르셨어요?”갑작스레 나타나는 민규현 때문에 소채은은 말문이 막혔다.“형수님이라고 불렀습니다!”민규현이 씩 웃으며 말했다.형수님?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고개를 돌려 의아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방금 형수님이라고 불렀어. 내가 민규현 형님이거든!”그 말에 소채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옆에 있던 민규현이 입을 열었다.“형수님,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 민규현은 성격이 조금 투박하고 말주변도 없고 말투도 거칠긴 하지만 앞으로 형수님께 성가신 일이 생기신다면 언제든 절 불러주세요. 강성시에서, 더 나아가 화진에서 누군가 감히 형수님을 괴롭힌다면 저 민규현이 그 빌어먹을 놈을 죽여버릴 겁니다! 혹시 그걸로 부족하시다면 그놈 조상들의 무덤을 파고 그들의 시체를 꺼내 채찍질하겠습니다!”소채은은 남자의 말에 넋이 나갔다.그녀는 이 우람한 몸집의 남성이 대체 누군지 생각하고 있었다.‘왜 다짜고짜 사람을 죽이겠다는 거지? 그리고 조상들의 무덤을 파고 그들의 시체를 꺼내 채찍질하겠다고?’“호의는 감사하지만... 마음만 받을게요!”소채은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면서 말했다.암부 3대 지휘사 중 한 명인 민규현은 그동안 민도살이라고 불렸다.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채찍질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 아주 흔한 일이
문지기라고 불린 천하회 구성원들은 찍소리 하지 못하고 오히려 웃는 얼굴로 소채은을 맞이했다.이러한 상황에 소채은은 경악했다.그녀는 윤구주를 따라 안마당으로 향했고, 안으로 들어서자 서둘러 물었다.“구주야, 너 정말 여기 살아?”“응.”윤구주는 소채은에게 물을 따라주면서 말했다.“그런데... 이렇게 많은 돈이 어디서 난 거야? 그리고 문 앞에 있던 사람들,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소채은은 바보가 아니었다.조금 전 소채은은 천하회의 노정연과 그 뒤의 사람들의 차림새를 보고 예사 인물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우아한 옷을 입은 아름다운 노정연이 유독 그랬다.소채은은 노정연이 입고 있는 옷이 자수계에서 가장 유명한 운자법으로 된 것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노정연이 입고 있는 옷은 아마 2,000만 원은 족히 될 것이다.게다가 노정연은 훌륭한 몸매에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였다.그런 사람을 일개 문지기라고 하는데 누가 믿을까?“채은아, 이 일은 설명하자면 좀 복잡해. 결혼한 뒤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윤구주는 말을 아끼며 얼버무렸다.“참, 채은아. 오늘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야?”윤구주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소채은은 비록 조금 전 광경 때문에 호기심이 가득한 상태였지만 윤구주의 질문을 듣고 다급히 말했다.“당연히 우리 결혼에 관한 일을 의논하러 왔지!”“결혼?”“그래. 넌 모르겠지만 우리 아빠는 우리가 결혼할 거란 걸 알게 되자 나보다 더 조급해하셔. 매일 나한테 우리 언제 결혼하냐고 재촉한다고! 오늘도 나한테 우리 언제 결혼하냐면서 너 찾아가서 얘기 나눠보라고 했어.”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웃었다.“우리 결혼식 날짜는 네가 정해.”‘어?’“내가 정하라고?”“그래.”“너 바보 아냐? 나 혼자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같이 정해야지!”소채은이 말했다.윤구주는 결혼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몰랐다.“구주야, 결혼은 큰일이야. 그렇게 대책없이 굴면 안 된다고. 그러니까 우리 결혼식 날짜는
결국 윤구주는 20일 뒤인 음력 10월 8일을 결혼식 날로 정했고 소채은도 흔쾌히 동의했다.결혼식 날짜를 정한 뒤 소채은은 그제야 용인 빌리지를 떠났다.마당으로 나올 때, 천하회 사람들과 백경재가 멀찍이 서서 존경심 가득한 표정으로 소채은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러한 상황이 소채은은 마냥 어색하기만 했다.“채은아, 내가 바래다줄까?”윤구주는 소채은이 어색해하자 입을 열었다.“아냐. 내가 알아서 돌아가면 돼.”소채은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사람들을 힐끗 본 뒤 떠났다.소채은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를 묶은 어린아이가 안마당 쪽에서 뛰어나왔다.“그 여우 같은 언니는? 내가 죽여버릴 거야! 감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구주 오빠를 나한테서 빼앗아 가다니,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어린아이는 두씨 집안의 두나희였다.두나희는 소채은이 용인 빌리지로 왔다는 소식을 어떻게 안 건지 과일칼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뛰쳐나왔다.그 광경을 본 천하회 사람들과 백경재는 기가 차서 말문이 막혔다.심지어 윤구주마저 미간을 구겼다.“네가 아주 단단히 미쳤구나. 여기서 난리 피우지 말고 얼른 안으로 들어가서 사탕이나 먹어!”백경재는 서둘러 달려가 두나희를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다.그런데 그가 다가가자마자 두나희가 과일칼을 들고 설치면서 사납게 말했다.“상관하지 마요! 전 오늘 반드시 저 여우 같은 언니를 죽이고 말 거예요!”백경재도 미친 것 같은 두나희를 제압하지 못하자 윤구주가 참지 못하고 다가갔다.“그만해! 자꾸 소란 피우면 널 어두운 방 안에 한 달 동안 가둬놓을 줄 알아!”그의 차가운 말에 과일칼을 휘두르던 두나희는 몸을 흠칫 떨더니 처량한 눈동자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곧이어 두나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나쁜 오빠! 못된 오빠! 내가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날 괴롭혀? 오빠 미워! 앞으로 다시는 오빠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흑흑흑!”말하면 말할수록 억울하고 자신이 가련하게 느껴졌다.두나희는
사실 윤구주가 곤륜산에서 내려올 때, 그의 다섯 사부님은 그에게 두 가지 일을 시켰었다.하나는 화진의 왕이 되어 10국의 난을 평정하라는 것이었는데 윤구주는 그 일을 완수하고 화진의 유일한 구주왕이 되었다.윤구주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인해 100년간 이어진 전쟁을 끝내고 10국은 영토를 할양하여 평화 계약을 체결했다.그리고 윤구주는 아직 두 번째 일을 완성하지 못했다.두 번째 일은 비밀이었고 그 비밀을 윤구주는 아무에게도 얘기한 적 없었다.그건 이 세상에서 그의 은거하고 있는 다섯 사부님을 제외하고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윤구주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호주머니 안에서 명령패 하나를 꺼냈다.그것은 구주령이었다.사람들은 구주령이라고 하면 국운을 지키고 제후들과 천하의 재권을 관장한다는 것만 알지 그것이 아주 강한 금속, 현철이라는 것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리고 그 현철은 명령패가 아니라 사실은 수백 년 전 심해 속에 버려진 지하 궁전에서 발굴해 낸 보물이라는 것도 아무도 모른다.심지어 윤구주의 다섯 사부님 또한 그 출처를 모른다.그들이 아는 것이라고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불꽃도, 가장 강력한 불의 술법도 이 현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뿐이었다.그의 다섯 사부님이 윤구주에게 하라고 했던 두 번째 일이 바로 이 현철의 출처를 알아내는 것이었다.이 현철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윤구주는 아직 그 비밀을 얘기할 수 없었다.묵묵히 구주령을 손에 든 윤구주는 그 위의 기이한 문양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손가락이 닿는 순간, 아주 기괴한 에너지가 윤구주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가는 걸 아무도 보지 못했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윤구주는 구주령을 품속에 넣고 집안으로 돌아왔다.안에 들어서자마자 백경재가 먹을 걸 들고 그의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윤구주가 다가오는 걸 보자 백경재는 서둘러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윤구주는 백경재가 먹을 것을 한가득 들고 있자 궁금해서 물었다.“이것들을 왜 들고 있는 거지?”“저하
이때 방문이 끽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웅크려 있던 두나희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사납게 말했다.“어르신, 먹을 거 가져오지 말라니까요! 어차피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주 오빠가 저를 버렸으니까 전 그냥 굶어 죽을 거예요!”안으로 들어온 윤구주는 두나희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그는 먹을 것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정말 안 먹을 거야?”‘어라?’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두나희는 몸을 움찔하며 서둘러 고개를 돌렸는데 곧 잘생긴 윤구주가 보였다.“구주 오빠...”두나희는 들뜬 목소리로 그를 부르더니 이내 다시 몸을 웅크렸다.기뻐 보이던 얼굴이 순식간에 다시 쓸쓸해졌다.“못된 오빠, 왜 날 보런 온 거야?”윤구주는 화를 내지 않고 말했다.“널 보러 오지 않으면 네가 굶어 죽게 놔둬?”“굶어 죽게 내버려두지 그래? 어차피 오빠는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거잖아. 난 앞으로 어떡하라고!”두나희는 말하면서 다시 눈물을 쥐어짜기 시작했다.윤구주는 웃고 싶었지만 참았다.“내가 결혼한다는데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이래?”두나희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당연히 나랑 상관 있지! 난 구주 오빠를 좋아해. 그러니까 난 커서 오빠랑 결혼할 거라고!”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었다.두나희는 역시나 두씨 일가 사람답게 막무가내였다.“됐어. 소란 피우지 마! 얌전히 음식이나 먹어. 난 지금까지 널 여동생으로 생각했어. 그래서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이쪽 일을 다 처리하고 나면 난 널 두씨 일가로 돌려보낼 거야.”윤구주가 말했다.“뭐라고? 날 내쫓을 거라고? 날 두씨 일가로 보낼 거야?”두나희는 윤구주의 말에 소리를 질렀다.“당연하지! 설마 계속 나를 따라다닐 생각은 아니지?”윤구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아아아아! 싫어! 난 그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래! 난 앞으로 구주 오빠를 따라다닐 거라고!”“억지 부리지 마. 넌 집을 떠난 지 오래됐어. 너희 두씨 일가 사람들 초조해서 난리가 났을 거야. 그러니까 당장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두나희의 목걸이가 빛나는 순간, 서울의 암흑 두씨 일가.음산한 지하 궁전 안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었다.남자의 아래에는 거대한 음양 태극 도안이 그려져 있었고 그의 앞에는 3미터 정도의 거대한 거정이 있었다.거정은 불타고 있었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새끼손가락에 낀 반지에서 빛이 번쩍였다.빛이 번쩍인 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고개를 숙여 반지를 보더니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드디어 두나희 소식이 있구나. 내 명령을 전하거라. 현무에게 나희를 데려오라고 해!”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암흑 속에서 종 한 명이 걸어 나왔다.“네, 지금 당장 둘째 도련님에게 전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두씨 일가는 화진 4대 고대 무술 세가 중 하나로 암흑 가문이라고 불린다.이 가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아주 적다.두씨 가문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 그들의 저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무도 몰랐다.사람들이 아는 것이라고는 두씨 가문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아주 드물지만 다른 세 개의 가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뿐이었다.화진 제일의 문씨 세가도 암흑 가문을 얕볼 수 없었다.두씨 일가에는 세 명의 특출한 인물이 있다.첫째 두현오, 둘째 두현무, 셋째 두현우였다.그리고 조금 전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보낸 사람은 두씨 일가의 둘째 두현무였다....시간은 계속해 흘렀다.윤구주가 두나희를 한 번 만나러 간 뒤로 두나희는 드디어 먹기 시작했다.그러나 예전에는 커서 윤구주랑 결혼할 거라고 염불을 외던 두나희가 요 이틀 사이에는 신기할 정도로 냉정했고 울면서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심지어 가장 좋아하던 막대사탕도 먹지 않고 매일 혼자 용인 빌리지 입구에 앉아서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멍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뭘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이러한 상황이 백경재는 꽤나 의아했다.그가 아는 두나희는 막무가내에 억지를 부리기 좋아했다.그런
두나희의 말에 백경재는 사레가 들릴 뻔했다.“나희야, 그게 무슨 말이야? 누가 널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니?”‘응?’“그러면 다들 절 좋아해요?”두나희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물었다.“당연하지! 너처럼 귀엽고 작은 아이는 우리 모두 좋아해!”백경재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두나희는 뜸을 들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절 좋아한다고 해도 전 이제 가봐야 해요! 구주 오빠는 이제 아내가 있잖아요!”두나희의 말에 백경재가 물었다.“너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려고?”“네! 저 가족들한테 메시지 보냈어요. 예상대로라면 요 이틀 사이에 절 데리로 올 거예요!”두나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을 들어 먼 동쪽을 바라보았다.백경재는 두나희가 어떤 메시지를 보낸 건지는 알지 못했기에 아마도 휴대전화로 보냈을 거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래. 네가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하니 나도 말리지는 않으마. 너는 아직 어리고 집을 떠난 지 꽤 오래됐으니 가족들도 네가 걱정될 테니 말이야.”두나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 다음번에 서울에 오시면 저의 집으로 초대할게요! 어르신은 모르겠지만 저희 아주 큰 대가족이거든요. 그리고 저 오빠가 세 명 있는데 다들 실력이 대단해요. 어르신이 저희 집에 오시면 제가 잘 대접할게요!”두나희는 가슴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아주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백경재는 웃었다.“좋아, 좋아! 앞으로 서울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널 찾아가마!”“네, 그러면 약속해요.”백경재와 대화를 나눈 뒤 두나희는 방으로 돌아갔다.백경재는 두나희의 신분과 배경이 얼마나 대단한지 전혀 알지 못했다....하루 뒤, 강성 상공에 A380 전용기가 날고 있었다.그것은 수억 달러의 호화로운 전용기로 십여 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호화스럽기 그지없는 객실 내에는 한 남자가 나른하게 앉아있었다.남자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이 반반하고 하얘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학자인 줄 알았을 것이다.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손에 뼈다귀가 들려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
그녀는 거의 1분 가까이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파란색 눈동자를 크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지금... 지금 생사인을 그냥 없앤 거야?”“그러면 내가 뭘 하려는 건 줄로 알았는데?”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세나미에게 되물었다.세나미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윤구주가 자신의 미모에 반해서 옷을 벗으라고 한 건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사실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줄 생각이었을 뿐이었다.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걸까?세나미는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일단 옷부터 입어.”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는 그제야 자신이 나체임을 깨닫고 서둘러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주워서 입었다.그런 뒤 그녀는 가만히 옆에 서 있었다.움직이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했다.윤구주가 비록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주기는 했지만 그녀를 죽이는 건 여전히 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그러니 그녀는 감히 도망칠 수가 없었다.“왜...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야? 왜 날 놓아주려는 거야?”세나미는 용기를 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처음부터 널 죽일 생각이 없었거든.”윤구주의 말은 사실이었다.흑여산맥에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들을 놓아주고 그들에게 물과 식량을 나눠주는 걸 본 순간부터 윤구주는 이미 측은지심이 생겼다.설국은 처단해야 했지만 세나미는 처단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국적이 다르니 입장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당신이 날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난 당신에게 고마워할 생각이 없어. 난 오히려 당신을 증오해!”세나미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세나미는 설국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심지어 윤구주는 설국의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가족의 원수이며 설국의 원수인 윤구주를 그녀가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윤구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날 증오하는 건 상관없어. 날 죽일 실력이 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서 복수해.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
국제중재기구 출신의 두 사람이 떠난 뒤 윤구주는 다시 설국 금전으로 돌아왔다.아수라장인 설국 금전 안에서 세나미는 멍하니 서 있었다.조금 전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의 사람들이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나 윤구주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를 일격에 죽이는 걸 본 순간,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앞으로는 설국을 위해 나서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금전 안, 윤구주는 안으로 들어간 뒤 세나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공기 취급했다.윤구주는 과거 설국 국주가 앉았었던 의자에 앉은 뒤 세나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이리 와.”마치 하인을 부르는 듯한 태도였다.그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세나미는 겁에 질린 채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세나미가 얌전히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겉옷 벗어.”‘뭐라고?’그 말을 들은 순간 세나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들었다.겉옷을 벗으라니?“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세나미는 두려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윤구주는 짜증 난 표정이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벗으라면 벗어!”“싫어! 죽일 거면 그냥 죽여. 하지만 날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세나미는 분노 때문에 눈이 벌게졌다.한때 설국의 군신이자 설국 미래의 황후였던 그녀가 윤구주의 앞에서 옷을 벗는 치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그가 손을 올려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기운 하나가 세나미 가슴 쪽의 혈 자리에 닿았다.그 혈 자리를 눌린 세나미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 악마,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만약 날 모욕한다면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세나미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어도 윤구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 순간 기운 하나가 세나미의 옷을 찢
밀라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밀라나는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랐다.그녀는 서방 제2 제국 황실 공작의 딸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유럽 교황청에서 생활한 그녀는 아시아 국가를 무시했고 그래서 아주 거만했다.밀라나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눈앞의 윤구주를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구주왕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불경을 저지른다는 건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어요! 화진은 동방의 용이라고 불리지만 아무리 강해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 결국 망하게 될 거예요.”밀라나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천천히 왼손을 들었고 기다란 그의 손가락은 허공에 멈췄다.손을 들어 올린 순간, 윤구주의 훤칠한 몸에서 눈부신 흰빛이 뿜어졌다.그 흰 빛은 바로 윤구주의 적선의 빛이었다.흰빛이 나타나자 어마어마한 살기가 밀라나를 둘러쌌다.“조금 전 그 말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허공에서 살짝 움직였다.그 순간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지현으로 변했다.그 공격은 신도 없앨 수 있고 악마도 벨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옆에 서 있던 레이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구주왕, 안 됩니다... 밀라나는... 밀라나는 제2 제국 프로이트 공작의 하나뿐인 딸입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 세상에 감히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촤악!빛나는 지현이 밀라나의 가슴팍을 꿰뚫었다.제2 제국 황실 출신의 밀라나는 그렇게 윤구주의 일격에 목숨을 잃었다.눈보라가 휘몰아쳤고, 운이 좋지 않았던 밀라나의 시체는 눈보라 속에서 쓰러졌다.그녀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그런데 몇 초 사이,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서 죽었다.제2 제국의 엄청난 천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상대는 국제중재기구의 일원이었다.윤구주는 밀라나를 죽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