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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별장으로 돌아온 서유는 거실이 엉망진창으로 깨져있는 걸 발견했다.

메이드들은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며 한쪽에 선 채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지현우는 소파에 앉아 과일칼을 만지작거렸다.

서유는 그의 손에 들린 칼을 보고 조금 무서웠지만 용기 내어 그쪽으로 걸어갔다.

“나... 왔어요...”

지현우는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칠흑 같은 눈동자로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는 곧 포획할 사냥감을 보듯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서유는 그런 눈빛에 가슴이 떨렸고 움켜쥔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그녀는 진정하려고 애쓰며 고개를 들어 지현우를 쳐다봤다.

“현우 씨, 우리 잠깐 얘기 좀 해요.”

“그래요.”

지현우는 소파에 앉아 옆자리를 툭툭 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었다.

조금 전 그 눈빛에 이 웃음까지 섞이자 서유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서유는 그의 옆이 아닌 맞은편 일인용 소파에 앉는 걸 선택했다.

“현우 씨, 당신과 함께 Y국으로 돌아가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요.”

지현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녀의 결정을 진작부터 알아챈 것처럼 말이다.

서유는 이 세글자 뒤에 무조건 다른 조건이 따를 거라는 걸 알고 급하게 대꾸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대치하고 있는데 지현우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전에 약속한 대로에요. Y국으로 가면 김초희로 살지 않아도 되지만 여기 남으면 김초희로 살아야 해요. 마음 굳힌 거예요?”

서유가 잠깐 고민하더니 용기 내어 물었다.

“싫다면요?”

사실 서유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김초희로 살건 아니건 지현우에겐 중요하지 않다는 걸 말이다.

지현우에게 서유는 그냥 김초희였고 어떻게 컨트롤할지는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전에 이런 조건을 내건 것도 서유를 협박해 Y국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이런 상황에 서유는 그와 함께 Y국으로 갈 수 없었고 그러면 김초희로 살아야 했다.

서유는 자신이 아닌 누군가로 살기 싫었지만 어떤 약점으로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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