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윤창현과 윤정석은 동시에 윤신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저 멀리 울창한 숲속에는 온통 뽀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그러나 그 안개 속에서 윤창현과 윤정석은 어떠한 적의 기운도 느낄 수 없었다.이런 상황에 두 사람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형님, 저쪽에 정말 적이 있다는 거예요?”윤창현이 의아하게 물었다.그러나 대답 대신 윤신우의 눈 속에 서린 살기는 점점 더 짙어져 갔다.“따라오면 곧 알게 될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신우는 하늘로 솟구쳐 밀림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윤신우가 멀리 사라지는 걸 보자 윤창현과 윤정석도 지체 않고 그 뒤를 따랐다.뽀얀 밀림 속은 사방이 안개로 덮여 있었다.이치대로라면 지금은 정오이고 막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이기에 이런 날씨에 짙은 안개가 낄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하얀 안개는 실제 안개가 아니라 구름처럼 보이는 일종의 환술이었다.윤신우는 숲속에 도착하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겨우 이런 눈속임으로 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그는 오른팔 소매를 휘둘렀다.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기운이 일순간 태풍처럼 눈앞의 자욱한 안개를 휩쓸어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안개는 바람에 흩날리는 조각구름처럼 완전히 흩어져버렸다.곧이어 세 사람의 눈앞에 드러난 것은 황량하게 펼쳐진 거친 들판이었다.이곳은 죽음과도 같은 적막함이 감돌았다.주변의 나무들은 모두 말라 죽었고 땅마저 검붉게 물들어 마치 생명의 기운이 전혀 없는 저주받은 땅인 것처럼 보였다.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이 공간을 둘러보며 윤창현은 그자들이 어디 있는지 물으려 했다.하지만 윤창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윤신우가 먼저 큰 목소리로 외쳤다.“여러분, 아직도 숨어있을 겁니까?”윤신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음산한 웃음소리가 이 죽은 듯한 숲속에서 울려 퍼졌다.“하하! 역시 명불허전이군! 삼십 년 전 서울에서 천하를 호령하던 최고의 절정 고수다워! 이렇게 빨리 우리 존재를 알아차리다니!”
윤신우는 말을 마치고 불꽃처럼 타오르는 눈빛으로 안개 속에 감춰진 문창정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문 선배님, 내 말이 맞죠?”화진의 사대 고대 무술 세가 중 문창정은 가장 신비로운 존재였다.그의 무공이 얼마나 높은지 아는 이가 없었고 그 진면목을 본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에 외부 사람들에게 그 존재는 미스터리 자체였다.윤창현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은 이 전설 속의 노마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었다.“캬하하! 윤 가주는 눈썰미가 대단하시오! 이 늙은이가 수십 년간 모습을 감추고 지냈는데도 단번에 알아보다니 말이오!”문창정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6년 전, 문 씨 세가와 우리 아들이 혼례를 맺은 순간부터 나는 문 씨 세가를 조사하기 시작했죠! 그러나 내 아들이 결국에는 문씨 가문의 손에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윤신우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윤 가주는 처음부터 우리 가문을 탐탁지 않게 여기셨던 것이오?”문창정이 물었다.윤신우: “탐탁지 않게 여긴 게 아니라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만약 구주와 내가 문 씨 세가와 여러 해 전의 인연이 없었다면 내가 어찌 그를 문 씨 세가와 혼인하게 할 수 있었겠나요? 이 또한 내 잘못이지요!”윤신우는 여기까지 말하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모두들 윤 씨 형제는 용과 같다고 하더군! 게다가 자네 윤신우는 30년 전의 첫 번째 진정한 용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더라고! 오늘 만나보니 과연 감탄하지 않을 수 없구먼. 하지만 천명을 거스르긴 어렵고 무도계의 부흥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네!!”“윤 가주, 한 말씀 올리겠소! 오늘의 전투는 이미 가주께서 좌지우지할 수 없는 것이오. 당신 아들의 운명은 그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바요!”문창정이 말했다.하하하!윤신우는 갑자기 호탕하게 웃어댔다.그 웃음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지며 주위의 공기마저 떨리게 했다.“문 선배님, 그건 잘못 아신 겁니다. 내 아들의 운명은 당신도 문씨
“우리 둘째 형님 말이 좀 거칠긴 해도 틀린 말은 없지! 우리 윤씨 가문의 자손은 아무도 괴롭힐 수 없어! 누구든 괴롭힌다면 죽는 거야! 더군다나, 이번에 네놈들이 괴롭힌 건 우리 형제들이 가장 아끼는 큰조카란 말이야!”윤씨 가문에서 온화하고 예의 바르다고 소문난 셋째 윤정석도 이 말을 하면서 온몸의 기혈을 끌어올렸다.그의 기혈은 자줏빛이었다.자줏빛 절정의 기운은 터져 나오자마자 단숨에 절정 일중천에 올랐다.그리고 곧바로 절정 이중천에 도달했다.마침내 절정 삼중천의 정점에 이르렀을 때, 윤정석의 기운은 완전히 멈췄다!그 누구도 윤정석 역시 삼중천 절정의 고수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윤씨 일가 3대장은 모두가 용과 같았다!이 순간이 되어서야 윤씨 가문의 숨겨진 저력이 완전히 드러났다!한 명은 오악 절정의 고수이고 또 한 명은 삼중천 절정의 고수였으며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이는 윤신우였다.그는 그저 조용히 서 있을 뿐 아직 자신의 모든 내공을 드러내지 않았다.윤창현과 윤정석이 모두 움직이려 할 때, 옆에서 가면을 쓴 유명전 나사 명부의 나사 염왕이 갑자기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나섰다.“문 선배님, 이 자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선배께서는 나서지 않으셔도 됩니다!”안개처럼 흐릿한 모습의 문창정은 괴상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난 원래 나설 생각 없었어!”두 사람이 이렇게 말하자 윤창현이 가장 먼저 분노했다.“문 영감탱이! 감히 내 조카를 해치다니. 오늘 내가 네 목을 벨 것이야!”윤창현의 절정 기혈은 화염의 색을 띠었다.그가 공격하자마자 강력한 기운이 거대한 도끼를 만들어냈다.도끼가 나타나자 윤창현은 하늘을 가르듯 도끼를 휘둘러 문창정을 향해 내려쳤다!그와 동시에 윤정석도 함께 움직였다.비록 그의 내공은 절정 삼중천 뿐이지만 손을 내뻗자 푸른 강철 검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윤정석은 촘촘한 검 그림자를 펼쳐 문창정을 공격했다!두 절정 고수의 공격에 맞서 귀신 가면을 쓴 유명전 나사 명전의 염군은 기이하게 웃었다.“너희 따위
바로 이쪽에서 윤창현과 윤정석이 함께 유명전 제4명부의 나사 염군을 상대하고 있을 때, 백색의 옷을 입은 자가 고고하게 노룡산의 하늘을 가르고 서 있었다.그자는 바로 윤구주였다.이 순간, 그의 온몸은 무수한 백색의 광채로 둘러싸여 있었다.이 광채는 윤구주가 봉왕팔기를 발동하며 방출된 것으로 그의 몸은 백옥처럼 찬란하고 신비로웠다.그의 머리 위로는 회오리치는 천둥의 연못과 손바닥 크기의 황금 부적이 있었고 등 뒤에는 천주 검이 날카롭게 서 있었다.그리고 그의 두 눈동자에는 화련금안이 빛나고 있었다.육기를 모두 펼친 윤구주의 기세는 이미 모든 것을 초월한 경지에 달해 있었고 아래에 있는 세가 쪽 오십여 명의 절정 고수들도 그 기세에 눌려 꼼짝 못 하는 듯했다.“제길!! 윤구주 저 녀석은 6년 전보다도 더 강해졌군. 우리 50명의 절정 고수를 상대로 혼자서 버텨내다니!”맨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얼굴에 깊은 칼자국을 지닌 장씨 가문의 잔당 장영록이었다.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하늘에 있는 윤구주를 노려보며 분개했다.6년 전, 윤구주의 검에 죽을 뻔한 이후로 장 씨 세가는 숨어 지내며 복수의 기회를 노려왔다.6년이 흘렀다.이날을 위해 장영록은 모든 것을 걸었다.오늘 그는 목숨을 내놓더라도 반드시 윤구주를 죽이고 말 것이다.그 외에도 채 씨 노파와 휠체어에 앉은 주씨 가문의 선조, 그리고 나호봉의 사 도인도 장영록과 같은 마음이었다.“장 요물, 윤구주 저놈의 봉왕팔기는 너무나 강력해! 계속 이렇게 소모전으로 나가는 건 결코 상책이 아니야!”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채 씨 노파였다.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녹색 절정의 독기는 비록 독하고 매서웠지만, 윤구주의 봉왕팔기에 눌려서 도저히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다.“그럼 그쪽 생각은?”휠체어에 앉아 하늘의 진형을 조종하는 주씨 가문의 선조가 차갑게 물었다.채 씨 노파는 결연한 눈빛을 드러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연혈지법이면 반드시 저자를 처치할 수 있어!”이 말이 떨어지자 주변의 절정 고수
죽음을 각오한 피할 수 없는 결전이었다.앞의 50여 명의 세가 절정고수들은 모두 6년 전의 잔당들이었다.그들은 6년 전 윤구주를 처치하고자 했으나 그 능력이 부족했다.이제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들은 마침내 기회를 맞이했다.“죽여라!”사람들 속에서 마치 미륵보살 같은 비만한 절정이 포효하자 세가의 절정들은 하나둘 혈을 태우기 시작했다.그 순간, 노룡산은 완전히 절정의 전장이 되었다.연혈지법이 연이어 펼쳐지며 세가의 잔당 절정들은 다시 한번 경지를 한 단계 올렸다.“미쳤어, 저들은 모두 미쳤어! 젠장, 6년 전의 노마들이 목숨을 걸고 구주왕과 맞서려 하다니!”전쟁터 백 장 밖에 있던 배씨 가문의 원로 절정고수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연혈지법! 젠장, 구주왕을 죽이기 위해 저렇게까지 하다니!”배씨 가문의 세자 배도찬도 놀란 표정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전에 세가 잔당들은 단순히 윤구주를 처치하겠다고 외쳤다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이들은 분명히 윤구주와 함께 멸망할 각오를 한 것이었다.연혈지법이 일단 시작되면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죽음의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오십여 명의 절정이 동시에 혈을 태우다니,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미친 짓은 처음이군!”한편, 반 씨 가문 쪽에서도 한 명의 건장한 절정 고수가 무겁게 입을 뗐다.“대장로님 보기에 오늘 우리 화진의 진국지왕이 버틸 수 있을까요?”반 씨 가문의 다른 절정 고수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장로라 불리는 건장한 노인은 심각한 얼굴로 하늘에 떠 있는 윤구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무겁게 대답했다.“구주왕은 비록 육기를 연달아 펼쳤지만 결국 두 주먹으로 여러 손을 막기는 어려울 거야. 하물며 저자들은 이미 모두 혈을 태우기 시작했으니 내 생각엔...”반 씨 가문의 사람들도 영리한 사람들이니 대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결말을 눈치챘다.“하아! 마씨 가문이 저렇게 재주가 좋을 줄은 몰랐어. 6년 전의 세가 잔당들을 저렇게 많이 모아놓은 것도 모자라 구주 군신을
천현수도 이때 말을 꺼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유일하게 말이 없는 이는 남궁서준이었다. 그는 그저 쨍하고 남궁 세가에 전해 내려오는 유용검을 뽑아 들었다.유용검이 칼집에서 빠져나오자 칼에서 진동하듯 검명의 울림이 퍼져 나왔고 그의 몸에서도 살벌하게 일렁이는 검의 기운이 발산되었다.마치 이 녀석은 언제든지 공격을 퍼부을 것 같은 기세였다.모두가 긴장하고 있을 때, 대머리 공수이가 갑자기 중얼거리며 말했다.“겁낼 거 없어요! 저들이 혈을 태운다고 한들 우리 형님은 이길 수 없어요!”공수이의 말에 민규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 말은 저 세가 잔당들이 혈을 태워도 우리 저하를 상대할 수 없다는 뜻이냐?”공수이는 청석 위에 앉아 작은 풀 한 가닥을 입에 물고 씹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저것들이 어디서 튀어나와 우리 형님한테 덤비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오늘 저것들이 배로 늘어난다 해도 전부 죽게 될 거라는 겁니다. 믿기지 않으면, 기다려보세요!”공수이의 태연한 모습에 민규현과 정태웅, 그리고 천현수 등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며 하늘에 있는 윤구주를 올려다보았다.하늘 위에 우뚝 서서 육기를 펼친 그는 마치 신과도 같은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윤구주 네놈이 아무리 강해도 우린 모두 연혈지법을 펼쳤으니 오늘은 네 마지막 날이 될 것이야!”주씨 가문의 두 다리를 잃은 주형권은 한마디 외친 후 두 손으로 결을 쥐어 하늘에 있는 청동 나침반에 주입했다.현기가 주입되자 청동 나침반은 급작스럽게 커지기 시작하더니 강대한 육도 절정의 기운이 그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본래 오악 수준에 불과했던 주형권은 혈을 태우자 완전히 육도의 반열에 올랐던 것이다.연혈지법이 발동되자 그의 머리카락은 눈에 띄게 하얗게 변했고 얼굴도 함께 시들어가며 늙어갔다.이것이 바로 연혈지법의 대가였다.하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가 말했듯, 오늘 죽더라도 그는 윤구주를 끌고 함께 묻힐 것이다.주형권이 공격을 시작하자 나호봉의 사도인도 일갈하더니 온몸에
윤구주가 단칼에 세 명의 세가 절정고수를 쓰러뜨린 후, 사방에서 그를 향해 공격이 쏟아졌다.문득 그의 뒤에서 네 명의 절정의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로 이루어진 이들은 모두 이중천의 내공을 지니고 있었으며 각자 다른 무기를 사용했다.그중에서도 맨 앞에 있는 남녀는 용봉쌍환을 들고 있었다.기이한 용봉쌍환은 살기를 뿜어내며 윤구주를 뒤에서 기습하려 했지만, 윤구주는 마치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 용봉쌍환이 날아오는 것을 감지하고 몸 표면에 금빛 보호막을 펼쳤다.보호막이 용봉쌍환의 공격을 막아낸 후 윤구주는 큰 손으로 네 사람을 향해 눌렀다.“부자술, 가둬라!”황금빛 부적 하나가 그의 손바닥 안에서 떠올랐다.부적이 나타나는 순간, 원형의 부진은 네 명의 고수들을 단숨에 묶어버렸다.“위험하다! 빨리 물러서라!”그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흑면 노인이 부진에 갇힌 순간, 급히 외치며 도망치려 했지만, 윤구주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화련금안, 태워라!”윤구주의 금빛 눈동자에서 혼을 삼킬 듯한 불꽃 연꽃이 뿜어져 나와 네 고수를 향해 날아갔다.금빛 연꽃이 그들의 몸에 닿자 네 명의 입에서 참혹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눈 깜빡할 사이에 그들의 몸은 금빛 불꽃에 타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뼈조차 남지 않는 모습이었다.살육은 계속되었다.비록 끊임없이 절정의 고수들이 윤구주의 봉왕팔기에 죽어갔지만, 여전히 수많은 절정의 고수들이 몰려왔다.“죽여라!”“그를 처치하라!”천지를 뒤흔드는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이미 연혈지법을 펼친 절정고수들은 오늘의 전투가 죽음을 각오한 싸움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죽음을 알면서도 윤구주를 먼저 처치하려 했다.수십 명의 절정고수가 일제히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 우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앞에 있던 금빛 방패가 처음으로 금이 가는 징후를 보였다.어쩔 수 없었다!혼자서 수십 명의 절정고수를 상대하는 것은 확실히 버티기 힘든 일이었다.“윤구주 이놈
이렇게 많은 세가의 잔당 절정고수들의 포위 공격에 윤구주는 하늘에 우뚝 서 있었지만, 금빛 방패는 이미 전부 깨진 상태였다.사실이 보여주다시피 윤구주가 아무리 봉왕팔기의 육기를 펼쳤다 해도 이렇게 많은 세가 절정고수들의 연합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더군다나 그들 모두 연혈지법을 펼친 상태였으니까.“윤구주 이놈, 아직도 버틸 셈이냐?”연혈지법으로 육도 경지에 도달한 주형권은 하늘의 진판을 조종하며 교만하게 외쳤다.윤구주는 냉소를 지었다.“너희들 따위가?”나호봉의 사 도인이 날카롭게 외쳤다.“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음에도 큰소리치다니? 오늘 네가 아무리 강해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그래? 그럼 오늘 누가 죽고 사는지 두고 보자!”윤구주의 입에서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그의 몸에서 천지를 멸망시킬 듯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이 기운은 이전의 봉왕팔기의 기운을 초월하는 듯했는데 마치 다른 곳에서 온 것 같았다.동시에 주변의 천지 원기도 마치 빨려오듯 사방에서 몰려들어 윤구주의 몸에 들어갔다.그뿐만 아니라 노룡산 주변 산맥의 천지 원기도 전부 몰려와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윤구주의 몸에 들어왔다.지금의 윤구주는 원기의 자기장이 된 것 같았다. 점점 더 많은 천지의 원기가 모여들면서 그의 몸 주변에 3장 크기의 원기 자기장이 형성되었다.“젠장, 저 녀석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가장 먼저 놀란 것은 두 다리를 잃은 주형권이었다.그가 하늘에 조종하던 청동 진판도 엄청난 위험을 감지했는지 통제를 벗어나려는 듯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주변의 천지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채 씨 노파도 소리쳤다.“큰일 났어! 전해지는 바로는 천지 기운을 끌어당기는 자는 적어도 절정의 하삼품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하던데, 설마 저 녀석은 칠살 절정 아니면 팔부 절정이란 말인가? 심지어 더 강대할지도...”이 말을 한 것은 장 씨 세가의 장영록이었다.말과 동시에 그의 뺨에 지렁이처럼 붙어 있는 칼자국도 떨고 있는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