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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서유는 침묵을 지키며 대답하지 않았다. 덤덤한 눈동자에서 지현우가 읽어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뭐 대답하기 싫으면 계속 내 곁에서 김초희로 살아요...”

서유는 주먹을 꽉 움켜쥐더니 여전히 대답은 하지 않고 되물었다.

“지현우 씨, 우리 이혼하면 안 돼요?”

이를 들은 지현우는 그녀가 여전히 이승하를 사랑하는 줄 알고 웃음을 터트렸다.

“성격은 언니랑 하나도 안 닮았네요. 당신 언니는 상처받은 한 다시 돌아보지 않을 텐데 말이죠. 그 사람이 입에 발린 소리 좀 했다고 벌써 가서 안기고 싶은 거예요?”

서유는 그저 그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갔다.

“맞아요. 난 언니와 아예 다르죠. 이건 현우 씨도 잘 알잖아요. 근데도 억지로 나를 언니로...”

지현우는 이내 표정이 굳었고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유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지현우 씨, 사실 나도 다 알아요. 나를 언니로 생각하는 게 이 심장뿐만이 아니라 언니를 향한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걸요.”

이를 들은 지현우가 갑자기 차갑게 콧방귀를 꼈다.

“내가 왜 죄책감이 들어야 하죠?”

“그런가요?”

서유가 이렇게 되묻더니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언니는 당신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끊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는 건 당신이 언니에게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줬다는 의미죠. 나를 언니로 생각하는 것도 과거에 저지른 일에 대한 보상일 뿐. 근데 지현우 씨, 당신이 지금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언니는 돌아오지 않아요. 왜 계속 환상 속에 살면서 자기를 속이려 드는 거예요?”

이를 들은 지현우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분위기도 점점 험악해졌다.

서유는 그런 지현우를 보며 방금 한 말이 그의 정곡을 찔렀다는 걸 알아챘다.

지현우가 이성을 잃고 폭주할까 봐 두렵긴 했지만 그래도 용기 내어 원하는 방향으로 그를 인도했다.

“지현우 씨, 언니가 죽기 전에 바란 건 나를 살리는 것이지 내가 언니로 사는 게 아니에요. 만약 진짜 언니에게 보상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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