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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서유는 그들이 작품을 빌려 대회에 참석해 이득을 봤다는 사실에 조금은 걱정이 덜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려 다시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아직 프로젝트가 많이 남아 있어서 그렇게 빨리 디자인 원고를 넘기지 못할 것 같아요.”

그는 손을 들어 안경을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

“얼마든 상관없어. 난 기다릴 수 있으니까.”

그윽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서유는 이내 시선을 피하고 펜을 들었다.

그녀가 사인하려는 찰나, 이승하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유의 이름으로 사인해.”

펜을 들고 있던 그녀의 손이 잠시 멈추었고 그녀는 의아한 눈빛으로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는 김초희예요. 난 아직 신인이고요.”

“내 이름이 적힌 작품을 가지고 대회에 나간다면 상을 받을 수 없을 거예요.”

게다가 서유는 이미 3년 전에 죽은 사람이었다.

이승하는 겹쳐있던 늘씬한 다리를 내리고는 몸을 곧게 펴고 앉아 서유의 단발머리를 어루만졌다.

“착하지. 내 말 들어.”

그는 여자 친구를 달래듯 서유를 달래고 있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심이준은 서유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이 불편하기만 했던 서유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그의 시선을 피하고는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잠시 후, 사인을 마친 그녀는 손도장을 찍고 회사 날인까지 마친 뒤 계약서를 소수빈에게 건네주었다.

눈치가 빠른 소수빈은 계약이 성사된 걸 축하하는 의미에서 그녀와 이승하에게 서로 악수를 나누라고 제안했다.

그런데 이때, 심이준이 먼저 왼손을 내밀었다.

“이 대표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소파 위에 앉아 있던 남자는 짙은 속눈썹을 내리드리우며 싸늘한 눈빛으로 심이준의 왼손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에 심이준은 몸을 살짝 떨었고 내민 손을 거두지 않는다면 왼손도 오른손 신세가 되고 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약서를 다 쓴 후, 더 이상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던 이승하는 조용히 서유를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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