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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이승하의 충혈된 눈동자가 흔들렸다. 잠깐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다시 덤덤해졌다.

그는 한 손으로 와인잔을 움켜쥐고 아무것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주서희에게 말했다.

“찾아가지도 말고, 귀찮게 하지도 마.”

그는 서유와 송사월을 이어주기로 했으면 그녀가 힘들지 않게 깔끔하게 놓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서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대표님, 설마 이대로 포기하는 거예요?”

주서희는 이 나이 먹도록 한 여자를 이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를 본 적이 없다.

이승하가 처음이었다. 서유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마다하지 않고 모든 걸 바치려 했다.

이런 이승하가 서유를 포기하겠다니.

이승하는 주서희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고 그저 와인만 들이부었다.

너무 급하게 마쳤는지 아니면 어디가 불편한지 조각 같은 얼굴이 점점 핼쑥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손에 든 와인잔을 내려놓더니 테이블을 짚고 허리를 숙여 아래에 놓인 쓰레기통에 피를 한 모금 토했다.

새빨간 피가 입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더니 바닥에 뚝뚝 떨어졌고 이내 쓰레기통과 바닥을 빨갛게 물들였다.

주서희는 바닥에 흥건한 피를 보며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대표님, 위출혈인가 봅니다! 누구 없어요! 병원에 데려가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이승하는 대수롭지 않은 듯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더니 달려오는 도우미에게 말했다.

“됐어.”

도우미들은 그 말에 놀라 감히 다가갈 엄두를 못 냈다. 이승하는 그제야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다시 와인을 들이부었다.

주서희는 화를 이기지 못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소수빈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이승하를 끌고 병원 응급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근처에 있던 소수빈은 바로 도착했다. 테이블에 놓인 수많은 빈 병과 바닥에 흥건한 피를 보고는 이내 주서희처럼 얼굴이 굳어졌다.

소수빈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이승하를 부축하며 타일렀다.

“대표님, 인제 그만 마셔요. 병원 가서 일단 치료부터...”

이승하는 그런 소수빈을 밀쳐내며 한 손으로 찢어질 듯 아픈 위쪽을 부여잡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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