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적거리며 이승하의 품에서 벗어난 그녀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어 그를 바라보았다.“어디로 날 데려가는 거예요?”잔뜩 경계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그윽했던 그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내 별장으로 가.”그 말에 서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병원에서 내가 한 말 못 알아들었어요?”더 이상 얽히지도 말고 만나지도 말자고 분명히 말했는데 자신의 별장으로 가자니?이승하는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알아들었어.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당신이 어디로 갈 수 있는데?”그의 말 한마디에 서유는 말문이 막혔고 난처하기만 했다.“동료와 함께 방법을 찾아봐야죠.”그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자기 코도 석 자인 사람한테 무슨 방법이 있겠어?”서유는 그 앞에서 체면을 되찾고 싶었지만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나...”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이승하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서유, 호텔은 안전하지 않아. 내 말 들어. 내 별장으로 가.”해외는 환경이 혼잡하여 그가 그녀의 신변 안전을 항상 보장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자신이 보이는 곳에 있어야만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서유는 주먹을 불끈 쥔 채 고개를 들고 이승하를 쳐다보았다.“내 안전을 위해서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내가 당신의 별장에 묵게 된다면 성이나 씨가 어떻게 생각하겠어요?”그 말에 이승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 여자랑 무슨 상관이야?”서유는 손바닥을 문지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제 그 여자가 당신을 안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승하는 그녀의 뜻을 알아챘다. 그가 앞으로 다가가 가녀린 그녀를 품에 가두고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잘 들어. 날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야.”가슴이 떨린 서유는 믿기 힘든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승하는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어제는 내가
그녀를 유혹하듯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서유는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그를 향해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그 여자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병원에서 그녀는 그를 거절한 이유가 그를 사랑하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말했다.그동안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함께였던 적이 없었다. 늘 서로를 탐색하고 의심만 했을 뿐이었다. 비록 여러 가지 오해로 인해 생긴 것이라 할지라도 그 상처와 절망은 그녀가 실제로 겪었던 것들이다. 그렇게 서로를 괴롭히고 얽히고설킨 과거는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고 다시는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질투하는 그녀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녀는 전혀 그런 내색이 없었다. 정말 성이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했다. 그는 그녀와의 거리를 살짝 벌리고 실망이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당신은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나 보군.”서유는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용기 내어 말했다.“예전에는 신경이 쓰였어요.”예전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이승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시간의 벽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은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가 아무리 후회한다고 해도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실망감이 가득 찬 그의 눈빛은 점차 어두워졌고 잘생긴 그의 얼굴도 점점 창백해졌다. 그는 엘리베이터의 문에 대고 있던 손을 거두고는 옆으로 몸을 돌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떨어지는 숫자를 응시했다. 서유는 도도하고 쓸쓸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난 당신이랑 성이나 씨가 그렇고 그런 사이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당신이 나한테 별장에 묵으라고 했을 때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한 거예요. 당신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이승하는 못 들은 것처럼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도 없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그가 돌아서서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끌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그는 그녀를 강제로 차에 밀어 넣었고 그녀의 의
그 모습에 이제 막 화를 가라앉힌 이승하는 순식간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는 서유의 팔을 한 손으로 잡고 그녀를 차 안으로 다시 끌어당겼고 빨간 눈으로 그녀를 빤히 노려보았다.“서유, 위싱턴은 안전하지 않다고 했잖아. 내 말 무시하는 거야?”“난...”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그가 그녀의 말을 낚아챘다.“내 별장에 가고 싶지 않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 위싱턴에서 당신이 나 말고 또 누굴 알고 있는데? 갈 데 있어?”분노에 찬 그의 목소리에 약간의 실망감이 엿들어있었다.“왜 이런 상황에서도 내 도움을 받지 않으려 하는 건데? 그렇게 내가 싫은 거야?”그는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녀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그를 거부하고 있었다.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내 사랑을 못 본 척하고 함부로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서유는 이유 없이 화를 내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내가 가는 줄 알았어요?”무뚝뚝한 얼굴로 대답하지 않는 그를 보며 그녀는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차근차근 설명했다.“차 안이 너무 답답해서 그냥 바람 좀 쐬고 싶었어요. 워싱턴이 안전하지 않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함부로 다니지 않을 거예요. 당신의 별장에 가고 싶지 않다는 건 더 이상 당신한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서지 당신이 싫어서가 아니에요.”그녀의 말에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의 얼굴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그는 그녀의 팔을 놓아주고는 똑바로 앉아 다시 고개를 돌려 손에 든 담배를 껐다.차 안의 휴지통에 담배를 넣은 뒤 그가 짙은 눈빛으로 서유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영원히 나한테 빚진 게 없어.”듣기 좋은 그의 목소리에 힘이 없어 보였다. “잃어버린 물건은 사람을 보내 찾아볼게. 그동안은 내 별장에서 지내.”그런 그의 모습에 서유는 더 이상 그를
그의 말에 또 황당한 장면들이 떠오른 그녀는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그러나 이승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뻗어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서유, 우리 둘이 선을 넘은 그 순간부터 당신은 이미 송사월한테 미안한 짓을 한 거야. 근데 이제 와서 왜 이리 망설이는 건데?”그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다. 욕조에 그녀를 앉힌 뒤 그가 입을 열었다.“많이 피곤해 보여. 씻고 푹 쉬어.”남자는 하인이 건네준 목욕 수건을 받아 욕실 선반 위에 올려놓고는 욕실을 나섰다. 그녀는 닫힌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승하의 말이 맞았다. 어젯밤에 할 거 다 하고 이제 와서 그와 얽히고 싶지 않다고 해도 그 모든 것은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었다. 그 생각에 그녀는 마음이 무거워졌고 온몸에 피로가 몰려왔다.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입고 있던 드레스를 벗고 욕조에 누워 머리 위의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한편, 욕실을 나선 이승하는 빠른 걸음으로 서재로 들어갔고 그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 택이는 급히 소파에서 일어났다.“보스, 다녀오셨습니까?”이승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책상 앞에 앉은 뒤, 차가운 눈빛으로 택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워싱턴 쪽의 일은 잘 처리되고 있는 거야?”“처리해야 할 사람은 이미 다 처리했으니 더 이상 계열사에 위협이 되는 자는 없을 겁니다.”“한 가지 더.”“분부하십시오.”이승하는 호텔 방 카드 두 장을 택이 앞에 놓아두었다. “워싱턴에 있는 몇몇 상습범들이 어젯밤에 이 스위트룸에서 물건을 훔쳤는데 네가 가서 찾아와.” “네.”택이가 방키를 집어 들고 돌아서려는데 이승하의 싸늘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뒷마당으로 나가. 서유가 널 발견하지 못하게.”그 말에 택이는 뒤돌아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한편, 샤워를 마친 서유는 목욕 수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다.그녀는 나무 바닥을 밟고 문 앞에 서서
간절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와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뒤에서 자신을 꼭 껴안고 있는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수척해진 얼굴에 안색까지 창백해진 그는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이승하는 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차가운 사람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는 그녀를 잡기 위해 자존심 다 버리고 그녀한테 애원하고 있다. 마치 밤하늘에 걸려 있던 별이 갑자기 내려앉은 것 같았다. 하지만 땅에 떨어진 별이라 할지라도 손에 닿을 수 없긴 마찬가지, 어떻게 그녀를 위해 자신을 바꿀 수 있겠는가?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그녀의 손길에 이승하는 몸이 굳어졌다. 그는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았고 부드러운 그녀의 눈빛에서 그녀가 뭔가 결단을 내렸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서유, 제발 나한테 이리 매정하게 굴지 마.”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더 힘차게 껴안았다. 엄청난 그의 힘에 서유는 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고 뭔가 말을 하려던 그녀는 결국 그만두었다. 그녀는 손을 거두고 고개를 숙인 채 상처투성이인 그의 오른손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며칠이라면 정확히 며칠을 말하는 거예요?”그녀의 말에 이승하는 흠칫했고 어둡고 빛이 없던 그의 눈빛에 다시 희망이 차올랐다. 그녀는 결국 마음이 약해졌고 그녀는 여전히 착하고 온순했던 그녀였다. 그는 더 세게 그녀의 그 두 손을 끌어안았고 마치 잃어버린 것을 되찾은 것처럼 그녀를 꼭 잡고 있던 손을 더 이상 놓지 않았다. “당신이 당신의 물건들을 되찾을 때까지.”영원이기를 바랐지만 그녀한테 송사월이 있는 한 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할 수 없었다. 그녀가 결혼한 것을 알면서도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황당하고 불합리하고 미친 짓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며칠 동안만이라도 그녀와 함께 있고 싶고 그녀의 숨겨둔 애인이고 싶었다. 서유는 손바닥을 움켜쥐고 한참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좋아요, 약속해요
그의 행동에 깜짝 놀란 서유는 황급히 발을 빼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럴 필요 없어요.”이 시간 동안 그가 자신에게 상처만 주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그가 자신을 대하는 건 그녀는 무척 불편했다.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한쪽 신발을 벗겼다. 벗은 신발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는 서유를 번쩍 들어 올려 부드러운 이불 속에 그녀를 밀어 넣었다.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준 후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만졌다.“좀 자. 깨어나면 먹을 것 좀 만들어줄게.”서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나한테 이렇게 할 필요 없어요. 그냥 예전처럼 날 대해줘요.”그 말을 들은 이승하는 그녀의 뜻을 오해한 듯 갑자기 그녀를 이불 속에서 끄집어냈다.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유를 끌어안고 소파에 가서 앉은 후 그녀의 허리를 눌러 그녀를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뒤통수를 꽉 눌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는 고개를 젖힌 채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콧등이 부딪치자 이승하는 턱을 치켜들고 입술을 살짝 벌린 뒤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를 건드리기만 하면 이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 가볍게 입맞춤만 할 생각이었는데 살갗이 닿는 순간 그는 이성을 잃고 더 깊게 파고들었다. 그의 키스는 마치 수년간 억눌려 있던 감정이 갑자기 폭발한 것처럼 거칠고 거침없었다. 서유는 숨이 차올라 두 손을 그의 어깨에 얹고 필사적으로 그를 밀어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승하 씨.”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미친 듯이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하는 동안 그녀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내 뜻을 오해한 거 아니에요?”“뭐?”이승하는 짙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예전처럼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한 건 이런 뜻이 아닌가?서유는 빨갛게 부어오른 입으로 차근차근 설명했다.“예전처럼 날 내버려두라고 한 거지 이
3개월 넘게 전원을 켜지 않아 핸드폰은 배터리가 부족한 상태였고 그가 충전을 하려던 찰나에 택이가 돌아왔다.그는 핸드폰을 옆에 두고는 고개를 들어 물건을 잔뜩 들고 오는 택이를 쳐다보았다.“물건 찾아오라고 했었잖아.”택이는 큰 주머니 몇 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득의양양하게 입을 열었다.“갔었어요. 이건 찾아온 물건들이고요.”그는 얼른 칭찬해 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물건을 확인한 이승하는 웃음기가 사라져 버렸다. “누가 이렇게 빨리 찾으라고 했어?”그의 말에 택이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S' 조직은 늘 일 처리가 빠르고 정확했다. ‘보스께서는 그런 규칙을 알고 계시면서 왜 나한테 일을 빨리 처리했다고 하시는 거야?’이승하는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 물건들을 그의 앞으로 밀었다.“다시 돌려보내.”“보스, 왜 그러세요?”깜짝 놀란 택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승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택이를 얼어죽일 만큼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었던 택이는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는 그가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릴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을 살짝 떨던 택이는 문뜩 생각이 떠올랐다.“보스, 앞으로 서유 씨에 관한 일은 제가 최대한 늦게 처리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그가 손을 들어 이승하에게 인사했다.“저 먼저 갑니다. 행복하세요.”그는 발바닥에 기름이라도 묻힌 듯 빠른 속도로 서재를 빠져나갔다. 택이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이승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싸늘한 그의 시선이 그 물건 더미로 향했다. 그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건들을 모두 책장에 넣었다.책장의 문을 닫은 후 그는 몸을 돌려 부엌으로 갔다. 안에 있던 하인은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나가요.”하인은 그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재빨리 주방을 빠져나갔다.이승하는 수납장 옆으로 가서 메뉴판을 꺼내어 한 페이지씩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서유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아까 자신이 마음이 약해져 타협한 걸 후회했다.뾰로통한 그녀의 모습에 이승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눈 밑에 웃음기가 가득했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또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장난 그만할게. 일어나서 뭐 좀 먹자.”그녀는 지금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의 키스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화가 치밀어올랐다.이승하는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녀를 보고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백합죽을 들고 침대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그는 그릇의 죽을 한 번 또 한 번 저어서 식힌 다음 작은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그녀의 입에 가져다 댔다.“먹어.”서유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몸을 옆으로 돌리고 창밖의 정원을 노려보며 씩씩거렸다.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그는 한없이 다정한 눈빛을 지었다.“서유야, 배고프지 않으면 우리 다른 일 좀 해볼까?”그 말에 서유는 몸을 돌리고는 눈을 부릅뜬 채 그를 노려보았다.그는 팔꿈치를 무릎 양쪽에 괴고는 몸을 낮춘 채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서유야, 나 몇 년 동안 참았어. 너무 괴로워.”그녀는 더 이상 그의 쓸데없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이불을 두른 채 몸을 일으키고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죽이나 줘요.”이승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내가 먹여줄게.”“나 혼자서도 잘 먹을 수 있다고요.”이승하는 아무 대꾸도 없이 담담한 눈빛으로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았다.깊은 숨을 들이마시던 서유가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자 남자는 그제야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그는 한 숟갈, 한 숟갈씩 그녀에게 죽을 먹인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더 줄까?”고개를 흔들던 그녀는 죽 그릇을 내려놓고 냅킨을 들어 자신의 입가를 닦아주는 그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예전에 그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이런 적이 없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좀 많이 변한 것 같다.그녀의 얼굴에 있는 미세한 표정을 눈치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