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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서유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아까 자신이 마음이 약해져 타협한 걸 후회했다.

뾰로통한 그녀의 모습에 이승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눈 밑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또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장난 그만할게. 일어나서 뭐 좀 먹자.”

그녀는 지금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의 키스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화가 치밀어올랐다.

이승하는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녀를 보고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백합죽을 들고 침대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는 그릇의 죽을 한 번 또 한 번 저어서 식힌 다음 작은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그녀의 입에 가져다 댔다.

“먹어.”

서유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몸을 옆으로 돌리고 창밖의 정원을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그는 한없이 다정한 눈빛을 지었다.

“서유야, 배고프지 않으면 우리 다른 일 좀 해볼까?”

그 말에 서유는 몸을 돌리고는 눈을 부릅뜬 채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팔꿈치를 무릎 양쪽에 괴고는 몸을 낮춘 채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서유야, 나 몇 년 동안 참았어. 너무 괴로워.”

그녀는 더 이상 그의 쓸데없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이불을 두른 채 몸을 일으키고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죽이나 줘요.”

이승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내가 먹여줄게.”

“나 혼자서도 잘 먹을 수 있다고요.”

이승하는 아무 대꾸도 없이 담담한 눈빛으로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았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던 서유가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자 남자는 그제야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그는 한 숟갈, 한 숟갈씩 그녀에게 죽을 먹인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더 줄까?”

고개를 흔들던 그녀는 죽 그릇을 내려놓고 냅킨을 들어 자신의 입가를 닦아주는 그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예전에 그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이런 적이 없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좀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녀의 얼굴에 있는 미세한 표정을 눈치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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