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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그의 키스는 가벼웠다. 가볍게 입맞춤한 후 곧 떼었다.

하얀 손끝이 머리카락을 따라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촉감은 한없이 차가웠다.

서유는 시종일관 눈썹을 그리고 있는 그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고개를 약간 기울여 그의 손길을 피했다.

이 사소한 행동은 마치 뭉게구름처럼 남자의 마음속을 가득 채웠고 순간 답답하고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쌍꺼풀 아래의 복숭아 눈은 어느새 상처로 가득 번졌고 금세 촉촉해졌다.

“이제... 싫어?”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물었다.

“네.”

서유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복잡한 눈동자가 조금씩 맑아졌다.

그녀의 대답은 남자가 잡고 있던 마지막 지푸라기를 무너뜨렸고 이승하는 마치 삶의 끝에 다다른 듯 무기력해졌다.

“왜...”

그녀에게 잘 설명해주었는데 왜 서유는 여전히 자신의 옆에 있고 싶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 그녀를 잡으려고 해도 왜 잡을 수 없을까?

이승하가 평생 원한 것은 그녀 하나뿐이었는데 왜 얻지를 못할까?

서유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맑은 눈동자를 들어 말했다.

“8년 전에 내가 어땠는지 알아요?”

8년 전의 과거는 송사월의 것이어서 이승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두 사람의 과거에 대해 알고 싶지 않지만 서유 앞에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어요. 근데...”

서유의 눈은 과거의 어둠에 휩싸인 것처럼 어두워졌다.

“사월이 앞에서 무릎 꿇고 나 버리지 말라고 사정했어요. 절대 나 잊지 말라고 울부짖었지만 돌아온 건 절망뿐이었어요.”

“5년 후에 사월이가 기억을 되찾고 그 모든 게 오해라고 설명했지만 난 그래도 상처를 받은 거잖아요.”

“그 상처 때문에 성격이 예민해져 감히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그럴 용기도 없었어요.”

여기까지 말한 서유는 8년 동안 자신을 괴롭힌 이승하의 얼굴을 쳐다보며 다시 봉인된 기억 속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그때 나는 당신이 분명 나와 결혼하지 않을 거고, 날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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