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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아무 말이 없는 그녀를 쳐다보며 이승하는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는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을 뻗어 침대 옆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병원 원장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는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이 여자 신체검사 한 번 해봐요. 약물 때문에 다른 곳에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닌지 한번 검사해 봐요.”

원장은 그런 약 때문에 장기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서유도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말리려고 했지만 그녀가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원장은 이미 병실을 빠져나갔다.

병원의 대주주가 분부한 일이니 원장은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신속하게 각 과에 연락해 전문의를 파견하여 검사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서유는 몸 전체를 검사받았고 하다못해 약간의 빈혈 증세까지도 전부 다 이승하에게 보고되었다.

예전에 가짜 보고를 받았던 트라우마가 있기라도 하듯 그는 의사를 바꿔가면서 검사를 진행하도록 하였고 의사들의 답이 일치하자 비로소 그들의 말을 믿었다.

마지막으로 검사를 맡은 안과의사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고 이상하다는 점을 눈치챘다.

그는 즉시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 대표님, 혹시 환자분께서 실명한 적이 있으신지요?”

그 말에 몸이 굳어진 이승하는 고개를 숙이고 서유를 쳐다보았다.

“실명한 적이 있었어?”

서유는 그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그는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어 그녀의 눈을 어루만졌다.

“언제?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며 서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죽기 전에 한동안 실명했었어요.”

죽기 전이라는 말이 칼처럼 그의 심장을 찔렀고 피를 철철 흘릴 정도로 엄청난 고통이 전해졌다.

그녀는 여태껏 심부전증의 고통뿐만이 아니라 실명의 고통도 겪고 있었다.

반면, 그는 그녀의 몸이 가장 무기력할 때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돌봐주기는커녕 무자비하게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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