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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리고 온 하늘에서 퍼붓는 빗물은 남자에게 쏟아졌다.

새까만 머리와 빳빳한 양복이 흠뻑 젖었다.

흠잡을 데 없는 얼굴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목덜미까지 내려왔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자각하지 못한 듯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 쪽으로 걸어갔다.

주서희는 이승하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급히 우산을 쓰고 그에게 다가갔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그녀가 이승하의 동의도 없이 서유를 찾아온 것이다.

서유가 사실을 알고 이승하의 곁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은 몰랐다.

빗물이 이승하의 이마 앞 머리카락 몇 가닥을 타고 뚝뚝 떨어져 촘촘한 눈초리를 내리쳤다.

그는 얼음장같이 싸늘한 얼굴로 주서희를 보며 말했다.

“서유랑 완전히 끝났어. 앞으로 내 앞에서 서유 말 꺼내지 마.”

주서희는 넋을 잃고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이러한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서유 씨는 대표님을 사랑했어요.”

이승하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서희야, 서유가 사랑하는 건 송사월 한 명뿐이야.”

주서희는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서유 씨가 직접 인정했다고요. 대표님을 사랑했고, 매번 대표님의 마음을 시험할 때마다 실망스러운 답을 얻어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요...”

이승하의 싸늘한 눈동자가 점점 붉어졌다.

그는 눈을 늘어뜨리고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방금 서유는 그의 손을 보고 울었다.

이것은 서유가 처음으로 그를 위해 운 것이다.

정말 사랑했던 걸까?

그럼 왜 이승하는 그 사랑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까?

이승하는 고개를 돌려 먼 곳의 자그마한 그림자를 묵묵히 쳐다보더니 주서희에게 말했다.

“서유는 송사월을 더 사랑해.”

어쩌면 이승하를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를 수없이 아프게 한 이승하는 송사월에 비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주서희는 우산을 움켜쥐고 약간 초조해서 말했다.

“대표님, 제 생각에 서유 씨는 송사월에 대한 감정이 사랑보다는 미안함이 더 큰 것 같아요. 대표님이 진작 마음을 표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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