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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서유의 눈물 젖은 눈동자에 점차 내려놓은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주 선생님, 저는 이미 용서했다고 승하 씨한테 전해 주세요. 하지만 다시 그 사람 곁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주서희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송사월 씨 때문인가요?”

서유는 지난날의 추억에 잠긴 듯 깊은 눈을 늘어뜨렸다.

“제가 어떻게 컸는지 아세요? 사월이가 필사적으로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약을 사줘서 겨우겨우 살 수 있었어요. 자그마치 거의 20년을요.”

“어려서부터 모든 사람들이 저를 버릴 때, 사월이와 가혜만 저를 버리지 않았어요. 제 심장을 치료하기 위해 두 사람 모두 검소하게 살아왔죠. 제가 평생을 돌보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떻게 다시 저버릴 수 있겠어요?”

서유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카페를 떠났다.

하늘에는 어느새 폭우가 쏟아졌고 콩알만 한 빗물이 쏟아져 서유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택시를 부르는 것도 잊은 채 고개를 숙이고 빗물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주서희는 우산을 빌려 쫓아 나왔지만 이미 서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한 코닉세그 차 안에 있는 남자는 서유가 카페를 떠나고 주서희가 쫓아 나오는 것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주서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유한테 무슨 말한 거야?”

주서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서유 씨가 모두 알았어요.”

...

서유는 길가에 서서 영혼 없이 손을 내흔들었지만 멈추는 차는 없고 오히려 몸에 빗물만 튀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에 묻은 흙을 닦아내고 초라한 몸을 이끌고 계속 걸어갔다.

얼마 가지 않아 하이힐이 길 틈에 끼었다.

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하이힐을 뽑으려 했지만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몸 전체가 뒤로 넘어졌다.

어쩔 수 없이 빗물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눈앞에는 차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가고 머리 위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모두들 우산을 받쳐 들고 길을 재촉했지만 유독 서유만이 초라한 모습이었다. 얼굴에 떨어진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앉아 두 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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