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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이승하는 예쁜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는데 눈빛은 몽롱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그는 온 사람이 주서희임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말릴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와인만 마셨다.

주서희는 와인잔을 앗아가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계속 이러면 위세척을 해도 죽을 수 있어요.”

이승하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만사가 귀찮아 보였고 긴 손가락을 뻗어 다른 술잔을 가져오려 했다.

주서희는 고집스러운 그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대표님, 서유 씨 아직 살아 있잖아요. 얼른 힘내서 다시 만회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예전처럼 계속 술이나 마시고 있으면 어떡해요? 제가 아는 대표님은 이런 분이 아니었어요.”

예전의 그는 하늘에 사는 신이라도 되는 듯 도도하고 고귀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삶의 의미를 완전히 잃었고 까마득한 눈은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서희는 다시금 그의 손에 들린 와인잔을 앗아가며 말했다.

“대표님, 대표님이 서유 씨 때문에 점점 시들어가도 서유 씨는 몰라요. 지금은 그저 전에 변덕스럽게 정신적 폭력을 가한 거랑 죽기 전에 연지유 씨와 밤을 보냈다는 거, 그렇게만 알고 있어요.”

이승하가 멈칫하더니 충혈된 눈으로 주서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연지유와 잔 적 없어.”

이승하에게 이번 생에 여자란 서유뿐이었고 다른 여자는 건드리기도 역겨워했는데 잠자리를 가졌을 리는 더더욱 없었다.

주서희는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저는 알죠. 근데 서유 씨는 몰라요. 아직 오해가 깊어요. 대표님이 설명하지 않는데 서유 씨가 어떻게 알겠어요. 용서는 어떻게 하고요.”

이승하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콧방귀를 꼈다.

“신경 쓰지도 않을걸...”

이는 이승하가 이미 설명했는데도 서유가 여전히 용서하려 하지 않는다는 말로 들렸다.

하지만 아까 서유가 캐묻는 뉘앙스로 봐서는 아직 오해가 완전히 풀린 게 아닌 것 같았다.

주서희는 그의 성격에 말을 제대로 잘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내 한숨을 푹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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