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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저 여자는 처음부터 내가 이 아이를 원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어. 날 속이지 말았어야 했다고.”

구승훈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걸어 나갔고, 구승재는 그의 뒤를 바짝 따라나섰다.

“형,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강 부장이 형을 3년 동안이나 따라다녔는데, 형은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거야? 그렇다면, 왜 강 부장을 계속 곁에 두는 거야? 그냥 보내주지? 그럼 형도 송유라랑 잘 지낼 수 있잖아!”

구승훈은 발걸음을 갑자기 멈춰 실눈을 뜨며 구승재를 흘겨봤다.

“구승재, 네가 내 동생이라고 내 사생활에 간섭할 수 있다고 생각해?!”

구승재는 말문이 꽉 막혔다.

“형, 난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됐어, 솔직히 말할게. 난 강 부장을 형수처럼 생각했어, 어쨌든 송유라보다는 나은 것 같아.”

구승훈은 그를 힐긋 쳐다보고는 입술을 약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응급실 밖.

손연지는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리고 응급실 밖에 서 있는 구승훈을 보자 곧장 그리로 뛰어갔다.

“어떻게 된 거예요? 하리가 왜 유산해요? 방금 저한테 전화했을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구승훈 씨! 대체 왜 유산했냐니까? 걔가 이 아기를 얼마나 원했는데! 아니 왜, 왜 하리를 이렇게 만든 거야, 왜?!”

“구승훈! 너 이 나쁜 새끼! 애를 안 가질 거면 네가 꿰매, 네가 정관수술을 받으라고! 네가 싸질러놓고 왜 하리가 이 고생을 해야 하는데! 이 개 쓰레기, 나쁜 놈아!”

구승재는 손연지의 욕설에 적잖게 놀랐다.

저도 감히 구승훈과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었다.

그는 서둘러 앞에 막아서며 손연지의 팔을 붙잡았다.

“당신 미쳤어?”

“이거 놔, 내가 하리 대신해서 이 형편없는 쓰레기한테 욕 좀 퍼부어 주려니까!”

구승재는 마구 몸부림을 치는 손연지의 허리를 힘껏 껴안고 한쪽으로 끌고 갔다.

구승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손연지가 잡아당겨 흐트러진 옷을 정리했다.

그리고 정리가 끝나자, 그는 손연지한테 눈길을 돌렸다.

의외로 화난 얼굴은 아니었고, 그저 눈빛만 냉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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