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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Penulis: 김원호
두나희의 목걸이가 빛나는 순간, 서울의 암흑 두씨 일가.

음산한 지하 궁전 안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었다.

남자의 아래에는 거대한 음양 태극 도안이 그려져 있었고 그의 앞에는 3미터 정도의 거대한 거정이 있었다.

거정은 불타고 있었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새끼손가락에 낀 반지에서 빛이 번쩍였다.

빛이 번쩍인 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고개를 숙여 반지를 보더니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두나희 소식이 있구나. 내 명령을 전하거라. 현무에게 나희를 데려오라고 해!”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암흑 속에서 종 한 명이 걸어 나왔다.

“네, 지금 당장 둘째 도련님에게 전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두씨 일가는 화진 4대 고대 무술 세가 중 하나로 암흑 가문이라고 불린다.

이 가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아주 적다.

두씨 가문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 그들의 저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무도 몰랐다.

사람들이 아는 것이라고는 두씨 가문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아주 드물지만 다른 세 개의 가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뿐이었다.

화진 제일의 문씨 세가도 암흑 가문을 얕볼 수 없었다.

두씨 일가에는 세 명의 특출한 인물이 있다.

첫째 두현오, 둘째 두현무, 셋째 두현우였다.

그리고 조금 전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보낸 사람은 두씨 일가의 둘째 두현무였다.

...

시간은 계속해 흘렀다.

윤구주가 두나희를 한 번 만나러 간 뒤로 두나희는 드디어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전에는 커서 윤구주랑 결혼할 거라고 염불을 외던 두나희가 요 이틀 사이에는 신기할 정도로 냉정했고 울면서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

심지어 가장 좋아하던 막대사탕도 먹지 않고 매일 혼자 용인 빌리지 입구에 앉아서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멍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뭘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백경재는 꽤나 의아했다.

그가 아는 두나희는 막무가내에 억지를 부리기 좋아했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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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 구주, 왕의 귀환   제2010화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 구주, 왕의 귀환   제2009화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 구주, 왕의 귀환   제2008화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

  • 구주, 왕의 귀환   제2007화

    성수인 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야 진정한 전쟁이 시작된다!백호의 두 눈은 완전히 야수의 눈으로 변했고, 싸늘한 눈빛으로 청현을 노려봤다.“몸 풀었으니 이제는 진짜 싸움이다. 서요산 검사야, 어디 한번 버텨봐라?”성수와 하나가 된 백호는 이제 기술 따윈 필요 없었다. 무적의 성수, 오직 전투만이 답이다!백호가 다시 돌진했다. 성수인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기가 청현의 양기를 단번에 압도했다.순식간에 전세 역전이다. 이번엔 청현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처지다.그 대단한 서요산 검기는 성수의 수호막을 하나도 뚫지 못했다.둘은 하늘에서 땅으로, 지하에서 다시 아홉 겹 구름 위로 날아오르며 싸웠다.쾅! 쾅쾅쾅!구름 위로부터 울려 퍼지는 격전의 소리는 천둥을 방불케 했고, 땅이 울리는 순간 진북왕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서요산 검종의 검객이 이렇게 강했단 말인가...백호 저 자식은 또 뭐야? 그냥 제자가 아니라 괴물이잖아?’진북왕은 인생 전체가 부정당한 기분이었다.‘난 지금까지 도대체 뭘 수련한 거지...?’쾅!!다시금 천지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청현은 하늘에서 땅으로 수직 낙하하였다.지면을 강타하며 피를 뿜었고 온몸은 찢기고 뼈는 대부분 부서졌다.그 순간 하늘에서는 거대한 성수의 허상이 떠올랐다.서울 상공을 덮은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 검은 구름을 만들었고 음기가 태양을 가리는 순간 청현도 정신적 혼란 상태에 빠졌다.“말도 안 돼... 난 양기를 끌어왔어! 저런 사악한 자들을 억제하려고!”“악은 정의를 이길 수 없다며! 젠장...!” 청현이 이를 악물고 낮게 으르렁댔다.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절대로 무릎 꿇을 수는 없었다!그는 도를 위해 태어난 자. 반드시 입도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음풍이여 올라와라!”그는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슛— 하고 일어나서 온몸에서는 살기가 폭발했고, 그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단 악마 그 자체였다.대지가 진동하고 지하 깊은 곳의 음기가 그의 주변으로 솟아올랐다.“화극대법! 음기입체!”

  • 구주, 왕의 귀환   제2006화

    부우우웅!청현은 땅과 하늘의 기운을 끌어모아 음과 양이 모두 담긴 영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백호 악마야! 마법의 검을 받아라!”순간 천지가 진동했고 양의 힘이 검을 타고 맴돌면서 날카로운 검빛이 한층 한층 휩싸였다. 산이 흔들리고, 서울 전체에 끔찍한 검 소리가 울려 퍼졌다!청현의 인간성은 별로이지만 실력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백호는 죽음이 코앞에 온 듯한 위협을 느꼈다.위험하다!하지만 백호는 놀라기는커녕 미소를 지었다. 광기 넘친 눈빛으로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청현의 양기 가득한 검은 하늘과 땅을 찢을 듯 백호를 향했다. 백호의 가슴엔 피가 터지고 갈비뼈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다! 백호는 음신사체를 수련했으니 저 양기 가득한 검 앞에서는 완전히 억눌리는군!”진북왕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이대로라면 청현은 완전히 백호와 청해 모두 쓸어버릴 수 있었다.상성만 아니었으면 청해는 그렇게 허무하게 지지 않았을 것이다.마치 보조자항처럼 위대한 인물이라도 부처님 흉내까지 내면서도 미친 스님 앞에선 꼼짝도 못 하였다.“양이 음을 억제하긴 하지.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내가 보도자항를 이긴 건 진정한 불도를 닦고 열심히 마음속으로부터 수행했기 때문이었지, 그자는 껍데기만 따라 했지 마음으로 도를 닦지 못했으니 진 거야.”“백호가 음혼인 건 맞지만 그게 곧 악마라는 뜻은 아니다.”“청현도 마찬가지야. 그가 진짜 양인지 음인지 아직 판단할 때가 아니야.”미친 스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스승님 제발 그만 하세요.이 상황에서 폼 잡으려고 온 거면 진짜... 제자가 지금 반쯤 죽었는데요?”공수이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후후, 우리 어리숙한 제자야. 바보인 채로 사는 게 차라리 낫지.”미친 스님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음양이니 정의니 하는 건 진북왕엔 관심 밖이다.지금 중요한 건 오직 하나—백호가 청현의 상대가 될 수 있느냐는 것!아니면 최소한 임정설이 폐관

  • 구주, 왕의 귀환   제2005화

    백호는 어깨에 꽂혀 있던 검을 뽑아내더니 청현의 눈앞에서 그대로 부러뜨렸다. 그 광경을 본 청현은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이 미친놈아! 내 검을 부러뜨려? 죽여버릴 거야 이 자식아!”청현은 눈이 빨갛게 변하며 광기 어린 포효를 내질렀다. 그의 분노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온몸을 감쌌다.백호는 그런 그를 비웃으며 콧방귀를 뀌었다.“우리 왕께서 말씀하셨지. 진정한 검객은 검 없이도 싸운다고. 그깟 검 하나쯤이야. 네놈은 검의 형상만 쫓을 뿐 검객의 마음은 가지지 못했어. 그따위로 무슨 검객이냐?”쿵!청현은 완전히 제 정신을 잃었다.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짐승처럼 날뛰며 백호에게 돌진했다. 맹렬한 화염처럼 끓어오르는 기세로 백호와 뒤엉켰다.한편 진동왕 일행은 중상을 입고 거의 죽어가던 청해를 간신히 구조해 냈다.그때 미친 스님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직접 손으로 불법을 펼쳐 청해를 보호하기 시작했다.“이 노승은 그저 그의 숨만 붙들어놨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상처 그대로 두면 앞으로 몸은 끝장일 겁니다.”미친 스님이 진동왕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진동왕은 그것도 잊은 채 다그치듯 물었다.“스님 그 검객은 대체 뭐 하는 놈입니까? 어째서 검객 주제에 그런 무서운 음기를 품고 있는 겁니까?”“청현은 서요산 검종 종주의 직계 제자요. 검종에서도 지극히 큰 기대를 받은 인물이었습니다. 원래라면 차기 거목이 되었을 사람입니다. 하지만 후계자 문제는 검종 종주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고 그는 청현의 인성을 살펴보려고 일부러 결정 시점을 미뤘습니다. 예상대로 청현은 그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고 원한을 품고 동문 수련생 열댓 명을 중상을 입혔습니다. 그 잔혹함은 종주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에 비해 후에 등장한 후배 함지우는 호연정기로 심법을 닦고 도에 따르는 삶을 살아가며 신뢰를 얻었습니다.”미친 스님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구주를 움직이게 할 자격이 있는 자는 결국 당대의 진짜 영웅입니다. 그리고 윤구주는 그 모든 자 위에 있는 사람

  • 구주, 왕의 귀환   제2004화

    “너도 억울해할 필요 없어. 네가 화진을 위해 공을 세운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전적으로 구주왕에 대한 충성심 위에 쌓인 것일 뿐이야. 앞으로 네가 성장하면 윤구주도 널 통제하지 못할 테니 그 전에 널 제거하려 할 거다.”말이 끝나자 청현은 순식간에 수천 미터를 날아 수비영으로 다시 뛰어들었다.삼척청봉이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그 검 끝은 백호를 정확히 겨눴다.날카로운 검의 울림은 수 킬로미터 안의 모든 이들의 고막을 찢을 듯 진동하며 어지러움을 유발했다. “지껄이지 마. 죽이려면 날 죽여. 내 형제들을 어떻게 죽였지? 그리고 여긴 어딘 줄 아나? 이곳은 화진 서울이야. 너 같은 쓰레기가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백호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했고 상공엔 살기가 짙게 뭉쳐 수신의 형상이 희미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그 위압감은 실로 섬뜩할 정도였다.솔직히 이런 백호의 모습은 정말 마인으로 오해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그는 윤구주에 대한 충성은 변함없었지만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윤구주만이 아니었다.구주의 전우와 화진의 백성들 그 모든 이들이 그가 지켜야 할 대상이었다. 그의 행보는 그를 점점 인간 요귀로 만들어가고 있었다.“그래? 지금은 네가 그들을 인정하고 있어도 언젠가 네가 마인으로 타락하게 된다면 그때는 네 의지대로 되지 않을 거야. 난 간다. 미리 경고했으니 후회하지 마. 내게 자비란 없다.”슈욱!청현은 한 자루 검과 함께 어둠을 가르며 잔상처럼 백호를 향해 돌진했다.한 줄기 칼날의 섬광이 나타나며 수천 개의 검기가 일제히 백호에게 쏟아졌다.쾅! 쾅! 쾅!각 칼날 하나하나가 구오지존 초입의 수련자를 가볍게 썰어버릴 위력이었지만 백호의 몸엔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대부분의 검기는 튕겨 나갔고 일부는 살을 파고들었지만 뼈에 닿으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휙!강풍이 맹렬히 불어치는 가운데 청현은 백호의 천령개를 향해 칼을 날카롭게 휘둘렀다.슉!백호는 머리를 살짝 비켜 피했지만 칼은 그의 어깨를 정확히 내리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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