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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이 순간까지도 그는 그녀에게 일말의 희망도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그의 태도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매우 심플하면서도 단호한 대답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한 줄기 희망을 끊어버렸다.

구승훈의 손을 꽉 잡고 있었던 그녀의 손은 천천히 힘이 풀렸다.

“미안해.”

강하리는 나지막이 말했다.

누구한테 이 말을 한 건지 그녀도 알지 못했다.

구승훈한테 한 말이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또 배 속의 아이한테 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그녀 자신한테 한 말이었거나.

“미안해......”

눈을 스르르 감으며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조용히 미끄러져 내려왔다.

이쯤 되니 몸이 더 아픈지 마음이 더 아픈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저 찬 기운이 온몸을 적시고, 하체에서는 뜨거운 샘물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그녀의 입술은 더 하얗게 변해갔다.

어떤 소중한 것이 그녀를 점점 떠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구승훈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꽉 잡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그 손은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텅 빈 손바닥이 처음으로 허전하게 느껴지며 마음마저 무거워졌다.

그는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었고, 손등에는 핏줄이 불거졌다.

컬리넌 차가 빛의 속도로 병원에 들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급정거했다.

강하리를 차에서 안고 내렸을 때 그는 손바닥이 축축해지는 감을 비로소 느꼈다.

새빨간 피가 그의 눈동자를 자극해 흔들리게 했다.

어려서부터 어둠 속에서 살아온 그는, 지금까지 그 어떤 일도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할 거라 자부했다.

하지만 이 순간 숨이 가빠져 오는 것만 같았다.

그는 강하리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녀를 의사에게 넘겨주고 나서야 그는 넋이 나간 듯 빨갛게 피로 물든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

뒤따라온 구승재가 구승훈의 손에 묻은 피를 보고 놀라 눈을 껌벅였다.

“형... 강 부장님이...”

구승훈은 다시 아무런 감정 없는 얼굴로 구승재를 돌아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마 유산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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