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수도 이때 말을 꺼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유일하게 말이 없는 이는 남궁서준이었다. 그는 그저 쨍하고 남궁 세가에 전해 내려오는 유용검을 뽑아 들었다.유용검이 칼집에서 빠져나오자 칼에서 진동하듯 검명의 울림이 퍼져 나왔고 그의 몸에서도 살벌하게 일렁이는 검의 기운이 발산되었다.마치 이 녀석은 언제든지 공격을 퍼부을 것 같은 기세였다.모두가 긴장하고 있을 때, 대머리 공수이가 갑자기 중얼거리며 말했다.“겁낼 거 없어요! 저들이 혈을 태운다고 한들 우리 형님은 이길 수 없어요!”공수이의 말에 민규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 말은 저 세가 잔당들이 혈을 태워도 우리 저하를 상대할 수 없다는 뜻이냐?”공수이는 청석 위에 앉아 작은 풀 한 가닥을 입에 물고 씹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저것들이 어디서 튀어나와 우리 형님한테 덤비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오늘 저것들이 배로 늘어난다 해도 전부 죽게 될 거라는 겁니다. 믿기지 않으면, 기다려보세요!”공수이의 태연한 모습에 민규현과 정태웅, 그리고 천현수 등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며 하늘에 있는 윤구주를 올려다보았다.하늘 위에 우뚝 서서 육기를 펼친 그는 마치 신과도 같은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윤구주 네놈이 아무리 강해도 우린 모두 연혈지법을 펼쳤으니 오늘은 네 마지막 날이 될 것이야!”주씨 가문의 두 다리를 잃은 주형권은 한마디 외친 후 두 손으로 결을 쥐어 하늘에 있는 청동 나침반에 주입했다.현기가 주입되자 청동 나침반은 급작스럽게 커지기 시작하더니 강대한 육도 절정의 기운이 그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본래 오악 수준에 불과했던 주형권은 혈을 태우자 완전히 육도의 반열에 올랐던 것이다.연혈지법이 발동되자 그의 머리카락은 눈에 띄게 하얗게 변했고 얼굴도 함께 시들어가며 늙어갔다.이것이 바로 연혈지법의 대가였다.하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가 말했듯, 오늘 죽더라도 그는 윤구주를 끌고 함께 묻힐 것이다.주형권이 공격을 시작하자 나호봉의 사도인도 일갈하더니 온몸에
윤구주가 단칼에 세 명의 세가 절정고수를 쓰러뜨린 후, 사방에서 그를 향해 공격이 쏟아졌다.문득 그의 뒤에서 네 명의 절정의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로 이루어진 이들은 모두 이중천의 내공을 지니고 있었으며 각자 다른 무기를 사용했다.그중에서도 맨 앞에 있는 남녀는 용봉쌍환을 들고 있었다.기이한 용봉쌍환은 살기를 뿜어내며 윤구주를 뒤에서 기습하려 했지만, 윤구주는 마치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 용봉쌍환이 날아오는 것을 감지하고 몸 표면에 금빛 보호막을 펼쳤다.보호막이 용봉쌍환의 공격을 막아낸 후 윤구주는 큰 손으로 네 사람을 향해 눌렀다.“부자술, 가둬라!”황금빛 부적 하나가 그의 손바닥 안에서 떠올랐다.부적이 나타나는 순간, 원형의 부진은 네 명의 고수들을 단숨에 묶어버렸다.“위험하다! 빨리 물러서라!”그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흑면 노인이 부진에 갇힌 순간, 급히 외치며 도망치려 했지만, 윤구주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화련금안, 태워라!”윤구주의 금빛 눈동자에서 혼을 삼킬 듯한 불꽃 연꽃이 뿜어져 나와 네 고수를 향해 날아갔다.금빛 연꽃이 그들의 몸에 닿자 네 명의 입에서 참혹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눈 깜빡할 사이에 그들의 몸은 금빛 불꽃에 타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뼈조차 남지 않는 모습이었다.살육은 계속되었다.비록 끊임없이 절정의 고수들이 윤구주의 봉왕팔기에 죽어갔지만, 여전히 수많은 절정의 고수들이 몰려왔다.“죽여라!”“그를 처치하라!”천지를 뒤흔드는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이미 연혈지법을 펼친 절정고수들은 오늘의 전투가 죽음을 각오한 싸움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죽음을 알면서도 윤구주를 먼저 처치하려 했다.수십 명의 절정고수가 일제히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 우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앞에 있던 금빛 방패가 처음으로 금이 가는 징후를 보였다.어쩔 수 없었다!혼자서 수십 명의 절정고수를 상대하는 것은 확실히 버티기 힘든 일이었다.“윤구주 이놈
이렇게 많은 세가의 잔당 절정고수들의 포위 공격에 윤구주는 하늘에 우뚝 서 있었지만, 금빛 방패는 이미 전부 깨진 상태였다.사실이 보여주다시피 윤구주가 아무리 봉왕팔기의 육기를 펼쳤다 해도 이렇게 많은 세가 절정고수들의 연합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더군다나 그들 모두 연혈지법을 펼친 상태였으니까.“윤구주 이놈, 아직도 버틸 셈이냐?”연혈지법으로 육도 경지에 도달한 주형권은 하늘의 진판을 조종하며 교만하게 외쳤다.윤구주는 냉소를 지었다.“너희들 따위가?”나호봉의 사 도인이 날카롭게 외쳤다.“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음에도 큰소리치다니? 오늘 네가 아무리 강해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그래? 그럼 오늘 누가 죽고 사는지 두고 보자!”윤구주의 입에서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그의 몸에서 천지를 멸망시킬 듯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이 기운은 이전의 봉왕팔기의 기운을 초월하는 듯했는데 마치 다른 곳에서 온 것 같았다.동시에 주변의 천지 원기도 마치 빨려오듯 사방에서 몰려들어 윤구주의 몸에 들어갔다.그뿐만 아니라 노룡산 주변 산맥의 천지 원기도 전부 몰려와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윤구주의 몸에 들어왔다.지금의 윤구주는 원기의 자기장이 된 것 같았다. 점점 더 많은 천지의 원기가 모여들면서 그의 몸 주변에 3장 크기의 원기 자기장이 형성되었다.“젠장, 저 녀석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가장 먼저 놀란 것은 두 다리를 잃은 주형권이었다.그가 하늘에 조종하던 청동 진판도 엄청난 위험을 감지했는지 통제를 벗어나려는 듯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주변의 천지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채 씨 노파도 소리쳤다.“큰일 났어! 전해지는 바로는 천지 기운을 끌어당기는 자는 적어도 절정의 하삼품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하던데, 설마 저 녀석은 칠살 절정 아니면 팔부 절정이란 말인가? 심지어 더 강대할지도...”이 말을 한 것은 장 씨 세가의 장영록이었다.말과 동시에 그의 뺨에 지렁이처럼 붙어 있는 칼자국도 떨고 있는 것 같
그 기운은 온 노룡산을 완전히 덮어버린 건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세가의 잔당 절정의 고수들을 뒤덮었다.모두의 마음을 떨리게 하는 멸세의 기운이 그들의 마음속에 나타났다.이 제팔기는 마치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듯한 위세였다.“제팔기! 저자가 봉왕팔기의 제팔기를 펼쳤다고?”장 씨 세가의 장영록이 가장 먼저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제기랄, 이 기운은 너무 강해!”수련이 상대적으로 약한 절정고수 하나는 기운을 버티지 못한 듯 말하고 있는 와중에도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갔다.그러다가 마침내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그 외의 다른 절정고수들도 윤구주가 제팔 기를 펼치자 모두 심장이 떨리고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태에 빠져들었다.“저기 봐! 저하께서 봉왕팔기의 제팔기를 펼쳤어!”백 장 떨어진 곳에 있던 정태웅은 눈이 튀어나올 듯 흥분하며 외쳤다.민규현, 천현수도 그 장면을 보고 감격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봉왕팔기, 드디어 저하의 마지막 기술을 보게 되는구나!”민규현도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가장 가까운 형제들도 윤구주의 제팔기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이때까지 계속 유룡검을 들고 있던 남궁서준도 윤구주의 제팔기를 보더니 얼굴의 살기가 줄어들고 기쁨으로 바뀌었다.“봉왕팔기, 이것이 바로 저하의 진정한 실력이란 말인가? 대박! 너무 강력해!”천현수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모두가 윤구주의 제팔기 신통에 넋이 나가 있을 때 공수이가 갑자기 한마디를 내뱉었다.“제팔기 정도가 뭐 대수라고! 다들 눈 크게 뜨고 잘 보세요! 우리 큰형님께서 이제부터 진짜 필살기를 쓸 테니까!”공수이는 이렇게 말하고는 눈을 번쩍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뭐라고? 저하께 마지막 필살기가 더 있다고?”정태웅이 놀라며 공수이에게 물었다.옆에 있던 민규현과 천현수 그리고 줄곧 침묵하던 남궁서준도 모두 공수이를 향해 진짜냐는 의문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헐, 제발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공수이는 형제들이 하나같이 의문으
뭐라고?“제9기?”윤구주가 제9기 적선을 펼치자 모두가 경악했다.제압을 당하고 있던 세가 잔당고수들뿐만 아니라 윤구주의 형제들조차 충격에 휩싸였다.그리고 배씨 가문, 반 씨 가문 그리고 적성루에서 줄곧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던 화진의 육 공주 이홍연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봉왕팔기는 여덟 가지 신통만 있는 것이 아니었나... 어떻게 제9기가 있을 수 있지?”장 씨 세가의 장영록이 이 말을 내뱉는 순간, 얼굴에 난 칼자국은 점점 더 아파져 왔다. 그는 귀신을 본 듯한 표정으로 하늘에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러게! 젠장,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제9기가 있을 수 있지?”팔이 잘린 채 씨 노파도 놀라서 외쳤다.이 순간 그들 말고도 민규현, 정태웅 등 형제들도 하나같이 멍해졌다.“제9기? 저하의 봉왕팔기에 어떻게 제9기가 있을 수 있지?”정태웅은 흥분해서 말하면서도 눈은 공수이를 바라보았다.공수이는 웃으며 말했다.“진작에 말했잖아요. 큰형님의 제9기는 여덟 기법을 하나로 합쳐 이루어낸 적선술이에요! 이 기술이 펼쳐지면 구오 절정도 초월하여 진정한 선인이 될 수 있죠!”공수이의 말이 끝나자 정태웅, 민규현 등 형제들은 모두 멍해졌다!구오 절정을 초월한다고?그렇다면 윤구주의 수련경지가 이젠 절정의 경지를 넘어 완전히 다른 차원에 이르렀다는 말인가?적선?하늘 위의 윤구주를 다시 바라보니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더 이상 절정의 기혈이 아니라 멸세의 기운을 품은 무시무시한 선기였다.이 끔찍한 멸세의 선기는 세가의 잔당고수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을 뿐만 아니라 윤구주의 형제들도 강렬한 위험의 기운을 감지했다!마치 그들도 위험에 처한 것처럼 말이다.“내 능력을 알고 싶다 했지? 그렇다면 오늘 너희 이 개미 같은 놈들에게 보여주마!”윤구주의 패기 넘치는 말과 함께 그는 손가락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죽어라!”끔찍한 회색 멸세의 기운이 손끝에서 한 줄기 빛으로 응축되었다.이 한 줄기 빛에 천지가 변했
“대장로님, 오늘 현명하신 판단 덕분에 우리가 이 일에 휘말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반 씨 가문은 아마 멸족했을 겁니다!”반 씨 가문의 절정 고수가 대장로에게 말했다.백발이 성성한 대장로가 말했다.“이제야 그가 왜 화진의 제일 인왕으로 불리는지 알겠느냐?”반 씨 가문의 모든 사람은 깊은 침묵에 잠겼다.윤구주가 손가락 하나로 세가의 많은 절정고수를 처단한 뒤, 마씨 가문의 세자 마동한의 얼굴은 귀신이라도 본 듯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말도 안 돼. 세상에. 저 녀석은 도대체 무슨 신통을 펼쳤길래 저렇게 강력하단 말인가!”마동한은 자신이 목격한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오늘 그는 수많은 제자백가의 세가들을 불러모았고 또 6년 전의 노마 수십 명과도 손잡았다. 이 모든 게 윤구주를 죽이기 위함이었다.하지만 지금...윤구주는 손가락 하나로 십수 명의 절정고수를 멸살했다. 그것도 전혀 힘들이지 않고 말이다. 이 광경은 미동한 조차도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동한아, 당장 물러나라!”갑자기 긴박한 목소리가 마동한의 몸에서 터져 나왔다.그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 차 있었다.“무슨 일입니까, 스승님?”그 목소리는 급히 말했다.“저자가 이미 이런 경지에 도달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내 말을 들어라! 당장 퇴각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마씨 가문은 전멸할 것이야!”“네? 스승님, 그 정도로 심각할까요? 아무리 그래도 저 녀석은 혼자뿐이고 우리 쪽엔 절정 고수가 수십 명이나 있지 않습니까?”마동한은 마음속으로 여전히 불복했다.“바보 같은 놈! 내가 아까 저놈에게서 어떤 기운을 느꼈는지 아느냐?”몸 안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말했다.“뭔데요?”마동한이 물었다.“선... 선기다!”선기?이 단어를 듣는 순간, 마동한의 동공이 한순간에 크게 열렸다.“그렇다! 천여 년 전, 우리 마씨 가문의 한 조상이 그 경지에 도달했었지! 이런 경지는 세간에서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고 전해지고
오늘 윤구주는 이미 말했었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 중 감히 손을 쓰는 자는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특히 마동한 이 마씨 가문의 세자는 처음부터 제자백가를 소집하고 문 씨 세가에 붙었으니 윤구주가 그를 가만둘 리 없었다.“끝났다! 들켜버렸어!”마동한의 몸속에서 그 음산한 목소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스승님,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겁에 질린 마동한이 급하게 스승에게 물었다.그의 몸속에 숨어 있던 늙은 목소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지금 유일한 희망은 모든 함께 손을 써서, 네 목숨을 바꾸는 것뿐이야...”이 말을 듣자 마동한은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모든 절정고수가 나서야 겨우 자신의 목숨 하나를 구할 수 있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쿵!마동한이 도망갈 길이 없게 된 후, 하늘에 있던 윤구주는 갑자기 손가락으로 사방을 가리켰다.“진역, 열려라!”쿵, 쿵, 쿵, 쿵!네 개의 결계 장벽이 곧바로 노룡산 전쟁터 전체를 막아버렸다.이것은 윤구주의 진역 결계였다.금빛으로 빛나는 결계는 현장에 있던 모든 세가의 잔당고수들과 마씨 가문의 모든 자를 완전히 가둬두었다.결계 주위에서 솟구쳐오르는 파멸의 기운이 모든 세가 잔당들을 짓누르자 결계에 갇힌 모든 세가 절정고수들은 하나같이 떨기 시작했다.“빌어먹을! 진역 결계로 우리 모두를 가두었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지?”윤구주가 진역 결계를 펼치자 한 세가의 잔당 절정고수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설마 우리를 학살하려는 건가...”다른 절정 고수가 두려움에 떨며 입을 열었다.학살이라는 두 글자가 언급되자 살아남은 삼십여 명의 세가 잔당 절정고수들은 하나같이 절망에 빠졌다.“다들 겁낼 것 없어. 우린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저놈 하나 당해내지 못할까!”이때 한쪽 팔이 잘린 채 씨 노파가 사기를 북돋우며 말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음산한 눈빛으로 하늘에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 네가 아무리 강해도 오늘 우리 모두를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말하면서
세가 사람들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그들은 윤구주를 위해 짰던 판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판이 될 줄은 몰랐다.지금 이 순간, 그들은 전부 윤구주의 진역 결계에 갇혀 있는 상황이었고 도망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오직 목숨 걸고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다들 싸우자고요!”“오늘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윤구주와 같이 죽어야 해요!”장씨 일가의 장영록은 이미 자신의 결말을 예상했다.그래서 그는 최대한 윤구주를 죽이려고 했다.주변에 30여 명의 절정 강자들이 살아남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절망에 빠진 얼굴로 하늘 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싸우지 않으면 반드시 죽을 것이고, 싸운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최선을 다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장영록 씨 말대로 오늘 윤구주와 목숨 걸고 싸웁시다!”“죽입시다!”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절정 강자가 소리를 질렀고 곧 서른여 명의 절정 강자들이 일제히 미친 듯이 윤구주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그들은 마지막 힘까지 전부 쥐어짜 내서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어마어마한 절정의 기혈로 인해 구용산 산꼭대기에서 붕괴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산은 이렇게 많은 절정 강자의 힘을 감당하기 어려운 듯했다.사람들의 공격 앞에서도 윤구주는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가 시전한 아홉 번째 기술 적선술로 윤구주의 앞에서 원기가 소용돌이쳤고, 주변에서 끊임없이 자연의 힘을 계속 불어넣고 있었다.무시무시한 파멸의 기운 때문에 윤구주는 신이 된 것만 같았다.그는 허공에 우뚝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아래에 있는 세가의 절정 강자들을 바라보았다.“곤륜에서 왕으로 등극한 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건 처음인데. 오늘 너희들은 전부 이곳에서 죽을 거야!”경고 어린 말을 내뱉는 순간, 윤구주의 눈에서 무자비한 빛이 번뜩였다.곧이어 그는 오른손을 뻗었다.난폭한 자연의 원기, 그리고 회색빛 파멸의 기운이 그 순간부터 미친 듯이 모여들기 시작했다.“응집하라!”윤구주가 호통을 치는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