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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구동근이 나오자마자 그의 시선이 강하리에게 향했고 강하리는 한눈에 그의 눈빛에서 싫은 기색을 읽었다.

강하리가 구동근과 제대로 된 만남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구동근의 시선은 잠시 그녀에게 머물렀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강하리는 눈을 내리며 피식 웃었다.

“할아버지께서 나를 정말 싫어하시는 것 같네요.”

구승훈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만 좋아하면 돼.”

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회장의 분위기는 더욱 미묘해졌다.

문연진은 낮고 부드럽게 그를 불렀다.

“승훈 오빠.”

구승훈이 그녀를 못 본 척 강하리를 옆으로 끌어당기자 구동근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구승훈, 너 이리 와!”

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

“왜요, 할아버지 곁에 사람 한 명 있는 걸로는 모자라세요?”

구동근의 표정이 잔뜩 어두워졌지만 오늘은 어찌 됐든 자신의 생일이었고 수많은 손님들이 온 자리에서 구승훈에게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강하리에게만큼은 오늘 밤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다.

구승훈이 싸고돈다고 정말 막무가내로 굴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는 한껏 가라앉은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봤다.

“강하리 씨, 승훈이와 연진이 약혼 파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강하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데 구승훈이 웃었다.

“약혼하러 온 건 맞지만 그 상대가 문연진 씨는 아니죠.”

연회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고 강하리도 구승훈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구동근의 얼굴은 순식간에 추해졌다.

“구승훈, 네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아?”

구승훈이 피식 웃었다.

“무슨 말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요.”

구동근은 살기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강하리 씨, 내가 인정하는 손자며느리는 문연진 하나입니다.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강하리 씨?”

모를 리가 있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은 구씨 가문에 들어올 자격이 없고, 들어올 가능성도 없다는 걸 알리는 것이다.

강하리의 입꼬리가 팽팽하게 굳어지며 구승훈의 팔짱을 끼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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