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도련님, 서울 류씨 상회 책임자가 신약문 사람에게 연락해서 저희 두씨 일가를 방문하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야비한 남자가 계속해 물었다.“겨우 몇십 조짜리 상회에 망해 가는 신약문일 뿐이니 볼 필요 없어.”두현무가 말했다.“네!”두 사람은 말을 마친 뒤 조용히 사라졌다.두현무는 계속해서 들고 있던 사람 뼈를 가지고 놀았다.두씨 일가.가문 내부의 일상적인 일들은 전부 두현무가 결정했다.솔직히 말해서 현재 두현무는 두씨 일가 명목상의 회장이 되었다.첫째 두현오는 무술에 미친 사람이었다.소문에 의하면 두현오는 오랫동안 밀실에 숨어서 수련하여 지금 그의 실력이 어떤 경지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그리고 셋째 두현우는 해외 홍문에 몸담고 있으면서 돌아온 적이 없다고 한다.두씨 일가의 세 사람은 또 수하에 수많은 고수를 거느리고 있었다.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십이지 살수였다.그리고 현재 두현무의 곁에 있는 사람이 바로 십이지 살수 중 첫째인 자서와 열두번째 해저였다.두 사람이 이번에 두현무를 따라 강성시로 향하는 이유가, 첫째로는 실종된 지 오래된 유계 김 노파를 찾기 위해서고 둘째로는 두나희를 데리러 가기 위해서였다.전용기는 계속해 하늘을 날았다.얼마나 지났는지, 두현무가 고개를 들어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강성에 도착하려면 얼마나 더 걸려?”“둘째 도련님, 예상대로라면 20분쯤 뒤에 도착할 듯합니다.”뒤에 있던 십이지 살수 중 첫째가 입을 열었다.“거의 두 달쯤 된 것 같은데. 두나희가 이렇게 오래 집을 떠나 있은 건 처음이야.”두현무가 중얼거리며 말했다.“참, 너희 열째는 아직 소식이 없어?”두현무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자서와 해저를 보았다.자서가 대답했다.“열째는 여전히 연락이 안 됩니다.”“이상하네. 열째는 흑룡상회의 사소한 일을 처리하러 간 거여서 별일 없을 텐데. 설마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두현무가 말했다.유계가 흑룡상회 일을 처리하러 가게 된 이유는 두현무의 지시 때문이었
“저런 사람은 우리 두씨 일가에 언젠가 쓸모가 있을 테니까 뭘 원하든 다 하게 내버려둬.”두현무의 말에 자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듣기 거북한 소리가 계속해서 그들의 전용기 안에 울려 퍼졌고 약 10분 뒤 잠잠해졌다.“거기, 술 좀 가져와 봐.”객실 뒤편에서 갑자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십이지 살수 자서와 해저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지만 순순히 술을 가지러 가려 했다.“내가 할게.”두현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둘째 도련님, 일개 국방부 일원일 뿐인데 어떻게 둘째 도련님께서 저자를 위해 술을 가져오신단 말입니까?”자서는 내키지 않아 했다.“괜찮아. 그래도 우리 손님이잖아.”두현무는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있던 고급 양주를 들고 객실 뒤편으로 향했다.자서는 마뜩지 않은 표정이었다.객실 뒤편에는 침실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 침실은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바닥에는 여자의 속옷과 스타킹 등 그렇고 그런 것들이 널려 있었다.그리고 침대 위에는 나체의 못생긴 남자가 누워있었고 그의 품 안에는 두 명의 아름다운 스튜어디스가 안겨 있었다.“임 부장님, 임 부장님이 원하신 술 가져왔습니다.”이때 두씨 일가의 둘째 도련님 두현무가 술을 들고 왔다.“이야, 둘째 도련님 아닙니까? 둘째 도련님이 저에게 술을 가져다주다뇨?”임진형은 두현무가 직접 술을 들고 오자 서둘러 일어났다.“별말씀을요, 임 부장님. 임 부장님을 위해 술을 가져오는 건 제가 응당 해야 할 일이죠!”두현무가 웃어 보였다.“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둘째 도련님 같은 분이 저에게 술을 가져다주시다니, 황공한 일이죠.”임진형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 손으로 술병을 건네받았고 두현무도 개의치 않아 하며 말했다.“임 부장님, 저희 두씨 집안의 두 여자가 시중을 잘 들었나요?”“좋아요, 좋습니다!”임진형이 음흉하게 웃었다.“임 부장님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저희 두씨 집안에는 이런 여자들이 많습니다.”“하하! 감사합니다, 둘째
두현무는 그 말을 듣고 싱긋 웃었다.그는 화진 암부의 일에 관여할 권력이 없었다.암부는 과거 화진 국방부의 날카로운 칼이었고, 화진의 전 구주 군신의 친위군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윤구주의 인솔하에 10국을 물리쳤고 과거 10국 첩보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었다.당시 구주왕이 존재할 때 암부는 국방부 제일이라고 불리며 일단 실행한 뒤에 보고를 올릴 수 있는 엄청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다.그러나 구주왕이 몰락하고 새로운 왕이 탄생하면서 지금의 암부는 사사건건 국방부와 맞섰다.심지어 저번에 국방부 회의에서 한 상장이 암부를 해산하자고 제기한 적도 있었지만 암부가 세운 공이 워낙 많기 때문에 당시에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그러나 국방부에서는 현재 암부가 지속적으로 압박받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둘째 도련님은요? 이번에 이 작은 강성에 온 것은 공무 때문인가요? 아니면 사적인 일 때문인가요?”임진형은 술을 마시면서 두현무에게 물었다.“사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제 여동생이 장난꾸러기인데 몰래 이 강성에 왔다고 해서 데리러 왔습니다.”두현무가 말했다.“아아, 그렇군요. 바쁘지 않으시다면 저랑 같이 강성에서 며칠 쉬겠습니까? 여기 풍경도 좋고 환경도 좋고 예쁜 여자도 많다고 들었거든요!”임진형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좋습니다. 그러면 임 부장님과 함께하죠!”“약속하신 겁니다!”그렇게 두현무와 국방부 후방지원부대 부부장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비행기는 강성시 상공에 도착했다.도시 외곽의 거대한 개인 비행장.이미 십여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은 전부 두씨 일가 사람들이었다.전용기가 착륙하고 두씨 일가 사람들은 마침내 강성에 도착했다.쿵!전용기 문이 열리고 두현무를 선두로 사람들이 비행기에서 내려왔다.“환영합니다, 둘째 도련님!”아래에는 20여 명의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두현무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비록 두씨 일가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지만 화진 4대 고대 무술 가문 중 하나
두나희는 턱을 괴고 동그란 눈을 깜빡이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그렇게 어느새 하루가 지났다.다음날, 용인 빌리지 산기슭에 차 두 대가 멈춰 섰다.차 안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희가 여기에서 신호를 보낸 거야?”입을 연 사람은 암흑 가문, 두씨 일가의 둘째 두현무였다.“그렇습니다, 둘째 도련님!”십이지 살수 중 첫째 자서가 대답했다.두현무는 고개를 들고 용인 빌리지를 힐끗 보고는 쿵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고 차에서 내렸다.자서와 뚱뚱한 해저, 그리고 두씨 일가의 호위들도 따라서 차에서 내렸다.“가서 나희를 데려와.”두현무가 덤덤히 말했다.“둘째 도련님, 저 술에 취한 사람은 어떡합니까?”자서는 뒤에 있는 차량을 가리켰다. 그 안에는 어제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신 국방부 후방지원부대 임진형이 있었다.“계속 자게 놔둬.”두현무가 말했다.“네!”곧이어 두현무는 옆에 있던 두 명의 고수를 데리고 두나희를 데리러 가기 위해 산을 올랐다.그들이 산길에 오르자마자 운산대진이 발동되었다.주변의 안개가 괴이하게 움직이며 변하는 순간, 초록색 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한 자서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둘째 도련님, 조심하세요! 이곳에 진법이 있습니다!”두현무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눈앞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운산대진을 살펴보았다.“재밌네! 두나희는 대체 어떤 곳에 온 거야? 이곳에 이 정도 고수가 있다고? 자서, 이 진법을 파괴해!”“네!”십이지 살수 중 첫째인 자서는 두현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손으로 미간을 톡 쳤고 그 순간 혈기 한 줄기가 그의 미간에서 흘러나왔다.“건곤감리! 혈법참경!”자서가 두 손으로 인을 맺자 손가락 끝에서 나온 혈기가 순식간에 피로 범벅된 거대한 얼굴로 되었다.그 얼굴이 나타나자 자서는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고, 피범벅인 얼굴이 괴이한 안개를 향해 맹렬하게 돌격했다.소음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사방에서 몰려든 안개는 피범벅인 얼굴의 충격을 받아 귀청을 찢는
세 명의 고수가 동시에 손을 써서야 무시무시한 운산대진을 겨우 막을 수 있었다.이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왔다.“어떤 놈들이 감히 내 구역을 침범하려는 거지? 죽고 싶은 건가?”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큰 산과 같은 엄청난 위압감이 두현무와 십이지 살수인 자서와 해저를 압박했다.같은 시각, 쿵 하는 굉음과 함께 훤칠한 남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세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윤구주였다.윤구주가 나타나자 왕의 기운이 소용돌이처럼 두현무와 다른 두 사람을 휩쓸었다.이러한 압박감에 세 사람은 머리털이 쭈뼛 솟았다.특히 두현무는 화진 4대 고대 무술 두씨 일가 세 명의 걸출한 인재 중 한 명이었다.그는 비록 셋 중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 역시도 윤구주를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생겼다.그리고 이런 두려움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그는 눈앞의 사람이 인간이 아니라 신처럼 느껴졌다.“당... 당신은 누구죠?”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두씨 일가 십이지 살수 중 첫째인 자서였다.5품 대가 경지에 다다른 자서도 윤구주의 출현에 문득 두려움이 들었다.그는 경계심을 바짝 세우면서 눈에서 초록빛을 번뜩이며 눈앞의 윤구주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멋대로 내 구역을 침범해 놓고서 지금 나에게 누구냐고 묻는 건가?”“형님, 저 자식과 쓸데없이 얘기 나누지 말고 일단 죽이자고요!”옆에 있던 뚱뚱한 해저가 포효하면서 윤구주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자서는 비록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초록빛이 더욱더 강해졌다.윤구주는 뚱뚱한 남자가 주먹을 뻗자 차갑게 코웃음쳤다. 그의 발밑에서는 바람이 인 것처럼 들끓는 기세의 현기가 넘실댔고 주변의 모래와 자갈들이 저절로 날아올랐다.“돼지 같은 놈이 감히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윤구주가 손을 휘두르자 그의 주변에 있던 강인한 기운이 하나의 기파가 되어 십이지
그가 유명해진 이래 이렇게 건방진 사람은 처음이었다.두현무가 말했다.“그건 좀 지나치지 않습니까? 제 부하들이 이렇게 다쳤는데 말입니다!”“지나치다고? 오늘 내 실력이 이 정도가 아니었다면 당신 부하들이 날 살려줬을까?”윤구주가 차갑게 물었다.윤구주의 말이 맞았다. 조금 전 윤구주가 밀렸다면 그는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두씨 가문의 십이지 살수들은 사람을 죽일 때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자들이었으니 말이다.“큼큼...”이런 상황에 두현무도 퍽 난감했다.그는 강성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막강한 실력자를 마주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말이 좀 심하신 것 같군요. 제 부하가 실례를 저지른 건 사실이니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관용을 베풀어주신다면 제가 제 가문을 대표하여 오늘의 은혜를 잊지 않고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두현무가 계속해 말했다.“가문? 설마 두씨 가문의 이름을 빌려 날 압박할 생각인 건가?”윤구주가 화를 내며 말했다.‘뭐지?’“제... 제가 두씨 가문 사람이란 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그 말에 두현무의 표정이 달라졌다.조금 전에는 윤구주의 실력에 놀랐고, 지금은 단번에 자신의 정체를 알아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두현무는 문득 겁이 났다.두씨 가문은 외부로 나가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그리고 그가 이번에 강성에 온 걸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그런데 눈앞의 윤구주는 단번에 그가 누군지 눈치챘다.“흥! 화진에서 나생문의 어두운 기운을 쓰는 자들은 암흑의 일맥인 두씨 가문밖에 없지.”윤구주가 사납게 말했다.그의 말에 두현무는 다시금 몸을 부르르 떨었다.두현무는 윤구주의 운산대진을 상대할 때 어쩔 수 없이 두씨 일가에서 가장 강력하고 은밀한 공법인 나생문을 썼다.그런데 윤구주가 그걸 단번에 알아볼 줄이야!“다, 당신은 대체 누구죠? 어떻게 우리 두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공법을 알고 있는 거죠?”두현무는 큰 충격에 빠졌다.윤구주가 말했다.“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안
“무릎 꿇고 사과까지 해야 용서해 줄 거다.”윤구주가 다시 한번 차갑게 말했다.두현무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에 자서와 해저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했다.두 사람은 비록 내키지 않았으나 이건 생사가 달린 문제였다. 목숨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기에 결국 그들은 무릎 꿇고 윤구주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다.모든 걸 마친 뒤 윤구주가 말했다.“이젠 꺼져도 돼!”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몸을 돌렸다.“잠시만요!”윤구주는 걸음을 멈췄다.“왜?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아뇨, 아뇨.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오늘 무턱대고 찾아온 건 제 여동생을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섭니다. 두씨 일가를 봐서라도 제 여동생을 데려가게 해주세요!”두현무가 말했다.윤구주는 두현무의 정체를 알았을 때, 그들이 두나희 때문에 왔다는 걸 알았다.두현무의 말에 윤구주는 대꾸하지 않고 손을 휘저었다.윈워터힐스.윤구주가 손을 내젓는 순간, 자욱하던 안개가 사라졌고 곧이어 작은 어린아이가 두현무와 자서, 해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어린아이는 다름 아닌 두나희였다.윈워터힐스 입구에서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있던 두나희는 안개가 사라진 순간, 산길 위에 서 있는 두현무 등 사람들을 보았다.“어? 둘째 오빠!”두나희는 들뜬 목소리로 부르면서 그에게 달려갔다.두현무도 여동생을 알아보고는 감격해서 말했다.“나희야!”두나희는 그에게로 달려가 품에 폭 안기더니 다정하게 말했다.“둘째 오빠! 드디어 날 데리러 왔네? 너무 보고 싶었어!”두현무는 두나희가 멀쩡한 것을 보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어라? 저 두 사람은 왜 팔이 부러진 거야?”두나희는 고통스러운 얼굴의 자서와 해저를 바라보았다.특히 해저의 피투성이가 된 두 손과 부러진 팔을 봤을 때는 의아했다.“저희는...”자서는 솔직히 얘기하지 못하고 난감한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세상에! 설마 우리 오빠를 건드린 거야?”똑똑한 두나희는 단번에 어떤 상황인지 깨달았다.“쌤통이네. 참 눈치도 없어. 감히 우리
두나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돌아가.”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나 집으로 돌아가면 보고 싶어 할 거야?”두나희는 눈이 빨개져서 울먹이며 말했다.“그럼.”윤구주가 대답했다.“정말?”두나희가 흥분해서 물었다.“진짜.”“헤헤, 역시 오빠가 최고야! 휴, 그래도 아쉽다. 오빠가 그 여우 언니랑 결혼한다니. 그렇지 않았으면 나도 오빠를 떠나지는 않았을 텐데.”두나희는 눈물 한 방울을 떨구더니 소매로 닦았다.“하지만 나도 이젠 내려놨어. 난 아직 어리니까! 나 앞으로 커서 오빠한테 시집 가도 되지? 어른들이 그러던데, 결혼하고 이혼할 수 있다고! 나 크면 오빠는 그 언니랑 이혼하고 나랑 결혼하는 거야. 난 그 여우 언니보다 더 예쁘고 아름다울 거니까 오빠도 틀림없이 날 좋아하게 될 거야!”“...”“됐다. 나 갈게! 오빠, 나 그리워해야 해! 참, 어르신한테 나 갔다고 얘기해줘!”두나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윤구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윤구주도 두나희를 붙잡지는 않았다.두나희는 두씨 일가 사람이니 말이다.두나희가 윤구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을 때, 산기슭에 주차된 차 안에서 누군가 비몽사몽 눈을 떴다.그는 국방부 후방지원부대 부부장 임진형이었다.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그는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웠다.온몸에서 술 냄새를 풍기는 임진형은 깨어난 뒤 앞에 있는 두씨 일가의 부하에게 물을 달라고 했다.생수 한 병을 건네받은 그는 단숨에 반병을 마시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둘째 도련님은?”임진형은 다 마시고 나서 병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둘째 도련님은 넷째 아가씨를 데리러 산에 갔습니다.”부하가 대답했다.“산?”임진형은 고개를 들어 용인 빌리지를 바라보더니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는 먼저 기지개를 켠 뒤 걸음을 옮겨 빌리지 쪽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든 그는 산 중턱에 두현무, 자서와 해저 등이 있는 걸 보았다.그는 아무 생각 없이 위를 올려다보았는데 갑자기 그의 앞에 낯익은 왕의 모습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
그녀는 거의 1분 가까이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파란색 눈동자를 크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지금... 지금 생사인을 그냥 없앤 거야?”“그러면 내가 뭘 하려는 건 줄로 알았는데?”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세나미에게 되물었다.세나미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윤구주가 자신의 미모에 반해서 옷을 벗으라고 한 건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사실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줄 생각이었을 뿐이었다.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걸까?세나미는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일단 옷부터 입어.”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는 그제야 자신이 나체임을 깨닫고 서둘러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주워서 입었다.그런 뒤 그녀는 가만히 옆에 서 있었다.움직이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했다.윤구주가 비록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주기는 했지만 그녀를 죽이는 건 여전히 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그러니 그녀는 감히 도망칠 수가 없었다.“왜...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야? 왜 날 놓아주려는 거야?”세나미는 용기를 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처음부터 널 죽일 생각이 없었거든.”윤구주의 말은 사실이었다.흑여산맥에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들을 놓아주고 그들에게 물과 식량을 나눠주는 걸 본 순간부터 윤구주는 이미 측은지심이 생겼다.설국은 처단해야 했지만 세나미는 처단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국적이 다르니 입장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당신이 날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난 당신에게 고마워할 생각이 없어. 난 오히려 당신을 증오해!”세나미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세나미는 설국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심지어 윤구주는 설국의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가족의 원수이며 설국의 원수인 윤구주를 그녀가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윤구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날 증오하는 건 상관없어. 날 죽일 실력이 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서 복수해.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
국제중재기구 출신의 두 사람이 떠난 뒤 윤구주는 다시 설국 금전으로 돌아왔다.아수라장인 설국 금전 안에서 세나미는 멍하니 서 있었다.조금 전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의 사람들이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나 윤구주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를 일격에 죽이는 걸 본 순간,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앞으로는 설국을 위해 나서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금전 안, 윤구주는 안으로 들어간 뒤 세나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공기 취급했다.윤구주는 과거 설국 국주가 앉았었던 의자에 앉은 뒤 세나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이리 와.”마치 하인을 부르는 듯한 태도였다.그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세나미는 겁에 질린 채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세나미가 얌전히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겉옷 벗어.”‘뭐라고?’그 말을 들은 순간 세나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들었다.겉옷을 벗으라니?“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세나미는 두려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윤구주는 짜증 난 표정이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벗으라면 벗어!”“싫어! 죽일 거면 그냥 죽여. 하지만 날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세나미는 분노 때문에 눈이 벌게졌다.한때 설국의 군신이자 설국 미래의 황후였던 그녀가 윤구주의 앞에서 옷을 벗는 치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그가 손을 올려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기운 하나가 세나미 가슴 쪽의 혈 자리에 닿았다.그 혈 자리를 눌린 세나미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 악마,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만약 날 모욕한다면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세나미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어도 윤구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 순간 기운 하나가 세나미의 옷을 찢
밀라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밀라나는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랐다.그녀는 서방 제2 제국 황실 공작의 딸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유럽 교황청에서 생활한 그녀는 아시아 국가를 무시했고 그래서 아주 거만했다.밀라나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눈앞의 윤구주를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구주왕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불경을 저지른다는 건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어요! 화진은 동방의 용이라고 불리지만 아무리 강해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 결국 망하게 될 거예요.”밀라나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천천히 왼손을 들었고 기다란 그의 손가락은 허공에 멈췄다.손을 들어 올린 순간, 윤구주의 훤칠한 몸에서 눈부신 흰빛이 뿜어졌다.그 흰 빛은 바로 윤구주의 적선의 빛이었다.흰빛이 나타나자 어마어마한 살기가 밀라나를 둘러쌌다.“조금 전 그 말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허공에서 살짝 움직였다.그 순간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지현으로 변했다.그 공격은 신도 없앨 수 있고 악마도 벨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옆에 서 있던 레이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구주왕, 안 됩니다... 밀라나는... 밀라나는 제2 제국 프로이트 공작의 하나뿐인 딸입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 세상에 감히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촤악!빛나는 지현이 밀라나의 가슴팍을 꿰뚫었다.제2 제국 황실 출신의 밀라나는 그렇게 윤구주의 일격에 목숨을 잃었다.눈보라가 휘몰아쳤고, 운이 좋지 않았던 밀라나의 시체는 눈보라 속에서 쓰러졌다.그녀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그런데 몇 초 사이,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서 죽었다.제2 제국의 엄청난 천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상대는 국제중재기구의 일원이었다.윤구주는 밀라나를 죽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