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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그녀를 유혹하듯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서유는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그를 향해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 여자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병원에서 그녀는 그를 거절한 이유가 그를 사랑하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동안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함께였던 적이 없었다. 늘 서로를 탐색하고 의심만 했을 뿐이었다.

비록 여러 가지 오해로 인해 생긴 것이라 할지라도 그 상처와 절망은 그녀가 실제로 겪었던 것들이다.

그렇게 서로를 괴롭히고 얽히고설킨 과거는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고 다시는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질투하는 그녀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녀는 전혀 그런 내색이 없었다. 정말 성이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했다.

그는 그녀와의 거리를 살짝 벌리고 실망이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은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나 보군.”

서유는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용기 내어 말했다.

“예전에는 신경이 쓰였어요.”

예전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이승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시간의 벽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은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가 아무리 후회한다고 해도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실망감이 가득 찬 그의 눈빛은 점차 어두워졌고 잘생긴 그의 얼굴도 점점 창백해졌다.

그는 엘리베이터의 문에 대고 있던 손을 거두고는 옆으로 몸을 돌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떨어지는 숫자를 응시했다.

서유는 도도하고 쓸쓸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난 당신이랑 성이나 씨가 그렇고 그런 사이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당신이 나한테 별장에 묵으라고 했을 때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한 거예요. 당신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승하는 못 들은 것처럼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도 없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그가 돌아서서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끌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그는 그녀를 강제로 차에 밀어 넣었고 그녀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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