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가 어찌 그가 다치는 걸 눈 뜨고 보고만 있겠어요? 어찌 저 많은 노마들이 그를 포위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단 말이에요?”이홍연은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주도는 아래쪽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내려다보고는 말했다.“공주 전하, 일단은 안심하십시오! 만일 전세가 정말 통제 불능에 빠지게 된다면 이 늙은이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주 녀석을 반드시 지켜낼 겁니다!”주도의 이 말을 듣고서야 이홍연은 간신히 감정을 억눌렀다.그러나 눈망울 속에서 눈물은 여전히 뚝뚝 떨어져 내렸다....모두가 노룡산에서 벌어지는 세상을 뒤흔드는 전투에 집중하고 있을 때, 노룡산 근처의 또 다른 산봉우리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님! 아직도 나서지 않을 겁니까? 저 빌어먹을 놈들이 감히 6년 전의 세가 잔당들을 전부 모아 우리 조카를 상대하다니! 제길! 이건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잖아요!”분노에 찬 외침을 내지른 이는 바로 윤씨 일가 3대장 중 둘째인 윤창현이었다.그리고 그의 옆에는 윤씨 가문의 맏이인 윤신우와 셋째인 윤정석이 서 있었다.윤씨 일가 3대장은 모두 용과 같은 인물이었다.사실 제자백가가 노룡산을 향했을 때부터 윤신우는 이 상황을 알고 있었다!다만 그들은 줄곧 암중에서 관망하고 있었을 뿐 나서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이토록 많은 세가 절정 고수들이 함께 윤구주를 포위하고 있으니 윤창현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그러게요. 형님! 우리가 더 지체하면 구주는...”지금, 이 순간, 줄곧 가장 신중하던 셋째 윤정석마저도 얼굴에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나 윤신우만은 눈빛이 불타오르듯 예리했다.그는 두 동생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여전히 태연하게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형님, 도대체 말 좀 해보라니까. 형님이 더 이상 나서지 않으면 내가 직접 조카를 도우러 갈 겁니다!”윤창현이 조급해졌다.그가 움직이려는 찰나, 윤신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전투에 우리가 끼어들 필요는 없다!
“저쪽?”윤창현과 윤정석은 동시에 윤신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저 멀리 울창한 숲속에는 온통 뽀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그러나 그 안개 속에서 윤창현과 윤정석은 어떠한 적의 기운도 느낄 수 없었다.이런 상황에 두 사람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형님, 저쪽에 정말 적이 있다는 거예요?”윤창현이 의아하게 물었다.그러나 대답 대신 윤신우의 눈 속에 서린 살기는 점점 더 짙어져 갔다.“따라오면 곧 알게 될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신우는 하늘로 솟구쳐 밀림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윤신우가 멀리 사라지는 걸 보자 윤창현과 윤정석도 지체 않고 그 뒤를 따랐다.뽀얀 밀림 속은 사방이 안개로 덮여 있었다.이치대로라면 지금은 정오이고 막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이기에 이런 날씨에 짙은 안개가 낄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하얀 안개는 실제 안개가 아니라 구름처럼 보이는 일종의 환술이었다.윤신우는 숲속에 도착하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겨우 이런 눈속임으로 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그는 오른팔 소매를 휘둘렀다.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기운이 일순간 태풍처럼 눈앞의 자욱한 안개를 휩쓸어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안개는 바람에 흩날리는 조각구름처럼 완전히 흩어져버렸다.곧이어 세 사람의 눈앞에 드러난 것은 황량하게 펼쳐진 거친 들판이었다.이곳은 죽음과도 같은 적막함이 감돌았다.주변의 나무들은 모두 말라 죽었고 땅마저 검붉게 물들어 마치 생명의 기운이 전혀 없는 저주받은 땅인 것처럼 보였다.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이 공간을 둘러보며 윤창현은 그자들이 어디 있는지 물으려 했다.하지만 윤창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윤신우가 먼저 큰 목소리로 외쳤다.“여러분, 아직도 숨어있을 겁니까?”윤신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음산한 웃음소리가 이 죽은 듯한 숲속에서 울려 퍼졌다.“하하! 역시 명불허전이군! 삼십 년 전 서울에서 천하를 호령하던 최고의 절정 고수다워! 이렇게 빨리 우리 존재를 알아차리다니!”
윤신우는 말을 마치고 불꽃처럼 타오르는 눈빛으로 안개 속에 감춰진 문창정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문 선배님, 내 말이 맞죠?”화진의 사대 고대 무술 세가 중 문창정은 가장 신비로운 존재였다.그의 무공이 얼마나 높은지 아는 이가 없었고 그 진면목을 본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에 외부 사람들에게 그 존재는 미스터리 자체였다.윤창현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은 이 전설 속의 노마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었다.“캬하하! 윤 가주는 눈썰미가 대단하시오! 이 늙은이가 수십 년간 모습을 감추고 지냈는데도 단번에 알아보다니 말이오!”문창정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6년 전, 문 씨 세가와 우리 아들이 혼례를 맺은 순간부터 나는 문 씨 세가를 조사하기 시작했죠! 그러나 내 아들이 결국에는 문씨 가문의 손에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윤신우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윤 가주는 처음부터 우리 가문을 탐탁지 않게 여기셨던 것이오?”문창정이 물었다.윤신우: “탐탁지 않게 여긴 게 아니라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만약 구주와 내가 문 씨 세가와 여러 해 전의 인연이 없었다면 내가 어찌 그를 문 씨 세가와 혼인하게 할 수 있었겠나요? 이 또한 내 잘못이지요!”윤신우는 여기까지 말하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모두들 윤 씨 형제는 용과 같다고 하더군! 게다가 자네 윤신우는 30년 전의 첫 번째 진정한 용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더라고! 오늘 만나보니 과연 감탄하지 않을 수 없구먼. 하지만 천명을 거스르긴 어렵고 무도계의 부흥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네!!”“윤 가주, 한 말씀 올리겠소! 오늘의 전투는 이미 가주께서 좌지우지할 수 없는 것이오. 당신 아들의 운명은 그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바요!”문창정이 말했다.하하하!윤신우는 갑자기 호탕하게 웃어댔다.그 웃음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지며 주위의 공기마저 떨리게 했다.“문 선배님, 그건 잘못 아신 겁니다. 내 아들의 운명은 당신도 문씨
“우리 둘째 형님 말이 좀 거칠긴 해도 틀린 말은 없지! 우리 윤씨 가문의 자손은 아무도 괴롭힐 수 없어! 누구든 괴롭힌다면 죽는 거야! 더군다나, 이번에 네놈들이 괴롭힌 건 우리 형제들이 가장 아끼는 큰조카란 말이야!”윤씨 가문에서 온화하고 예의 바르다고 소문난 셋째 윤정석도 이 말을 하면서 온몸의 기혈을 끌어올렸다.그의 기혈은 자줏빛이었다.자줏빛 절정의 기운은 터져 나오자마자 단숨에 절정 일중천에 올랐다.그리고 곧바로 절정 이중천에 도달했다.마침내 절정 삼중천의 정점에 이르렀을 때, 윤정석의 기운은 완전히 멈췄다!그 누구도 윤정석 역시 삼중천 절정의 고수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윤씨 일가 3대장은 모두가 용과 같았다!이 순간이 되어서야 윤씨 가문의 숨겨진 저력이 완전히 드러났다!한 명은 오악 절정의 고수이고 또 한 명은 삼중천 절정의 고수였으며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이는 윤신우였다.그는 그저 조용히 서 있을 뿐 아직 자신의 모든 내공을 드러내지 않았다.윤창현과 윤정석이 모두 움직이려 할 때, 옆에서 가면을 쓴 유명전 나사 명부의 나사 염왕이 갑자기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나섰다.“문 선배님, 이 자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선배께서는 나서지 않으셔도 됩니다!”안개처럼 흐릿한 모습의 문창정은 괴상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난 원래 나설 생각 없었어!”두 사람이 이렇게 말하자 윤창현이 가장 먼저 분노했다.“문 영감탱이! 감히 내 조카를 해치다니. 오늘 내가 네 목을 벨 것이야!”윤창현의 절정 기혈은 화염의 색을 띠었다.그가 공격하자마자 강력한 기운이 거대한 도끼를 만들어냈다.도끼가 나타나자 윤창현은 하늘을 가르듯 도끼를 휘둘러 문창정을 향해 내려쳤다!그와 동시에 윤정석도 함께 움직였다.비록 그의 내공은 절정 삼중천 뿐이지만 손을 내뻗자 푸른 강철 검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윤정석은 촘촘한 검 그림자를 펼쳐 문창정을 공격했다!두 절정 고수의 공격에 맞서 귀신 가면을 쓴 유명전 나사 명전의 염군은 기이하게 웃었다.“너희 따위
바로 이쪽에서 윤창현과 윤정석이 함께 유명전 제4명부의 나사 염군을 상대하고 있을 때, 백색의 옷을 입은 자가 고고하게 노룡산의 하늘을 가르고 서 있었다.그자는 바로 윤구주였다.이 순간, 그의 온몸은 무수한 백색의 광채로 둘러싸여 있었다.이 광채는 윤구주가 봉왕팔기를 발동하며 방출된 것으로 그의 몸은 백옥처럼 찬란하고 신비로웠다.그의 머리 위로는 회오리치는 천둥의 연못과 손바닥 크기의 황금 부적이 있었고 등 뒤에는 천주 검이 날카롭게 서 있었다.그리고 그의 두 눈동자에는 화련금안이 빛나고 있었다.육기를 모두 펼친 윤구주의 기세는 이미 모든 것을 초월한 경지에 달해 있었고 아래에 있는 세가 쪽 오십여 명의 절정 고수들도 그 기세에 눌려 꼼짝 못 하는 듯했다.“제길!! 윤구주 저 녀석은 6년 전보다도 더 강해졌군. 우리 50명의 절정 고수를 상대로 혼자서 버텨내다니!”맨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얼굴에 깊은 칼자국을 지닌 장씨 가문의 잔당 장영록이었다.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하늘에 있는 윤구주를 노려보며 분개했다.6년 전, 윤구주의 검에 죽을 뻔한 이후로 장 씨 세가는 숨어 지내며 복수의 기회를 노려왔다.6년이 흘렀다.이날을 위해 장영록은 모든 것을 걸었다.오늘 그는 목숨을 내놓더라도 반드시 윤구주를 죽이고 말 것이다.그 외에도 채 씨 노파와 휠체어에 앉은 주씨 가문의 선조, 그리고 나호봉의 사 도인도 장영록과 같은 마음이었다.“장 요물, 윤구주 저놈의 봉왕팔기는 너무나 강력해! 계속 이렇게 소모전으로 나가는 건 결코 상책이 아니야!”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채 씨 노파였다.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녹색 절정의 독기는 비록 독하고 매서웠지만, 윤구주의 봉왕팔기에 눌려서 도저히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다.“그럼 그쪽 생각은?”휠체어에 앉아 하늘의 진형을 조종하는 주씨 가문의 선조가 차갑게 물었다.채 씨 노파는 결연한 눈빛을 드러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연혈지법이면 반드시 저자를 처치할 수 있어!”이 말이 떨어지자 주변의 절정 고수
죽음을 각오한 피할 수 없는 결전이었다.앞의 50여 명의 세가 절정고수들은 모두 6년 전의 잔당들이었다.그들은 6년 전 윤구주를 처치하고자 했으나 그 능력이 부족했다.이제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들은 마침내 기회를 맞이했다.“죽여라!”사람들 속에서 마치 미륵보살 같은 비만한 절정이 포효하자 세가의 절정들은 하나둘 혈을 태우기 시작했다.그 순간, 노룡산은 완전히 절정의 전장이 되었다.연혈지법이 연이어 펼쳐지며 세가의 잔당 절정들은 다시 한번 경지를 한 단계 올렸다.“미쳤어, 저들은 모두 미쳤어! 젠장, 6년 전의 노마들이 목숨을 걸고 구주왕과 맞서려 하다니!”전쟁터 백 장 밖에 있던 배씨 가문의 원로 절정고수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연혈지법! 젠장, 구주왕을 죽이기 위해 저렇게까지 하다니!”배씨 가문의 세자 배도찬도 놀란 표정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전에 세가 잔당들은 단순히 윤구주를 처치하겠다고 외쳤다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이들은 분명히 윤구주와 함께 멸망할 각오를 한 것이었다.연혈지법이 일단 시작되면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죽음의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오십여 명의 절정이 동시에 혈을 태우다니,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미친 짓은 처음이군!”한편, 반 씨 가문 쪽에서도 한 명의 건장한 절정 고수가 무겁게 입을 뗐다.“대장로님 보기에 오늘 우리 화진의 진국지왕이 버틸 수 있을까요?”반 씨 가문의 다른 절정 고수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장로라 불리는 건장한 노인은 심각한 얼굴로 하늘에 떠 있는 윤구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무겁게 대답했다.“구주왕은 비록 육기를 연달아 펼쳤지만 결국 두 주먹으로 여러 손을 막기는 어려울 거야. 하물며 저자들은 이미 모두 혈을 태우기 시작했으니 내 생각엔...”반 씨 가문의 사람들도 영리한 사람들이니 대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결말을 눈치챘다.“하아! 마씨 가문이 저렇게 재주가 좋을 줄은 몰랐어. 6년 전의 세가 잔당들을 저렇게 많이 모아놓은 것도 모자라 구주 군신을
천현수도 이때 말을 꺼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유일하게 말이 없는 이는 남궁서준이었다. 그는 그저 쨍하고 남궁 세가에 전해 내려오는 유용검을 뽑아 들었다.유용검이 칼집에서 빠져나오자 칼에서 진동하듯 검명의 울림이 퍼져 나왔고 그의 몸에서도 살벌하게 일렁이는 검의 기운이 발산되었다.마치 이 녀석은 언제든지 공격을 퍼부을 것 같은 기세였다.모두가 긴장하고 있을 때, 대머리 공수이가 갑자기 중얼거리며 말했다.“겁낼 거 없어요! 저들이 혈을 태운다고 한들 우리 형님은 이길 수 없어요!”공수이의 말에 민규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 말은 저 세가 잔당들이 혈을 태워도 우리 저하를 상대할 수 없다는 뜻이냐?”공수이는 청석 위에 앉아 작은 풀 한 가닥을 입에 물고 씹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저것들이 어디서 튀어나와 우리 형님한테 덤비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오늘 저것들이 배로 늘어난다 해도 전부 죽게 될 거라는 겁니다. 믿기지 않으면, 기다려보세요!”공수이의 태연한 모습에 민규현과 정태웅, 그리고 천현수 등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며 하늘에 있는 윤구주를 올려다보았다.하늘 위에 우뚝 서서 육기를 펼친 그는 마치 신과도 같은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윤구주 네놈이 아무리 강해도 우린 모두 연혈지법을 펼쳤으니 오늘은 네 마지막 날이 될 것이야!”주씨 가문의 두 다리를 잃은 주형권은 한마디 외친 후 두 손으로 결을 쥐어 하늘에 있는 청동 나침반에 주입했다.현기가 주입되자 청동 나침반은 급작스럽게 커지기 시작하더니 강대한 육도 절정의 기운이 그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본래 오악 수준에 불과했던 주형권은 혈을 태우자 완전히 육도의 반열에 올랐던 것이다.연혈지법이 발동되자 그의 머리카락은 눈에 띄게 하얗게 변했고 얼굴도 함께 시들어가며 늙어갔다.이것이 바로 연혈지법의 대가였다.하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가 말했듯, 오늘 죽더라도 그는 윤구주를 끌고 함께 묻힐 것이다.주형권이 공격을 시작하자 나호봉의 사도인도 일갈하더니 온몸에
윤구주가 단칼에 세 명의 세가 절정고수를 쓰러뜨린 후, 사방에서 그를 향해 공격이 쏟아졌다.문득 그의 뒤에서 네 명의 절정의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로 이루어진 이들은 모두 이중천의 내공을 지니고 있었으며 각자 다른 무기를 사용했다.그중에서도 맨 앞에 있는 남녀는 용봉쌍환을 들고 있었다.기이한 용봉쌍환은 살기를 뿜어내며 윤구주를 뒤에서 기습하려 했지만, 윤구주는 마치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 용봉쌍환이 날아오는 것을 감지하고 몸 표면에 금빛 보호막을 펼쳤다.보호막이 용봉쌍환의 공격을 막아낸 후 윤구주는 큰 손으로 네 사람을 향해 눌렀다.“부자술, 가둬라!”황금빛 부적 하나가 그의 손바닥 안에서 떠올랐다.부적이 나타나는 순간, 원형의 부진은 네 명의 고수들을 단숨에 묶어버렸다.“위험하다! 빨리 물러서라!”그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흑면 노인이 부진에 갇힌 순간, 급히 외치며 도망치려 했지만, 윤구주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화련금안, 태워라!”윤구주의 금빛 눈동자에서 혼을 삼킬 듯한 불꽃 연꽃이 뿜어져 나와 네 고수를 향해 날아갔다.금빛 연꽃이 그들의 몸에 닿자 네 명의 입에서 참혹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눈 깜빡할 사이에 그들의 몸은 금빛 불꽃에 타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뼈조차 남지 않는 모습이었다.살육은 계속되었다.비록 끊임없이 절정의 고수들이 윤구주의 봉왕팔기에 죽어갔지만, 여전히 수많은 절정의 고수들이 몰려왔다.“죽여라!”“그를 처치하라!”천지를 뒤흔드는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이미 연혈지법을 펼친 절정고수들은 오늘의 전투가 죽음을 각오한 싸움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죽음을 알면서도 윤구주를 먼저 처치하려 했다.수십 명의 절정고수가 일제히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 우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앞에 있던 금빛 방패가 처음으로 금이 가는 징후를 보였다.어쩔 수 없었다!혼자서 수십 명의 절정고수를 상대하는 것은 확실히 버티기 힘든 일이었다.“윤구주 이놈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