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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Author: 재인
병실 안에서는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구승훈은 자세도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문 옆에 계속 서 있었다.

그 후 한참 지나, 안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멎자, 그는 그제야 손에 든 부서진 담배를 내려다보며 그걸 쓰레기통에 버리고, 또 새 담배를 꺼내 흡연 구역으로 걸어갔다.

손연지는 퇴근 후에 바로 또 찾아왔다.

병실에는 강하리 혼자 병상에 누워있었고, 그녀의 눈가에는 촉촉한 이슬이 맺혀있었다.

그걸 보자 손연지는 억지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사실 없어도 괜찮아, 오히려 잘 됐을지도 몰라... 너 혼자서 아줌마도 돌봐야 하고 애까지 돌보면 너무 힘들잖아.”

강하리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안간힘을 다해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아.”

자신의 상황이 어떤지 그녀도 모르지는 않았다.

아기가 지워진 게 더 좋은 일일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으면 태어나서부터 그녀를 따라 고생해야 하니까.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손연지는 그녀의 슬픈 표정을 보며 가슴이 아파, 애써 말머리를 돌렸다.

“배는 안 고파? 내가 뭐 좀 사다 줄까?”

강하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나 병원에서 얼마나 있어야 해?”

“하룻밤 지내보고, 아픈 데 없으면 내일 아침에 퇴원하면 될 거야. 퇴원하면, 나랑 같이 갈래? 내가 네 산후조리 돌봐줄게.”

“그래.”

강하리는 지금 그 어떤 위로의 말도 듣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 손연지는 하지 않았고 그저 그녀의 이불을 위로 걷어 올렸다.

“왜 갑자기 유산하게 된 거야? 그전에... 통화하고 있을 때만 해도 괜찮았잖아.”

손연지는 말하면서 눈시울을 약간 붉혔다.

그녀조차도 이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데, 강하리는 오죽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강하리는 천장을 보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겨우 한마디 꺼냈다.

“계단에서 누가 날 밀어서 넘어졌어.”

손연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널 밀었다고? 누구야 그 사람? 난 구승훈이 널 이렇게 만든 줄...”

그녀는 말하다가 멈췄다.

강하리는 씁쓸하게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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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하리가 떠난 후, 복도는 다시 고요해졌다.구승훈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창가에 서 있었고 손에 든 은은한 불꽃이 계속 깜박거리고 있었다.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가 불쑥 입을 열었다.“다 봤어요?”임명우가 빙긋 웃으며 방에서 걸어 나왔다.“참 우연이네요, 구 대표님.”구승훈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가볍게 재떨이에 담뱃재를 털었다.“임 대표님의 취미가 남의 사생활 엿듣기였나?”임명우는 옆으로 다가와 낮게 웃으며 아래층 불빛을 바라보았다.“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죠. 저는 단지 강 대표님과 구 대표님 사이의 일에 관심이 많을 뿐인데요.”그는 한 박자 쉬고 덧붙였다.“아, 맞다. 구 대표님도 아시겠지만 저는 오래전부터 강 대표님께 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항상 구 대표님만 바라보았고 저는 다가갈 틈조차 없었죠. 한때는 포기했어요. 강 대표님이 저를 싫어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기회를 주시다니, 이거 고맙다고 해야 하나요?”그의 말투에는 노골적인 도발이 스며 있었다.하지만 구승훈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저 묵묵히 담배를 피우며 어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임명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속삭이듯 말했다.“설마 구 대표님, 정말로 강 대표님을 포기하시려는 건 아니죠? 저는 혹시나 연기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렇다면 이제 저는 당당하게 강 대표님에게 다가가도 되겠네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승훈이 번개처럼 손을 뻗었다.날렵한 팔이 순식간에 움직였고 힘줄이 선명하게 돋아난 손가락이 임명우의 얼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쾅!순간,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임명우의 머리가 강화 유리에 부딪혔다.유리는 거미줄처럼 촘촘한 금이 번지며 위태롭게 흔들렸고 구승훈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붉어진 얼굴의 임명우를 바라보았다.표정은 여전히 평온했지만 깊은 눈동자에는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무슨 수작을 부리든 상관없어. 하지만 강하리에게 손끝 하나라도 대면, 넌 살아 있는 지옥을 맛보게 될 거야.”임명우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82화

    강하리는 비웃으며 시선을 돌렸다.“임 대표님, 사회적 거리 두기, 모르세요?”임명우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아무 반응도 없네요?”“장난에 굳이 반응할 필요가 있나요?”강하리는 무심하게 답했고 임명우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구승훈은 어떻게 생각할까요?”강하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이 무슨 생각을 하든 이제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건 진실을 밝히는 것이지, 이미 끝난 관계에 미련을 두는 게 아니었다.그가 그녀를 결혼식장에 혼자 남겨두고 떠난 그 순간부터, 모든 건 끝났으니까.“혹시 나중에 찾아와서 주먹이라도 날릴까요?”임명우가 농담처럼 던진 말에 강하리는 조용히 시선을 그에게 고정한 채 말했다.“임 대표님, 계속 장난칠 생각이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임명우는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가벼운 농담을 던지지는 않았다. 그는 곧장 태도를 바꿔 다음 회의 내용을 진지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강하리는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레스토랑 저편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계속 신경에 거슬렸고 손에 쥔 젓가락을 무의식적으로 움켜쥐었다.“죄송하지만, 술 좀 주세요.”강하리는 갑자기 임명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임명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웃음을 지었다.“어이구, 강 대표님이 술 마시고 싶었나 봐요?”강하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 시선에서 무언가를 읽었는지, 임명우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거두고 가볍게 손을 흔들며 종업원을 불렀다.곧 레드 와인 한 병이 테이블에 놓였고 강하리는 잔을 들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마셨다.그러나 와인 한 잔은 금세 다 비워졌고 술이 들어가자 강하리의 마음도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멀리서 들려오던 웃음소리도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고 눈앞의 세상은 희미하게 번져갔다.구승훈은 자주 강하리를 냉정하다고 말했었다.하지만 이 세상에서 구승훈보다 더 냉정한 사람이 있을까?구승훈은 지금도 저쪽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81화

    임명우가 강하리와 약속한 장소는 펠리스 빌딩 꼭대기 층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강하리는 임명우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순간, 닫히려던 문이 다시 열렸다.“잠깐만요! 구승훈 씨, 빨리요!”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강하리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렸다.바로 그때, 임희주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강하리를 예상하지 못했던 듯,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강 대표님, 우연이네요.”강하리는 차가운 눈빛을 던지며 가볍게 웃었다.“결혼 증명서 받기 전까지는 저, 아직 구 대표님 아내예요.”짧은 한마디에 임희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이내 구승훈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강하리의 굳은 표정과 달리 구승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연스러웠다.구승훈은 강하리를 힐끗 보고는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엘리베이터 문은 좁은 공간은 순식간에 무겁고 숨 막히는 공기로 가득 찼다.임희주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가볍게 웃었다.“구 대표님, 아내분께 인사 안 하세요?”강하리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구승훈이 입을 열었다.“필요 없어.”단 네 글자. 그 짧은 말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이미 상처 난 마음을 다시 한번 깊숙이 베어냈다.강하리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결혼식도 제멋대로 취소하고 오지 않은 사람이 인사조차 하지 않는 건 대수로울 것도 없었다.엘리베이터 안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1층에서 68층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분 남짓이었지만 강하리에게는 두 시간처럼 길고도 고통스러웠다.마침내 도착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강하리는 주저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임명우는 미소를 머금고 구승훈을 힐끗 바라보고는 이내 강하리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우리도 나가요.”임희주는 구승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구승훈의 표정은 아무 변화도 없었고 시선은 여전히 강하리의 뒷모습을 좇고 있었다.한참 후에야 짧게 입을 열었다.“가요.”임희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구 대표님, 정말 병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80화

    구승훈은 여전히 아파트 건물 아래에 서 있었다.연성시의 겨울은 눈조차 내리지 않았지만 매서운 바람이 온몸을 얼어붙게 했다.그는 잔뜩 움츠린 채 목을 움직이며 대답했다.“알았어. 최대한 빨리 간다고 전해줘.”짧게 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준봉은 끊긴 휴대폰 화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창가에 앉아 있는 강하리에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강하리 씨.”강하리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있는 건지, 깊은 생각에 잠긴 건지 알 수 없었다.방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적막했다. 한참 뒤, 강하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준봉을 바라보았다.“부탁드려요. 주식 양도는 이미 공증을 마쳤고 그가 줬던 옷과 장신구도 모두 정리해서 보냈어요. 구씨 가문 할아버지가 주신 재산도 돌려드릴 거예요. 그리고 연정이 양육권은 제가 가질 겁니다.”마치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다는 듯, 강하리는 짧게 말을 끝맺고 방을 나섰다.준봉은 그녀를 불러 세우려 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방을 나선 강하리는 문 앞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돌아서 주택을 한동안 바라보았다.구승훈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오는 듯했다.또한, 연정이가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달려오는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강하리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애써 참았다.강하리가 결혼 증명서를 바꾸자고 했을 때, 적어도 잠시라도 망설일 줄 알았다.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고 냉정했다. 이성적인 태도 뒤에 감춰진 무심함이 오히려 그녀를 조롱하는 듯했다.강하리는 시들어버린 정원을 바라보았다.강하리는 결국 포기할 수 없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노력하며 그녀가 원했던 건 단지 구성훈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그러나 그 단순한 바람조차 아무런 설명도, 아무런 미안함도 없이 이뤄지지 않는 꿈이 되어 버렸다.크게 숨을 들이쉰 그녀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차고 쪽에서 연정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심준호는 연정이를 안고 땅에 떨어진 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9화

    강하리는 자신이 어떻게 호텔을 빠져나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 차를 몰고 나온 순간부터 도로를 질주하는 동안까지, 모든 것이 흐릿했다.그저 추웠다.차 안의 에어컨을 최대로 올렸지만 차가운 공기는 심장 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창밖에는 녹지 않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고 휴대폰 화면은 여전히 ‘통화 중’ 상태를 반복하고 있었다.그러다 문득, 강하리는 핸들을 틀어 차를 길가에 세웠다.그 순간, 애써 참았던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다.현실을 부정하려고 애썼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구승훈은 포기했다.그에게 어떤 이유와 사정이 있었든, 결국 그는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그동안 자신이 쏟아부었던 모든 노력이 한낱 웃음거리로 전락했음을 깨닫고 강하리는 눈물을 머금은 채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뒤따라오던 심준호와 손연지도 급히 차를 세우고 달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본 것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맨발로 차에서 내리는 강하리였다.운전하려고 하이힐을 벗어 던진 듯했지만 차가운 눈밭 위에서도 그녀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녀의 모습은 마치 시들어 버린 꽃잎처럼 초라하고 쓸쓸해 보였다.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다.구승훈을 찾아가고 싶지도 않았다.이제 그녀도 포기했다.그토록 오랫동안 얽매였던 남자를, 이제는 놓아주기로 했다.너무 지쳤고 더는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았으며 그가 어떤 이유에서 그녀를 떠난 건지 이제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어차피 아무리 노력해도 남는 건 결국 상처뿐이었다.심준호는 다급히 코트를 벗어 강하리의 어깨에 덮어주었다.“걱정하지 마. 삼촌이 너를 위해 꼭 복수해 줄게.”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올린 강하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삼촌, 너무 힘들어.”심준호는 말없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괜찮아. 삼촌이 있잖아. 울고 싶으면 울어.”하지만 강하리는 더 이상 울지 않았고 그저 심준호의 품에 기대어 쓰러질 듯 몸을 맡겼다.“하리야!”의식을 잃기 전, 그녀가 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8화

    구승훈은 천천히 정신을 가다듬고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승재는 초조한 얼굴로 다급하게 외쳤다.“형, 왜 옷을 안 갈아입었어?”그러나 구승훈은 대답 대신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창밖의 정원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꽃이 다 시들었네. 그렇지?”구승재의 가슴에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형, 오늘...”그러나 말을 끝맺기도 전에, 구승훈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씁쓸한 미소를 띠며 나직이 말했다.“오늘 내가 어떻다는 건데?”그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깊게 들이마셨다. 희뿌연 연기 속에서 드러난 눈빛에는 깊은 허무함이 서려 있었다.구승재는 불안한 기색으로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형! 결혼 안 할 거야?”그 순간, 구승훈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잠시 침묵이 흘렀다.“결혼해서 뭐 해?”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언제 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하리와 아이를 다치게 할지 모르는데.”구승재는 입술을 깨물었다.“하지만 형이 얼마나 힘들게 다시 강하리 씨를 만났는데, 형...”구승훈은 뻑뻑해진 눈가를 문질렀고 한참 후에야 마침내 짧게 입을 열었다.“내가 미안하지.”그 한마디에 구승재는 그동안 참고 있던 감정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다.“형, 그러지 마. 제발...”곁에서 지켜보던 노민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일단 검사부터 해 봐. 그 후에 이야기하자.”그는 캐리어를 내려놓고 가방에서 검사 장비를 꺼내며 말했다.“준봉 씨랑 노진우 씨는 어때? 이쪽으로 데려와서 검사받게 해.”구승훈은 시선을 거두며 대답했다.“병원으로 보냈어.”두 사람은 구승훈보다 더 심하게 다쳤다.그 순간, 구승훈은 문득 헛웃음을 지었다.오늘 아침, 방 안에 남겨진 피 묻은 흔적과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준봉을 발견했을 때, 구승훈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어제 곁에 있었던 사람이 강하리와 연정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7화

    활기로 가득했던 바 안에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하리야, 괜찮아?”손연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저었다.“괜찮아.”방금 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손연지는 그녀의 얼굴빛이 좋지 않자 조용히 일어나 따뜻한 물을 가져왔다.“몸이 안 좋아?”강하리는 물컵을 받았지만 입을 대지 않고 바닥에 깨진 술잔을 내려다보았다.한참 뒤, 강하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잠깐 전화 좀 해도 될까?”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말리지 않았고 강하리는 휴대폰을 들고 방을 나와 조용한 곳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신호가 몇 번 울린 뒤, 전화가 연결되었다.여전히 느긋한 구승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경음악은 시끄러웠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벌써 파티 끝났어?”강하리는 아마도 과거의 경험 때문에 자신이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싶었다.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곤 했었다.강하리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이야. 그냥... 너무 늦지 말라고.”“걱정 마. 늦지 않을게.”구승훈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다정했다.전화를 끊은 강하리는 다시 심씨 가문에 전화를 걸어 연정이의 안부를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더 이상 파티에 있을 기분은 아니었다.그녀의 분위기가 달라진 걸 눈치챈 친구들은 자연스레 자리를 정리했다.강하리가 심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는 밤 11시에 가까웠다.집 안은 여전히 분주했고 거실에는 장식들로 가득했다. 심지어 대문에도 큼직한 축하 문구가 붙어 있었다.하얀 눈밭 위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문구가 묘하게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즐거운 웃음소리 속에서 그녀의 마음도 차츰 차분해졌다.백아영이 그녀를 보자마자 다가와 말했다.“빨리 씻고 쉬어.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침실로 향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휴대폰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자기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6화

    구승훈은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누구도 감히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그는 축 처진 채 소파에 기대어 손에 든 술잔을 느릿하게 굴렸다.그때, 문이 열리며 몇 명의 여성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구승재는 그녀들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내켜 하지 않으면서도 별다른 제지는 하지 않았다.그때 누군가가 구승훈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구승훈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자 그의 서늘한 시선에 겁먹은 여자가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설마, 이제 와서 몸 깨끗이 지키겠다는 거야?”구승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넘기며 대꾸했다.“집에서 아내가 엄하게 관리하거든.”그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안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구석에 앉아 있던 안현우가 구승훈 앞에 서 있는 여자에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그녀는 눈치 빠르게 술잔을 들고 다시 구승훈에게 다가갔다.그러더니 휘청거리며 일부러 손에 들고 있던 술을 그의 옷 위로 쏟았다.순간 얼어붙은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구 대표님, 죄송해요. 정말 실수였어요.”구승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짧게 내뱉었다.“꺼져.”그 말 한마디에 여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황급히 방을 뛰쳐나갔다.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안현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안현우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도발적인 시선으로 맞섰다.“화장실 가서 닦아.”그러나 구승훈은 그 말을 무시한 채 옆에 놓인 외투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다들 즐겁게 놀아. 오늘은 내가 계산할게.”그가 나가려 하자 구승재는 안현우를 매섭게 흘겨보더니 이내 형을 따라갔다.“형, 화내지 마. 그런 놈들 때문에 기분 망칠 필요 없어. 오늘은 형이랑 형수님의 좋은 날이잖아. 즐겁게 보내야지.”그 말에 걸음을 멈춘 구승훈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방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식 떠는 꼴 좀 봐. 마치 여자 안 만나는 사람처럼. 그리고 그 강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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