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어떻게 이승하일 수가?3년 동안 그녀를 괴롭혔던 사람이 전부 이승하였다니!연지유가 어렸을 때부터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사랑했고, 심지어 그의 형을 유혹한 것도 전부 그와 가까워지기 위함이었다.연지유는 그를 그토록 사랑하는데, 이승하는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연지유는 절대 믿을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절대 네가 한 짓이 아니야. 그렇지?”이승하의 시선은 천천히 손에 든 가면으로 옮겨졌다. 연지유를 한 번 더 쳐다보는 것조차 구역질이 나는 듯했다.연지유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차갑고 고귀하며 차마 닿을 수 없는 남자를 바라보며 점차 사실을 받아들였다.“대체 나한테 왜 그랬어?”이승하는 가면을 쓰다듬으면서 그녀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그걸 몰라?”연지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인하고 싶었지만, 총명한 그녀가 어찌 그 이유를 모를 수 있겠는가?3년 전 박하선과 함께 쇼핑몰 화장실에서 서유를 때린 일일 것이다.하지만 연지유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워 소리 질렀다.“그 천한 년 복수를 위해 우리 가문을 먹은 거야?”“우리 아빠가 회장직에서 물러나 이사로 전락하고, 나도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실권 없는 매니저로 됐어.”“넌 이미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았는데 왜 이 천한 놈들을 매달 한 번씩 보내 날 모욕하는 거야? 너무 잔인하다.”연지유는 너무 억울했다. 자신이 평생 얻지 못한 사람을 천한 신분의 서유가 쉽게 얻은 것이 원통했다.단지 서유를 한 번 괴롭혔을 뿐인데 이승하가 3년 동안이나 복수를 하다니!그녀는 자신을 감싸 안은 두 손을 풀고 구석에서 몸을 곧게 세우고 일어나 가슴을 펴고는 남자의 앞으로 걸어갔다.“이승하. 네가 그년 뺨을 때린 건 지금 생각해도 속이 시원해. 그때 그 뺨을 맞고 그년이 죽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이승하는 사람을 보내 자신을 지하실로 묶고, 또 여기 직접 찾아와 가면까지 벗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연지유가
가죽 의자 위의 남자는 여전히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 그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듯 그녀의 결말을 보러 온 것 같았다.연지유는 이렇게 차갑고 무정한 이승하를 보면서 눈에서 한이 가시고 눈물이 다시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승하야, 그래도 내가 네 죽마고우이고 너를 오랫동안 사랑한 정을 봐서라도 한 번만 대답해줘.”이승하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냉담한 시선으로 연지유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흘겨보았다.“난 네가 서유랑 닮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하지만 네가 그렇게 느낀다면 서유와 닮은 그 얼굴을 망가뜨려야겠네.”그의 말에 연지유는 눈물을 뚝 그치고 휘둥그레서 믿기지 않는 듯 남자를 노려보았다.“너...”그녀의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두 명의 가면 남에 의해 땅바닥에 눌렸다.곧이어 작은 칼이 그녀의 얼굴에 십자가를 그렸다.칼끝이 피부를 가르는 차가운 촉감에 연지유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악! 내 얼굴!”그녀의 아버지는 형제자매 중에 그녀가 가장 예쁘게 태어났으며 이것이 그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말했다.그런데 지금 이승하가 그 천한년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망치고 있으니 연지유는 원통하기 짝이 없었다.“이승하, 너 분명 후회할 거야!”나른하게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남자의 눈에는 한기가 가득했다.“네가 우리 형 여자만 아니었다면 난 진작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했어.”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던 연지유의 몸이 순간 얼어붙었다.그의 뜻은 연지유가 사람을 보내 서유를 더럽힌다면, 이승하도 똑같이 연지유에게 사람을 보낸다는 뜻이다.그녀는 땅바닥에 앉아 선혈이 낭자한 얼굴을 가린 채 자신이 반평생을 사랑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가면 뒤에 숨은 얼굴이 너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만약 진작 알았다면 절대 너를 사칭한 사람을 보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거야!”“쥐도 새도 모르게 그 천한 년을 납치해 가죽을 벗기고 힘줄을 뽑고, 뼈를 부러뜨려 강물에 날려버렸을 거야. 네가 영원히 못 찾게!”곧 죽을 사람이니 거리낌도 없었다.
연지유의 눈 밑에는 자신감, 오만함 도발적인 웃음이 배어 있었다.시종일관 높은 곳에서 천하를 다스리던 남자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냉철함을 되찾았다. “깨끗이 처리해!”연지유는 자신이 이렇게 말하면 이승하가 다시 돌아와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을 줄 알았다.그런데 이승하는 잠시 의아해하더니 다시 처리하라고 명령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설마 이승하가 자기 큰 형을 조금도 개의치 않는 것일까?연지유는 믿을 수 없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 눈을 크게 뜨고 어릴 때부터 차갑지만 그녀를 도취하게 만든 남자를 죽어라 바라보았다.“너... 진짜 네 형 죽음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 거야?”이승하는 침착하게 장갑을 벗으면서 무릎을 꿇은 연지유를 차갑게 흘겨보았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난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어.”그 말은 즉, 연지유가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든, 아니면 헛소리를 하든 이승하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이승하의 지금 목적은 그녀를 해결하고 영원히 후환을 끊는 것이다. 그 외 다른 것들을 이승하가 충분히 찾아낼 수 있으니!일찍 이승하가 매섭고 악독하며 남에게 물러설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잔인함을 직접 보고 나니 연지유는 비로소 이 남자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이승하, 넌 절대 알아낼 수 없어. 그 과거는 나만 알고 있으니까!”계단 아래에 서 있던 남자는 그녀와 말다툼하는 것이 지겨웠는지 시선을 돌려 돌아섰다.그 결연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지유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눈 밑에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원한이 서렸다.“이승하!”“네 형이 날 얼마나 사랑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앞으로 무슨 낯짝으로 네 형을 만나려고?”“나랑 결혼하겠다고 잘 돌봐주겠다고 형이랑 약속했잖아? 설마 그 약속을 저버리는 거야?”이승하는 그 말을 듣더니 피식 웃었다.“형은 죽을 때까지 너만 생각했는데 넌 그 마음을 속였어. 그러고도 네가 형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어?”남자는 그 말을 내뱉
정가혜의 별장. 주서희가 서유의 맥을 짚고 나서야 이승하가 왜 기뻐하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주서희는 평온한 눈빛으로 서유를 보고 또 맥을 보면서 억지 웃음을 보였다.“장기적으로 약을 먹으면 확실히 아이를 갖기 어렵지만 제 한의학 수준을 믿어주세요.”주서희는 전과 의사로 서약, 한의학에 능통하며 난임 여자 환자도 많이 치료한 경험이 있었다.서유의 체질이 너무 약하고 큰 수술을 받아 지금도 약을 먹고 있어 확실히 더 까다로운 케이스였다.하지만 주서희는 자신의 한의학 의술로 서유의 몸을 잘 추스를 수 있다고 믿었다.서유는 그 말을 듣더니 자신의 손을 거두고 주서희를 향해 웃었다.“고마워요 서희 씨, 여기까지 직접 와주고.”서유가 막 별장에 돌아왔을 때 주서희가 곧바로 약상자를 들고 들어왔다.주서희가 찾아온 원인을 밝히자 서유는 그제야 이승하가 독단적으로 주서희에게 자신의 몸조리를 맡겼다는 것을 알았다.서유는 자신이 오랫동안 약을 먹어야 하는 몸이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임신이 어렵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주서희가 의사 가운을 벗을 겨를도 없이 헐레벌떡 달려온 것을 보고 거절하기도 미안했다.주서희는 처방전에 알 수 없는 약재 이름을 쓴 후 고개를 돌려 서유에게 말했다.“우선 한약으로 치료해 볼게요. 그때 가서 다시 대표님을 찾아가 임신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서유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이 빨개졌다. 치료를 끝내고 또 이승하를 찾아가 확인해야 한다니...주서희는 서유가 귀 끝까지 빨개진 것을 보고 일부러 더 놀렸다.“확인해 보지 않고서 어떻게 제 처방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요?”서유는 주서희처럼 엄숙하고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원장이 말을 이렇게 대담하게 할 줄은 몰랐다.서유는 탁자 위의 커피를 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한 모금 마셨다. 커피를 미처 삼키기도 전에 주서희가 또 입을 열었다.“실례지만 대표님과 워싱턴에서 잠자리를 가졌나요? 몇 번이나요?”한 모금 커피의 절반은 이미 목구멍으로 미끄러지고 나머지 절반은 입에 물고 있
서유가 전화를 받자 맞은 편에서 심이준의 비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살아 있었어요?”서유는 방금 나이트 스위트룸을 떠난 후 심이준이 보이지 않아 그에게 전화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그녀는 심이준이 든든한 경호원들을 대동했으니 별일 없을 거로 생각하고 그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지금 심이준의 목소리를 듣고 서유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긴장해서 물었다.“이준 씨,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심이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괜찮아요. 다만 서유 씨는 이제 나한테 황금 슬리퍼 말고도 황금 오른손을 빚졌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요.”괜찮다는 그의 말에 서유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황금 오른손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심이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아들을 필요는 없고 갚기만 하면 돼요.”서유는 ‘황금’이라는 단어를 지겹게 들었다.“그래요. NASA 프로젝트 자금을 받으면 황금가게 주인을 찾아 보내 줄게요.”서유가 승낙하자 심이준은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보내는 김에 왼손도 같이요. 대칭되면 보기 편하잖아요.”서유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네, 이준 씨가 원하는 건 이 제자가 다 드릴게요.”심이준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핸즈프리를 누른 후 의자에 기대어 편안하게 자신의 가슴팍을 만졌다.제자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다만... 시선이 사무실 문밖에 꼿꼿이 서 있는 최경욱에게 닿았을 때 그의 대칭적인 웃음이 곧 굳어졌다.“좋은 소식 두 개, 나쁜 소식 두 개가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요?”서유는 생각 없이 대답했다.“나쁜 소식이요.”심이준은 흠칫 놀랐다. 그는 분명 좋은 소식을 먼저 말했는데 서유는 왜 그가 물어본 순서대로 대답하지 않을까?“그래요, 좋은 소식은 JS 그룹이 본사를 재건하는데 그 프로젝트를 우리 회사에 맡겼어요.”JS 그룹 본사는 아주 멀쩡했다. 그런데 재건이라니?서유는 눈썹을 찡그리고 심이준에게 물으려 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그에게 또 다른
이승하가 직접 그들 회사에 와서 계약을 체결한다?심이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한편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이승하는 워싱턴에서 서유를 버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왜 또 찾아왔을까?설마 아직 서유를 못 잊어서 프로젝트를 통해 접근하려는 것일까?심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아무래도 이 손이 탈골된 것이 이상했지만 뭐가 잘못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서유는 어두워진 스크린을 보며 미간에 의심이 가득했다.이승하는 왜 그녀에게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맡겼을까?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심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준 씨, 이 프로젝트는 거절하는 거 어때요? 제 손에 아직 다른 프로젝트가 많아서 시간이 별로...”방금 최경욱을 떠나보낸 심이준은 그 말을 듣고 대칭적인 미소가 또다시 무너졌다.“다른 프로젝트는 서유 씨가 직접 답사할 필요 없어요. 다 나한테 맡기면 돼요. 서유 씨는 설계도만 책임져요.”서유가 무슨 말을 더 하려 하자 심이준은 ‘이미 상대방과 얘기를 끝냈으니 이렇게 하자’고 직격탄을 날렸다.서유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정가혜에게 언제 돌아오는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걸었다.정가혜는 이연석이 미쳐 날뛰어 그녀를 3일 동안이나 사버려 이틀 동안 돌아올 수 없다고 했다.그러면서 서유에게 만약 서울에 돌아오면 먼저 이승하를 찾아가라고 했다. 그에게 급한 일이 있다면서 말이다.서유는 정가혜에게 자신은 이미 돌아왔고, 이승하도 만났다고 말하려 했지만 정가혜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서유는 할 수 없이 휴대폰을 접고 일어나 서재로 가서 두 번째 프로젝트의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펜을 놓았을 때는 이미 다음날 8시였고, 책상 위에는 초보적인 스케치만 있었다.서유는 정성껏 다듬을 겨를이 없어 펜을 놓고 욕실로 가서 한바탕 씻은 후 도면을 말아 올리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언니 회사는 2층 높이의 빨간 건물이었다. 외관은 프랑스식 건축 양식과 돔 디자인으로 아주 독특했다.서유는 회사에 도착한
서유는 커다란 사무실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언니의 뜨거운 피가 끓어올랐는지 서유는 저도 모르게 심이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래층에서 차량 행렬이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났다. 코닉세그를 필두로 10여 대의 고급차량이 모두 문 앞에 멈추었다.검은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경호원들이 잇달아 차에서 내려 두 줄로 서서 회사의 좌우 양 끝에 서 있었다.코닉세그의 차에서 소수빈이 재빨리 차에서 내리더니 조수석 앞으로 다가와 문을 당겨 존귀한 신분의 남자를 모셨다.햇빛이 남자의 늘씬 몸매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비추어 더욱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였다.그림 같은 눈썹 아래의 맑은 눈동자는 사람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했다.평소 블랙 정장과 화이트 셔츠 차림의 그는 오늘 코발트블루 정장으로 바꾸어 입었다.맞춤 제작의 비싼 코발트블루 색은 남자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더 고귀하고 우아하게 만들었다.그는 완벽한 턱을 살짝 치켜든 채 2층 쪽을 바라보다가 기다란 손가락을 들어 안경을 살짝 밀었다.창문 앞의 서유는 남자의 이 동작을 보고 갑자기 ‘불량한 선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옆에 있던 심이준은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이를 갈며 한마디 보탰다.“겉만 번지르르한 짐승!”서유는 고개를 돌려 의아해하며 심이준을 보았다.“저 사람이 왜 여기...”심이준은 탈구된 팔을 들어 아래층 남자를 가리켰다.“왜 왔겠어요? 당연히 여자 꼬시러 왔죠!”말을 마치고는 눈을 늘어뜨린 서유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피하지 말아요. 그 여자가 바로 서유 씨니까!”서유는 붉은 입술을 벌리고 반박하려다가 할 말이 없어 시선을 거두고 창문 옆을 떠났다.심이준은 고객 제일의 이념에 따라 ‘이승하는 계약 체결하러 왔다’고 간단히 설명한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 맞이했다.방금까지 이를 갈며 말하던 심이준은 8명의 디자이너를 이끌고 대칭적인 미소를 지으며 이승하에게 다가갔다.“대표님, 이 누
이승하가 서유에게 다가가자 꼿꼿한 몸에서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흘렀다.서유는 그가 매우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긴장한 나머지 약간 뒤로 물러나 두 사람의 거리를 벌렸다.남자의 안경 밑 시선은 두 사람의 거리를 재며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서유가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자 남자는 또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그렇게 조금씩 뒤로 물러서다 보니 서유의 허리가 어느새 책상에 닿아 책상에 앉을 뻔했다.서유는 약간 위축된 듯 부드러운 턱선을 들어 이승하를 바라보았다.“당신...”이승하는 몸을 숙이고 그녀를 책상에 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유야, 나 계약하러 왔어.”서유는 다시 몸을 뒤로 젖히고 그를 내려다보았다.“그럼 계약을 체결해야죠. 이렇게 가까이 오면 어떡해요.”이승하의 입꼬리가 씩 올라가더니 그녀의 몸을 약간 더 눌러 서유의 귓가에 밀착했다.“더 가까운 자세도 우리는 시도해봤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노골적인 말과 매혹적인 호흡이 어우러져 서유는 귀가 따가워졌다.서유는 어색하게 고개를 돌린 후, 그를 힘껏 밀어내고 책상에서 내려 응접실로 돌아갔다.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김초희의 대표 신분으로 이승하에게 초대하는 자세를 취했다.“이 대표님, 앉으시죠.”그녀는 옅은 흰색 오피스룩에 깔끔한 단발머리를 했고, 밝고 흰 얼굴에는 지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이승하의 애틋한 눈빛이 그녀의 몸에 떨어져 당장 품에 안고 싶었지만 너무 성급해서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두려웠다.그는 서유를 품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으며 순순히 소파에 앉았다.이승하가 자리에 앉자마자 서유가 바로 낯선 사람 대하듯 말했다.“심 선생님, 여기 커피 부탁드려요.”심이준이 들어오면 그녀도 그렇게 난처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소수빈에 의해 벽에 눌리고 입이 틀어막힌 심이준은 그의 잘생긴 얼굴만 쳐다보며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소수빈도 마찬가지로 불쾌하게 그를 노려보았다. 만약 이 물건이 이승하를 방해할까 봐 두렵지 않다면, 그는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