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6화

작가: 재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강하리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쪽으로 바라보니, 송유라가 어느새 와서 구승훈의 팔짱을 끼고 그와 같이 서 있었다.

둘은, 하나는 상큼하고 세련되었고 하나는 차분하고 잘 생겨서, 사람들 사이에서도 한눈에 띌 만큼 출중하여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다.

송유라가 무슨 말을 하자 구승훈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이는 두 사람이 관계를 공개하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란히 나타나는 거라, 연회장의 포커스가 그 둘한테 맞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짧은 찰나에 귓가에는 온통 송유라와 구승훈의 얘기만 들렸다.

“구승훈 대표님과 송유라 씨의 소문이 진짜였네요.”

“구 대표님 눈빛을 좀 보세요.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눈빛 아니에요?”

“둘이 너무 잘 어울리는데 결혼은 언제 할까요?”

“아마 곧 하겠죠. 이제 관계도 다 공표했는데 결혼이 멀겠어요?”

......

사람들의 그 한마디 한마디 얘기를 듣다 나니 강하리는 가슴이 너무 답답해졌다. 그 순간 널찍한 연회장에 서 있는 것마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어때요? 네가 저 둘 사이에 낀 세컨드라는 게 이제 실감 나요?”

강하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미안한데,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당장 일어나 떠나려고 하는데, 또 한 번 고이선이 그녀의 팔을 당겼다.

“강하리 씨. 잘 생각하고 판단해요. 그런다고 당신한테 나쁠 거 없으니까. 내가 오늘 분명 경고했어요.”

강하리는 그녀를 뿌리치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연회장 바깥에 있는 정원에 도착해서야 강하리는 조금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속이 저리는 건 여전히 그대로였다.

저렇게 정정당당하게 구승훈 곁에 설 수 있는 여자는, 영원히 송유라인 거겠지.

그녀는 그저...

영원히 구석에서 빛을 못 보는 그러한 사람으로 남을 거야.

“강 부장님, 왜 나와 있어요?”

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누군지 봤다. 구승재가 술 한 잔을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승재 씨였어요.”

구승재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소사랑
옹이 구멍 눈을 가진 남주..쓸모없구나~~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7화

    강하리는 그 순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그녀는 어린 시절의 그 나날들이 구승훈한테는 좀 특별하지 않았을까 여겨왔다.근데 그게 아니었다.그의 인생 중에 유일한 빛은 오직 송유라였고 그게 그의 솔직한 마음이었다.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한없이 우습게 생각되었다.지난날 추억들을 소중한 보물처럼 품에 간직해 왔는데, 알고 보니 그건 오직 그녀만의 보물이었다.“경매가 곧 시작되니까 이젠 돌아갈까요?”구승재가 옆에서 말했다.강하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네.”그녀는 구승재를 따라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한 웨이터가 그녀를 불렀다.“강하리 씨, 구 대표님이 오시라고 하셨어요.”강하리는 구승재를 보며 말했다.“전 그럼 먼저 가볼게요.”“네, 그러세요.”웨이터는 강하리를 구승훈이 있는 데로 데려갔다.구승훈은 첫 번째 줄에 앉아 있었고, 그 바로 옆에 송유라가 앉아 있었다.송유라는 강하리가 입꼬리를 약간 끌어당기는 걸 봤다.“강 부장님도 계셨네요?”강하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별다른 인사말을 나누지 않았다.구승훈은 강하리를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물었다.“몸은 괜찮아?”강하리는 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괜찮아요.”“방금 어디 갔어?”강하리는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바깥에 좀 서 있었어요. 구승재 씨와 거기서 마주쳤고요.”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일 뿐 더 묻지 않고 책자 한 권을 건넸다.“한번 봐봐, 뭐 관심 가는 거 없나.”강하리는 갑자기 좀 어리둥절하여 입을 열었다.“아까...”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송유라가 먼저 말했다.“오빠, 저 귀걸이 되게 이쁜 거 같아요. 좀 이따 저걸 꼭 낙찰해줘요.”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그 말 대체 몇 번째야?”“암튼, 저거 내 것이에요.”“그래, 알았어.”구승훈이 대답했다.강하리는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구승훈의 대답을 듣고 송유라는 불시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강하리를 힐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8화

    강하리는 잠시 말을 않고 있다가 대답했다,“송유라 씨 배웅해 주러 갔어요.”구승재는 입을 딱 벌리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시동을 걸고 인파를 뚫고 나와 빠른 시속으로 연회장 근처의 제일 가까운 병원을 향해 달렸다.병원에 도착해 강하리는 의사를 따라 상처를 치료하러 갔다.“약을 안 쓰면 안 돼요?”그녀는 나지막이 물었다.의사가 그녀의 말에 약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환자분 칼자국이 꽤 커서 약을 안 쓰면 안 됩니다.”강하리는 아랫입술을 축이며 말했다.“제가 임신했는데 아이한테 안 좋을까 봐 그래요.”의사는 동작을 멈칫하더니 말했다.“아, 그래요? 그럼 태아에 영향이 없는 약을 쓰도록 할게요. 약을 아예 안 쓰면 감염돼서 안 돼요.”강하리는 그렇게 하라는 수밖에 없었다.“감사합니다.”의사는 웃으며 말했다.“감사하긴요, 임신했으니까 초음파 검사도 한번 해보세요. 혹시 아이한테 무슨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해보는 게 좋아요.”“네, 알겠어요.”강하리는 초음파 검사를 받고 아이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초음파실에서 나올 때 구승훈과 송유라가 이미 와있었다. 송유라의 매니저도 같이 있었다.구승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강하리의 팔을 칭칭 감싼 거즈를 바라보았다.“괜찮아?”강하리는 눈까풀을 내리깔고 대답했다.“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그러자 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그녀를 다시 바라봤다.송유라가 구승훈 곁에 서서 얼굴에 눈물이 주렁주렁 한 채로 말했다.“죄송해요, 강 부장님. 제 팬이 이런 일을 저지를 줄 몰랐어요.”강하리는 잠시 말을 안 하다가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송유라 씨 탓도 아닌데요.”“그러니까요, 이 일은 아무래도 우리 유라와는 상관이 없어요.”그때 송유라의 매니저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그러자 강하리는 갑자기 인내심을 잃고 좀 차가운 말투로 내뱉었다.“전 그저 좀 이상하네요. 팬들이 저랑 구 대표님 관계를 어떻게 알았을까. 회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9화

    구승재는 부인할 수 없었다.송유라는 확실히 이런 일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형님과 강하리의 관계는 한눈에 봐도 송유라한테 위협이 될 정도가 아니었으니까.“그럼 진짜 팬이 자발적으로 한 거라고? 근데 아까 강 부장이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의 관계는 주변 사람이라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팬들이 어떻게 알았을까?”구승재는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구승훈은 그저 눈살을 찌푸린 채 창밖을 내다보며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경찰 쪽 상황을 잘 주시해. 결과가 나오면 즉시 나한테 알려주고. 그 밖에 인터넷 여론도 잘 통제해. 다시 이상한 소문 나오는 거, 나 원치 않아.”그러자 구승재가 대답했다.“알았어, 형.”구승훈이 차에 돌아왔을 때 강하리는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아파?”구승훈이 물었다.강하리는 눈을 뜨며 창밖을 내다보았다.“대표님이 보기에는요?”차가운 기운이 구승훈의 얼굴에 감돌았다.“강하리, 내가 널 다치게 했니?”강하리는 잠시 말 없다가 대꾸했다.“죄송해요, 제가 기분이 안 좋아서.”구승훈은 그녀한테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이 일은 내가 잘 조사할 거야.”강하리는 코끝이 찡해 오는 느낌을 겨우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많이 아파?”“조금요.”“내가 진통제 좀 가져다줄까?”“아뇨, 조금 아파요, 참을 만해요.”구승훈은 또 잠깐 말하지 않다가 입을 열었다.“그래. 눈 좀 붙이고 있어. 이따 집에 도착하면 푹 쉬고.”“네.”그리고 두 사람은 집 가는 길에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시각, 다른 한편.송유라는 차로 돌아가자마자 휴대전화를 세게 내던졌다.“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배를 공격하랬는데 팔만 다쳤잖아!”매니저의 눈빛이 약간 반짝였다.“걔가 임신한 거 확실해?”콧방귀를 차갑게 뀌며 송유라는 눈을 부라렸다.“임신을 안 했는데 유산방지약은 왜 먹겠어? 그리고 방금 초음파실에 사람을 보내서 물어봤어. 확실히 임신 맞대.”매니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0화

    “경찰서에서 상해 진단서를 끊으라네요. 사건 진술도 녹취해야 하고요.”구승훈은 여전히 안색이 별로였지만 머뭇거리다가 말했다.“데려다줄게.”강하리는 거절하려고 했다.이번 일에 대한 구승훈의 태도가 명백히 기울어 있는 것에 대해 그녀는 다소 마음이 불편했다.만약 그녀와 송유라가 서로 위치를 바꿨다면, 그는 아마 끝까지 조사하려 들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한쪽을 두둔하는 게 아니라.그는 마치 그녀가 송유라한테 무슨 불리한 일이라도 할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굴었다.비록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며 그녀도 이미 현실을 똑바로 인식했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가끔 송유라가 너무 부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곁에는 그녀를 애지중지 여기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송동혁이든 장진영이든 그녀를 만지면 깨질까 불면 날아갈까 하며 키웠고, 주변에도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그녀를 공주처럼 아끼고 떠받들었다.지금의 구승훈도 그녀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지 않은가.강하리는 갑자기 자신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송유라에 비해 자신은 뭘 갖고 있는지 생각해봤다.유일하게 갖고 있는 건 예전의 그 알량한 추억과, 또 깨어나겠는지도 모르는 그녀의 어머니였다.“감사합니다.”강하리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삼켰다.결국 그녀는 구승훈과 같이 집을 나섰다.그녀도 경찰서 같은 곳에 혼자 가고는 싶지 않았다.......가는 길에 구승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송유라의 전화였다.강하리는 뜨는 이름만 보고 눈길을 다른 데로 돌렸다.구승훈은 와이파이에 연결을 안 하고 직접 받았다.“응…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확실히 자발적인 행동이 맞대. 너무 자책하지 마.”통화하던 중 그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강 부장, 유라가 강 부장한테 사과하겠다네?”강하리는 줄곧 창밖을 응시하며 대꾸했다.“아니에요. 송유라 씨하고 관련이 없다면서요. 관련 없는 일에 사과할 필요 있나요?”게다가 송유라가 진짜 사과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1화

    경찰서를 나오자마자 강하리는 손연지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너 어젯밤에 다쳤다며?”강하리는 웃으며 대답했다.“응, 심각한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미치겠네.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 방금 인터넷에서 소식 보니까, 송유라 팬이 그런 거라던데?”“응, 맞아.”강하리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송유라와 구승훈 사이에 껴서 훼방 놓고 있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송유라 대신 나한테 매운맛 좀 보여준다면서.”“웃기지 말라 그래! 누가 누구한테 훼방 놓았는데?! 송유라랑 구승훈이 지금 뭐 반 푼어치도 되는 사이라고 그래? 구승훈도 그냥 X 여자친구라고만 그랬잖아. 그럼 구승훈과 송유라는 아무 사이도 아닌데, 뭘 훼방 놨다는 거야. 너 봐라, 너. 구승훈과 3년이나 같이 지내고 애까지 생겼는데, 대체 누가 세컨드인데?”강하리는 이 말을 듣고 씁쓸하기만 했다.“어쩔 수 없지 뭐. 내겐 떳떳한 명분이 없잖아.”손연지는 그녀의 자조적인 말에 목이 메었다.“그럼 뭐 송유라는 명분 있어? 걔도 마찬가지잖아. 걔가 너보다 더 잘난 게 뭔데? 누가 누굴 얕보고 있어! “강하리는 웃음을 터뜨렸다.“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아이는? 네가 지금 이리 올래? 내가 초음파 검사 다시 해줄게.”강하리는 입꼬리가 보기 좋게 올라갔다.“어젯밤 병원에서 검사했는데 의사가 괜찮대.”손연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내가 그 송유라를 확 죽여버릴 거야!”“걱정하지 마, 아이는 괜찮다니까. 배 속에 잘 있어.”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일은... 송유라랑 관련이 없대.”“하, 내가 그걸 믿을 것 같아?”손연지는 콧방귀를 꼈다.“이 일이 송유라랑 관련 없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강하리는 가볍게 웃었다. 그녀도 이 일이 반드시 송유라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하지만 증거가 없잖아. 방금 경찰서에서 나오는 길인데, 이 사건은 이미 그렇게 결론이 났어.”그뿐 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2화

    “다 너 때문이야, 이 빌어먹을 나쁜 년! 네가 내 딸을 해쳤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왜 합의를 안 해주는 거야, 왜! 걔 아직 어린앤데!”잔뜩 노하여 울부짖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나 강하리는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배에서 오는 막심한 통증, 그것 때문에 숨도 바로 쉬어지지 않았다.“하리야, 괜찮아?”구승훈은 큰 보폭으로 몇 걸음 뛰어와 그녀의 창백한 안색을 보며 눈썹을 찡그렸다.강하리는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배 아파요, 병원, 병원으로 빨리!”구승훈은 실눈을 뜨더니 얼른 그녀를 안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방금 그 남자를 힐끔 보았다.“경찰서 입구에서 사람이 다 다쳐요? 이 일, 엄중히 조사해 주세요.”경찰들은 순식간에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응대했다.“구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반드시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말을 마치자 경찰들은 바로 남자에게 수갑을 채웠다.그러자 남자는 예상하지 못한 얼굴로 멍해 있더니 변명했다.“난 그냥 저 여자를 좀 밀었을 뿐이야. 저거 생트집이라고. 이건 모함이야, 저 악독한 여자가 날 지금 모함하는 거야. 여기 CCTV 다 있잖아. 다 날 증명해 줄 수 있어. 저년이 내 딸을 해친 거로 모자라서 나까지 해치려고 한단 말이야. 강하리, 너, 이 나쁜 년, 넌 내연녀로 욕먹어도 싸!”그 남자는 아직도 발버둥 치며 소리치고 있었다.경찰은 그걸 보고 서둘러 그를 데리고 들어갔다.“그 입 다물어, 어쨌든 네가 사람을 민 거 맞잖아!”변호사를 데리고 막 도착한 구승재는 구승훈이 강하리를 안고 밖으로 걸어 나가자 같이 따라 나가며 물었다.“형, 이거 뭐야, 왜 이래? 강 부장님이 뭐 잘못됐어?”구승훈은 그를 힐긋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길가에 주차된 차 쪽으로 걸어갔다.몇 걸음 되지도 않는 거리를 걸어 나오며 구승훈은 낯빛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강하리의 창백한 얼굴에 이젠 핏기 하나 없었고 이마에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3화

    이 순간까지도 그는 그녀에게 일말의 희망도 주려고 하지 않았다.그는 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시종일관 그의 태도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매우 심플하면서도 단호한 대답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한 줄기 희망을 끊어버렸다.구승훈의 손을 꽉 잡고 있었던 그녀의 손은 천천히 힘이 풀렸다.“미안해.”강하리는 나지막이 말했다.누구한테 이 말을 한 건지 그녀도 알지 못했다.구승훈한테 한 말이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또 배 속의 아이한테 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그것도 아니면 그녀 자신한테 한 말이었거나.“미안해......”눈을 스르르 감으며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조용히 미끄러져 내려왔다.이쯤 되니 몸이 더 아픈지 마음이 더 아픈지 헷갈릴 정도였다.그저 찬 기운이 온몸을 적시고, 하체에서는 뜨거운 샘물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그녀의 입술은 더 하얗게 변해갔다.어떤 소중한 것이 그녀를 점점 떠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구승훈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꽉 잡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그 손은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텅 빈 손바닥이 처음으로 허전하게 느껴지며 마음마저 무거워졌다.그는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었고, 손등에는 핏줄이 불거졌다.컬리넌 차가 빛의 속도로 병원에 들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급정거했다.강하리를 차에서 안고 내렸을 때 그는 손바닥이 축축해지는 감을 비로소 느꼈다.새빨간 피가 그의 눈동자를 자극해 흔들리게 했다.어려서부터 어둠 속에서 살아온 그는, 지금까지 그 어떤 일도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할 거라 자부했다.하지만 이 순간 숨이 가빠져 오는 것만 같았다.그는 강하리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그녀를 의사에게 넘겨주고 나서야 그는 넋이 나간 듯 빨갛게 피로 물든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뒤따라온 구승재가 구승훈의 손에 묻은 피를 보고 놀라 눈을 껌벅였다.“형... 강 부장님이...”구승훈은 다시 아무런 감정 없는 얼굴로 구승재를 돌아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아마 유산한 거 같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4화

    “저 여자는 처음부터 내가 이 아이를 원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어. 날 속이지 말았어야 했다고.”구승훈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걸어 나갔고, 구승재는 그의 뒤를 바짝 따라나섰다.“형,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강 부장이 형을 3년 동안이나 따라다녔는데, 형은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거야? 그렇다면, 왜 강 부장을 계속 곁에 두는 거야? 그냥 보내주지? 그럼 형도 송유라랑 잘 지낼 수 있잖아!”구승훈은 발걸음을 갑자기 멈춰 실눈을 뜨며 구승재를 흘겨봤다.“구승재, 네가 내 동생이라고 내 사생활에 간섭할 수 있다고 생각해?!”구승재는 말문이 꽉 막혔다.“형, 난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됐어, 솔직히 말할게. 난 강 부장을 형수처럼 생각했어, 어쨌든 송유라보다는 나은 것 같아.”구승훈은 그를 힐긋 쳐다보고는 입술을 약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응급실 밖.손연지는 부리나케 달려왔다.그리고 응급실 밖에 서 있는 구승훈을 보자 곧장 그리로 뛰어갔다.“어떻게 된 거예요? 하리가 왜 유산해요? 방금 저한테 전화했을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구승훈 씨! 대체 왜 유산했냐니까? 걔가 이 아기를 얼마나 원했는데! 아니 왜, 왜 하리를 이렇게 만든 거야, 왜?!”“구승훈! 너 이 나쁜 새끼! 애를 안 가질 거면 네가 꿰매, 네가 정관수술을 받으라고! 네가 싸질러놓고 왜 하리가 이 고생을 해야 하는데! 이 개 쓰레기, 나쁜 놈아!”구승재는 손연지의 욕설에 적잖게 놀랐다.저도 감히 구승훈과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었다.그는 서둘러 앞에 막아서며 손연지의 팔을 붙잡았다.“당신 미쳤어?”“이거 놔, 내가 하리 대신해서 이 형편없는 쓰레기한테 욕 좀 퍼부어 주려니까!”구승재는 마구 몸부림을 치는 손연지의 허리를 힘껏 껴안고 한쪽으로 끌고 갔다.구승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손연지가 잡아당겨 흐트러진 옷을 정리했다.그리고 정리가 끝나자, 그는 손연지한테 눈길을 돌렸다.의외로 화난 얼굴은 아니었고, 그저 눈빛만 냉담했다

최신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4화

    구승훈은 상처받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었다.“하리야, 넌 늘 그렇듯 매정하네.”강하리가 뒤돌아 휴대폰으로 택시를 부르려는데 구승훈이 그녀의 휴대폰을 움켜잡았다.“딱 하룻밤만. 너 안 건드릴게, 응?”강하리의 몸이 굳어졌고 구승훈은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하리야, 내 소원 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해. 네가 이 집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는 모습을 몇 번이나 상상했는지 몰라. 여기가 우리 집이야.”강하리의 코끝이 시큰거렸지만 그래도 결국 구승훈의 손을 뿌리쳤다.너무도 분명한 그녀의 거절에 구승훈은 답답한 가슴에 고통이 밀려왔고 쓴웃음을 짓던 그는 더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다.“샤워하고 나오면 다시 데려다줄게.”말을 마친 그는 돌아서서 화장실로 들어갔다.구승훈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강하리는 통화 중이었다.발걸음이 멈칫한 그는 통화 상대가 주해찬이란 것을 알아차렸다.“선배, 전 괜찮아요.”“알았어, 항공편 예약해. 나도 같이 갈게.”강하리가 전화를 끊는데 구승훈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를 껴안고 고개를 숙여 입 맞추었다.“구승훈!” 강하리는 그의 키스에 깜짝 놀라 그를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구승훈은 점점 더 꽉 그녀를 붙잡았다.그는 강하리의 턱을 잡고 깊숙이 파고들며 조금의 부드러움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마치 화풀이나 비난하듯 키스를 퍼부었다.강하리는 벽에 단단히 밀려서 몸부림을 치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그녀가 다리를 들어 그의 아랫도리를 가격하려는데 구승훈이 먼저 그녀의 다리를 붙들었다.강하리가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구승훈의 키스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힘의 격차로 인해 그녀는 반격할 방법이 없었다.강하리는 화가 나서 얼굴마저 하얗게 질렸고 구승훈은 실컷 헤집어놓은 뒤에야 그녀를 놓아주었다.강하리가 그의 뺨을 때렸고 이내 구승훈의 얼굴엔 손자국이 생겨났다.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키스로 인해 부어오른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하리야, 나 생각이 바뀌었어.”강하리가 멈칫했다.“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3화

    그리고는 강하리를 곧장 차에 밀어 넣었다.차는 빗속을 뚫고 달려 나갔다.구승훈의 차는 굉장히 빨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시내를 벗어나 한 별장 앞에 멈춰 섰다.구승훈은 주차가 끝나자마자 차에서 내려 강하리를 빌라 안으로 끌어당겼다.빌라는 강하리가 선호하는 스타일로 안팎을 의도적으로 꾸몄다.안으로 들어선 강하리는 몸이 굳어버렸다.“여긴 내가 준비한 신혼집이야.”구승훈이 문득 등 뒤에서 이렇게 말했다.“결혼하면 여기서 지내려고 했어. 하리야, 정말 이대로 날 버릴 거야?”강하리는 꾸며진 방을 둘러보며 마음이 씁쓸했지만 애써 두 눈에 담기는 감정을 감추었다.“구승훈, 내가 그렇게 고통받는 걸 어떻게 지켜보기만 했어?”말문이 막힌 구승훈은 갑자기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미안해.” 남자의 목소리는 죄책감으로 가득했다.“다 내 잘못이야.”강하리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쓰며 낮은 웃음을 지었다.너무 지쳤다.한때 열정적이었던 사랑이 이제는 고문처럼 느껴졌다.그날 구승훈이 아직도 자기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강하리는 답을 알 수 없었다.어쩌면 오랫동안 사랑했던 남자일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미워하는 마음이 더 컸다.강하리는 구승훈이 진심으로 미웠다.그의 무자비함과 강압적인 성격이 싫었다.둘 사이에서 그는 항상 그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행동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입장이었다.그래, 어쩌면 그는 그녀를 위해, 아이를 위해 그랬을 수도 있다.하지만 자신이 해준 것들이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 물어본 적은 없었다.강하리가 발버둥쳤지만 구승훈은 더 꽉 끌어안았다.“구승훈, 그만하자.”구승훈의 목소리가 잠겼다.“그만하자니, 무슨 말이야? 하리야, 우리 사이가 이대로 끝날 것 같아? 문씨 집안도, 구씨 집안도 망했고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다 사라졌는데 이제 와서 그만하자고?”“우리 아이가 죽었잖아!”뒤돌아선 강하리의 눈엔 온통 고통만이 가득한 채로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2화

    “어떻게 알았어?”구승훈은 웃으며 눈을 내리깔고 테이블 아래 두 사람이 잡고 있는 손을 바라보았다.“이상해?”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하리야, 내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당연히 네 일에 대해선 다 알고 있지.”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손을 빼냈다.“그럴 필요 없어.”유난히 침착한 그 말이 구승훈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필요한지 아닌지는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야. 강하리, 내가 뭘 하든 그건 내 일이야.”강하리가 비웃었다.“하지만 난 이제 당신이랑 더 엮이고 싶지 않아.”구승훈의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몇 마디 말로 두 사람 사이는 또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온 강하리는 그제야 휴대폰을 꺼내 안예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녀는 최소한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는 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구승훈이 옆에 앉아있자 마치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던 치유할 수 없는 상처, 두 사람의 목숨이 다시금 떠오르는 듯했다.그녀의 어머니와 아이...강하리가 가정에서 나오는데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멍하니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데 문득 연정이가 사고를 당한 날 밤도 비 오는 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그날 밤이 어땠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연정이가 이렇게 비 오는 밤에 춥고 무서워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강하리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비를 바라보다가 눈가에 차오르는 시큰함을 꾹 참고 빗속으로 걸어가는 순간 머리 위로 드리워진 우산이 그녀를 덮었다.고개를 들자 미소를 머금은 주해찬의 눈동자와 마주쳤다.“그렇게 비속우로 달려가면 감기 걸리잖아.”강하리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우산 챙기는 걸 깜빡해서.”“왜 전화 안 했어?”주해찬의 우산은 완전히 그녀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내가 마침 저녁을 먹으러 오지 않았으면 이대로 비를 맞으며 돌아가려고 했어?”주해찬의 눈에는 나무람과 관심이 가득했고 강하리는 웃으며 시선을 다른 곳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1화

    B시 대양그룹.정양철이 사무실로 들어가니 이미 비서가 대기하고 있었다.“강하리 검색어는 어떻게 된 거야?”비서는 잠시 머뭇거렸다.“사모님께서 대양그룹 명의로 매수한 것인데 아마도 회장님을 시험하려는 의도 같습니다.”정 회장이 강하리를 아낀다면 이 일을 거론할 것이고 신경 쓰지 않는다면 하든 말든 넘어가겠지.정양철의 얼굴에 알 수 없는 표정이 스쳤고 그가 말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주현이 통해 강하리에게 연락해서 대양그룹이 JM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라고 해.”말을 마친 그가 멈칫했다.“집사람이 물어보면 강하리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고.”비서의 눈이 번뜩이더니 대답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강하리는 정주현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지난번 구승훈과 함께 대양그룹 입찰을 뺏은 이후 정양철 측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정양철이 무슨 꿍꿍이로 합작을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지금은 정양철을 상대로 놀아줄 기분이 아니었다.“정주현 씨, 대양그룹에서 마음만 먹으면 파트너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죠?”정주현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는 다소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강하리 씨, 우리랑 같이 일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강하리가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려던 찰나, 정주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B시에 언제 와요? 얼굴 보고 얘기할까요? 협업 안 해도 오랜만에 얼굴 한번 봐요. 우리 안 본 지 오래됐잖아요.”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알았어요, 그럼 가면 연락할게요.”정주현이 전화를 끊자 사무실 앞에 서 있는 연미숙의 모습이 보였다.“엄마, 여기서 뭐 해?”연미숙이 웃었다.“우리가 강하리랑 같이 일해?”정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빠가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구씨 집안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밖으로 사업을 넓히려는 것 같아.”연미숙은 인상을 찌푸렸다. “꼭 강하리여야만 대외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거야?”정주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강하리가 왜?”연미숙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0화

    구승훈은 차갑게 웃으며 자신도 모르게 핸들을 꽉 움켜쥐었다.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두 사람이 차 안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모르겠지만 강하리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화사한 아침 햇살 같은 그 미소가 구승훈은 왠지 모르게 눈에 거슬렸다.강하리는 차에서 내려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구승훈의 차가 보였다.그녀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지만 시선을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강하리가 안으로 들어간 후 주해찬은 차에서 내려 구승훈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그가 창문을 살며시 두드리자 구승훈이 창문을 내렸다.“구 대표님 시간 있으세요? 얘기 좀 할까요?”구승훈은 가볍게 웃었다.“주해찬 씨는 남의 연애에 참견하는 걸 좋아하나 봐요?”구승훈의 가시 돋친 말에도 주해찬은 계속 웃기만 했다.“구승훈 씨, 당신과 하리가 잘 지낸다면 나도 굳이 끼어들고 싶진 않은데 당신은 하리를 행복하게 해준 적이 있긴 한가요?”그의 말에 구승훈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그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마신 후 말을 시작했다.“주해찬 씨, 행복하든 아니든 그건 다 나와 강하리 사이의 일이지 당신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주해찬은 조롱 섞인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웃었다. “구승훈 씨, 내가 하리 데려간다고 했죠. 이번엔 말한 대로 합니다.”말을 마친 그는 돌아서서 다시 차로 향했다.구승훈의 얼굴에서 미소가 조금씩 완전히 사라진 채 떠나는 차를 바라보았다.그는 한참 동안 손에 쥔 휴대폰을 내려다보면서 결국 강하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했다.[그 자식이랑 떠날 거야?]강하리가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전화벨이 울렸고 그녀는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그냥 대화창을 닫아버렸다.구승훈은 전송된 메시지에 답장이 오지 않자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입안의 쓴맛을 삼키고 휴대폰을 치우려던 찰나, 구승재의 전화가 걸려 왔다.“형, 큰어머니가 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39화

    “죽기 전엔 안 해.”심준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구승훈의 손가락이 한참을 굳어 있다가 말을 꺼냈다.“안 해.”하고 싶었지만 그게 그녀를 더 멀리 밀어낼까 봐 더 두려웠다.심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사이 문제의 핵심은 아이였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곧바로 아이 문제로 말을 돌렸다.“아이는 어떻게 된 거야? 문연진이 어떻게 아이의 존재를 안 거야?”구승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구승재가 통화하는 걸 들었어.”심준호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정말 문연진이 아니야?”구승훈은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그 여자가 아니야.”문연진은 이미 연정이를 죽였다고 인정했는데 굳이 연정이를 차로 치어 산에서 떨어뜨렸다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그녀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도중에 가정부가 연정이와 함께 차에서 내린 사실을 모른다는 것.“그럼 문연진 말고 또 아는 사람이 있어?”구승훈은 잠시 침묵했다.“여초연, 문연진 말로는 그날 밤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침 여초연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했어.”멈칫한 심준호의 눈에서 차가움이 번뜩였다.여초연이란 사람은 솔직히 줄곧 속내를 알 수 없었다.전에는 여러 번이나 구승훈을 죽이려고 했다가 지금은 무척 다정하게 굴었다.그 여자는 지금까지도 끔찍한 존재로 느껴졌다.“설마 그 사람이?”심준호는 문득 구승훈이 안타까웠다.정말 여초연이라면 구승훈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구승훈은 잠시 침묵했다.“아직 확인하고 있어.”심준호는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만 해.”구승훈은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심준호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고 이 문제가 해결되었기에 그도 떠났다.심준호를 배웅하고 차로 돌아온 구승훈의 휴대폰이 울렸다.“형, 어제 강하리 씨 인기 검색어가 대양그룹과 관련이 있어.”구승훈의 눈에 냉기가 감돌았다.“최근 정양철 측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었어?”“아니, 이 검색어 말고는 그동안 잠잠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38화

    강하리의 입꼬리가 굳어지며 다시 말하기까지 한참이 걸렸다.“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심준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한 대의 자동차가 도로변에 멈춰 서는 것을 목격했다.주해찬이 차에서 내려 이쪽으로 걸어왔다.심준호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이렇게 말했다.“직접 만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말을 마친 그는 강하리에게 눈썹을 치켜세웠고 강하리는 길 건너편에 주차된 너무나도 낯익은 차를 보았다.검은색 마이바흐 창문은 반쯤 내려져 있고 차에 탄 남자는 담배를 손에 쥐고 있었다. 멀리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승훈이 이쪽을 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쪽을 힐끗 쳐다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그러면 나중에 메시지 보낼게요.”심준호는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해찬을 바라보기만 했다.“그러면 그동안 잘 돌봐주세요.”주해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말을 마친 그가 강하리를 이끌고 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강하리의 손목이 잡혔다.어느 틈엔가 구승훈이 길을 건너 이쪽으로 걸어왔고 주해찬이 얼굴을 찡그리며 막으려는데 심준호가 옆에서 말렸다.강하리의 손가락이 살짝 조여졌다.“구승훈 씨, 이거 놔요.”구승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웃었다.“하리야, 이제 고맙다는 말도 안 할 거야?”강하리의 몸이 굳어지고 입꼬리가 몇 번 움직이다가 말을 꺼냈다.“고마워요.”말을 마친 그녀는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이제 놔줄래요?”구승훈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나한테 꼭 이래야겠어?”강하리가 시선을 피했다.“구승훈 씨,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잖아요.”그가 원망스러웠다.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그를 보면 연정이가 생각난다는 사실이었다.숨도 쉴 수 없을 것만 같은 고통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구승훈은 차갑게 웃었다.“나도 놔주지 않겠다고 했잖아. 하리야, 얘기 좀 하자.”강하리의 눈이 빨개지며 입을 열자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37화

    강하리가 유치장 벤치에 기대어 홀로 앉아 있었다.머릿속에는 구승훈이 차를 막았을 때와 이곳을 떠날 때의 모습만이 가득했다.강하리는 눈을 지그시 감고 그 모든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밀어내려 했지만 그 남자의 움직임은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그가 이름을 불러줄 때, 그 다급하면서도 부드러운 어투가.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점점 더 가슴이 아파져 오는 것을 느꼈다.노민우의 말이 틀린 게 없다는 건 안다.구승훈의 의도는 좋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생각만 해도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밤새 달려온 심준호의 시야에 들어온 건 여자가 벤치에 홀로 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가녀린 어깨를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는 부드럽게 한숨을 쉬며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강하리는 고개를 들어 앞에 서 있는 심준호를 보았다.“심 변호사님.” 낮게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엔 어딘가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심준호는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살살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말했다.“겁내지 마요. 내가 아무 일도 없게 할 테니까.”강하리는 눈가에 맺힌 시큰한 감각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심준호는 손에 든 음식을 그녀에게 건넸다.“아직 밥 안 먹었죠?”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 “배 안 고파요.”심준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배 안 고프면 안 먹을 거예요?” 그는 곧바로 음식을 열고 숟가락을 그녀의 손에 밀어 넣었다.“마침 나도 안 먹었는데 같이 먹어요.”강하리는 거절하지 못했지만 그 음식들을 보자마자 그녀의 움직임은 멈췄고 자신도 모르게 숟가락을 꽉 움켜쥐었다.“왜요, 입맛에 안 맞아요?”심준호는 눈썹을 치켜뜬 채 그녀를 바라보았고 강하리는 음식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 맞는 게 아니라 너무 입맛에 맞아서 문제다.그녀의 취향에 딱 맞는 요리를 주문했다.심준호가 웃었다.“좋아하면 많이 먹어요. 그동안 야윈 것 좀 봐요.”강하리가 그를 슬쩍 쳐다봤다.“구승훈 씨가 주문한 거예요?”심준호는 새우를 그녀의 그릇에 넣어주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36화

    구승훈이 떠난 후 강하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하리야...”손연지는 어쩔 줄 몰라 했다.하지만 막상 부르고 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노민우를 노려보았다.노민우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대략 알고 있었기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꺼냈다.“강하리 씨, 이번 일은 승훈이 잘못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알 거예요. 승훈이도 아이를 지키기 위한 의도였어요. 아이의 상황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다면 절대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까지 힘들게 버텨왔는데 그래도 하리 씨가 조금만 더 너그럽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됐어, 입 다물어!”손연지가 끼어들었다.“하리가 얼마나 더 너그럽게 봐줘야 해? 심지어... 아주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하리는 더 원망하지 않았어. 그 사람은 뭔데? 그래, 정말 아이를 지키려고 그랬을지 몰라도 하리를 고통스럽게 한 건 사실이잖아. 한번 또 한 번 하리가 그 사람 때문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알아? 하리는 이해해 줬는데 그 사람은 하리를 이해해 준 적 있어? 하리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고통까지 겪어야 해?”손연지의 이어지는 반박에 노민우는 할 말을 잃었다.“난 그냥 강하리 씨에게 좋은 말을 해주려고 그런 건데.”손연지는 강하리를 바라보았다.“하리야, 무슨 일이 있어도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남자든 아이든 너만큼 중요하지 않아, 알겠지?”강하리는 눈가에 담긴 씁쓸함을 감추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알아. 고마워, 연지야.”손연지가 부드럽게 토닥이며 주해찬에게 고개를 돌렸다.“더 달래봐요.”주해찬은 고개를 끄덕였고 손연지는 노민우를 밖으로 끌어냈다.주해찬은 몸을 숙인 채 강하리를 같은 높이에서 바라봤고 강하리는 그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선배, 난 괜찮아요.”주해찬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거절당할 것을 생각하며 결국 참았다.그는 말을 하기 전까지 한참 동안 침묵했다.“하리야, 이번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