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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이승하는 미안하다고 말한 뒤 서유를 놓아 주고 옷깃을 여미고는 단정하게 앉아 입구 쪽을 돌아보았다.

“소 비서.”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수빈은 곧바로 심이준을 놓아주고 서류 가방을 들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심이준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이 서러움은 반드시 갚겠다고!

그는 이를 악물고 맹세하고 따라 들어갔는데, 마침 서유가 헝클어진 옷을 정리하는 것을 보았다.

심이준은 무의식적으로 벽의 벽시계를 쳐다보고는 서유의 귓가에 대고 주의를 주었다.

“너무 빠른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때요? 그래도 잠자리에 관련된 일인데.”

서유는 하마터면 사레들 뻔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예요!”

심이준은 계속 서유에게 주의를 주려했지만 왠지 차갑고 뜨거운 시선이 자신의 왼손을 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심이준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마침 그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자신의 왼손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승하가 자신의 손을 보는 눈빛이 어쩐지 낯익어 보였지만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이때 소수빈은 이미 서류 가방에서 계약서 세 부를 꺼내 유리 탁자 위에 하나씩 놓았다.

심이준은 기회를 빌려 왼손을 등 뒤에 숨긴 채 이승하를 향해 대칭적인 웃음을 지었다.

“대표님, 계약부터 체결하시죠.”

그리고 또 서유를 방패막이로 삼았다.

“대표님, 어서 사인하세요.”

서유는 심이준을 흘겨보더니 이승하의 맞은편에 앉았다. 계약서를 들고 위에 적힌 금액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어이가 없는 듯 고개를 들어 이승하를 보며 말했다.

“2천억 원이요?”

겨우 설계도일 뿐인데 2천억 원은 너무 과장된 것 같았다.

그 액수를 들은 심이준도 덩달아 소리쳤다.

“얼마라고요? 2천억?”

그는 달려들어 서유가 들고 있던 계약서를 빼앗아 떨리는 손가락으로 ‘0’을 하나하나 세었다.

금액을 확인한 심이준은 서유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빨리. 어서 서명해요!”

서유는 심이준을 상대하지 않고 이승하를 노려보았다.

그와 신분이 대등하지 않다고 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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