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넘어진 서유는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서유는 바로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진 이승하를 바라봤다.낮은 신음과 함께 이승하의 입에서 피가 주르륵 넘쳐흘렀다.“미스터 이!”차에서 내린 보디가드들이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들은 신속하게 그쪽으로 뛰어가더니 그를 부축해 병원으로 향하려 했다.하지만 이승하는 이를 힘껏 뿌리치더니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나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서유에게로 향했다.그는 한쪽 무릎을 꿇더니 서유를 바닥에서 일으키고는 긴장한 표정으로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서유야, 너 괜찮아?”그의 눈동자에는 긴장과 두려움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에 서유는 가슴이 떨렸다.서유는 자기가 차에 치였음에도 그녀를 먼저 걱정하는 이승하를 멍하니 바라봤다.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그녀는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이승하는 서유가 아무 말이 없자 아까 자기가 너무 세게 밀친 바람에 서유가 다친 줄 알고 얼른 그녀를 안은 채 성큼성큼 차로 향했다.이승하의 품속에 안긴 서유는 그의 입가에 맺힌 핏자국과 점점 하얘지는 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승하 씨, 아까 피 토했잖아요. 장기를 다친 것 같으니 힘 빼지 말고 얼른 나 내려줘요.”이승하는 서유가 이렇게 말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로 그녀를 차에 태우더니 고개를 돌려 자신을 치고 간 슈퍼카에 앉은 약을 빤 미국 남자를 차갑게 쏘아봤다.“저 사람한테도 차에 치인 느낌이 어떤 건지 느끼게 해줘요.”이 말은 뒤로 이승하는 차에 올라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기사에게 명령했다.“병원으로 가요.”병원을 향해 내달리는 차 안에서 이승하는 뭔가 생각난 듯 손으로 서유의 뒤통수를 살살 만졌다.못 같은 단단한 물건은 없자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말했다.“다행이야, 괜찮아서.”서유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더니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나는 괜찮은데 당신은 어디 불편한 데 없어요?”장기를 다쳤다면 외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다행히 출혈량이 많지는 않고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먼저 약물 치료하고 경과를 지켜보다가 더 심각해지면 아무래도 수술해야 할 것 같습니다.”원장은 손에 든 결과를 내려놓더니 침대에 반쯤 기대 누운 이승하를 바라봤다. 입에서 더는 피가 흘러나오지 않자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입원 기간에 주의해야 할 사항은요?”“음식과 휴식에 주의해야 합니다. 격렬한 운동은 절대 안 돼요.”서유는 이를 머릿속에 기억하고는 이승하의 팔을 처치해 주는 의사에게 물었다.“팔은 어떤가요?”“그냥 스쳐서 피가 났을 뿐 뼈는 다치지 않았으니 큰 문제 없을 거예요.”서유는 다시 한시름 놓고는 까맣고 밝은 눈동자로 계속 그녀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승하를 바라봤다.그렇게 조용히 서로를 마주 보다가 이승하가 서유의 손바닥을 살짝 꼬집었다.“서유야, 걱정하지 마. 나도 너를 밀쳐내고 바로 피했어.”결국 치이긴 했지만 그래도 치명적인 부상은 피했으니 다행이었다.서유는 이승하의 부리부리한 눈매를 바라보며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승하는 약을 먹고 살짝 피곤한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서유는 이승하가 잠들자 몸을 일으켜 입원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러 가고 싶었지만 그가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서유는 그의 손을 밀쳐내려 했지만 순간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는 서유가 떠날까 봐 두려운 것처럼 약 효과를 이기지 못해 깊은 잠에 빠졌음에도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서유는 그런 이승하의 모습에 굳게 닫혔던 마음이 천천히 열리는 것만 같았다.서유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정교하다 못해 하느님이 만든 조각상처럼 잘생긴 그 얼굴을 매만졌다.“승하 씨…”서유가 그를 부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서유는 이 이름을 내려놓지 못했다.서유는 침대맡에 앉아 그를 지켜보며 과거를 회상했다.하나하나 세세히 되짚어보니 그의 인내와 사랑이 느껴졌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해가 뜨고 나서야 이승하는 천천히 눈을 떴다.그는 침대맡
이승하가 입원해 있는 2주간 서유는 늘 옆에 있어 주며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잤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하지만 결벽증이 심한 이승하는 아무리 의사가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당부해도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몸은 알아서 닦았다.매번 욕실에서 나올 때면 타올 한 장을 걸친 채 튼실하고 탄탄한 복근을 자랑하며 아무렇지 않게 서유 앞에서 돌아다녔다.서유는 그런 이승하를 볼 때마다 그가 결벽증 때문에 자꾸만 샤워하는 게 아니라 이런 방법으로 자기를 유혹하는 게 아닌지 하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특히 밤이 되면 그는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를 안은 채 미친 듯이 키스했다.애써 자신의 욕구를 참아내며 그녀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이승하를 보며 서유가 쌓아 올린 방어벽이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퇴원 전날, 이승하는 도저히 못 참겠는지 서유를 안고 벽으로 몰아가더니 그녀의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물었다.“서유야, 갖고 싶어. 응?”서유는 욕구에 이성을 잃은 이승하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잠깐 망설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를 내려놓을 수 없다면 그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한번 기회를 더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냥 닥치는 대로 나아갈 작정이었다.서유의 동의를 얻은 이승하는 단번에 그녀를 안아 다리에 앉혔다.그러더니 서유에게 미친 듯이 키스하며 기다란 손가락으로 문을 잠그고는 자동 블라인드도 닫았다.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나니 서유는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이승하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더니 이내 그녀를 안아 올렸다.그러고는 힘이 쏙 빠진 서유를 욕조에 내려놓고 온수를 틀어주며 부드럽게 그녀의 몸을 닦아주었다.서유는 욕조 변두리에 기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온몸에 키스 마크가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특히 목에는 빨간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승하는 이를 일종의 증명으로 생각하고 일부러 그녀의 목을 깨물었던 것이다.이 흔적들은 짧은 시간 내에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밖에서 지키고 있던 의사와 보디가드는 이승하가 서유를 품속에 꼭꼭 숨기는 모습에 모든 걸 알아챘다.왜 이승하가 저녁이 다 될 때까지 문을 열지 않나 했는데 몸이 낫자마자 참지 못하고 서유와 침대에서 뜨거운 놀이를 한 것이었다.몇십 명 되는 사람들이 바로 눈치챘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했다.이승하의 품에 안겨 있던 서유는 밖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키고 있다는 걸 안 순간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서유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이승하의 품에 깊숙이 파묻었다.하지만 이승하는 아예 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고 서유를 안은 채 그들을 지나 병원을 나섰다.서유는 차에 올라타서야 얼굴의 홍조가 조금 가라앉는가 싶었는데 하필 이때 원장이 의사들을 대동하고 환송회를 하러 왔다.서유는 이승하가 갑자기 차 문을 열어젖히자 너무 부끄러워 그의 외투를 잡아당겨 머리에 뒤집어썼다.이를 본 이승하는 그런 서유가 너무 귀여워 그녀를 갖고 싶은 마음이 다시 활활 타올랐다.하지만 원장은 아직도 영어로 재잘재잘 얘기를 늘어놓았다. 이승하는 그런 원장을 등진 채 손을 들어 원장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원장은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는 의사를 데리고 신속히 자리를 떴다.이승하는 기사를 차에서 내리라고 하더니 직접 차를 운전해 교외로 향했다.그는 한 손으로 차를 세우더니 뒷자리에 앉아 멍을 때리는 서유를 바라봤다.“서유야, 우리 아직 차에서는…”이를 들은 서유의 눈동자가 갑자기 커졌다.“승하 씨, 더는 무리에요.”허락하지 말 걸 하는 생각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이승하는 고삐가 풀리니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았다.이승하는 아무 말 없이 한 손으로 셔츠 단추를 풀었고 길게 빠진 목덜미가 밖에 훤히 드러났다.취한 듯 흐릿한 시선으로 서유의 몸을 이리저리 훑었고 일부러 섹시한 목젖을 아래위로 움직였다.서유는 그런 이승하를 힐끔 쳐다봤다. 분명 귀티 나고 점잖게 생겼는데 이런 일에서는 절제라는 걸 몰랐다.그녀는 지친 몸을 이끌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이승하가 한발 먼저
이런 이승하를 본 서유는 그의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가 왜 불안해하는지는 몰랐다.그녀는 그저 팔을 뻗어 그를 꼭 끌어안고는 그의 어깨에 기대 얌전하게 대답했다.“그래요.”그녀는 그의 것이었다. 그녀가 그를 받아들인 후로 쭉 그의 것이었다.이승하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저릿하게 아파왔던 마음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볼에 키스하며 좌석을 뒤로 젖혔다.서유의 맑고 까만 눈동자가 갑자기 커졌다.“승하 씨, 이제 나은지 얼마나 됐다고, 이러지 마요…”이승하는 자세를 낮추어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어쨌다고?”그렇게 병원에서 나와 교외에서 하룻밤이 지났다.이승하는 자신의 품에 안겨 단잠을 자고 있는 서유를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물티슈를 몇 장 뽑아 그녀의 몸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이승하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눈가의 웃음이 점점 짙어졌다. 이는 차갑기 그지없던 이승하에게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그녀의 몸을 닦아주고는 담요를 끌어와 그녀에게 덮어주고 안전벨트를 빼 그녀에게 잘 매주었다.옷을 단정히 챙겨입은 이승하는 고개를 숙여 부드럽게 그녀의 이마에 뽀뽀하더니 차에서 내려 운전석으로 향했다.밤새 먼 곳에 세워져 있던 십여 대의 고급 세단이 앞에 보이는 링컨에 시동이 걸리자 천천히 그의 뒤를 따랐다.이승하는 차를 별장에 대고는 차에서 내려 뒷좌석에 있는 말캉하고 가녀린 서유를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을 발견한 도우미들이 얼른 그들을 맞이했다.“오셨…”남자는 눈빛으로 도우미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고 도우미들은 그제야 입을 닫고 공손하게 물러갔다.이승하는 서유를 안아 안방 침대에 눕히고는 욕실로 향했다.깨끗이 씻고 나온 그는 도우미들에게 미리 저녁을 준비할 것을 일러두고는 다시 안방으로 돌아가 서유를 안고 잠을 청했다.그녀를 안고 있으니 마치 전 세계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고 늘 마음속에 담겨있던 불안도 그녀의 말캉한 몸으로 치유받는 것 같았다
얼마나 잤을까, 서유가 잠에서 깨어나니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손 까닥할 힘조차 없었다.이승하의 품에 안긴 서유는 그의 튼실한 가슴과 완벽한 근육 라인을 볼 수 있었다.서유가 깨자 이승하는 뼈마디 선명한 예쁜 손으로 서유의 머리칼과 볼을 어루만졌다.서유가 잽싸게 이승하를 밀쳐내더니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아직 침대 끝으로 이동하지도 못했는데 이승하가 그녀를 다시 안쪽으로 끌어당겼다.서유는 폭신한 침대에 누워 애원의 눈빛으로 이승하를 바라봤다이승하의 미간이 잠시 찌푸려지는 듯싶더니 이내 눈가에 웃음이 번졌다.그렇게 다시 여러 번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나서야 이승하는 서유를 안고 욕실로 향하더니 그녀를 말끔하게 씻어주고는 가운을 입은 그녀를 안고 주방으로 향했다.긴 서양식 테이블에 여러 가지 요리들이 올라와 있었고 도우미들이 옆에 쭉 늘어서서 별장 주인의 명령만 기다렸다.이승하는 서유를 안아 상석에 앉히고는 금빛 숟가락으로 삼계탕을 한술 푸더니 서유의 입가로 가져갔다.“먼저 삼계탕부터 마시면서 몸보신하자.”서유는 테이블에 놓인 각양각색의 보신용 탕들을 보더니 고개를 들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는 이승하를 바라봤다.그는 분명 여자가 어떤 탕을 마시면 좋은지 연구한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친히 도우미들에게 이 탕들을 준비하라고 한 것이다.서유는 그런 이승하를 힐끔 노려보더니 혹시나 몸이 버텨내지 못하면 어떡하나 싶어 입을 벌려 그가 건넨 탕을 마셨다.식탁에 올린 탕들을 서유에게 몇 모금 먹인 이승하는 나이프와 포크로 단백질이 듬뿍 들어간 스테이크를 썰고는 바로 다시 서유의 허리를 감쌌다.서유는 원래 앉아서 먹고 싶었지만 이승하가 놓아주지를 않았다.어쩔 수 없이 이승하의 다리에 올라앉아 그가 먹여주기를 기다렸다.이승하는 느긋하게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퍽 우아하고 고귀해 보였다.이때 노을이 창문을 통해 그의 얼굴을 비췄고 이에 그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옅은 황금빛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타고난 아우라가 그
이승하는 몸에 좋은 다른 요리를 서유에게 먹여주며 조금만 더 자고 타일렀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이승하는 서유를 안고 개인 영화관으로 향했다.서유는 이 별장의 지하 1층이 주차장인 줄 알았는데 한 층이 통으로 영화관이었다.평소 다니던 영화관보다도 몇 배 더 큰 개인 영화관을 보며 살짝 놀란 서유가 이승하를 바라봤다.“평소에 영화 보기 좋아해요?”이승하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대꾸했다.“아니, 안 좋아해.”병원에 있을 때 특별히 사람을 불러 개조한 것이었다. 혹시나 집에 있으면서 심심할까 봐 준비했다.이승하는 서유를 안고 2인용 가죽 소파로 향하더니 방영 준비를 가동하며 물었다.“서유야, 어떤 영화 좋아해?”서유는 거대한 스크린을 바라보며 외국 영화를 아무렇게나 가리켰다.이승하는 방영 버튼을 누르고 불을 끄더니 서유의 옆으로 다가가 앉아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는 같이 영화를 감상했다.처음 몇분은 그래도 스토리가 그나마 정상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내용이 점점 이상해졌다.이승하는 수위가 꽤 높은 화면이 나오자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더니 고개를 숙여 얼굴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서유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이런 영화 좋아하는구나.”서유가 잽싸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니에요. 나는 이 영화가 이런 내용일 줄은…”이승하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서유의 빨간 입술을 막으며 말했다.“해명하지 않아도 돼.”서유는 정말 억울했다.오뉴월에 서리가 내릴 정도였다.영화가 끝나고 이승하는 서유를 안아 자기 몸 위에 엎드리게 하더니 담요를 당겨와 덮어주었다.땀이 송골송골 맺힌 서유를 안고 그녀의 머리에 키스하며 이렇게 말했다.“서유야, 방에 가서 자야지?”서유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고 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 이렇게 말했다.“피임약 아직이니까 가져다줘요.”서유의 말에 그녀의 등을 토닥이던 이승하의 손이 순간 멈췄다.숨이 멎을 것만 같은 아픔이 손가락 끝에서 점점 안으로 밀려 들어와 뼈 마디마디
서유는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이승하를 보며 그의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예전의 그도 이렇게 기분이 오락가락했었다.그녀는 이런 그가 약간 무서웠지만 예전처럼 침묵하지 않고 우선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았다.서유는 아까 나눈 대화를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고 금세 이승하가 왜 이러는지 알아챘다.그녀는 자신에게 뽀뽀하는 이승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승하 씨, 내가 아이를 가지기 무섭다는 건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돼서 그러는 거니까 오해하지 마요.”이승하는 서유의 해명을 듣고 죄책감이 들었다.그는 서유를 끌어안은 채 그녀의 어깨에 힘없이 머리를 기댔다.“서유야, 미안해. 내 잘못이야.”안전감이 없었기에 두려웠다. 언젠가 그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를 떠나버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이런 불안한 정서는 늘 그의 주위를 맴돌면서 그를 갉아 먹었고 아무리 그녀가 옆에 있다해도 그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서유는 이승하가 많이 불안해하자 적극적으로 그의 목을 감싸더니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승하 씨, 난 지금 당신과 함께 에요. 그러니 불안해하지 마요…”그녀는 이승하에게 키스하며 예전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이승하는 멈칫하더니 약간은 서툴게 키스해 오는 서유를 몇 초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여 더 적극적으로 키스에 동참했다.서유의 말이 맞았다. 그녀가 이렇게 옆에 있는데 더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다.서유는 햇살이 잘 비쳐 든 방에서 깨어났고 되게 푹 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피곤이 말끔하게 가시고 정신도 조금 드는 것 같았다.그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익숙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욕실에서 나는 물소리만 들렸다.그는 욕실 창문에 비친 기다린 그림자를 보고 입꼬리가 올라갔다.서유는 침대에서 일어나 가운을 챙겨입고 다른 욕실로 가서 샤워하려는데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보름 동안 심이준과 서유는 연락을 유지하곤 했다.하지만 이승하는 심이준이 서유의 집 앞까지 찾아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