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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그의 말에 또 황당한 장면들이 떠오른 그녀는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이승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뻗어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서유, 우리 둘이 선을 넘은 그 순간부터 당신은 이미 송사월한테 미안한 짓을 한 거야. 근데 이제 와서 왜 이리 망설이는 건데?”

그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다.

욕조에 그녀를 앉힌 뒤 그가 입을 열었다.

“많이 피곤해 보여. 씻고 푹 쉬어.”

남자는 하인이 건네준 목욕 수건을 받아 욕실 선반 위에 올려놓고는 욕실을 나섰다. 그녀는 닫힌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승하의 말이 맞았다. 어젯밤에 할 거 다 하고 이제 와서 그와 얽히고 싶지 않다고 해도 그 모든 것은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었다.

그 생각에 그녀는 마음이 무거워졌고 온몸에 피로가 몰려왔다.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입고 있던 드레스를 벗고 욕조에 누워 머리 위의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편, 욕실을 나선 이승하는 빠른 걸음으로 서재로 들어갔고 그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 택이는 급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보스, 다녀오셨습니까?”

이승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책상 앞에 앉은 뒤, 차가운 눈빛으로 택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워싱턴 쪽의 일은 잘 처리되고 있는 거야?”

“처리해야 할 사람은 이미 다 처리했으니 더 이상 계열사에 위협이 되는 자는 없을 겁니다.”

“한 가지 더.”

“분부하십시오.”

이승하는 호텔 방 카드 두 장을 택이 앞에 놓아두었다.

“워싱턴에 있는 몇몇 상습범들이 어젯밤에 이 스위트룸에서 물건을 훔쳤는데 네가 가서 찾아와.”

“네.”

택이가 방키를 집어 들고 돌아서려는데 이승하의 싸늘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뒷마당으로 나가. 서유가 널 발견하지 못하게.”

그 말에 택이는 뒤돌아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

한편, 샤워를 마친 서유는 목욕 수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나무 바닥을 밟고 문 앞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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