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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가혜의 말을 듣고 몇 마디 더 하려던 강이설은 말을 멈췄다.

그제서야 가혜는 아니꼽게 보던 시선을 거두고는 고개를 들어 강은우에게 말했다.

"나 저녁에 또 출근 해야해. 아가씨는 여보가 잘 챙겨줘."

강은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키를 챙기며 말했다.

"데려다줄게."

"괜찮아, 나 차 가지고 왔어."

서유와 가혜가 나가자 강이설이 강은우 쪽으로 몸을 돌려 앉으며 말했다.

"얘기만 잘하면 됐지, 돈은 왜 돌려줘?"

강은우는 두 사람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서야 낮게 말했다.

"돈 안 돌려주면 쟤가 믿을 것 같아?"

강이설은 삐진 척을 하며 말했다.

"내가 얼마나 더 기다려줘야 하는 거야?"

강이설은 여자의 볼록 나온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착하지 아가, 쟤가 대출금만 다 갚으면 너 데리고 서울 갈 거야."

서울로 데려갈 거라는 말을 듣고서야 분노가 서렸던 눈빛이 다시 유순해졌다.

서유는 병실을 나선 뒤 가혜에게 찍었던 영상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강은우가 아까 나한테는 여동생이 임신 때문에 결혼식 못 왔다고 했는데 너한테 얘기할 때는 임신한 거 오늘 알았다고 했어. 말이 앞뒤가 다르잖아, 조심 좀 해. 강은우랑 그 여동생 둘 다 수상해."

가혜는 영상 속의 강은우가 자신을 대하듯 여자의 코끝을 튕기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수상한 게 아니라 이건 불륜이 분명해!"

"남맨데 설마 불륜이겠어?"

"남매인지 아닌지 누가 알아!"

가혜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가족들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나를 속여도 내가 어떻게 알겠어?"

서유는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가족이 문제야. 며느리를 집에 안 들이는 시댁이 어딨어?"

이 말을 들은 가혜는 다급히 말했다.

"나 그 본가에 한번 다녀와야겠어. 이웃들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서유는 가혜의 손을 잡아 오며 말했다.

"혼자서는 너무 위험해."

강은우의 본가가 어떤데인지도 모르는데 혼자 갔다가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꼴이 날 수도 있었다.

서유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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