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는 그 순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그녀는 어린 시절의 그 나날들이 구승훈한테는 좀 특별하지 않았을까 여겨왔다.근데 그게 아니었다.그의 인생 중에 유일한 빛은 오직 송유라였고 그게 그의 솔직한 마음이었다.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한없이 우습게 생각되었다.지난날 추억들을 소중한 보물처럼 품에 간직해 왔는데, 알고 보니 그건 오직 그녀만의 보물이었다.“경매가 곧 시작되니까 이젠 돌아갈까요?”구승재가 옆에서 말했다.강하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네.”그녀는 구승재를 따라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한 웨이터가 그녀를 불렀다.“강하리 씨, 구 대표님이 오시라고 하셨어요.”강하리는 구승재를 보며 말했다.“전 그럼 먼저 가볼게요.”“네, 그러세요.”웨이터는 강하리를 구승훈이 있는 데로 데려갔다.구승훈은 첫 번째 줄에 앉아 있었고, 그 바로 옆에 송유라가 앉아 있었다.송유라는 강하리가 입꼬리를 약간 끌어당기는 걸 봤다.“강 부장님도 계셨네요?”강하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별다른 인사말을 나누지 않았다.구승훈은 강하리를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물었다.“몸은 괜찮아?”강하리는 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괜찮아요.”“방금 어디 갔어?”강하리는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바깥에 좀 서 있었어요. 구승재 씨와 거기서 마주쳤고요.”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일 뿐 더 묻지 않고 책자 한 권을 건넸다.“한번 봐봐, 뭐 관심 가는 거 없나.”강하리는 갑자기 좀 어리둥절하여 입을 열었다.“아까...”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송유라가 먼저 말했다.“오빠, 저 귀걸이 되게 이쁜 거 같아요. 좀 이따 저걸 꼭 낙찰해줘요.”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그 말 대체 몇 번째야?”“암튼, 저거 내 것이에요.”“그래, 알았어.”구승훈이 대답했다.강하리는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구승훈의 대답을 듣고 송유라는 불시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강하리를 힐끔
강하리는 잠시 말을 않고 있다가 대답했다,“송유라 씨 배웅해 주러 갔어요.”구승재는 입을 딱 벌리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시동을 걸고 인파를 뚫고 나와 빠른 시속으로 연회장 근처의 제일 가까운 병원을 향해 달렸다.병원에 도착해 강하리는 의사를 따라 상처를 치료하러 갔다.“약을 안 쓰면 안 돼요?”그녀는 나지막이 물었다.의사가 그녀의 말에 약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환자분 칼자국이 꽤 커서 약을 안 쓰면 안 됩니다.”강하리는 아랫입술을 축이며 말했다.“제가 임신했는데 아이한테 안 좋을까 봐 그래요.”의사는 동작을 멈칫하더니 말했다.“아, 그래요? 그럼 태아에 영향이 없는 약을 쓰도록 할게요. 약을 아예 안 쓰면 감염돼서 안 돼요.”강하리는 그렇게 하라는 수밖에 없었다.“감사합니다.”의사는 웃으며 말했다.“감사하긴요, 임신했으니까 초음파 검사도 한번 해보세요. 혹시 아이한테 무슨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해보는 게 좋아요.”“네, 알겠어요.”강하리는 초음파 검사를 받고 아이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초음파실에서 나올 때 구승훈과 송유라가 이미 와있었다. 송유라의 매니저도 같이 있었다.구승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강하리의 팔을 칭칭 감싼 거즈를 바라보았다.“괜찮아?”강하리는 눈까풀을 내리깔고 대답했다.“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그러자 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그녀를 다시 바라봤다.송유라가 구승훈 곁에 서서 얼굴에 눈물이 주렁주렁 한 채로 말했다.“죄송해요, 강 부장님. 제 팬이 이런 일을 저지를 줄 몰랐어요.”강하리는 잠시 말을 안 하다가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송유라 씨 탓도 아닌데요.”“그러니까요, 이 일은 아무래도 우리 유라와는 상관이 없어요.”그때 송유라의 매니저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그러자 강하리는 갑자기 인내심을 잃고 좀 차가운 말투로 내뱉었다.“전 그저 좀 이상하네요. 팬들이 저랑 구 대표님 관계를 어떻게 알았을까. 회사
구승재는 부인할 수 없었다.송유라는 확실히 이런 일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형님과 강하리의 관계는 한눈에 봐도 송유라한테 위협이 될 정도가 아니었으니까.“그럼 진짜 팬이 자발적으로 한 거라고? 근데 아까 강 부장이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의 관계는 주변 사람이라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팬들이 어떻게 알았을까?”구승재는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구승훈은 그저 눈살을 찌푸린 채 창밖을 내다보며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경찰 쪽 상황을 잘 주시해. 결과가 나오면 즉시 나한테 알려주고. 그 밖에 인터넷 여론도 잘 통제해. 다시 이상한 소문 나오는 거, 나 원치 않아.”그러자 구승재가 대답했다.“알았어, 형.”구승훈이 차에 돌아왔을 때 강하리는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아파?”구승훈이 물었다.강하리는 눈을 뜨며 창밖을 내다보았다.“대표님이 보기에는요?”차가운 기운이 구승훈의 얼굴에 감돌았다.“강하리, 내가 널 다치게 했니?”강하리는 잠시 말 없다가 대꾸했다.“죄송해요, 제가 기분이 안 좋아서.”구승훈은 그녀한테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이 일은 내가 잘 조사할 거야.”강하리는 코끝이 찡해 오는 느낌을 겨우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많이 아파?”“조금요.”“내가 진통제 좀 가져다줄까?”“아뇨, 조금 아파요, 참을 만해요.”구승훈은 또 잠깐 말하지 않다가 입을 열었다.“그래. 눈 좀 붙이고 있어. 이따 집에 도착하면 푹 쉬고.”“네.”그리고 두 사람은 집 가는 길에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시각, 다른 한편.송유라는 차로 돌아가자마자 휴대전화를 세게 내던졌다.“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배를 공격하랬는데 팔만 다쳤잖아!”매니저의 눈빛이 약간 반짝였다.“걔가 임신한 거 확실해?”콧방귀를 차갑게 뀌며 송유라는 눈을 부라렸다.“임신을 안 했는데 유산방지약은 왜 먹겠어? 그리고 방금 초음파실에 사람을 보내서 물어봤어. 확실히 임신 맞대.”매니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그
“경찰서에서 상해 진단서를 끊으라네요. 사건 진술도 녹취해야 하고요.”구승훈은 여전히 안색이 별로였지만 머뭇거리다가 말했다.“데려다줄게.”강하리는 거절하려고 했다.이번 일에 대한 구승훈의 태도가 명백히 기울어 있는 것에 대해 그녀는 다소 마음이 불편했다.만약 그녀와 송유라가 서로 위치를 바꿨다면, 그는 아마 끝까지 조사하려 들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한쪽을 두둔하는 게 아니라.그는 마치 그녀가 송유라한테 무슨 불리한 일이라도 할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굴었다.비록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며 그녀도 이미 현실을 똑바로 인식했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가끔 송유라가 너무 부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곁에는 그녀를 애지중지 여기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송동혁이든 장진영이든 그녀를 만지면 깨질까 불면 날아갈까 하며 키웠고, 주변에도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그녀를 공주처럼 아끼고 떠받들었다.지금의 구승훈도 그녀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지 않은가.강하리는 갑자기 자신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송유라에 비해 자신은 뭘 갖고 있는지 생각해봤다.유일하게 갖고 있는 건 예전의 그 알량한 추억과, 또 깨어나겠는지도 모르는 그녀의 어머니였다.“감사합니다.”강하리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삼켰다.결국 그녀는 구승훈과 같이 집을 나섰다.그녀도 경찰서 같은 곳에 혼자 가고는 싶지 않았다.......가는 길에 구승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송유라의 전화였다.강하리는 뜨는 이름만 보고 눈길을 다른 데로 돌렸다.구승훈은 와이파이에 연결을 안 하고 직접 받았다.“응…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확실히 자발적인 행동이 맞대. 너무 자책하지 마.”통화하던 중 그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강 부장, 유라가 강 부장한테 사과하겠다네?”강하리는 줄곧 창밖을 응시하며 대꾸했다.“아니에요. 송유라 씨하고 관련이 없다면서요. 관련 없는 일에 사과할 필요 있나요?”게다가 송유라가 진짜 사과를
경찰서를 나오자마자 강하리는 손연지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너 어젯밤에 다쳤다며?”강하리는 웃으며 대답했다.“응, 심각한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미치겠네.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 방금 인터넷에서 소식 보니까, 송유라 팬이 그런 거라던데?”“응, 맞아.”강하리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송유라와 구승훈 사이에 껴서 훼방 놓고 있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송유라 대신 나한테 매운맛 좀 보여준다면서.”“웃기지 말라 그래! 누가 누구한테 훼방 놓았는데?! 송유라랑 구승훈이 지금 뭐 반 푼어치도 되는 사이라고 그래? 구승훈도 그냥 X 여자친구라고만 그랬잖아. 그럼 구승훈과 송유라는 아무 사이도 아닌데, 뭘 훼방 놨다는 거야. 너 봐라, 너. 구승훈과 3년이나 같이 지내고 애까지 생겼는데, 대체 누가 세컨드인데?”강하리는 이 말을 듣고 씁쓸하기만 했다.“어쩔 수 없지 뭐. 내겐 떳떳한 명분이 없잖아.”손연지는 그녀의 자조적인 말에 목이 메었다.“그럼 뭐 송유라는 명분 있어? 걔도 마찬가지잖아. 걔가 너보다 더 잘난 게 뭔데? 누가 누굴 얕보고 있어! “강하리는 웃음을 터뜨렸다.“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아이는? 네가 지금 이리 올래? 내가 초음파 검사 다시 해줄게.”강하리는 입꼬리가 보기 좋게 올라갔다.“어젯밤 병원에서 검사했는데 의사가 괜찮대.”손연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내가 그 송유라를 확 죽여버릴 거야!”“걱정하지 마, 아이는 괜찮다니까. 배 속에 잘 있어.”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일은... 송유라랑 관련이 없대.”“하, 내가 그걸 믿을 것 같아?”손연지는 콧방귀를 꼈다.“이 일이 송유라랑 관련 없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강하리는 가볍게 웃었다. 그녀도 이 일이 반드시 송유라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하지만 증거가 없잖아. 방금 경찰서에서 나오는 길인데, 이 사건은 이미 그렇게 결론이 났어.”그뿐 아
“다 너 때문이야, 이 빌어먹을 나쁜 년! 네가 내 딸을 해쳤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왜 합의를 안 해주는 거야, 왜! 걔 아직 어린앤데!”잔뜩 노하여 울부짖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나 강하리는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배에서 오는 막심한 통증, 그것 때문에 숨도 바로 쉬어지지 않았다.“하리야, 괜찮아?”구승훈은 큰 보폭으로 몇 걸음 뛰어와 그녀의 창백한 안색을 보며 눈썹을 찡그렸다.강하리는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배 아파요, 병원, 병원으로 빨리!”구승훈은 실눈을 뜨더니 얼른 그녀를 안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방금 그 남자를 힐끔 보았다.“경찰서 입구에서 사람이 다 다쳐요? 이 일, 엄중히 조사해 주세요.”경찰들은 순식간에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응대했다.“구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반드시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말을 마치자 경찰들은 바로 남자에게 수갑을 채웠다.그러자 남자는 예상하지 못한 얼굴로 멍해 있더니 변명했다.“난 그냥 저 여자를 좀 밀었을 뿐이야. 저거 생트집이라고. 이건 모함이야, 저 악독한 여자가 날 지금 모함하는 거야. 여기 CCTV 다 있잖아. 다 날 증명해 줄 수 있어. 저년이 내 딸을 해친 거로 모자라서 나까지 해치려고 한단 말이야. 강하리, 너, 이 나쁜 년, 넌 내연녀로 욕먹어도 싸!”그 남자는 아직도 발버둥 치며 소리치고 있었다.경찰은 그걸 보고 서둘러 그를 데리고 들어갔다.“그 입 다물어, 어쨌든 네가 사람을 민 거 맞잖아!”변호사를 데리고 막 도착한 구승재는 구승훈이 강하리를 안고 밖으로 걸어 나가자 같이 따라 나가며 물었다.“형, 이거 뭐야, 왜 이래? 강 부장님이 뭐 잘못됐어?”구승훈은 그를 힐긋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길가에 주차된 차 쪽으로 걸어갔다.몇 걸음 되지도 않는 거리를 걸어 나오며 구승훈은 낯빛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강하리의 창백한 얼굴에 이젠 핏기 하나 없었고 이마에는
이 순간까지도 그는 그녀에게 일말의 희망도 주려고 하지 않았다.그는 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시종일관 그의 태도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매우 심플하면서도 단호한 대답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한 줄기 희망을 끊어버렸다.구승훈의 손을 꽉 잡고 있었던 그녀의 손은 천천히 힘이 풀렸다.“미안해.”강하리는 나지막이 말했다.누구한테 이 말을 한 건지 그녀도 알지 못했다.구승훈한테 한 말이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또 배 속의 아이한테 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그것도 아니면 그녀 자신한테 한 말이었거나.“미안해......”눈을 스르르 감으며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조용히 미끄러져 내려왔다.이쯤 되니 몸이 더 아픈지 마음이 더 아픈지 헷갈릴 정도였다.그저 찬 기운이 온몸을 적시고, 하체에서는 뜨거운 샘물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그녀의 입술은 더 하얗게 변해갔다.어떤 소중한 것이 그녀를 점점 떠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구승훈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꽉 잡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그 손은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텅 빈 손바닥이 처음으로 허전하게 느껴지며 마음마저 무거워졌다.그는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었고, 손등에는 핏줄이 불거졌다.컬리넌 차가 빛의 속도로 병원에 들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급정거했다.강하리를 차에서 안고 내렸을 때 그는 손바닥이 축축해지는 감을 비로소 느꼈다.새빨간 피가 그의 눈동자를 자극해 흔들리게 했다.어려서부터 어둠 속에서 살아온 그는, 지금까지 그 어떤 일도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할 거라 자부했다.하지만 이 순간 숨이 가빠져 오는 것만 같았다.그는 강하리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그녀를 의사에게 넘겨주고 나서야 그는 넋이 나간 듯 빨갛게 피로 물든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뒤따라온 구승재가 구승훈의 손에 묻은 피를 보고 놀라 눈을 껌벅였다.“형... 강 부장님이...”구승훈은 다시 아무런 감정 없는 얼굴로 구승재를 돌아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아마 유산한 거 같아.
“저 여자는 처음부터 내가 이 아이를 원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어. 날 속이지 말았어야 했다고.”구승훈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걸어 나갔고, 구승재는 그의 뒤를 바짝 따라나섰다.“형,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강 부장이 형을 3년 동안이나 따라다녔는데, 형은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거야? 그렇다면, 왜 강 부장을 계속 곁에 두는 거야? 그냥 보내주지? 그럼 형도 송유라랑 잘 지낼 수 있잖아!”구승훈은 발걸음을 갑자기 멈춰 실눈을 뜨며 구승재를 흘겨봤다.“구승재, 네가 내 동생이라고 내 사생활에 간섭할 수 있다고 생각해?!”구승재는 말문이 꽉 막혔다.“형, 난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됐어, 솔직히 말할게. 난 강 부장을 형수처럼 생각했어, 어쨌든 송유라보다는 나은 것 같아.”구승훈은 그를 힐긋 쳐다보고는 입술을 약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응급실 밖.손연지는 부리나케 달려왔다.그리고 응급실 밖에 서 있는 구승훈을 보자 곧장 그리로 뛰어갔다.“어떻게 된 거예요? 하리가 왜 유산해요? 방금 저한테 전화했을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구승훈 씨! 대체 왜 유산했냐니까? 걔가 이 아기를 얼마나 원했는데! 아니 왜, 왜 하리를 이렇게 만든 거야, 왜?!”“구승훈! 너 이 나쁜 새끼! 애를 안 가질 거면 네가 꿰매, 네가 정관수술을 받으라고! 네가 싸질러놓고 왜 하리가 이 고생을 해야 하는데! 이 개 쓰레기, 나쁜 놈아!”구승재는 손연지의 욕설에 적잖게 놀랐다.저도 감히 구승훈과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었다.그는 서둘러 앞에 막아서며 손연지의 팔을 붙잡았다.“당신 미쳤어?”“이거 놔, 내가 하리 대신해서 이 형편없는 쓰레기한테 욕 좀 퍼부어 주려니까!”구승재는 마구 몸부림을 치는 손연지의 허리를 힘껏 껴안고 한쪽으로 끌고 갔다.구승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손연지가 잡아당겨 흐트러진 옷을 정리했다.그리고 정리가 끝나자, 그는 손연지한테 눈길을 돌렸다.의외로 화난 얼굴은 아니었고, 그저 눈빛만 냉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