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절부라는 말에 장백웅은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그 금절부는 마씨 일가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물이었다.이번에 마씨 일가는 문벌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귀한 보물을 내놓았다.그리고 이제 그 보물을 쓸 기회가 왔다.금절부란 말 그대로 절정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문적인 금지술 부적이었다.그 부적은 육도 이하 실력자들의 내공을 억누를 수 있었다.예를 들면 육도 절정 이하의 강자가 금절부에 당하게 되면 실력이 신급 정도로 약해지게 된다.장백웅은 금절부라는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금절부를 비단함에서 꺼내 마씨 일가 절정 강자에게 주었다.마씨 일가의 절정 강자는 비단함을 건네받은 뒤 곧바로 그것을 열었고, 강력한 힘이 담긴 세 장의 부적이 빛을 내며 나타났다.각각 노란색, 검은색, 붉은색 부적이었다.금절부 세 장을 보게 되자 마씨 일가 삼중천 절정 강자는 합장한 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순간 세 장의 부적이 허공으로 떠올랐다.“부진!”마씨 일가 삼중천 절정 강자는 크게 소리쳤다. 부적 세 장은 각각 세 방향에서 윤구주를 향해 날아왔고 곧 기묘하게 삼각형 모양으로 윤구주를 가둬두었다.세 장의 금절부가 윤구주를 가두는 순간, 부적 안에서 강력한 속박의 힘이 흘러나왔다.그 속박의 힘 때문에 윤구주의 곁에 있던 남궁서준뿐만 아니라 민규현마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상대적으로 내공이 약한 정태웅과 천현수는 내공을 조금도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젠장, 저게 뭐지? 왜 내공을 끌어올릴 수가 없는 거지?”정태웅은 놀라워하며 말했다.“나도 마찬가지야!”천현수는 안색이 창백해져서 말했다.“저 부적 정말 이상해! 내 절정 내공마저 신급으로 억눌러진 것 같아.”민규현 또한 표정이 어두운 채로 말했다.그들이 놀라워하는 사이,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마씨 일가 삼중천 절정 강자의 입에서 터져나왔다.“하하하하! 윤구주, 오늘 넌 틀림없이 죽어! 우리 마씨 일가의 금절부라면 육도 절정 이하로는 전부 신급 강자 수준으로 실력이 약해지게 되
파괴된 금절부 부진을 본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금절부 부진을 파괴한 뒤 차갑게 웃었다.“겨우 금절부로 날 상대할 생각이었다니, 어이가 없네. 오늘 내가 말했지. 문벌, 세가 상관없이 죽음을 자초한 놈들은 전부 죽일 거라고. 그럼 우선 당신들부터 죽여주지!”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손을 들어 허공을 움켜쥐었다.보이지 않는 힘이 마씨 일가의 절정 강자를 속박했다.“큰일이야!”마씨 일가의 절정 강자는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그런데 그가 채 물러나기도 전에 윤구주가 주먹을 움켜쥐었다.거대한 힘이 마씨 일가 절정 강자를 짓눌렀다.펑!마씨 일가 삼중천 절정 강자는 그 자리에서 몸이 터져버렸다.삼중천 절정 강자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하고 윤구주의 손에 죽어버렸다. 그것도 손이 닿지도 않았는데 몸이 터져서 죽었다.윤구주가 마씨 일가 절정 강자 두 명을 죽이자 혼자 남은 마청운은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죽이지 마세요... 절 죽이지 마세요...”마청운은 두 다리에 힘이 빠져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그는 겨우 신급 경지였다.게다가 각종 약과 보물을 복용한 덕분에 겨우 신급 경지가 된 것이었다.그러니 절정 삼중천의 강자마저 생수를 마시듯 쉽게 죽인 윤구주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죽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미 늦었어!”윤구주는 사신처럼 그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전 마씨 일가의 후손이에요. 절 죽인다면 마씨 일가는 틀림없이 당신을 찾아내서 당신을 죽일 거예요!”죽기 직전인데도 마청운은 자신의 배경으로 윤구주에게 겁을 주려고 했다.“하하, 걱정하지 마. 마씨 일가에서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찾아갈 거니까.”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손가락을 들었고, 지현 하나가 마청운의 미간을 꿰뚫었다.입을 떡 벌린 마청운은 마지막엔 살려달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 털썩 쓰러졌다.마청운이 죽었다.마씨 일가의 세 명 모두 윤구주에게 살해당하자 남은 문벌 고수들은 전부 얼어붙었다.그들은 윤구주가 제자
위엄 넘치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허공으로 떠 올랐고 곧 진역 결계를 펼쳤다.그 결계는 그를 중심으로 마치 거미줄처럼 사방을 향해 퍼져나갔다. 강력한 진역 결계는 방 전체를 뒤덮었을 뿐만 아니라 태화루까지 전부 뒤덮었다.진역 결계!그것은 사상 절정 강자만이 시전할 수 있는 것이었다.윤구주의 진역 결계가 나타나자마자 태화루 건물 전체의 시간이 완전히 멈춘 듯했다.심지어 공기의 흐름마저 정지된 것 같았다.이 결계 안에서는 윤구주가 신이었다.윤구주가 진역 결계를 시전하자 목숨 걸고 덤비려던 서남 장씨 일가 사람들과 다른 문벌 강자들은 전부 꼼짝하지 못했다.장백웅 같은 이중천 절정이든 다른 문벌의 절정이든 모두 진역 결계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그들이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눈알이었다.그들은 동공이 떨렸고 눈알에 핏발이 섰다. 마치 몸이 엄청난 고통을 견디는 듯 말이다. 그것이 바로 진역 결계의 무시무시한 점이었다.진역 결계가 모든 문벌을 통제하게 되자 윤구주의 눈동자에서 무자비한 살기가 보였다.오늘 그들을 죽이겠다고 말했으니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다.윤구주는 손을 들었다.“금술, 천주!”쿵 소리와 함께 파도와 같은 청색의 강기가 그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청색 강기는 나타나자마자 청색 기검을 만들어냈다.기검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윤구주의 주위를 맴돌았다.“멸!”윤구주가 그렇게 말하자 수많은 천주 기검들이 마치 빗줄기처럼 진역 결계 안에 있는 문벌 강자들을 공격했다.애석하게도 서남 장씨 일가의 장백웅을 포함한 진역 경계 안에 있는 모든 문벌 출신의 이들은 순식간에 몸에 구멍이 가득 생겼다.너무 무자비한 광경이었다.윤구주는 단숨에 그곳에 있던 문벌 사람들을 전부 죽였다.장백웅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죽은 것이다.장백웅은 온몸이 꿰뚫려서 피가 몸을 타고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졌다. 애석하게도 그는 꼼짝할 수 없었기에 자기 피가 한 방울 한 방울 빠져나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이러한 상황 때문에 윤
“뭐라고? 내가 그들이 사람을 죽일까 봐 두려워한다고? 그들이 누구를 죽일 수 있겠어? 오늘 이곳에서 죽지만 않아도 난 하느님에게 감사할 거야!”육도진은 욕지거리를 했다.“육도진 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 세상에 제자백가 중 하나인 마씨 일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신급 경지인 남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신급 경지인 남자가 말을 마치자마자 육도진은 곧바로 대꾸했다.“퉤! 이렇게 얘기할게. 오늘 태화루에 계시는 그분은 세가 하나뿐만 아니라 제자백가라고 해도 전부 죽일 수 있어!”육도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태화루 방향을 바라보았다.신급 경지인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그는 육도진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이 세상에 감히 제자백가와 대항하려는 사람이 존재한다니.다부진 남자가 어이없어 하자 육도진이 말했다.“빌어먹을, 제발 내가 늦지 않았으면 좋겠네. 어서 움직이자고!”말을 마친 뒤 육도진은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움직였다.뒤에 있던 흑기 금위군들도 전부 육도진을 따라갔다.결국 10분 뒤 육도진의 태화루가 나타났다.태화루를 바라본 신급 경지의 남자는 사람들에게 움직이자고 명령을 내릴 생각이었다.그런데 이때 막강한 기운이 태화루 주변에서 느껴졌다.게다가 더욱 이상한 것은 아주 번화환 곳에 있는 태화루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밖과 단절된 듯 보였다. 문가에 서 있는 직원은 팔을 뻗은 채로 꼼짝하지 않았다.심지어 그들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안쪽을 바라보니 모든 직원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고, 심지어 파리마저 허공에 멈춰 있었다.그 광경에 육도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큰일이야! 우리가 늦었어!”건장한 체구의 신급 경지인 남자는 서둘러 물었다.“어르신, 이 사람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왜 다들 움직이지 않는 겁니까?”육도진은 안색이 아주 어두워져서는 한참 뒤에야 중얼거리며 말했다.“내 짐작이 맞다면 이 건물은 아마도 진역 결계로 인해
육도진은 흑기 금위군을 데리고 그곳에 도착했지만 태화루 밖에서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태화루는 윤구주의 진역 결계 때문에 외부와 차단되었으니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감히 가까이 갈 수 없었다.화진의 우상인 육도진도 마찬가지였다.육도진은 화진의 우상으로 절정 수준의 강자였지만 아무래도 우상이라는 직위 때문에 자기가 나서는 걸 항상 꺼렸다.그러나 그와 같은 절정 실력의 강자도 윤구주가 시전한 진역 결계에는 감히 다가갈 수 없었다.다들 태화루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태화루를 차단하고 있던 기운이 사라졌다.그리고 그 기운이 사라진 찰나, 태화루 안쪽에서 놀란 목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지... 왜 아까 움직일 수 없었던 거지?”“나도 움직일 수 없었어!”태화루 안쪽의 진역 결계의 기운으로 인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직원들은 그제야 움직일 수 있었다.그리고 그 광경에 육도진의 눈이 빛났다.“진역 결계가 사라졌어! 어서, 어서 위층으로 올라가 보자고!”말을 마친 뒤 그는 빠르게 태화루로 올라갔고 신급 경지의 남자도, 흑기 금위군도 전부 뛰기 시작했다.곧 육도진은 흑기 금위군을 데리고 태화루의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꼭대기 층에 도착하게 되자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그의 콧속을 파고들었다.육도진은 본능적으로 코를 막았고 고개를 들었다가 깜짝 놀랐다.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시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그 시체들은 전부 문벌 출신 무인들의 시체였다.서남 장씨 일가도, 진북 원씨 일가도, 기동 유씨 일가도 전부 포함되어 있었다.그들은 기검 때문에 몸 전체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아주 비참한 꼴로 죽었다.그 광경에 이제 막 위층으로 올라온 육도진 우상과 그의 뒤에 있던 흑기 금위군들은 전부 굳어버렸다.그들은 태화루가 인간 지옥이 돼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육도진 우상, 왜 이제야 온 거야?”이때 갑자기 왼쪽 방에서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만약 마씨 일가 사람들이 정말로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면 큰일이었다.육도진의 질문을 들은 정태웅은 실실 웃으면서 피로 얼룩진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육도진 우상, 죄송하지만 마씨 일가 그 보는 눈 없는 놈들은 이미 저하의 손에 죽었습니다.”‘뭐?’육도진은 그 말을 듣자 두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그는 윤구주가 정말로 마씨 일가 사람들을 죽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끝났어... 끝났어... 이젠 정말로 끝났어. 저하, 이건 화진의 문벌과 세가를 전부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육도진은 울상을 지으면서 말했다.“퉤! 마씨 일가 사람들을 죽인 게 뭐 어때서요? 그 빌어먹을 놈들이 죽음을 자초했다고요! 그리고 저하께서는 6년 전 곤륜에서 왕으로 등극하시면서 3대 서열은 조정의 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고 했었습니다. 감히 조정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놈들은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했었다고요! 그런데 문벌, 세가들은 함께 조정을 혼란에 빠뜨렸죠. 육도진 우상, 저하께서 그때 하셨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 겁니까? 아니면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겁니까?”정태웅의 날 선 말에 육도진은 말문이 막혔다.정태웅이 한 말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콜록콜록... 정태웅 지휘사,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전 이 나라의 우상인데 어찌 구주왕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육도진은 서둘러 말했다.“퉤! 제가 보기엔 저하의 말씀을 명심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정태웅은 중얼거리면서 말했다.육도진은 정태웅과 말싸움을 할 생각이 없었다.그는 고개를 돌리며 못 들은 척했다.“육도진 우상, 오늘 나에게 따져 물으려고 이곳까지 온 건가?”윤구주는 갑자기 찻잔을 들면서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육도진은 그 말을 들자 겁을 먹은 나머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저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어찌 감히 저하에게 따져 물을 수 있겠습니까? 전 저하를 위해 시체를 처리하려고 이곳까지 온 건데요!”육도진은 윤구주의 미
문부상서 지안수는 윤구주에게 존재를 들키자 곧바로 겁을 먹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죽이지 말아줘... 제발... 제발 날 죽이지 말아 줘! 난 문부상서야! 내각 여덟 장로 중 한 명이라고!”지안수는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목소리마저 달라졌다.그는 윤구주를 향해 사정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얘기했다.지안수는 줄곧 뒤에 숨어 있었기에 장백웅, 마씨 일가, 그리고 문벌 사람들이 전부 윤구주의 손에 죽는 걸 직접 보았다.그러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지안수 씨?”이때 육도진도 당황했다.그는 내각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지안수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지안수는 육도진을 본 뒤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사람처럼 육도진을 향해 크게 외쳤다.“육도진 우상, 어서 절 구해줘요!”육도진은 현재 어리둥절한 상태였다.내각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지안수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바닥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있는 문부상서를 보던 육도진은 그제야 윤구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저하,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이 사람에게 물어봐. 왜 문벌, 세가와 내통하여 날 해치려고 했는지.”윤구주의 목소리는 서늘했다.육도진은 다시 지안수를 바라보았다.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지안수는 서둘러 말했다.“육도진 우상, 이건 저랑 상관없는 일입니다! 오늘 전 서남 장씨 일가의 초대를 받고 이곳에 온 거예요! 저도 그들이 구주왕을 죽이려고 한 줄 몰랐어요!”지안수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눈앞의 육도진 우상에게 매달리는 것뿐이라는 걸 알았다.그래서 그는 반드시 애원해야 했다.화진의 우상인 육도진은 당연히 지안수의 속셈을 간파할 수 있었다.‘젠장, 어디서 개수작이야? 내각 장로인 그가 뒤를 봐주지 않았더라면 겨우 문벌 따위가 어떻게 감히 공공연히 서울로 왔겠어?’육도진은 비록 그 점을 똑똑히 알고 있었지만 대놓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그가 진실을 얘기하는 순간 지안수는 오늘 반드시 죽게 될 테니 말이다.그래서 육도진은
그렇다고 해도 지안수는 내각 여덟 장로 중 한 명이었다.그는 문맥의 중추일 뿐만 아니라 거대한 세가가 그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그래서 육도진은 오늘 반드시 문부상서의 목숨을 지켜야 했다.윤구주가 정말로 그를 죽였다가는 서울 전체가 완전히 혼란에 빠질 테니 말이다.“콜록콜록, 저하! 제가 지안수 장로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정말로 우연히 이곳에 온 듯합니다. 그래서 제 체면을 봐서라도 부디 지안수 장로를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육도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정태웅은 곧바로 펄쩍 뛰었다.“어이가 없네요. 육도진 우상, 멍청한 겁니까? 아니면 일부러 모른 척하는 겁니까? 젠장, 바보라도 알겠어요. 지안수 이 사람이 바로 이 일을 꾸민 장본인 아닙니까? 그런데 이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겁니까? 게다가 저하에게 우상의 체면을 봐달라고 했습니까? 육도진 우상, 육도진 우상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입니까?”정태웅의 말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육도진의 가슴을 후벼 팠다.아프고 괴로웠지만 반박할 수는 없었다.오늘 그는 바보인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정태웅 지휘사는 절 오해한 것 같네요. 전 진짜로 이 일이 지안수 장로와 관련이 없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지안수 장로는 우리 화진의 문맥을 책임진 중요한 신하니까요. 당시 저하께서 곤륜에서 왕으로 등극했을 때 문맥은 저하를 크게 지지했었습니다.”육도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정태웅은 곧바로 날카롭게 말했다.“당시 저하께서 왕으로 등극하셨을 때 문맥이 감히 지지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맞는 말이었다.6년 전,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문맥도, 무맥도, 화진의 3대 서열도 감히 윤구주를 반대할 수 없었다.누가 반대할 수 있었겠는가?육도진은 정태웅의 반박에 할 말이 없었다.정태웅이 한 말은 전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육도진이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입을 열었다.그는 테이블 위에 손을 놓더니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면서 말했다.“육도진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