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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서유가 칼을 가슴에 찔러넣으려는 순간 지현우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지현우는 과일칼을 앗아가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이렇게 작은 칼로 어떻게 심장을 도려내요...”

그러더니 주방에서 식칼을 가져와 그녀에게 던져줬다.

“이걸로 해요.”

서유는 그 말을 무시하고 고개를 들어 맑은 눈동자로 지현우를 바라봤다.

“사실 도려내지 못할 거면서.”

그는 전에 서유가 김초희의 심장을 갖고 있으니 절대 죽게 놔두지 않을 거라고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이러는 건 그냥 서유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다.

마음을 들킨 지현우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혼 꼭 해야겠어요?”

서유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현우 씨, 나도 내 요구가 너무하다는 거 알아요. 근데 애초에 결혼한 것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언니지 내가 아니잖아요. 언니 명의로 한 결혼이라고 해도 나는 언니가 될 수 없어요.”

서유의 말에 칠흑같이 어둡던 지현우의 눈빛에 한 줄기 빛이 감돌았다. 하지만 여전히 입을 꼭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유는 고개를 숙이고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현우 씨, 제발 나 좀 놓아주면 안 돼요?”

지현우가 고개를 든 순간 소파에 앉은 서유와 김초희가 겹쳤다.

“현우야, 부탁이야. 나 제발 좀 놓아줘...”

김초희도 전에 지현우 앞에 꿇어앉아 똑같이 애원했다.

하지만 그때 지현우는 아마 다리를 들어 그녀를 걷어찼을 것이다.

너무 오래전 일이었다. 그렇게 걷어차는 바람에 김초희는 배 속에 있던 5달 남짓 된 아이를 유산하고 말았다.

김초희가 슬픔에 몸부림치던 모습이 떠올라 지현우는 심장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 피가 나기 시작해서야 그는 과거의 기억으로 인한 고통을 조금 억제할 수 있었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김초희와 어딘가 조금 닮아있는 서유를 바라보더니 결국 한발 물러섰다.

“이혼해 줄게요, 근데 내 곁에 남겠다고 약속해요.”

사실 서유 말이 맞다. 이런 방법으로 김초희와 결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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