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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가죽 의자 위의 남자는 여전히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 그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듯 그녀의 결말을 보러 온 것 같았다.

연지유는 이렇게 차갑고 무정한 이승하를 보면서 눈에서 한이 가시고 눈물이 다시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승하야, 그래도 내가 네 죽마고우이고 너를 오랫동안 사랑한 정을 봐서라도 한 번만 대답해줘.”

이승하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냉담한 시선으로 연지유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흘겨보았다.

“난 네가 서유랑 닮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하지만 네가 그렇게 느낀다면 서유와 닮은 그 얼굴을 망가뜨려야겠네.”

그의 말에 연지유는 눈물을 뚝 그치고 휘둥그레서 믿기지 않는 듯 남자를 노려보았다.

“너...”

그녀의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두 명의 가면 남에 의해 땅바닥에 눌렸다.

곧이어 작은 칼이 그녀의 얼굴에 십자가를 그렸다.

칼끝이 피부를 가르는 차가운 촉감에 연지유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악! 내 얼굴!”

그녀의 아버지는 형제자매 중에 그녀가 가장 예쁘게 태어났으며 이것이 그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이승하가 그 천한년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망치고 있으니 연지유는 원통하기 짝이 없었다.

“이승하, 너 분명 후회할 거야!”

나른하게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남자의 눈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네가 우리 형 여자만 아니었다면 난 진작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했어.”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던 연지유의 몸이 순간 얼어붙었다.

그의 뜻은 연지유가 사람을 보내 서유를 더럽힌다면, 이승하도 똑같이 연지유에게 사람을 보낸다는 뜻이다.

그녀는 땅바닥에 앉아 선혈이 낭자한 얼굴을 가린 채 자신이 반평생을 사랑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가면 뒤에 숨은 얼굴이 너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만약 진작 알았다면 절대 너를 사칭한 사람을 보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거야!”

“쥐도 새도 모르게 그 천한 년을 납치해 가죽을 벗기고 힘줄을 뽑고, 뼈를 부러뜨려 강물에 날려버렸을 거야. 네가 영원히 못 찾게!”

곧 죽을 사람이니 거리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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