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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이제 막 간신히 숨을 돌린 박하선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이승하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였다.

그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이렇게 학대받은 건 처음이었다.

정말 화가 미칠 것만 같았다.

바닥에서 일어난 그녀는 서유를 향해 달려가더니 그녀를 세게 밀쳤다.

무방비 상태였던 서유는 맞은편 칸으로 세게 밀려났고 머리가 변기 가장자리에 부딪혔다.

순식간에 빨간 피가 흘러나와 변기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방울 한 방울씩 바닥에 떨어졌다.

그 광경을 본 이승하는 얼굴이 굳어졌고 연지유의 허리를 감싸안은 손에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들어갔다.

통증을 밀려온 연지유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승하 씨, 왜 그래?”

이승하는 이내 그녀를 놓아주고는 서유 앞으로 다가갔다.

손을 내밀던 그가 연지유의 의아한 눈빛을 눈치채고 억지로 손을 거두었다. 그는 서유를 빤히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사과해.”

그 말에 서유는 고개를 들었고 붉은 피가 그녀의 시선을 가리고 있어 그의 모습이 잘 보이지가 않았다.

지금의 그는 마치 그림자처럼 작고 힘없는 그녀를 덮어버린 것 같았고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모습을 잘 보지는 못했어도 그가 하는 말은 똑똑히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그는 박하선에게 사과하라고 하였고 이건 이유조차 따지지 않는 명령이었다.

권력을 쥐고 있는 그들에게 평범한 사람인 서유는 영원히 그들과 옳고 그름을 논할 자격이 없었다.

씁쓸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은 처참해 보이기도 했고 무기력해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변기를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박하선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미안해요, 박하선 씨.”

그녀는 몸을 구부리고 머리를 숙인 채 마치 잘못을 저지른 하인처럼 일말의 존엄도 없이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그녀의 가냘픈 몸매를 보며 이승하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돌아서서 박하선을 쳐다보았고 눈 밑에 살기가 가득한 그녀를 보며 그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혼쭐을 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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